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91
91화.
다음 날, 수웨라성.
어느덧 게임 시작 일주일째가 되는 날. 다 같이 수도에 가기 위해 하나둘 접속하며 모였다.
“안녕… 하세요?”
“하이요, 찬성 님. 쿠룩. 음? 상태가 안 좋아 보이시는데, 어제 뭐 하셨습니까?”
“그게… 하아암~ 어제 잠을 좀 설쳐서요.”
하품을 크게 하며 찬성은 잠을 몰아내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흔들었다.
본래는 규칙적인 생활을 철저히 지키는 그였지만 어제는 민희가 준 자료들이 너무 많아서 체크하기 위해선 늦게 잘 수밖에 없었다.
“아, 그 실버 누님 자료 때문인가요?”
“실버……? 아, 민희 누님요?”
“쿠, 쿠룩! 갑자기 본명을……. 저기, 찬성 님은 친척이라서 그렇게 부르시겠지만 저희는 실제론 일면식도 없는 분입니다. 그러니… 부디 실버 누님으로 칭호 통일을 좀…….”
“아~ 그것도 그런가요? 그렇게 할게요.”
온라인 게이머의 감각이라는 것이 이제 살짝 이해가 되는 찬성은 민희 누님에 대한 호칭을 고치는 것을 납득할 수 있었다.
“아무튼 실버 누님이 보낸 자료… 저희도 대충 받았거든요.”
“아, 여러분에게도요?”
“예. 일단은 가면서 이야기하죠. 수도에 얼른 가야 하니까요.”
“예!”
찬성은 일행과 함께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영지 간 안전한 이동을 보장해 주는 마차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마차… 그럼 저희, 어디로 가는 건가요?”
“일단은 대도시로 가야죠. 거기서 이동 마법진을 타고 수도로 단숨에 갈 겁니다.”
“이동 마법진?”
“예. 아무리 리얼한 게임이라곤 해도 이 넓은 대륙을 탈것만으로 돌아다니는 건 힘든 일이기에… 단숨에 이동할 수 있는 ‘포탈’ 같은 개념입니다.”
“오오… 엄청 편하겠네요!”
“보통 온라인 게임이라면 다 있는 거라서 신기할 게 아니지만…….”
아무리 현실성을 강조한 게임이라곤 해도 대도시.
국가에서 국가를 오가는 데 리얼하게 시간이 걸리면 그건 그것대로 하지 못할 게임이 될 것이다.
“다만 문제는 이게 모든 도시에 있는 게 아니고, 또 설치가 무료인 것도 아니라서요.”
“설치를… 따로 해야 하나요?”
“예. 수도를 제외하고는 영지에서 영주가… 아, 여기서 영주는 그 영지를 지배하는 길드의 장을 말합니다. 그들이 직접 돈을 써서 설치해야 만들어집니다.”
“아하~ 그런데 귀환 주문서라든가 좋은 게 많아서… 꼭 설치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귀환 주문서도 결국 그 지점에 가서 귀환지 설정을 해야 쓸 수 있죠. 아무튼 비싸지만 그래도 중요한 역세권 같은 개념이라서 웬만한 길드에서는 설치하려고 합니다. 읏챠.”
설명을 하면서 마차에 올라타고, 이내 출발한 것을 느끼는 찬성 일행이었다.
“마차~ 오… 이것도 꽤 괜찮네요.”
“지지직… 저도 처음인데… 지지직… 속도는 일반 탈것보다 살짝 빠른 수준이네요.”
“하지만 가다가 몬스터나 이상한 랜덤 인카운터가 나올 수도 있어서 이게 가장 안전하죠. 게다가 이 마차… 완전 절대 방어 지역이라서 PK도 면역이에요.”
“괜히 타는 게 아니었네요!”
찬성은 눈을 빛내면서 마차의 효용성에 대해서 감탄했다.
“그렇죠. 그리고 포탈은 단숨에 이렇게 갈 수 있으니 더 좋고 말이죠.”
“지지직… 대체품으로 이동 주문서도 있긴 하지만 그건 기본적으로 캐시 혹은 랜덤 박스에서나 나오는 아이템이고, 또 사용하면 먼 거리에서 쓸수록 비싸기까지 해서…….”
“네? 정말요? 어디… 그럼 여기서 수도까지 기준이… 히익! 무슨 부산에서 서울 가는 비행기 티켓보다 더 비싸네?”
인터페이스를 움직여서 인터넷상으로 시세를 검색해 본 찬성은 고정된 위치로 가게 해 주는 주문서의 가격에 깜짝 놀라 눈이 커졌다.
“그래서~ 이렇게 가는 거죠. 물론 대형 길드라든가 기업 스폰을 받는 양반들은 법인 비용으로 사용한다거나 해서 가곤 합니다.”
“지지직! 법인… 풉! 출장비 영수증도 끊나요? 지지직…….”
“쿠룩, 네, 끊습니다. 쿠룩. 실제로 몇몇 기업에서 해외 바이어들을 만날 때, 이 가상현실 게임 내에서 안전하게 만날 수 있어서 선호되고 있습니다.”
“지지직……! 진짜요?”
근손실보험은 놀라는 살덩이는나약하다에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 말대로 기업들도 이미 가상현실 게임들이 나왔을 때, ‘게임’이 아닌 ‘가상현실’ 쪽에 무게를 둬서 여러 방면으로 활용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아~ 확실히 이렇게 실제로 만나는 느낌 그대로이기도 하니…….”
“쿠룩, 서류도 있고, 이렇게 컴퓨터 같은 인터페이스도 쓸 수 있으니 보안 문제 이슈가 관건이었는데, D.E사가 첨단 회사들을 잇달아 사들이는 것으로…….”
“얀마, 적당히 해. 우리가 무슨 그거 강의 들으려고 게임하는 줄 아냐? 지금 가뜩이나 눈앞의 일도 빡빡한데.”
근손실보험의 설명이 길어지려고 하자 전국건강협회가 적절히 끊었다.
그 말대로 지금 가상현실 게임이 주는 파급 효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시간 따위가 없을 정도로 할 일이 바쁜 찬성 일행이었다.
“맞아요. 어제… 자료 보느라 정말 잠도 못 자고 죽을 뻔했어요.”
“우리야 게임하던 몸이라서 쭉쭉 훑어 나갈 수 있는데… 이제 막 시작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찬성 님에겐 어려울 수밖에 없죠.”
“예. 그런데 저야 도움을 받았다곤 하지만, 여러분은 어떻게 시공 길드를 도우실 생각을 하신 거예요?”
그러고 보면 찬성 자신은 스스로 결정했다곤 하지만 파티원들은 왜 같이 시공 길드를 도울 결정을 한 건지 궁금증이 생겨났다.
“그거요? 뭐, 보통 같으면 귀찮은 문제에 끼기 싫어서 거절했겠지만… 찬성 님의 존재 자체가 개꿀잼 콘텐츠라서 참을 수 없었죠. 하하핫! 근데 이거 전에도 말한 것 같은데…….”
“쿠룩, 아무튼 게임은 재미있으려고 하는 거고~ 쿠룩! 찬성 님 옆에 있으면 재미있으니까요. 쿠룩쿠룩.”
여전히 이 전국건강협회와 근손실보험은 어울리기만 해도 개꿀잼 콘텐츠 덩어리인 찬성을 따라가기로 한 것이었다.
“지지직… 저는 그것도 있지만, 이 고정 파티… 지지직… 제가 나가면 다른 힐러가 자리 차지할까 봐 두려운 것도 있어서 말이죠. 지지직…….”
“뭔가 주말 고정 예능에서 애매한 위치에 있는 연예인이 잘리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는 그런 거 보는 느낌이네요.”
“쿠룩, 하긴… 쿠룩. 강철 신 종파가 확실히 물리 딜러에게 시너지가 좋은 편이라서 찬성 님과 궁합이 좋긴 하지만 힐러로서는 아래 티어이니… 쿠룩.”
지금까지는 찬성이 그냥 기량으로 찍어 눌러서 다행이었지만, 만약에 한 번, 두 번 실패라도 있었으면 흔히 실행하는 범인 찾기의 희생양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게 지금 ‘살덩이는나약하다’의 포지션이었다.
“아뇨. 그래도 저는 상당히 도움되고 있다고 봐요. 특히 살덩이 님 버프 없었으면 내구도 문제 때문에 전투 속행이 불가능했을 거고…….”
“지지직… 감사합니닷!”
“그래도 살덩이 님 클래스는 우리 파티와 궁합이 좋은 편이니… 문제없다고 봅니다.”
“쿠룩, 적재적소라는 느낌이죠. 쿠룩.”
찬성을 비롯한 파티원들이 긍정해 준 덕에 살덩이는나약하다는 조금 우려가 해소되었는지 어깨 힘을 좀 풀 수 있었다.
“모험가님들! 이제 곧 ‘바세성’! ‘바세성’에 도착합니다. 슬슬 내릴 준비하세요.”
“오! 다 왔네요. 내릴 준비하죠, 라곤 해도… 가방 같은 짐이 없으니까… 그냥 도착하는 거 보고 내리면 되지만요. 하하하.”
목적지인 도시에 도착한 찬성 일행은 마차에서 내려 곧바로 수도로 직행할 수 있는 포탈로 향했다.
“근데 사람 엄청 많네요. 게다가 건물도… 뭔가 도시 같은 느낌이고…….”
찬성은 이첸성보다도 훨씬 북적거리는 도시의 풍경에 마치 갓 상경한 시골 출신처럼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뭐, 현실로 치면 KTX역 같은 거니까요.”
“쿠룩, 대부분 스토리로 흩어지다가도 수도는 한 번씩은 들러야 하는 곳이고… 쿠룩, 여러모로 중심지니까요. 쿠룩…….”
“그나저나 이렇게 편한데, 왜 이첸성에는 설치를 안 한 걸까요? 한다면 여기저기 마차 탈 필요 없고, 거기서 가면 돼서 엄청 편할 텐데 말이죠.”
찬성은 문득 든 의문을 제기했다.
그 말대로 편리한 것이면 초보자 스타팅 지역인 이첸성에 만들면 더 좋을 텐데, 왜 없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갔던 것이다.
“그거요? 별거 없습니다. 브루탈 길드가 자기 잇속 챙기려고 하는 거죠.”
“자기 잇속이요?”
“어차피 거긴 스타팅 지역이라서 유저들은 꾸준히 유입이 되니까 굳이 교통을 편하게 할 필요가 없어요. 오히려 교통을 편하게 이어 놓으면 대형 길드들이 손을 대기 쉬워지니 역으로 그러지 못하게 한 겁니다.”
“아하~”
전국건강협회가 말한 대로 이첸성을 지배하는 길드장인 야만의몽둥이의 잔꾀였다.
이첸성과 그 주변의 지배권을 확실하게 굳히기 위해서 일부러 포탈을 설치하지 않는 약삭빠름을 보여 준 것이었다.
“쿠룩, 그뿐만 아니라 이제 몇 개의 중대형 길드와도 협약 같은 걸로… 쿠룩, 상호 불가침도 맺었습니다. 쿠룩.”
“어질어질하네요.”
“현실 정치판 같은… 난세인 거죠. 물론 일반적으로 게임하는 우리는 원래는 상관없는 게 되어야 했습니다만… 이번 문제에 끼어 버리는 바람에~”
향상심 있는 길드에 든 것도 아니고, 권력이나 욕망이 아닌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려던 찬성 일행이었지만 이번 전쟁에 끼면서 이제 자신들의 일이 되어 버린 것에 웃는 전국건강협회였다.
“아무튼 시나리오 밀고! 저희는 레벨 업 열심히 하죠! 공성전! 그건 그거고! 우리 일은 우리 일이니까요!”
“쿠룩, 우리 차례다. 들어가자.”
유저끼리 충돌 방지가 없기 때문에 줄을 서야 하는 포탈이었다.
앞에 줄 서 있던 행렬이 모두 포탈 안으로 들어가자 찬성 일행도 이어서 푸른빛이 나는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으… 눈부셔.”
한순간 푸른빛이 시야를 덮었다가 사라졌다.
그러자 주변의 풍경이 순식간에 변했고, 찬성은 그 풍경을 보고 여지없이 깜짝 놀랐다.
“여기가… 수도?”
찬성이 건물을 보고 먼저 떠올린 것은 거대한 돔 구장이었다.
“와…….”
천장이 막힌 거대한 건물.
외곽을 따라 줄지어 열려 있는 포탈들.
그리고 그 수많은 포탈을 왔다 갔다 하는 수천, 아니 수만에 이르는 사람들의 모습.
그동안 이첸성에서만 있었던 찬성은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내고 말았다.
“와아아아아아아…….”
“여기가 그란 왕국의 수도 세우르의 포탈 관리소-제국의 길입니다. 자자, 얼른 앞으로 나가죠. 뒤에 사람들 계속 들어오니까요. 꾸물거리면 못 씁니다.”
“이렇게 사람도 많고 내부가 크면 나가는 길을 잃어버릴 것 같은데…….”
“쿠룩, 저기 위에 이정표 있으니 헷갈릴 일이 없죠. 쿠룩. 게다가 각 지역의 큰 분류로 구획도 나뉘어 있어서… 생각보다 찾기 쉽습니다. 쿠룩.”
그 말대로 이 실내 위엔 거대한 팻말들이 둥둥 떠 있었고, 자세히 보면 바닥이라든가 곳곳에 선이나 표지판으로 지금 위치가 어딘지 표시해 두었기에 헷갈릴 일도 없었다.
“지지직… 애초에 인터페이스로 미니 맵이 있으니까 그럴 걱정도 없죠.”
살덩이는나약하다가 덧붙인 대로 유저 인터페이스도 잘되어 있었기에 아무리 복잡해도 헤맬 일이 없었다.
찬성 일행은 떠들면서 곧장 이 거대한 돔 구장 같은 건물을 나갔다.
기다렸다는 듯이 밝은 빛이 비쳐 눈을 찌푸린 것도 잠시.
“와아…….”
건물을 나와 보이는 풍경에 찬성이 감탄사를 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