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95
95화.
“바로 입장하죠. 쿠룩.”
[시스템-‘던전:블랙 드레이크의 둥지’에 입장하셨습니다. 해당 인스턴스 던전은 앞으로 5시간 동안 귀속됩니다.]익숙한 메시지와 함께 푸른 포탈 안으로 들어가자, 주변의 풍경은 그대로였지만 이미 영역이 달라진 것이 느껴졌다.
[시스템-‘늪지의 구속(이동 속도 감소)’에 걸립니다.]“지지직… 발이 무거워지는군요.”
“이속 감소. 흔한 효과야. 아, 아마 클래스 중에서…….”
“쿠룩, 저는 걸리지 않는군요.”
“어라? 어떻게 된 거예요?”
찬성은 자신에게도 들어온 ‘늪지의 구속’에 몸이 느려진 것을 체감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홀로 디버프가 걸리지 않은 근손실보험을 쳐다봤다.
“숨겨진 효과 같은 건가?”
“쿠룩, 아마도? 야만의 투사니까 그런가?”
“지지직… 그거 미리 공략 봤으면 알지 않나요?”
“쿠룩, 애초에 이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택하는 사람도 몇 없고…….”
그 말대로 이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나름 스펙을 갖춘 이들이었다.
히든 혹은 3차 클래스를 빨리 전직하거나 2차 클래스들 중에서 최상급 성능을 가진 자들이나 오는 곳이다.
“쿠룩, 제 클래스인 야만의 투사는 픽률도 낮고, 블랙 드레이크 같은 대형 몬스터를 잡는 데 도움이 안 되니… 쿠룩, 와서 확인할 수 있을 리가 없죠.”
“오히려 불리하니까 디메리트 안 받게 해 준 거 아니야? 설정이랑 충돌도 없으니 말이지.”
“그게 맞을 거예요. 크릉! D.E사가 그런 부분에선 세심하게 신경 쓰니까요. 다만 기왕이면 좀 알려 줘서 부르든가 하지, 아무 말 없이 숨겨 두는 게 화날 뿐……. 아무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공략해야 하니 긴장해 주세요. 제가 앞장설게요.”
끄덕.
파티원들은 긴장하며 앞장서는 미니멈실버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미니멈실버는 역시 공략파 선두 공격대원답게 미리 공략도 보고 온 듯, 숙련된 솜씨로 함정을 해체하고 거침없이 나아갔다.
“뭔가 어렵다고 하는데… 예상외로 고요하네요?”
“쿠룩, 공략 영상 보지 않으셨습니까?”
“네. 그런데 영상에서는 시작부터 막 사방에서 리자드맨들이 몰려와서 난리가 났었는데 말이죠.”
“지지직… 그만큼 실버 님이 제거를 잘하고, 길을 잘 닦고 있는 거죠. 지지직…….”
철컥! 딸깍!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앞서 나간 미니멈실버는 아래에 놓인 부비 트랩과 소리 함정을 해제했다.
손놀림에서 움직임까지 마치 프로페셔널 같은 그 모습에 다들 미니멈실버를 보며 감탄했다.
단 한 번의 실수가 없어서 역으로 재미가 없을 정도였다.
“이거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 던전 맞죠? 하아아아암… 지루한데요?”
“우리 입장에선 그렇지만……. 그보다 지금 저거 보고 감탄이 안 나오십니까?”
“쿠룩, 완벽한 함정 처리와 파티 유도… 쿠룩. 감탄이 나오는군.”
“하나만 잘못되어도… 지지직… 리자드맨들이 미친 듯이 몰려오는 던전인데…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고 있어요.”
30분 내내 집중력을 발휘해서 함정을 찾고 처리하며 나아가는 미니멈실버의 솜씨.
법사 랭커의 경험 덕분인지 미니멈실버의 집중력은 단 한순간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없는 것에 그게 얼마나 힘들고 대단한 건지 아는 사람들은 자연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거의… 도착했어요. 크르릉.”
“쿠룩, 네임드가 보이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실버 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보스 방까지 단 한 번의 전투 없이 오게 해 준 미니멈실버에 대한 경외심이 하늘을 찌르면서 다들 보스 방에 있는 보스의 모습을 확인했다.
[Lv.34 검은 습지 리자드맨 부족장 검은 비늘(보스 몬스터)]보유 스킬:족장의 지도력, 늪의 분노, 냉혈한 휘두르기, 사냥감 척살
“쉬이익… 낯선 냄새… 쉬이이익! 제물이 스스로 찾아왔구나…….”
‘오…….’
첫 보스 몬스터는 검은 비늘을 가진 거구의 도마뱀 수인. 거대한 창을 어깨에 메고 거대한 돌로 된 의자에 앉아 있는 검은 습지 리자드맨 부족장 ‘검은 비늘’이었다.
“크릉! 킁! 킁! 자자, 간단히 브리핑합니다. 주의해야 할 패턴은 딱 2개. 하나는 창을 던져서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아군에게 맞춰서 끌고 온 다음 강력한 일격으로 찌릅니다. 이거 찬성이랑 건강 님 아니면 무조건 죽는 공격이니 찬성아, 네가 맞아야 해.”
제일 이상적인 건 ‘전국건강협회’가 창을 맞는 거지만 가장 발이 느리고 둔한 창병 클래스라 맞으러 가기도 쉽지 않았다.
“막을 수 없나요?”
“메커니즘이 어떤지 모르지만, 일단 막아 봐. 막으면 제일 좋은 거지만… 아무튼 조짐이 보이면 바로 말할 테니까 그때 뒤도 안 돌아보고 네가 가장 멀리 달려가.”
“네!”
공략에 따른 임무 분담. 가능하면 가장 딜이 좋은 찬성에겐 이런 임무 대신 딜을 폭발적으로 넣으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 패턴의 공격을 버틸 수 있는 게 메인 탱커와 탱커 하이브리드 설계에 히든 클래스라 능력치가 높은 찬성뿐이었다.
“뭐, 찬성 님이 왔다 갔다 해 주면 어그로 관리가 편하니 저야 찬성이죠.”
“다음 패턴은 늪의 분노. 랜덤으로 자기 주변에 맹독 장판을 생성합니다. 반경은 약 5미터. 이거는 뭐 건강 님이 잘하면 되는 건데… 잘 깔아 주셔야 하는 겁니다. 공략이 오래 걸리면 아시죠?”
“보스 방을 보니까… 저 가운데 영역 말고는 나무로 빼곡히 둘러싸여서 이동이 힘들 테니 보스 방 안에서 해결해야 하니까 예쁘게 깔라는 거죠? 걱정 마십쇼.”
“네. 그 외엔 저와 근손실 님은 저 보스가 창을 크게 휘둘러서 광역 공격하는 거 피하는 것만 주의하고, 살덩이 님은 창 범위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깝지만 찬성이가 거리 벌리기 쉬울 정도로 거리 조절을 해 주세요.”
블랙 드레이크의 둥지는 엄연히 ‘블랙 드레이크’가 메인이었기에 첫 보스는 이렇듯 공략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파티원들의 평균 레벨이 아슬아슬하게 입장 레벨만 채운 낮은 수준이라서 실수 하나하나가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었다.
“가장 조심할 건 창 던지기를 맞을 때의 거리 조절이에요. 맞을 사람이 안 맞고 다른 사람이 맞으면 즉사니까… 조심합시다. 으르릉!”
“예!”
“그럼 가죠. 조금이라도 시간 아껴야 하니… 건강 님이 스타트 끊어 주세요. 컹!”
“그럼 갑니다!”
척!
전국건강협회가 창과 방패를 들고 앞서 달려 나갔다.
일정 범위 안에 들자 돌로 된 의자에 앉아 있던 보스 몬스터 ‘검은 비늘’은 전국건강협회를 인식했고, 곧바로 의자에서 내려와 맞서 달려오는데…….
“…그히 우구오 차오조라 데우바나딜나! 다다 마다 후구 엑닐 구나!”
“어?”
“어라?”
“뭔가 대사가 다른데요?”
“쿠룩?”
“지지직……!”
그 순간 갑자기 ‘검은 비늘’이 멈춰서 무어라 외치기 시작하는데, 미니멈실버를 비롯한 파티원들이 전원 경악하며 그 장면을 주시했다.
“이거… 영상에서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쿠룩! 뭔가 이상해.”
“어… 그러니까 뭔가 기척이 많이 느껴져요!”
첨벙첨벙! 구구구구구! 샤아아아아!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낌과 동시에 사방에서 땅이 울리는 소리와 이 던전에 올 때 들렸던 리자드맨들의 울음소리가 점점 늘어나면서 크게 울리고 있었다.
“크르르르릉! 다들! 일단 도망쳐요! 던전 밖으로 뛰어요!”
“도망쳐어어어어!”
“쿠, 쿠룩! 엄청 많이 몰려온다!”
“빨리 이동하세요!”
“지지직… 네!”
다수의 레이드와 던전 경험이 있는 미니멈실버의 외침 덕분에 찬성 일행은 지체하지 않고 재빠르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샤아아아아악!
“젠장! 엄청 몰려오는데요?”
“쿠룩,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지지직… 분명 공략 영상에선 이런 패턴이 없었는데!”
일단 뒤도 안 보고 열심히 빠져나가는 찬성 일행이었지만 그들은 왜 갑자기 보스가 몬스터들을 부른 건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게다가 우리 올 때 하나도 함정 안 걸렸잖아요! 젠장! 스태미나 다 닳았네. 포, 포션! 포션 먹어야!”
“쿠룩! 나도 먹는다! 더 빨리 달려!”
“지지직… 두 분은 그래도 통상용 스태미나 비약이잖아요. 저는 생존용으로 아껴 둔 속도의 비약을 여기서 먹는다고요. 지지직…….”
하나 궁금증도 일단 살고 나서 풀어야 하는 법.
찬성 일행은 아이템과 각자 비장의 수단을 다 써 가면서 던전을 빠져나가기 위해 열심히 몸부림을 쳤다.
“사, 살았다.”
“쿠, 쿠룩! 나가기 전에 뒤를 살짝 봤는데… 엄청난 숫자의 리자드맨들이 달려오더군요. 쿠룩! 진짜 실버 님의 빠른 판단이 아니었으면, 쿠룩! 전멸했을 겁니다.”
“진짜 이 게임 짬밥이 다르긴 다르네. 후우우~”
“크르르르릉! 역시 망할 D.E사! 유저가 쉽게 깨게 두질 않네요. 크르르릉! 설마 이런 식으로 뒤통수칠 줄이야.”
까드득!
미니멈실버는 늑대 수인의 송곳니를 드러내면서 이를 가는 소리를 냈다.
“지지직… 뒤통수요?”
“네. 망할 던전 디자이너 같으니!”
그녀가 분개하는 이유는 이 망할 던전의 설계 때문이었다.
보통 어려운 행위를 하거나 조심스러운 침투를 하면 보상이 커지기 마련.
그렇기에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함정 해제와 돌파를 했으면 정석적인 게임이라면 그 보상으로 곧바로 보스전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여기는… 크르릉! 그런 국룰을 어기고, 보스를 만나니! 조심스럽게 제쳐 온 쫄 몬스터들을 다 불러 버린 거죠. 크르르릉! 악질 같은……!”
“아, 그거 너무하네요.”
“쿠룩, 생각해 보면 영상들은 모두 한 번 이상 다 실패해서 몬스터들을… 쿠룩, 잡고 왔던 거였지.”
“지지직… 서비스 3개월. 거기에 애초에 여긴 사람들도 잘 오지도 않는… 지지직… 던전이다 보니 정보가 한정된 탓이네요.”
다들 D.E사의 악질 같은 던전 디자인에 혀를 내두르며 불평을 하나씩 내뱉는데… 옆에서 그것을 듣던 찬성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한마디를 던졌다.
“근데 그러니까…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 아닌가요?”
“…그것도 그러네요.”
왠지 납득이 안 가면서도 생각해 보면 납득이 가는 말로…….
애초부터 난이도에다 ‘불가능에 가까운’이라고 써 놨으니 따지고 드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쿠룩… 그래도 실버 님 덕분에 살았으니 다시 들어가서 공략해 보죠. 그럼 이번에는… 쿠룩, 하나씩 함정에 일부러 걸려서 몬스터를 잡으며 전진해야겠군요. 쿠룩.”
“네. 그게 정석인 것 같아요. 자, 다시 기합 넣고 들어가죠.”
그래도 위기를 넘겼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찬성 일행은 다시 정비를 마치고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이번엔 아예 처음부터 대기하고 있는 리자드맨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러나저러나 잡고 가게 해 놨네. 참~ D.E사도 악질이야.”
“하하하.”
제작사의 악질 같은 잔머리에 건조한 웃음을 지으며 찬성 일행은 ‘블랙 드레이크의 둥지’를 다시 한번 제대로 공략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