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13
112화 악마의 서열전(2)
‘이런!’
낭패였다.
3시 방면 구석진 곳에 숨겨 짓고 있던 ‘동물의 나무’가 완공 직전에 발각당해 버렸다.
하필이면 완공 직전!
동물의 나무가 완공되면 곧장 왕독수리를 소환할 계획이었다.
왕독수리가 소환 완료될 시각에 맞춰서 엘프 가드 4명도 은신술을 터득해 엘프 어쌔신으로 변신을 완료할 수 있을 터였다.
그 엘프 어쌔신 4명을 왕독수리에 태워 상대의 본진 안에 투입시키는 것이 장각의 전략이었다.
은신술을 써서 보이지 않는 엘프 어쌔신들은 유령처럼 움직이며 노예들부터 사살할 수 있을 터였다.
아직 그에 따른 대비를 하지 못했을 때 침투시키기 위하여 일부러 마력석 채집장도 늘리지 않고 이 전략에 주력하였다.
‘아주 조금만 더 늦게 들켰더라면!’
겨우 궁병 6명 따위에게 일이 틀어지다니, 말도 안 되는 경우였다.
동물의 나무가 완공되었더라면, 설사 공격을 받더라도 왕독수리의 소환이 완료되기 전에 건물이 부서질 염려는 없었다.
무기 강화도 안 된 궁병들의 화살 따위는 엘프의 건물인 나무를 부수기에 부적합했기 때문이다.
‘설마?’
장각은 문득 다른 의심이 들었다.
만약에 상대가 일부러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모른 척했던 거라면?
‘염탐을 해야겠다!’
장각은 서둘러 엘프 어쌔신 4명과 엘프 슈터 2명을 보냈다.
공격보다는 우선 상대의 상태를 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장각의 병력은 가는 도중에 이신이 길목에 배치시켜 놓은 궁병 1명에게 포착되었다.
궁병은 장각이 보낸 병력을 발견하자마자 잽싸게 내빼버렸다.
‘철저한 인물이구나.’
간담이 서늘해진다.
이신의 진영에 이르자 장각이 염려했던 광경이 보였다.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마련하고 있었다.
때마침 사령부 건물이 완공되었는지, 노예들이 본진에서 우르르 나와 앞마당에서 마력석을 채집하기 시작했다.
어디 그뿐인가?
화살탑 1개와 감시탑 1개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감시탑 : 휴먼의 방어시설. 근처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을 포착하며, 궁병 혹은 석궁병 1명이 들어가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역시 전부 알아차렸구나.’
동물의 나무를 몰래 짓는 것을 포착하자마자 장각의 전략을 전부 읽은 게 틀림없었다.
정면에서 싸워서는 매우 불리했다.
그렇지만 공격을 하지 않아도 불리했다.
이신은 이미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완성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장각은 이제야 겨우 마력석 채집장을 짓기 시작했는데 말이다.
조금만 시간을 주면 압도적인 마력 채집량이 병력 차로 바뀔 터였다.
‘하는 수 없군. 최후의 수단을 쓰는 수밖에.’
일단은 병력을 철수시켰다.
그리고 동물의 나무를 다시 짓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안전하게 본진 안에 지었다.
앞마당에 완성된 마력석 채집장에 어린 엘프들을 보내 일을 시켰다.
비로소 마력석 채집장의 숫자는 같아졌지만, 마력 채집량 격차는 이미 벌어진 뒤였다.
장각은 엘프 슈터와 엘프 가드의 숫자를 늘리고, 엘프 스나이퍼와 엘프 어쌔신의 숫자도 늘려 나갔다.
하지만 아마 지금쯤 이신은 더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을 터였다.
게다가 엘프 어쌔신을 이용한 기습 전략도 이미 읽힌 상태.
하지만 상관없었다.
장각에게는 최후의 수단이 남아 있었다.
바로 자신의 악마로서의 고유 능력!
‘넌 알아도 막지 못할 것이다.’
병력이 계속 소환되고, 동물의 나무에서도 왕독수리가 하나둘 소환되었다.
왕독수리가 소환되는 족족 병력을 4명씩 태웠다.
***
‘대규모 드롭을 노리겠지.’
대규모 드롭 공격을 성공시켜 이신의 본진을 쑥대밭으로 만들면, 충분히 전세가 역전된다고 생각할 터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신은 읽고 있었다.
이신은 궁병을 전장 곳곳에 배치시켜서 시야를 밝혀놓은 상태였다.
어느 경로로 날아오든 이신의 감시망을 피할 수는 없었다.
병력이 계속 쌓이자, 이신도 슬슬 승부의 타이밍을 재기 시작했다.
타이밍은 장각이 공격에 나선 순간이었다.
싸움을 준비하는 양 진영.
일촉즉발의 순간이 서서히 다가왔다.
그리고 마침내, 장각이 먼저 움직였다.
장각은 신중했다.
우선은 엘프 어쌔신 2명을 보내 전장의 곳곳에 이신이 배치시킨 석궁병을 사살했다.
왕독수리의 이동 경로를 파악당하면 중간에 요격당하는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감시하는 석궁병을 사살할 때마다, 왕독수리 5마리가 천천히 그 방면으로 이동했다.
그 5마리에는 엘프 어쌔신 16명과 엘프 스나이퍼 4명이 탑승한 상태.
물론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신을 이목을 딴 데 돌리기 위하여 엘프 슈터와 엘프 가드 등이 주축으로 이루어진 병력도 지상으로 진군시켰다.
지상과 공중 양면에서 장각이 진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장각이 움직인 순간이었다.
[적의 공격을 받았습니다!]‘뭐!’
앞마당의 언덕 위에서 석궁병 4명이 볼트를 쏴대고 있었다.
무기 강화가 되어서 궁병에서 업그레이드된 석궁병의 볼트는 조잡했던 화살과 그 위력을 달리했다.
-아악!
-흐윽!
앞마당에서 마력석을 채집하던 어린 엘프들이 하나둘 죽어나갔다.
장각은 재빨리 어린 엘프들을 본진 쪽으로 대피시키고, 5마리의 왕독수리 중 1마리를 방어를 위해 돌아오게 했다.
왕독수리가 가까이 접근하자, 4명의 석궁병이 일제히 일점사격을 했다. 왕독수리에서 아직 은신술을 쓰지 않은 엘프 어쌔신 4명이 내렸지만, 석궁병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왕독수리만 공격했다.
피투성이가 된 채 간신히 엘프 어쌔신들만 내려놓고 도망친 왕독수리.
석궁병들은 엘프 어쌔신들의 공격을 받아 죽는 순간까지 왕독수리만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그리고…….
쉬쉬쉭- 콰콰콱!
-키아아악!
놀랍게도 언덕 아래쪽에 숨어 있던 석궁병 무리가 또 나타나 왕독수리를 공격했다.
공격을 많이 받아 기진맥진했던 왕독수리는 속절없이 죽었다.
‘귀찮게 하는군!’
그 바람에 언덕 위의 적을 진압한 엘프 어쌔신들은 왕독수리가 없어 고립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적이 출현했습니다!]그리핀 4기가 석궁병들을 태운 채 나타났다.
그리핀은 2명씩밖에 병력을 태울 수 없었으나, 탑승한 병력이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엘프의 왕독수리와 달랐다.
‘내 왕독수리를 집중적으로 노리는 거구나!’
이신은 왕독수리를 없애서 장각의 공격 수단을 원천봉쇄하려는 의도가 틀림없었다.
‘가만히 당하지는 않는다.’
왕독수리는 그리핀을 피해 도망쳤다. 이윽고 지상으로 움직이던 병력과 합류했다.
걸어서 진군하던 엘프 가드 등이 화살을 쏘자 그리핀들은 더는 접근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지상과 공중에서 함께 진군하자, 이번에는 투석기가 그들을 맞이했다.
퍼어엉! 콰앙!
2기의 투석기가 언덕 위에 절묘하게 자리 잡은 채 바위를 날려댔다.
엘프 어쌔신 4명을 태운 왕독수리 1마리가 언덕으로 다가오자, 그리핀들이 나타나 공격하려 들었다.
이신은 그렇게 대규모 병력을 동원한 큰 전투는 피하면서도 그렇게 작은 규모로 견제를 가해 장각의 진군을 방해했다.
그리핀으로 장각의 앞마당이나 본진에 병력을 2명씩 실어 날라서 어린 엘프들을 기습적으로 사살하기도 했다.
정면승부를 피한 채 철저히 견제로 상대에게 피해를 누적시켜 나가는 이신 특유의 스타일이었다.
장각은 정신없이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끈질기게 진격, 마침내 이신의 앞마당 앞에 당도했다.
장각은 이신의 앞마당에 보이는 방어 상태를 살폈다.
‘생각보다 병력이 많지 않은데?’
장각은 즉각 전장 곳곳을 정찰했다.
9시 지역으로 향하던 엘프 슈터가 그리핀을 만나 사살당했다.
하지만 눈으로 확인 못 했어도 장각은 이신의 빠른 반응으로 눈치챌 수 있었다.
‘마력석 채집장을 하나 더 가져갔구나!’
시간상 9시의 마력석 채집장을 가져간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는 이신의 병력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뜻이었다.
마력석 채집장을 가져가기 위해 병력 소환에 쓸 마력을 투자해 버렸으니 말이다.
‘병력이 많지 않아도 방어는 충분하다고 생각한 모양이군.’
장각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뛰어난 실력자였는데, 마지막에 실수를 했구나.’
물론 일반적으로는 저 정도 방어 상태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상대가 장각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본진의 주요 건물을 전부 때려 부수고 내가 승리하겠다.’
장각은 마침내 아껴왔던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빙의!’
[사도 에렌의 능력 빙의를 사용합니다.] [계약자 장각 님께서 사도 에렌의 육체에 빙의됩니다.]장각은 왕독수리에 탑승하고 있던 엘프 어쌔신 에렌에게 빙의했다.
장각은 두 손을 모아 수인을 만들고 능력을 발휘했다.
한땐 인간이었으나, 지금은 중급 악마인 그의 고유 능력이었다.
[계약자 장각 님께서 고유 능력을 사용합니다. 채집한 마력 중 300이 소모됩니다.]“차앗!”
장각이 능력을 펼쳤다.
4마리였던 왕독수리가 삽시간에 11마리로 늘어났다.
장각의 능력은 바로 환영(幻影)을 만드는 것. 특정 대상과 똑같이 생긴 환영을 7개 만드는 것이었다.
모든 학문과 예술에 달통하며, 환영을 만들어 퍼뜨리기도 하는 악마군주 단탈리안을 꼭 빼닮은 고유 능력이었다.
12마리의 왕독수리가 앞마당에 비해 병력 배치가 소홀한 본진으로 침투했다.
감시탑과 화살탑에서 석궁병들이 화살을 쏘았지만, 장각이 만들어낸 환영들이 맞아주었다.
환영들은 심지어 물리력도 어느 정도 있어서 방패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이신의 대공 방어를 뚫고 침투하는 데 성공한 왕독수리들이 엘프 어쌔신과 엘프 스나이퍼들을 일제히 내렸다.
“한 번 더!”
장각이 다시 한 번 300마력을 소모하여 능력을 펼쳤다.
적용 대상은 바로 엘프 어쌔신.
능력이 적용된 엘프 어쌔신이 8명으로 늘어났다.
엘프 어쌔신들이 일제히 은신술을 펼쳤다. 그리고 사방으로 흩어져 이신의 본진을 휘젓기 시작했다.
엘프 스나이퍼 4명은 본진 출입구에 배치되었다.
본진으로 들어올 이신의 병력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신의 본진이 농락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각을 몰랐다.
이신이 이미 현실 세계에서 이와 비슷한 양상의 e스포츠 경기를 본 적 있었다는 사실을.
장각이 만들어낸 환영들이 다수 소멸됐지만, 왕독수리 4마리는 아직 무사했다.
장각은 계속해서 지상 병력도 태워서 계속 본진에 들여놓았다.
그렇게 2차례 더 드나들며 모든 병력을 이신의 본진에 투입했을 때였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리핀들이 나타났다.
그리핀에 탄 석궁병들이 왕독수리를 공격했다.
이미 자기 임무를 마친 왕독수리들.
그러나 이신은 집요하게 왕독수리만을 노렸다.
왕독수리를 모두 사살한 뒤에는, 본진 출입구에 식량창고와 화살탑 등을 지어서 아예 밀봉시키는 이신.
장각의 주력 병력을 본진 안에 가둬 버린 것이었다.
‘진격!’
이신은 최소한의 병력만을 앞마당에 남겨놓은 채, 장각의 진영을 향해 진군시켰다.
3군데의 마력석 채집장에서 모은 마력으로 쏟아진 병력들이 장각의 진영이 있는 1시를 향해 질풍같이 진격했다.
빠르게 비행하는 그리핀들이 먼저 당도해 어린 엘프들을 사살했다.
장각은 그것을 막을 여력이 없었다.
능력을 발휘하는 데 600마력이나 쓰는 바람에 추가 병력을 소환할 마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또한 이신의 계산대로였다.
장각은 본진을 내팽개쳐 놓고 진군해 버리는 이신의 판단에 어안이 벙벙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