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22
121화 드라마(5)(수정)
한바탕 펼쳐진 공중전은 이신이 먼저 물러났다.
누구의 손해랄 것도 없었는데, 종이 비행기라 불리는 스텔스 전투기로 그만큼 싸운 이신이 경이로운 것이었다.
그 뒤에 이신은 계속 생산했던 보병과 의무병을 대거 이끌고 다시금 공격에 나섰다.
보병의 화력이 뒷받침해주고, 공중에서 스텔스 전투기가 활약하면서 조금씩 전진하는 형태였다.
한편, 황병철은 6시에 확장 기지를 가져간 상태.
이신도 이제야 간신히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짓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유리한 상황이었다.
처음 시작한 빌드 오더에서 유리하게 시작했기에 나온 상황이었다.
보통은 빌드가 갈렸어도, 컨트롤과 견제로 극복해내는 게 이신의 일반적인 패턴.
그러나 상대는 황병철이었다.
컨트롤과 순간 판단으로 이신에게 대적할 수 있는 세상에 몇 안 되는 상대였다.
-황병철 선수는 이미 6시까지 가져간 상황. 저 6시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총 3군데서 광물자원을 얻게 됩니다. 그땐 괴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죠!
-이신 선수는 이번 공격에서 황병철 선수에게 타격을 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보병과 의무병, 그리고 건설로봇까지 3기 끌고 나온 이신.
공중의 스텔스 전투기 편대와 함께 진군했다.
황병철의 쐐기충 무리가 하늘군주들과 함께 나타나 견제를 했지만, 그때마다 이신은 전투기 곡예로 쐐기충을 1마리씩 격추시켰다.
하지만 황병철의 의도는 단순한 시간 벌기.
쐐기충이 치고 빠지면서 시간을 버는 동안, 황병철의 앞마당은 촉수탑 3개가 완성됐다.
-마침내 이신 선수의 병력이 앞마당에 당도했습니다. 하지만 들어갈 수가 없죠.
-예, 그렇습니다. 쐐기충들도 있고 촉수탑 3개까지 있으니 저 정도 병력 규모로는 들이받아도 역으로 싸 먹힐 뿐입니다. 지금은 그보다 6시를 밀어야죠!
이신은 황병철의 앞마당에 진을 치고 교전을 벌였다.
스텔스 전투기가 침투해서 하늘군주 1마리를 잡았다.
이에 질세라 황병철도 쐐기충·폭탄충 무리로 덮치자, 터닝 샷으로 폭탄충 2마리를 사살하고 보병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굉장히 빠른 템포로 교전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어? 지금 저 빨리 이동하는 이신 선수의 유닛이 뭐죠?
캐스터의 질문에 화면이 그 유닛을 비췄다.
고속전차 2기였다.
“와아아아!”
“이신! 이신! 이신!”
이신의 팬들이 환호했다.
이신의 견제 플레이의 정수가 담긴 유닛, 고속전차였다.
고속전차 2기가 6시로 질주하고 있었다.
앞마당에서 무력시위를 벌여 황병철의 시선을 잡아끌면서, 6시를 테러 하겠다는 뜻이었다.
고속전차 2기가 6시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일하던 일벌레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1마리, 2마리! 계속 잡습니다!
황병철은 급히 일벌레들을 대피시켰다.
-황병철 선수도 잘 반응했습니다. 하지만 어디로 대피시킬 겁니까? 앞마당은 지금 이신 선수가 진을 치고 있어요!
고속전차 2기는 집요하게 일벌레들을 쫓아가 1마리씩 계속 사살했다.
6시의 부화실에서 급히 바퀴 6마리가 생산됐다.
바퀴들이 고속전차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고속전차는 매우 빠른 스피드로 치고 빠지며, 일벌레만 집요하게 노렸다.
-아아! 물고 늘어집니다! 저게 이신의 견제에요!
-미꾸라지처럼 바퀴들을 피해 다니며 일벌레만 쏙쏙 뽑아 먹습니다!
“꺄아아아악!”
“오빠―!!”
이신교의 광신도들이 비명을 질렀다.
결국 6시의 일벌레를 전부 잡아버린 이신!
고속전차 2기는 쉬지 않고 움직여 앞마당의 병력과 합류했다.
그리고…….
***
‘승부다.’
이대로 정면으로 싸우면 계산상 진다.
하지만 이신의 육감은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촉수탑 3개와 쐐기충들이 버티고 있는 황병철의 앞마당으로, 그대로 총공격을 감행했다.
-이신 선수 가나요?! 들어가나요?!
-맙소사! 저건 싸울 게 아니죠! 저길 들어가면……!!
해설진마저 덩달아 흥분해서 소리쳤다.
이신의 전 병력이 일제히 돌입했다.
보병들이 총탄을 퍼붓고 의무병은 열심히 치료한다.
쐐기충과 촉수탑의 공격에 하나둘 죽는다.
스텔스 전투기는 그 와중에도 매섭게 무빙을 하며 쐐기충의 숫자를 줄여나갔다.
그리고 6시에서 혁혁한 전과를 거두고 합류한 고속전차 2기도 움직였다.
그 싸움을 틈타 전광석화처럼 움직여, 출입구를 통과해 황병철의 본진 안까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황병철은 거기까지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이신은 마치 목적을 완수했다는 듯이, 전 병력을 후퇴시켰다.
-그냥 물러섭니다! 역시 안 되는 싸움이었죠!
-황병철 선수가 이득을 거둔 싸움이 아니었을까…… 오오!
해설위원 정승태가 기겁을 했다.
관객들도 소름 끼치는 충격을 느꼈다.
본진에 파고든 고속전차 2기가 일벌레를 사냥하고 있었다.
-저거였습니다! 저걸 안에 집어넣으려고 잠깐 총공격을 했다가 다시 뺀 거였어요!
-어떻게 저런 판단이 가능한 건가요?! 저건 미리 준비해온 전략도 아닐 것 아닙니까!
쐐기충 무리가 고속전차를 진압하기 위해 움직이자, 스텔스 전투기 편대도 함께 움직여 견제했다.
속도 업그레이드가 된 고속전차는 워낙 빨라 날아다니는 쐐기충들도 쫓아다니기 힘들었다.
오히려,
-끼에엑!
-끼에엑!
고속전차가 미끼가 되어 이리저리 유인하는 틈에, 전투기들이 쐐기충들을 사냥하는 패턴이 나왔다.
-일꾼을 너무 많이 잃었어요! 이신 선수는 스텔스 전투기를 계속 충원시키는데, 쐐기충은 쉽게 충원이 안 되고 있어요!
-6시, 본진 견제가 너무 컸습니다! 잡힌 일벌레가 대체 몇 마리입니까!
싸움 한 번 잘못해서 이신이 스텔스 전투기를 대량 잃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내구력이 너무 낮아 전투에는 잘 쓰이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였다.
그런데 이신은 실수 한 번 하지 않았다.
황병철의 쐐기충 무리에게 화끈하게 싸울 수 있는 기회 한 번 안 주고, 정교한 무빙을 했다.
고속전차가 계속 생산되어서 끊임없이 6시를 괴롭혔다.
촉수탑을 건설해 방어했지만, 고속전차들은 촉수탑이 쏘는 촉수에 맞아가며 일벌레를 대량으로 사살했다.
이신의 병력이 점점 많아졌다.
그래도 황병철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마우스에서 손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정말, 황병철 선수 끝까지 싸웁니다!
-황병철 선수도 정말 대단합니다! 그때 6시 견제만 안 먹혔어도 황병철 선수가 이기는 거였어요! 누가 이신을 상대로 시종일관 유리한 싸움을 펼칠 수 있습니까!
-황병철 선수가 칼을 뽑아듭니다.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황병철은 바퀴들과 쐐기충들을 끌어 모아 앞마당에 집결시켰다.
그리고 바퀴 1마리를 이신에게 던졌다.
-키엑!
보병들의 총탄세례에 죽는 바퀴 1마리.
바퀴 또 1마리가 앞으로 나가 사살 당했다.
계속 바퀴를 1마리씩 던지는 황병철.
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저게 지금 무슨 플레이죠? 계속 바퀴를 1마리씩 상대에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신 선수에게 뭔가를 말하려는 건가요? 아무튼 채팅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도 황병철 선수의 뜻을 모릅니다.
다만, 한 사람.
‘알았다.’
이신은 황병철의 메시지를 알아들었다.
다 끝났다.
이제 그만 들어와라.
황병철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신은 그의 마음을 곧바로 알아들은 것이었다.
황병철도 이 메시지를 이신이 알아들을 거라고 확신했다.
너무나 치열하게 서로에게 몰입했기에, 누구보다도 마음이 잘 통하게 된 두 사람이었다.
이신이 총공격을 감행했다.
황병철이 맞서 싸웠다.
-어어! 붙습니다! 마지막 싸움입니다!
-두 사람이 뜻이 통했나요? 이신 선수가 행동에 나섰습니다.
피가 흘러 넘쳤다.
촉수탑이 차례로 무너지고, 쐐기충들이 사살됐다.
스텔스 전투기들도 쐐기에 얻어맞아 격추되었다.
보병들이 의무병의 치료를 받으며 총탄을 쓰며 돌입.
각성제를 흡입하며 계속 돌입해 앞마당의 부화실을 날려버렸다.
일벌레들까지 모조리 초개처럼 몸을 던져 싸웠다.
추가 생산된 보병들이 합류하여 계속 밀어붙였다.
쐐기충들도 전부 죽었다.
앞마당의 모든 건물이 날아갔다.
보병들과 의무병들이 본진으로 침입했다.
그때, 뜬금없이 이신의 앞마당에서도 교전이 벌어졌다.
따로 빼놓은 바퀴 10마리가 이신의 앞마당을 덮친 것이었다.
전 병력이 떠나 있는 틈을 탄 빈집털이였다.
-섬멸전을 노리나요?!
-하지만 저건 막히는 거죠! 반면에 황병철 선수는 본진까지 다 날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6시가 남아 있긴 합니다만
바퀴 10마리가 투혼을 발휘했다.
감각적으로 움직이며 건설로봇들을 사냥했다.
건설로봇들이 대피하고, 통제사령부 건물이 띄워졌다.
황병철은 계속해서 본진 안으로 침투했다.
하지만 기껏해야 바퀴 10마리였다.
추가 생산된 보병들이 건설로봇들과 합세하여 바퀴들을 진압해나갔다.
거의 가망 없는 황병철의 마지막 희망은 그걸로 끝났다.
-자, 이제 승부가 끝나갑니다. 이제 GG를 선언할 때인데…….
-아…… 황병철 선수…….
화면에 비친 황병철은 울고 있었다.
부들부들 떨며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참는데도, 넘쳐흘러 떨어지는 눈물을 감출 길이 없었다.
패배의 분함이 너무 쓰라렸던 것이다.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키보드를 타이핑했다.
-predator: gg
-Kaiser: gg
-GG!
-긴 싸움이 마침내 끝이 났습니다! 이신 선수의 승리입니다! 하지만 황병철 선수, 정말 잘 싸웠습니다!
힘겨운 표정으로 부스에서 나온 이신은 성큼성큼 황병철의 부스로 다가갔다.
황병철이 눈물을 추스르고 있을 때, 이신은 부스를 열고 안에 들어왔다.
황병철은 또 뭐냐는 듯이 꼬나보았다.
이신은 오른손을 내밀었다.
악수.
황병철은 그 오른손을 빤히 쳐다보았다.
저 오른쪽 손목은 이신뿐만이 아니라 황병철의 한까지 담겨 있었다.
이제 저 손을 맞잡으면 그 모든 게 씻겨 나간다.
황병철은 오른손을 들었다.
그리고 주먹을 쥔 채, 이신을 향해 중지를 치켜세워보였다.
이신은 웃음을 터뜨렸다.
두 선수의 훈훈한 마무리를 보려고 따라붙었던 카메라는, 그만 황병철의 늠름한 가운데 손가락을 대형화면으로 비추고 말았다.
경기장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하지만 한국 e스포츠 협회의 판정단은 같이 웃을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생중계되는 인터넷에서는 실시간으로 이신의 안티 팬들이 욕을 쏟아내고 있었다.
3세트의 GG도 시끄러운데 황병철까지 또 논란거리를 추가시킨 것이었다.
이신이 3세트에서 GG를 선언한 것은 규정상으로는 처벌할 여지가 없었다. 선수가 GG를 선언했는데 어딜 문제 삼아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저 생중계된 황병철의 ‘엿’은 명백한 물증이 남았다.
그렇다고 황병철만 처벌하란 말인가?
GG로 먼저 도발한 쪽은 이신인데?
그랬다가는 네티즌들이 더욱 폭발할 터였다.
그렇게 애를 먹은 판정단은 이신과 황병철 두 사람을 불러놓고 대화를 나눴다.
다행히 그 논란은 아주 쉽게 종식되었다.
“제가 도발하기 위해 고의로 GG를 선언한 게 맞습니다.”
이신이 선뜻 인정해버린 것.
“그게 황병철 선수에게 모욕감을 준 행위였다고 인정하시는 겁니까?”
“예. 제가 시인했다고 발표하고 징계를 내려주시면 됩니다.”
“휴, 감사합니다.”
판정단은 도리어 이신이 잘못을 시인해주자 고마워했다.
그저 ‘불리해서 GG를 쳤을 뿐이다’라고 말했다면 이신에게 잘못을 묻기란 불가능했을 터였다.
“그리고 황병철 선수는…….”
“인정합니다. 엿 먹으라고 욕했고, 대기실 찾아가서 쥐어 패려고도 했습니다.”
황병철도 선뜻 인정해버린다.
판정단은 서로 상의하더니, 결정을 내려버렸다.
-아무래도 논란이 많았던 경기이니만큼 판정단이 따로 경기 결과를 발표하는군요.
판정단의 멤버 한 명이 마이크를 잡고 발표했다.
-오늘 경기의 승자는 이신 선수입니다.
“와아아아!”
이신의 팬들이 환호를 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이신 선수는 3세트에서 고의 GG 선언으로 황병철 선수에게 모욕감을 주고 경기 진행에도 지장을 주었음을 시인했습니다. 그리고 황병철 선수 또한 이신 선수에게 욕설 행위로 한 점을 인정했습니다.
웅성거림 속에서 발표는 계속되었다.
-이에 저희 판정단은 두 선수에게 벌금 100만 원을 부과하나, 잘못을 인정한 점을 감안하여 악수와 화해를 한다면 벌금을 면제토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황병철과 이신은 무대 위에서 서로를 마주보게 되었다.
서로 눈을 쳐다본다.
황병철은 못 견디겠다는 듯, 마이크를 뺏다시피 하며 말했다.
-그냥 벌금 내겠습니다.
-저도.
이신도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