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97
97화.
검은 습지 리자드맨의 족장 ‘검은 비늘’. 불가능에 가까운 난이도로 설정할 만큼 동급 레벨에선 꽤 난이도가 있는 보스였다.
거기에 더해 이 던전 이름인 ‘블랙 드레이크의 둥지’에 왜 리자드맨들이 등장하는지에 대한 설정을 위한 배경이기도 했다.
“늪의 분노를 보아라!”
“늪 깐다! 빼! 빼! 조금이라도 잠기면 절대 못 나온다!”
“쿠룩! 가뜩이나 이속 감소로 짜증 나는데! 쿠룩! 찬성 님! 모션 긴 스킬은 해제하고 무조건 몸을 빼십시오!”
‘공략이랑 대응법을 알아도… 꽤 집중해야 하네?’
글로 쓰면 ‘늪 바닥을 깔면 근접 딜러 모두가 빠지고, 탱커가 이동하고, 다시 자리 잡으면 딜하세요.’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요약이 가능하지만, 실전은 신경 써야 할 게 상당히 많았다.
‘저 늪을 조금이라도 밟으면 빠져나오기 힘든 데다 남아 있으면 지속적으로 독 데미지까지 들어와. 그 시간 동안 딜링도 못하고, 빠져나갈 타이밍을 위해서 모션 긴 스킬은 조심해야 하고… 꽤 복잡하네.’
찬성은 몸을 돌려 자리를 이탈하며 다시 전국건강협회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렸다.
글이나 영상으로 볼 땐 공략이 쉬워 보여도 보스라는 걸 다시금 실감했다.
“성가신! 사냥감 같으니!”
“찬성아! 창!”
“아, 예! 질주!”
게다가 자신은 저 보스가 던지는 원거리 창을 반드시 ‘꼭’ 맞아야 하는 특별한 임무까지 있으니 신경 써야 할 게 하나 더 있었다.
“흡!”
채앵!
[시스템-검은 습지 리자드맨 부족장 ‘검은 비늘’이 던진 창을 막아 0데미지를 받았습니다.]‘오, 막혔… 어어어?’
철그럭! 촤르르르르르륵!
창 데미지는 역시 물리 데미지였기에 ‘패시브-검성의 경지’ 로 데미지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맞은 것’에 대한 취급은 그대로라서 창에 고정되어 질질 끌려갔다.
“우와아아아아~”
하늘을 나는 것 같은 부유감과 속도감에 찬성은 신나는 기분을 느꼈지만, 그 기분을 오래 즐길 수는 없었다.
“즈겨즈맠!”
“흡!”
“도발!”
채앵!
내려오자마자 보스가 내려치는 공격을 막아 낸 다음, 전국건강협회가 도발하여 공격 대상을 자신에게 돌렸다.
“휴우~ 큰일 날 뻔했네.”
“쿠룩, 그래도 찬성 님이 다 막으니까… 피는 안 빠져서 파티가 안정적입니다. 쿠룩. 타이거 클로!”
“그런가요?”
“원래 그 패턴을 받는 사람은 피가 크게 빠지고, 이어서 나오는 이 지랄 같은 늪! …에 당하면 난리가 나거든!”
“늪의 분노를 보아라!”
“지지직… 말하자마자 나오네요.”
어찌 되었든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의 던전에서 아주 적절하게 책정된 보스라고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이 던전의 주역인 ‘블랙 드레이크’는 이 보스 몬스터를 사냥해야 나타나기 때문이었다.
[Lv.34 검은 습지 리자드맨 부족장 검은 비늘(보스 몬스터)]남은 체력:15퍼센트
보유 스킬:족장의 지도력, 늪의 분노, 냉혈한 휘두르기, 사냥감 척살
“크르르륵! 네놈들이 감히이이이이! 용서 못해! 크오오오오오!”
“어? 저건 그러니까…….”
“최후의 발악 같은 거야. 그냥 찬성이 넌 극딜 박아. 계속……. 남은 건 우리가 해결해서 끝낼 거니까, 늪에 빠지는 것만 조심하면서 상대해.”
“아, 예!”
샤아아아아! 크르르르!
찬성에게 지령을 내려 주고, 남은 파티원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자 찬성이 보스 몬스터와 일대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흔히 보스 몬스터들이 체력이 낮아졌을 때 쓰는 발악 패턴으로, 검은 비늘이 쓴 것은 ‘족장의 지도력’이었다.
이에 대한 찬성 일행의 공략법은 찬성을 일대일로 보스랑 붙여 두어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쌓고, 남은 멤버들이 모두 나서서 사방에서 몰려오는 리자드맨들을 데리고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창 날아오는 건 건강 님이 대응할 줄 아시죠?”
“물론입니다.”
“예. 그리고 창 맞는 거 보는 즉시 다들 자리 이동을 해서 진형 재구축하면 돼요. 찬성아! 건강 님이 바닥 까는 거 아까 봤지? 그대로만 해!”
“예!”
깔끔한 포지션 스왑. 마지막에 달려오는 몬스터들을 남은 파티원들이 몰아서 주변을 뱅뱅 도는 동안 메인 딜러이자 탱킹도 되는 찬성이 일대일로 마무리했다.
“2퍼……! 1퍼! 다 왔다!”
[Lv.34 검은 습지 리자드맨 부족장 검은 비늘(보스 몬스터)]남은 체력:0퍼센트
“크어어억… 이럴… 수가!”
[시스템-검은 습지 리자드맨 부족장 ‘검은 비늘’이 쓰러졌습니다.]아무 방해 없는 일대일 상황에서 찬성은 드디어 ‘검은 비늘’을 쓰러뜨렸다.
그러곤 찬성은 곧바로 아군들이 싸우는 중인 리자드맨들을 처치하러 가는데…….
“조, 족장님이 쓰러졌다! 도망쳐라!”
“도망쳐! 모두 도망쳐라! 그분께서 노하신다!”
“두마초로 듀! 두마초로 듀!”
그들은 족장이 쓰러진 것에 반응하여 일제히 전투를 멈추고 모조리 도망쳐 버렸다.
“휴우~ 겨우 끝났네.”
“늘 그렇지만… 공략을 알아도 빡세다니까, 진짜.”
“그러게요.”
“쿠룩, 얼른 템 뭐 나왔는지 보죠. 이제 5명이니까 드디어 던전 최대 개수로 먹겠네요. 쿠룩쿠룩.”
그동안 4인이서 던전을 다니면서 던전 보상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지만, 이제는 미니멈실버가 들어와서 최대 보상을 다 먹을 수 있게 되어 행복한 파티였다.
[드롭 아이템 목록](영웅)‘검은 비늘’의 창
(영웅)습지의 저주를 받은 반지
(희귀)독 비늘로 짜인 무복
“오! 창이다! 창! 창! 창! 창!”
“쿠룩, 무복은… 이거 독 저항 옵션 말곤 특이한 게 없군요. 쿠룩.”
“킁! 독 저항은 제가 챙겨 줄 수 있으니… 그냥 팔거나 없애죠. 지뢰 템이네.”
“지지직… 반지 옵션 뭐예요?”
보스를 쓰러뜨리고 난 뒤의 전리품 확인은 모든 RPG 게임에서 가장 두근거리는 순간이었다.
특히 자기 무기인 ‘창’이 나온 것에 흥분한 전국건강협회는 뛸 듯이 좋아하며 난리를 부렸다.
“일단 창은 어차피 쓸 사람이 전건협 님뿐이니까… 그냥 드리면 되고, 무복은 가치가 없으니 패스. 남은 건 반지인데…….”
“쿠룩, 그건 옵션이 어떻습니까?”
“보자, 지력이랑 마력 적응 상승. 그냥 캐스터용이네. 캐스터는… 살덩이 님뿐이니 딱 분배하면 끝이네.”
“지지직… 아이템 테이블이 좀 안타깝네요.”
“난 최고인데? 끼얏호!”
“하하하…….”
새로운 무기를 얻은 것에 신나서 소리치는 전국건강협회를 뒤로하고 다들 아이템 분배를 마쳤다.
하나 창을 받은 전국건강협회의 표정이 뭔가 좋지 않았는데…….
“이런 망할.”
“쿠룩? 야, 왜 안 껴? 무슨 문제 있냐?”
“…이거 착용 최소 레벨 제한이 30이야. 젠장!”
“쿠룩, 아… 확실히 우리 레벨에 비해서 빡센 던전을 돌고 있는 거였지? 찬성 님 덕분에 수월해서 눈치 못 챈 거지만 말이야.”
“맞아. 찬성 님 완전… 수라처럼 딜했지.”
주목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찬성이 펼친 퍼포먼스는 괴물 같았다.
폭발적인 딜량. 하마터면 어그로도 빼앗길 뻔했지만 그나마 중간에 늪이 깔리는 패턴 덕분에 어그로 텀을 벌 수 있어서 꼬이는 일이 없었다.
“정말 무섭더라.”
‘비검……!’
딜할 때의 찬성은 소리는 없지만 무시무시한 귀기 서린 눈빛으로 바뀌었다.
진짜로 상대를 죽일 듯이 검을 휘두르는 광경. 파티원들만이 아는 것이었다.
“무섭다니요. 사람을 무슨 맹수처럼…….”
찬성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자신에 대한 평가를 정정하려 했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 자신과 타인의 시선은 언제나 다른 법이었다.
“크릉, 솔직히 나도 옆에서 보는데… 무섭더라.”
인터페이스를 조작하면서 한마디 거드는 미니멈실버.
“지지직… 그러면서도 부르면 스위치가 바뀌는 것처럼 얌전한 강아지가 돼서 ‘네에~’ 하는 것도 특이하죠.”
거기에 살덩이는나약하다까지 합세하니, 완전히 할 말이 없었다.
“크르릉! 아무튼 1넴 수고했고, 드디어 블랙 드레이크 공략입니다. 공략법은 예습했죠?”
“근데 그거 우리한텐 적용 안 될 것 같은데 말이죠.”
“쿠룩, 공략 영상들은 죄다 우리랑 레벨부터가 다르니까요, 쿠룩. 물론 언제나처럼 찬성 님 원툴 전략인데… 이번엔 패턴이 빡세지 않습니까? 쿠룩.”
“지지직… 일단 딜할 환경 자체가 빡세니까요.”
‘블랙 드레이크’의 능력 중에 가장 짜증 나고 곤란한 점은 바로 ‘비행’.
심지어 그러면서 산성 브레스를 쏘고 심심하면 급강하해서 납치해 올리는 패턴도 있다.
“찬성 님, 아마 이번엔 진짜 빡셀 겁니다. 공중 패턴을 겸하는 놈은 처음이실 테니까요.”
“생각해 보면 공략 영상에서는 아예 비행을 배제시켜 버리고 딜했으니까요.”
“지지직… 게다가 여기 근딜이 4명. 지지직… 최악의 상성.”
“걱정 마세요. 크릉, 각 안 나온다고 판단되면 그냥 빼고 초기화 때마다 와서 1넴만 털어서 파밍이랑 경험치 챙기면 되니까요. 30레벨 영웅 등급, 희귀 등급을 하루에 두 번씩은 털 수 있으니 공성전 준비는 할 만해요. 얼른 가죠.”
파티원들을 위로한 미니멈실버가 그들을 이끌고 리자드맨 족장이 앉았던 돌의자 쪽으로 향했다.
어느새 본래 있었던 블랙 드레이크의 석상이 무너져 있었고, 거기엔 지하로 들어가는 동굴의 길이 열려 있었다.
“자, 드디어 블랙 드레이크 공략이다.”
“쫄은… 더 없죠?”
“쿠룩, 네, 없습니다. 이 블랙 드레이크를 섬기는 리자드맨들은 아까 전에 다 도망갔다는 설정이니까요.”
보스에게로 향하는 지하 동굴로 들어간 찬성 일행은 왠지 모를 습기와 점점 독한 냄새가 가까워져 오는 것을 느꼈다.
“뭐죠? 이 냄새는?”
“드디어 시작이네.”
“쿠룩, 이전에 말씀드렸죠? 블랙 드레이크의 공략이 어려운 건 이제 상시 이동 속도가 떨어지는 늪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주는 독 때문이라고…….”
“지지직… 그렇다고 냄새까지 구현하는 건 좀…….”
하지만 이것이 가상현실 게임의 디테일이었다.
덕분에 리얼리티는 확실히 올라가면서 유저들로 하여금 이 던전에 대한 경계심을 갖게 하는 역할도 있었다.
독해지는 냄새를 따라가서 지하에 도달하자, 천장이 뻥 뚫린 거대한 공동(空洞)이 나타났다.
보스의 둥지에 도착한 찬성 일행은 그 가운데에 있는 블랙 드레이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
윤기가 흐르는 비늘에 공룡 같은 몸체를 가진 블랙 드레이크.
녀석의 모습은 이미 공략 영상으로 보았지만 이렇게 현장에서 보니 느낌이 남달랐다.
찬성은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으며 그것을 보다가 한 발 내딛는데…….
“기다려. 저 내부부터는 ‘중독’ 판정이라고!”
미니멈실버가 간신히 찬성을 붙들어서 공동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휴… 시작부터 꼬일 뻔했네.’
미니멈실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찬성을 살짝 흘겨본 그녀는 본격적으로 공략할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