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33
132화 유혈(4)
지뢰가 신도 8명을 잡아버린 대박을 터뜨렸을 때, 최영준은 아찔함을 느꼈다.
패배라는 단어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이대로는 안 돼!’
준결승전.
이렇게 쉽게 승리를 헌납할 수는 없었다.
아직 자신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아, 지뢰 대박! 너무 치명적인 견제가 들어갔습니다!
-조금만 더 바짝 조이면 이신 선수의 본진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데요!
신도들이 타격을 받자 자원 공급에도 차질이 생겼다.
전장으로 투입되는 추가 병력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결국, 최영준은 병력을 후퇴시켰다.
-후퇴! 최영준 선수가 물러납니다!
-일단 병력을 어느 정도 살려놓고서 뒤를 도모하겠다는 뜻이죠!
최영준은 병력을 후퇴시킨 후, 2번째 확장 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송기에 대사제 2명과 광신도 2명을 태웠다.
수송기는 이신의 6시 확장 기지로 향했다.
이신도 현재 앞마당 확장 기지를 들어 올린 상태.
6시 확장 기지도 타격을 받으면 자원 면에서 비슷해진다는 최영준의 계산이었다.
‘기필코 타격을 줘야 해!’
그러면 이신이 피해를 복구하는 사이, 최영준도 2번째 확장 기지를 완성함으로서 비슷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수송기가 6시 지역에 이르렀다.
기동포탑 5기와 고속전차 2기로 지켜지고 있는 6시 확장 기지.
수송기가 광신도 1기를 드롭했다.
퍼퍼펑―!
기동포탑들의 포격을 받고 광신도가 즉사했다.
하지만 광신도는 방패막이였다.
그 포격의 딜레이를 틈타 대사제 2명이 내렸다.
그리고 자원을 채집하는 건설로봇을 향해 전격 마법을 퍼부었다.
파지지지직!
제 1격.
전격이 뿌려지는 순간, 건설로봇들이 일제히 뭉쳐 아래로 회피했다.
-1타 피했습니다!
-우와, 반사 신경이 정말 대단합니다! 거의 전격이 뿌려지자마자 움직였어요!
최영준은 다시 광신도를 드롭해 기동포탑과 고속전차의 방패막이로 썼다. 그리고 다시,
파치치칙―!!
제 2격!
건설로봇들은 위로 이동했다.
위아래로 뿌려진 전격의 틈바구니로 뭉쳐진 채 약삭빠르게 생존한 건설로봇들.
퍼퍼펑! 퍼펑!
-크헉!
-크헉!
고속전차 2기가 대사제들을 공격해 사살했다.
결국 텅 빈 수송기만이 쓸쓸하게 떠날 뿐이었다.
“우와아아아아!!”
“이신! 이신! 이신!”
이신의 이름이 연호되고 있었다.
최영준의 견제 플레이마저도 일절 먹혀들지 않는 초인적인 디펜스!
대형화면에 잡힌 최영준은 기가 찬다는 표정이 되어 있었다.
-아아, 저걸 다 피했습니다!
-정말 사람 같지가 않습니다! 바로 저렇기 때문에 신이라 불렸던 겁니다!
이신은 자비가 없었다.
고속전차들이 빠르게 맵에 지뢰를 박고 다니며 곳곳을 정찰 다녔다.
최영준의 확장 기지가 있는지 체크하는 플레이였다.
결국 3시에서 몰래 건설한 확장 기지가 이신에게 들통 났다.
공성포(攻城砲) 2문이 방어용으로 설치되어 있었지만, 고속전차들은 개의치 않고 뛰어들어 신도들을 학살했다.
-또 견제가 들어갑니다! 최영준 선수로서는 정말 지긋지긋할 겁니다!!
-공성포가 방어를 하고 있지만, 저 고속전차는 이미 지뢰를 다 썼기 때문에 상대 일꾼과 바꿔도 상관없거든요!
신도들이 즉시 반대편 출입구로 대피했다.
하지만 새로 나타난 고속전차 2기가 반대편 출입구에 나타나 신도들을 계속 사냥했다.
대피하는 일꾼을 기다렸다가 사살하는 견제 플레이!
“와 씨발……!”
“저게 사람 플레이냐.”
“또 시작이다.”
관객들이 신음과 탄성을 질렀다.
해도 너무했다.
집요해도 너무 집요했다!
최영준과 최영준을 응원하는 팬들을 무참히 좌절시키는 결정타였다.
‘이렇게…….’
최영준은 다 끝났음을 직감했다.
지금 채팅창에 GG를 쳐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슴에 사무치는 아쉬움에, 최영준은 남아 있는 모든 병력을 총동원해 마지막 공격에 나섰다.
-최영준 선수가 참지 못하고 나갑니다!
-저건 발끈 러시죠! 피해가 너무 커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칼을 뽑았습니다! 일단 뽑은 이상 6시 확장 기지라도 밀어야 합니다!
이신도 진군했다.
기동포탑들과 고속전차들이 득시글거리며 북상했다.
미리 깔아놓은 지뢰 라인 바로 아래쪽에 자리 잡은 이신.
기동포탑들이 일제히 포격모드가 되었고, 고속전차들은 그 곁을 호위하며 방어선을 구축했다.
드넓게 양익(兩翼)을 펼친 진형.
완벽한 포진이었다.
아무리 자포자기의 공격이라고는 하나, 저 진형의 한복판으로 무모하게 뛰어들 최영준이 아니었다.
최영준은 전 병력을 시계방향으로 돌려, 이신의 우측으로 향했다.
우익(右翼)을 먼저 쳐서 꺾겠다는 의도였다.
이는 마이클 조셉과의 이벤트 매치 2세트에서 이신이 신족으로 펼친 바 있었던 사선진과 동일한 원리였다.
하지만 그 용병술을 착안한 이신이 그것에 고스란히 당할 리 만무했다.
우익을 접고 좌익을 시계방향으로 이동시키며, 전 진형의 방향을 최영준을 향해 돌렸다.
말은 쉽지, 기동포탑들의 포격모드를 전환했다가 풀었다가를 하며 일일이 조작하는 일은 손이 매우 많이 가는 컨트롤이었다.
그런데도 물 흐르듯이 전형이 변하는 이신의 전투 대형은 예술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면서도 고속전차가 지뢰를 매설하며 최영준의 병력이 움직이는 동선을 제한시켰다.
지뢰가 사방에 매설되며 최영준의 숨통을 죄었다.
정찰기가 함께 다니며 매설된 지뢰를 찾아 제거하고 다니기는 했지만, 워낙 병력 규모가 크다 보니 지뢰에 폭사당하는 유닛도 발생했다.
다시 반시계방향으로 움직이는 최영준.
이신도 그에 따라 진형을 바꿔나갔다.
좌우로 움직여 이신의 진형을 흔들려는 최영준의 의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갑니다!!
-최후의 싸움입니다!
최영준이 달려들었다.
기동포탑들의 포격을 뚫고 광신도들이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거신병기들이 함께 움직이며 레이저포를 발사하며 무빙을 펼쳤다.
고속전차들이 블로킹을 펼쳐 광신도들이 기동포탑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다.
기동포탑들을 쉴 새 없이 불길을 뿜었다.
그 치열한 격전의 승자는 이신이었다.
-rush_Joon: GG
-Kaiser: GG
-최영준 선수 GG!
-GG!!
-세상에, 좀처럼 볼 수 없는 저 최영준 선수의 GG 선언을 오늘 대체 몇 번이나 보는 겁니까!
-3대 0! 정말 말도 안 되는 스코어입니다. 그리고 진짜 말도 안 되는 경기력이었습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도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이, 추억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정말, 신이 돌아왔습니다!
이신이 지친 얼굴로 부스에서 나왔다.
어느새 부스 밖에서는 방진호 감독이 나와 있었다.
본래는 격하게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누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두 사람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겼냐?”
“보다시피.”
“말이 짧다?”
“말 길게 할 힘도 없습니다.”
“새끼가…….”
방진호 감독은 이신의 뒤통수를 툭 치며 말을 이었다.
“결승 진출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우승은 좀 작작해라. 후배들 앞길 막지 말고.”
“제가 블로킹을 좀 잘합니다.”
방진호 감독은 킬킬거리며 이신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신의 얼굴에도 미소가 어렸다.
오랜 앙숙.
그런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은 모든 팬들에게 생소한 그림이었다.
잘생기기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이신과 나름 미중년으로 유명한 방진호 감독의 모습은 그날의 승리를 장식하는 사진이 되어 인터넷 뉴스에 실렸다.
쓸쓸히 퇴장하는 최영준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어쩔 수 없는 승자와 패자의 잔인한 교차로였다.
그날은 이신이 이겼을 경우를 대비하여 경기의 마지막 행사가 있었다.
바로 승자 인터뷰 겸 팬 미팅.
승리 소감도 말하고, 팬들과 문답도 하고 사인도 해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경기 직후라 지친 이신이었지만 쾌히 승낙했다.
이신교 팬들에게 워낙 받은 사랑이 많은 터라 그 정도 보답을 해야 했다.
팬들과의 문답 시간.
여고생으로 보이는 여성 팬이 수줍은 얼굴로 마이크를 받아들었다.
-혹시 은퇴를 언제 하겠다고 따로 계획을 해두신 건지…… 저희는 오빠가 오래오래 선수생활 하셨으면 좋겠어요.
수많은 이신교의 신도들이 궁금했던 점이었다.
아무래도 이신이 벌써 제자를 셋이나 둔 까닭에 은퇴 후 지도자로 전환하려 하나 싶었던 것이다.
이신이 답했다.
-슬슬 은퇴를 염두에 둘 나이이긴 하지만, 아직 계획은 없습니다. 할 수 있는 한 오랫동안 선수로 뛸 겁니다.
이번에는 20대 초반의 여대생으로 보이는 팬이 질문했다.
-영화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실 생각은 없나요?
-제안은 많이 들어오는데 귀찮습니다.
-오빠, 개인 방송 잘 보고 있는데요, 가면 좀 벗어주시면 안 되나요? 개인 방송으로 오빠 얼굴 보고 싶어요.
“맞아 맞아!”
“목소리도 제대로 듣고 싶어요.”
“음성변조 좀 그만해주세요.”
“Player_SIN 오빠인 거 다 알아요!”
“주디랑 차이랑 존이랑 다 같이 합동 방송을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갑자기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Player_SIN의 개인 방송을 꼭꼭 챙겨보는 이신교의 광신도들!
개인 방송의 매력은 경기장 외에서의 이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꾸며지지 않은 소탈한 평상시의 이신을 보고 채팅으로 소통도 하고 싶은 팬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가면을 쓰고 음성변조기를 사용하고 있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신이 말했다.
-전 개인 방송을 하지 않습니다.
“아아!”
“이미 다 들통 났어요!”
“이제 그만 가면 좀 벗어주세요!”
아우성치는 팬들.
하지만 이신의 낯짝은 상당히 두꺼웠다.
그런데 20대 후반쯤 된 한 여성 팬이 마이크를 잡고 재미있는 질문을 했다.
-제자 세 명 중에서 누가 가장 좋으세요?
이신은 흠칫했다.
“역시 주디겠지?”
“주디가 첫째니까.”
“실력도 좋고 귀엽고.”
“여자애고.”
이신교의 광신도들이 웅성거렸다.
이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 그런 걸 궁금해 하는 거지?’
아무튼 이신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차이.
“히이익!”
“차이?”
“그 태국 애?”
“서, 설마!”
“아냐,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뜻이 아니겠지!”
이신의 말이 이어졌다.
-집안일을 잘합니다.
“지, 집안 살림!”
“집안일 잘 하는 여자가 취향인가 봐!”
“근데 차이는 여자가 아니……!”
“꺄악!”
웅성거림이 더 커져갔다.
왜 그런 반응이 나오는지 이신은 끝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응원에 언제나 감사드리고, 우승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보답은 좋은 경기력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 감사합니다.”
그렇게 팬 미팅도 끝이 나고 이신은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인터넷은 이신의 결승 진출로 도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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