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96
96화.
“비검-사성절!”
끼에에엑!
“크릉, 영상으로 봤지만 실제로 보니 더 기겁할 스킬이군.”
“…대박이죠. 근데 저거 아직도 정지 먹거나 경고 날아온 거 없습니까?”
“본인 말로는 없다네요. 그래서 일단 쓰도록 하고 있어요.”
다시 시작한 던전 공략은 순조로웠다.
찬성은 지금 파티원들뿐인지라 마음껏 검을 휘두르면서 ‘검술’까지 개방하여 폭발적인 딜량을 뽑아내고 있었다.
“쿠룩, 모르는 건 아닐 텐데 말이… 죠! 흡!”
“그냥 D.E사가 무능한 거 아닙니까? 삼연 찌르기!”
“모래 뿌리기! 아뇨. D.E사는 돈만 밝히고 재투자 안 하는 기존의 미친 한국 게임사들과는 다르니까요.”
미니멈실버, 전국건강협회, 근손실보험은 같이 하나의 몬스터를 다구리하면서 슬쩍 잡담을 나눴다.
레벨이 낮고, 2차 클래스라서 스킬도 적은지라 몬스터 잡는 시간이 꽤 단조롭고 길다 보니 시작된 잡담 타임이었다.
주제는 찬성의 ‘검술’이었고, 곧이어 게임사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게임의 ‘ㄱ’ 자도 모르는 직원들로 가득한 기존의 게임사들과는 달리 거기는 최소 레전드 오브 레전드 티어 골드를 비롯해서 모바일 게임 과금액 일정 이상 혹은 그에 준하는 MMORPG 게임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입사가 가능하니까요.”
“으엑… 진짜입니까?”
“예. 너튜브로 입사 테스트 일부가 공개되어서 게임 이력이 진짜인지 증명하는 시간도 가진다니까요. 만약 거짓말일 경우 가차 없이 탈락시키죠.”
게임 회사 취직에 게임 경력을 보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기묘한 전국건강협회와 근손실보험이었다.
“그거 때문에 D.E사 사장님, 국감에 한 번 불려 나갔는데… 거기서 ‘아무리 관련 업무와 멀어도 자동차 회사 다닌다는 사람이 자기네 회사 차량 이름도 모르고, 자동차 산업에 1도 관심 없다고 하면 사장이나 회장으로서 가만 놔두는 게 정상입니까?’라고 당당히 말했었죠.”
“쿠룩쿠룩… 대박.”
“사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러고 감당이 된답니까? 어지간해선 국감에선 얌전히 ‘네네.’ 하고 나오는 게 대세인데…….”
“게다가~ 킁! D.E사 이전의 한국 게임 회사들이 워낙 레전드의 레전드를 찍어 놔서… 변명이 잘 먹혀들어 갔죠.”
소위 한국 게임계의 기둥이었던 3N들부터 시작해서 ‘개인의 선택’이라는 전설적인 어록을 남긴 K사까지……. 워낙 한국 게임계가 남긴 병X 같은 족적이 많아서 D.E사 사장의 말이 설득력을 얻어 버린 것이었다.
“물론 D.E사가 사실 겉으론 게임 회사지만, 이런 가상현실 기술에 대한 각종 특허와 기계, 전자 산업까지 겸하고 있어서 사실상 글로벌 대기업급 체급이고, 매년 내는 세금과 각종 정치 후원금도 많아서 함부로 까불지 못하죠.”
“쿠룩, 그래서 그렇게 배짱을 부리는 건가요?”
“이건 낭설이지만… 국방부는 물론 미 국방부와도 손을 잡고 있어서 여차하면 날아온다는 소문도 있고, 주변에 경호 인력도 붙어 있다고…….”
“장난 아닌데요? 어?”
“잡았다!”
넷이서 떠드는 사이, 찬성이 어느새 4마리 중 3마리를 쓰러뜨리고 내내 사냥을 고전시키던 한 마리의 뒷목을 베자, 리자드맨 전사가 단숨에 쓰러졌다.
“…어, 왔니?”
“나머지는 다 잡았어요. 그런데 저기, 뭐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요.”
“뭐, 뭐니?”
자신들이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네 사람은 뭔가 무임승차하다 걸린 승객인 양 찬성의 시선과 눈빛에 자기도 모르게 움찔했다.
“저 여기 애들이랑 아까 오는 도중에 만난 몹들을 때려 보니까요. 견적이 잡히는 것 같아서 말인데요.”
“어, 견적? 후우~ 그, 그래, 말해 보렴.”
‘이상해. 찔릴 게 없는데… 우린 왜 찔리는 걸까?’
‘솔직히 찬성 님 캐리받고 있는 게 사실이니까 그런 거지. 쿠룩.’
다행히 찬성은 무언가 제안을 하러 온 것이었고, 미니멈실버는 그의 제안을 듣고는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음? 그럼 해 봐. 다만 무리하지 말고 적당히 몰아서…….”
“예! 그럼!”
파티장 격인 미니멈실버의 승인이 나자마자 찬성은 홀로 다음 리자드맨 무리를 향해 튀어 나갔다.
힐러인 살덩이는나약하다는 깜짝 놀라 따라가려 했지만, 미니멈실버는 말리면서 지켜보자는 의견을 냈다.
“혹시 잘못돼서 죽으면 부활해야 하니 힐 주지 말고 대기하세요.”
“근데 뭘 하러 가는 거죠?”
“쿠룩, 오… 저건?”
리자드맨 무리에 곧장 뛰어드는 찬성.
근접 타입인 리자드맨 전사들을 이끌고 궁병과 주술사 가까이 간 찬성은 자세를 바꿔서 검을 크게 휘두르며 외쳤다.
“은하검법 비전 1식 ‘타오르는 샛별’!”
그 순간 리자드맨들 가운데에 있는 찬성에게서 엄청난 섬광이 번쩍이더니 둘러싼 리자드맨들을 휩쓸었다.
“세상에……!”
“쿠룩, 잠깐, 이거 비전 스킬이라고!”
“잠깐, 이게 끝이 아니야!”
화르륵! 펑!
그나마 체력과 방어력이 높은 리자드맨 전사급은 살아남았지만, 금세 한 번 더 폭발하여 은빛으로 불타는 화염 지대가 생성되었다.
화염 지대 내의 몬스터들은 빠른 속도로 체력이 떨어졌고, 이내 먼저 쓰러진 리자드맨들의 뒤를 이어 아이템만 남기고 금세 사라졌다.
“어? 버프받고도 전사급은 사네요. 아~ 아깝다. 보자, 데미지는 베기 데미지가 약 830, 화염 데미지는 한 틱에 20 정도네요.”
“와, 대박.”
“…몰아서 한 방이라고? 이거 ‘불가능에 가까움’ 난이도인데?”
뒤따라온 네 사람은 찬성이 정리해 버린 현장을 보며 경악했다.
아무리 히든 클래스이고, 시너지까지 받았다곤 하지만 이 딜량은 비정상적인 것이었다.
“방금 그거 비전 스킬이니?”
“네! 전에 배웠다고 말씀드린 거요.”
“쿠룩, 비전 스킬이라니…….”
“아니, 아무리 비전이라지만 혼자 저 정도로 센 게 말이 되나?”
찬성의 스펙, 무기가 좋은 건 알지만 그렇다고 해도 28레벨에 저 위력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하나…….
“얘만 생각하면 말이 안 되죠. 크릉! 하지만 우리 파티 전체를 생각해 보면… 일단 제가 쟤 무기에 ‘독’을 발라 줘서 독 데미지 추가, 거기에 스킬 ‘패시브-막싸움 조언’으로 파티원 물리 데미지 4퍼센트 증가 붙었죠.”
“지지직… 저는 레벨 업 해서 효율의 찬가를 3성까지 올렸고, 공성전 준비를 위해서 새롭게 스킬북을 사서 나중에 배우는 무기에 추가 마법 데미지를 부여해 주는 ‘광자(光子)의 찬가’도 배웠고, 새로 구입한 목걸이로 파티원의 모든 스테이터스 +10 증가도 넣어 줬어요.”
“쿠룩, 생각해 보니 나도 투지의 함성을 3성으로 올려서 파티원의 힘 증가치도 상승했죠.”
네 명의 파티원들이 각각 소유한 시너지와 스킬, 새로이 합류한 미니멈실버 분까지 추가로 늘어나서 기본 스테이터스와 능력이 강한 찬성의 스펙을 한껏 더 끌어올려 준 것이었다.
“건강이 너도 시너지 추가로 뭐 늘어난 거 있냐?”
“아니, 난 없는데? 기존의 파티원 방어력 증가뿐인데? 그대로야.”
“…….”
“…….”
“…….”
그 순간 찬성을 제외한 나머지 파티원 셋의 차가운 시선이 전국건강협회에게 꽂혔다.
이 파티는 엄연히 찬성 캐리 조합인데, 감히 시너지 하나도 준비하지 않다니 무슨 배짱이냐? 하고 항의하는 듯한 눈빛에 전국건강협회는 땀을 찔끔 흘리며 열심히 강변했다.
“아니, 여러분, 정신 차리십쇼. 창병 클래스는 로열 가드로 가는 입문 트리이며 원래부터 탱킹 일변도라서 자기 생존, 자기 방어 스킬 최적화니까 나는 당연한 정석 트리를 밟아서 아이템도 방어 최적화로 둘둘 두르고 있을 뿐입니다.”
딱히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전국건강협회는 열심히 자기변호를 했다.
“킁, 확실히 메인 탱커는 파티의 기둥이니까요. 기둥이 튼튼해야 파티가 튼튼하죠.”
“쿠룩. 뭐, 쟤가 튼튼하면 그만큼 찬성 님의 활동 범위가 늘어나고 파티 안정성이 좋아지니… 이미 기여하고 있는 걸로 봐도?”
“지지직… 일단은 무죄라는 거네요.”
“아무튼 우리 시너지 덕분에 몰이사냥이 되는 걸 알았으니 좀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이게 계획이나 짜죠.”
파티원들 모두 전국건강협회의 말에 동의했고, 던전 공략은 이제 찬성의 압도적 화력으로 쭉쭉 몰이사냥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은하검법 비전 1식 ‘타오르는 샛별’!”
“쿠룩, 찬성 님! 얘네는 데미지가 좀 덜 들어갔습니다! 불 장판도……!”
“걱정 마세요. 폭풍 난무(1성)!”
행여나 데미지 편차라든가, 스킬 범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리지 않은 몬스터의 경우 찬성이 가진 검, (영웅)크메리안 가문의 보검 ‘폭풍’의 사용 스킬인 폭풍 난무를 비롯해서 기량으로 커버할 수 있었다.
“어째… 트랩 해제한 것보다 더 빨리 보스 방에 도착한 것 같은데요? 와, 씨… 10분 만에 왔네?”
“쟤 화력이 이 정도인 줄 몰랐죠. 크르릉! 내가… 내가 열심히 트랩 해제 아이템이랑 눈 빠져 가면서 기믹 푼 건 대체…….”
“쿠룩, 솔직히 억까가 심하다는 느낌이긴 합니다. 쿠룩.”
또 하나 새로운 사실을 깨달으며 일행은 몰이사냥으로 리자드맨들을 쓸어 나갔다.
덕분에 쭉쭉 전진한 일행은 다시 보스 몬스터 검은 습지 리자드맨 족장 ‘검은 비늘’의 앞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쉬이익… 낯선 냄새… 쉬이이익! 제물이 스스로 찾아왔구나…….”
“분명 저희 죽어서 리트라이한 건 아닌데 뭔가 열이 받네요. 약 올리는 것 같죠?”
“쿠룩, 그렇게 생각하니 그렇게 들리는 것 같네. 쿠룩.”
“아무리 그래도 저만큼 화가 나시려고요? 집중해서 한 방에 잡죠. 공략은 아까 말했던 대로… 아시죠?”
“네!”×4
성가시게 한 게 짜증 난 건지 찬성 일행은 눈에 의욕을 불태우며 검은 습지 리자드맨 족장 ‘검은 비늘’에게 달려 나갔다.
“죽어라! 도마뱀!”
“쿠룩! 죽어라, D.E사의 끄나풀! 쿠룩! 아오!”
“크르르르르! 대체 왜! 기믹 해제를 다 하고 왔는데! 몬스터를 다 부르는 기믹이 있냐고!”
“저분들, 갑자기 왜 저러는 걸까요? 게임이라는 건 즐겁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었나요? 전 재미있는데…….”
“지지직… 그, 고난이도 있어야 하지만 게임이라는 건 대부분 행동에 보상이 따라야 하는 건데, 이번 경우는 그런 게 없었으니 말이죠.”
“찬성 님! 딜하세요!”
“쿠룩! 에이스 딜러가 딜 안 하니 피가 안 빠져요. 쿠룩!”
“죽어! 이 쉐끼! X발 새끼! 젠부샤쓰!”
‘나는 웃겨서… 재미있었는데 말이지. 아무튼 본격적으로 딜하자.’
파티원들이 분노 어린 공세를 펼쳤지만 메인 딜러… 아니, 이 파티의 사실상 유일한 딜러인 찬성이 참여하지 않으니 아직도 보스 몬스터의 체력은 98퍼센트에서 요지부동이었기에 찬성은 얼른 달려가서 검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