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2
11화 스카우트(1)
“헉!”
몸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기분과 함께 이신은 벌떡 잠에서 깼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낮임에도 커튼을 쳐서 어두운 방 안.
침대와 PC와 이리저리 바닥에 벗어놓은 옷가지들…….
‘돌아왔구나.’
이신은 잠시 의심했다. 혹시 꿈은 아니었을까?
다쳤던 오른쪽 손목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아무런 통증 없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이신은 가벼운 전율을 느꼈다.
안 아팠다.
정상으로 돌아온 손목.
게다가 구석구석 안 쑤시는 데가 없었던 몸이 개운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의 치유 덕분이었다.
그때였다.
똑똑똑.
“신아, 깨어 있니?”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네.”
“식사 놓고 갈 테니 가져가 먹으렴.”
이신이 방에 틀어박히게 되면서 어머니는 식사를 방문 앞에 가져다주시곤 하셨다.
‘이게 무슨 은둔형 외톨이 짓이지?’
길고 깊었던 절망에서 깨어나고 보니 스스로가 한심해지는 이신이었다.
이신은 방문을 열었다.
“시, 신아?”
어머니가 놀란 얼굴이 되었다. 오랜만에 모자가 상봉한 것.
이신은 어머니가 놓아둔 식판을 집어 들었다.
“같이 먹을게요.”
“그, 그래. 같이 먹어야 좋지.”
어머니는 감격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게 왜 게임 같은 걸 했니?’
이신의 마음을 닫게 만든 결정적 한마디. 그 후로 죄인의 심정이었던 어머니였다.
이신이 방에서 나오자 어머니는 무척 기뻐하며 부엌으로 데려갔다.
식탁에는 신문을 읽고 있는 아버지가 보였다.
신문을 읽다 말고 이신을 본 아버지가 깜짝 놀랐다.
“나, 나왔구나.”
“예.”
이신은 식판을 식탁에 올려놓았다.
오랜만에 세 식구가 한 식탁에 앉았다.
아버지가 국을 떠먹자 이신도 식사를 시작했다.
“자, 이것도 더 먹으렴.”
어머니는 이미 식판에도 많이 있는 고기산적을 척척 밥 위에 얹어주셨다.
“감사합니다.”
이신은 묵묵히 식사했다.
그러면서 흘깃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차마 입 밖에 꺼내지 못하는 눈치였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이신은 알고 있었다.
‘이제 뭘 할 생각이냐.’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수는 없잖아.’
‘이제라도 다시 대학에 가서 공부하면…….’
이신이 말했다.
“복귀하겠습니다.”
“응?”
“뭐라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동시에 놀랐다.
“그, 그렇게 다쳐놓고 어떻게 복귀를 한다는 거니?”
어머니가 물었다.
이신은 문득 오른손에 들고 있는 포크를 바라보았다.
손 다친 이신을 위해 젓가락 대신 이걸 준 것이다.
거의 반년간 포크만 써왔기에 다 나은 지금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었다.
포크를 내려놓았다.
식기 보관함에서 젓가락을 꺼냈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그렇듯, 능숙하게 젓가락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소, 손 나았니?”
어머니가 깜짝 놀라 물었다.
“방 안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틀어박혀 있던 건 아닙니다.”
뻔뻔스럽게 표정 하나 안 바뀌고 둘러대는 이신이었다.
졸지에 이신은 완치가 불가능한 손을 노력으로 극복한 독종이 되었다.
“완전히 나은 것도 아니고 오래 쉬기도 했는데 복귀가 가능하겠느냐?”
아버지가 계속 반대했다.
“그리고 이제 네 나이도 스물다섯인데 게임은 그만둘 때도 되지…….”
“애들이나 하는 짓이다 이겁니까?”
“…….”
“여, 여보!”
싸늘한 침묵.
이신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그래서 한 번도 응원하러 안 오셨군요. 우리 아들 게임 합니다, 얼마나 부끄러우셨을까?”
유서 깊은 교육자 집안에서 게임을 택한 이신은 오랜 가정불화의 근원이었다.
이신이 아무리 명성과 부를 쌓아도, 부유한 명가였던 집안에서는 인정해 주지 않았다.
“신아, 그런 뜻이 아니잖니. 아버지는, 그래, 그쪽 세계가 나이가 많으면 힘드니까…….”
“그럼 어머니는 제가 게임을 계속해도 응원해 주실 겁니까?”
그러면서 이신은 재빨리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그렇다마다. 네가 정 원하면…….”
[거짓.]이신의 표정이 얼음장처럼 싸늘해졌다.
“됐습니다.”
이신은 잘라 말했다.
“굳이 아버지 어머니 한두 분쯤 절 무시한데도 상관 안 합니다. 이미 전 세계 팬이 저를 인정해 주니까요.”
아버지가 얼굴을 붉혔다.
어머니는 둘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조만간 독립하겠습니다. 제가 게임하는 모습, 이제 안 보셔도 됩니다.”
식사를 마친 이신은 식판을 설거지통에 넣고 방에 들어갔다.
쾅!
방문이 거칠게 닫혔다.
부모님께 무례했다는 걸 알지만, 자신이 사랑하고 모든 걸 바친 일을 무시당하자 참기가 힘들었다.
‘나도 아직 멀었구나.’
게임을 비웃는 기성세대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는데, 아직도 극복 못했다.
아직 부모님께 칭찬받고 싶어 하는 어린 자식일 뿐이었다.
그래도 그를 다시금 기분 좋게 만드는 단 하나의 위안.
다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제 어떻게 할까?’
e스포츠 쪽 기자들에게 복귀를 선언하고 받아줄 팀을 물색해 볼까?
‘아니야.’
이신은 고개를 저었다.
선수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지고서 연락을 뚝 끊은 프로팀들.
입대 전까지 소속되어 있었던 친정팀에서조차 지난 반년 동안 찾아오지 않았다.
‘괘씸한 놈들.’
누구 하나 찾아와서 걱정해 주며 코치라도 하지 않겠냐고 제안해 주지 않았다.
지금의 한국 e스포츠 시장이 이신 덕분에 성장한 점을 감안하면 보통 배은망덕한 게 아니었다.
본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나이 어린 선수들에게 열정페이만 강요하며 운영되던 한국 e스포츠였다.
그러다가 이신이 월드 SC 그랑프리에서 국내 최초로 금메달을 따자 비로소 대중의 관심이 시작되었다.
덕분에 시장이 커지고 선진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어 오늘날에 이르렀다.
지금 e스포츠에 몸 담아 먹고 사는 모든 관계자는 이신에게 고마워해야 했다.
‘그럼에도 아직도 날 무시하는 두 분이 대단한 거지.’
부모님의 보수적인 사고방식도, 잘난 가문의 전통도 진절머리가 날 정도였다.
이신은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되었다.
‘1개월만 더 기다려 보자.’
그 안에 자신을 찾아와주는 프로팀이 있다면 그곳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
그리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때마침 프로리그 전반기 시즌이 거의 끝나고 이적 시즌이 다가오는 때였다.
결심한 지 보름이 지났을 무렵, 한 팀에서 이신을 찾아왔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십니까, 어머님. 저는 MBS팀의 감독인 방진호입니다. 혹시 이신 선수는…….”
“방 안에 있어요.”
바깥에서 웬 장년 사내와 어머니가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방진호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