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39
138화 실험(2)
제 2 전장 블루레인.
그레모리, 이신, 칼리파는 물론 수많은 악마들이 모여들었다.
“여기가 전장이군!”
“서열전을 이런 곳에서 치렀구나.”
상급 악마가 아니라서 전장에 와본 적이 없는 악마들은 신기한 표정으로 전장을 둘러보았다.
[서열전이 시작됩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계약자 이신님과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권속 상급 악마 칼리파님께서 참전합니다.]그렇게 두 사람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시작 시 주어진 노예 4명에게 일을 시켰다.
이어서 소환되는 노예도 모두 마력석 채집을 시키며 평범하게 시작한 이신.
하지만 8번째 노예가 소환되었을 때, 이신은 다른 명령을 내렸다.
“밖으로 나가라.”
명령을 받은 노예는 본진에서 빠져나와 전장의 중앙 가까이에 이르렀다.
‘거기에 병영을 지어라.’
전진 병영.
바로 치즈러시를 위한 8병영 빌드였다.
이어서 9번째 노예도 중앙으로 보냈다. 그 노예 또한 병영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병영 2개를 전장 중심부에 나란히 짓는 결정.
이는 치즈 러시 한 방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뜻이었다.
지어진 두 개의 병영에서 궁병들이 소환되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에 이신은 노예 한 명으로 하여금 정찰을 시켰다.
어차피 제 2 전장 블루레인의 시작 지점은 1시와 7시 두 군데뿐.
이신이 7시 지역이니 칼리파의 엘프 진영은 1시였다.
다만 칼리파가 어떤 전략으로 나올지를 미리 파악해둘 필요가 있었다.
정찰에 동원된 노예는 콜럼버스가 아니었다.
콜럼버스는 빙의를 펼쳐야 하므로 정찰 보냈다가 죽으면 곤란했다.
콜럼버스도 이미 지난밤의 모의전으로 수차례 경험해보았기 때문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정찰 보낸 노예가 칼리파의 1시 진영에 도착했다.
칼리파는 앞마당에 ‘생명의 나무’를 짓고 있었다.
‘확장 기지를 빨리 가져가는군. 그럼 아직 병력은 없다.’
일찍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펼쳐놓고 일찌감치 풍부한 마력을 모으겠다는 의도.
어찌 보면 경험이 많은 칼리파가 충분히 취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상대는 나약한 휴먼이었다.
출입구를 봉쇄해놓고 방어에 치중하는 것이 휴먼의 당연한 초반 전략 형태였다.
조악한 활을 가진 궁병과 나약한 노예들을 동원해서 공격에 나설 거라고 누가 짐작하겠는가?
‘계산이 나왔다.’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궁병 3명이 소환되었을 때, 이신은 공격에 나섰다.
궁병 3명.
그리고 노예 6명.
사실상 뒤가 없는 승부수였다.
이신의 병력이 칼리파의 앞마당에 들이닥쳤다.
노예 1명이 앞마당에 건설 중인 생명의 나무 옆에 참호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
‘저게 뭐지?!’
칼리파는 기겁을 했다.
모의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벌써 저런 대규모 병력이 몰려올 수가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그 휴먼이 아닌가!
‘음?’
칼리파는 이신이 이끌고 온 병력 구성을 보고 이상하다 여겼다.
궁병 3명, 노예 6명.
“하핫! 이제 보니 꼼수였구나.”
칼리파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냥 요행히 승리를 바라는 이신의 저 행태라니.
확실히 참호가 완성되고 그 안에 궁병들이 들어가면 위험할 테지만, 그걸 가만히 지켜볼 칼리파가 아니었다.
“어린 엘프 10명! 나가 싸워라!”
칼리파가 명령을 내렸다.
마력을 채집하던 어린 엘프 10명이 일제히 앞마당으로 뒤쳐나가 싸우기 시작했다.
곧 있으면 엘프 슈터가 소환된다.
압도적인 장궁의 위력을 자랑하는 엘프 슈터가 나타나면 저깟 병력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어린 엘프들은 그때까지 시간을 버는 역할이었다.
양측의 병력이 뒤엉켜 싸웠다.
어린 엘프들은 칼리파의 조종에 따라 참호를 건설하는 노예부터 공격했다.
“크윽!”
공격을 받은 노예는 건설을 중단하고 뒤로 물러났다.
대신 다른 노예가 참호 건설을 재개했다.
궁병 3명은 어린 엘프를 한 명씩 집중사격 했다.
‘제법이구나.’
칼리파 또한 공격 받은 어린 엘프를 뒤로 뺐다.
궁병 3명이 달아나는 어린 엘프를 뒤쫓았다. 화살 한 두 대만 더 쏘면 숨통을 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다른 어린 엘프들이 일제히 궁병들을 덮쳤다.
“뒤로!”
문득 한 노예가 소리쳤다.
궁병들은 마무리를 포기하고 물러났다.
“궁병들을 보호해라.”
노예가 다시금 소리치자 다른 노예들이 궁병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렇게 싸움이 계속 되면서,
“아악!”
“으흑!”
죽는 어린 엘프들이 속출했다.
싸움이 그쯤 되자 칼리파는 이상함을 느꼈다.
‘어째서 저놈들은 안 죽지?’
궁병이나 노예나 한 명도 죽지 않았다. 이쪽만 어린 엘프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나름대로 정교하게 싸움을 지휘했던 칼리파였다.
이쪽이 못 싸운 건 아니었는데, 상대측은 한 명의 사상자도 없다.
이건 뭔가 이상했다.
칼리파는 유심히 상대측을 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원흉을 깨달았다.
한 노예가 손을 뻗을 때마다 크게 부상당한 궁병의 상처가 치유되었다.
‘그러고 보니 그 애송이 인간 놈이 얼마 전에 능력도 각성했다고 했지?’
답이 나왔다.
저 노예는 바로 빙의 능력을 습득한 이신의 사도.
즉 노예에 빙의된 이신이었다.
“저 노예 놈을 죽여야 한다!”
상황이 자신의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은 칼리파는 즉각 조치했다.
앞마당에 짓고 있던 생명의 나무 건설을 취소해버렸다.
어차피 앞마당은 못 지킨다.
취소를 해버려서 건설에 들어간 마력의 절반이라도 돌려받는 편이 나았다.
어린 엘프들은 출입구에 집결시켜서 적이 본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공격해라!”
“뚫어!”
추가 소환된 궁병 2명이 도착해 싸움에 합류했다.
궁병 5명은 집중사격으로 출입구를 지키는 어린 엘프들을 하나씩 처치했다.
쉬쉬쉭― 콰콱!!
“아악!”
약한 궁병도 5명이나 모이니 어린 엘프쯤은 원 샷 원 킬이었다.
어린 엘프들은 출입구를 포기하고 뒤로 도망쳤다. 그대로 싸워봐야 막지는 못하고 죽기만 할 뿐이었다.
이신의 병력이 본진에 들이닥쳤다.
때마침, 엘프 슈터가 소환되었다.
“반격!”
엘프 슈터 1명과 어린 엘프들이 모여서 반격에 나섰다.
궁병 5명과 노예 6명으로 구성된 이신의 병력이 덮쳤다.
칼리파는 아예 모든 어린 엘프를 총동원했다.
“궁병을 우선적으로 노려라!”
칼리파의 명령.
“엘프 슈터의 사거리 밖에서 어린 엘프들부터 노려라.”
이신의 명령.
두 사람의 명령이 엇갈렸다.
희비도 교차했다.
엘프 슈터가 궁병들을 노렸지만, 궁병들은 이신의 명령대로 엘프 슈터에게 유효 사거리를 주지 않았다.
계속 엘프 슈터의 공격을 피해 물러서며 가까이에 있는 어린 엘프들부터 노렸다.
콰아악!
“아학!”
쉬쉬쉭― 콰지직!
“크흑!”
어린 엘프들이 줄줄이 죽었다.
‘아차!’
칼리파는 충격을 받았다.
그제야 자신의 지휘 미스를 깨달았다.
그 긴박한 찰나의 시간에 칼리파는 실수를 했고, 이신은 아주 적합한 명령을 내렸다.
엘프 슈터는 궁병보다 사거리가 조금 더 길고 위력도 강했다. 뿐만 아니라 몸놀림도 날렵해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는 데도 명수였다.
그래서 이신은 처음부터 엘프 슈터를 노리지 않았다.
대신 그 주위를 둘러싼 어린 엘프부터 없애나갔다. 잔가지를 치듯이 말이다.
궁병이 다칠 때마다 치유까지 병행했으니, 궁병 중에는 사상자가 한 명도 없었다.
어린 엘프의 태반을 잃은 칼리파는 이신에게 형편없이 밀렸다.
부채꼴처럼 펼쳐진 이신의 병력이 엘프 슈터를 둘러쌌다.
“크윽!”
도망칠 곳이 없어진 엘프 슈터가 옆구리에 화살에 맞고 주저앉았다.
콰악!
“컥!”
또 다른 화살이 목에 맞자 즉사해버린 엘프 슈터.
이어서 소환된 또 다른 엘프 슈터가 즉각 화살을 쏴서 궁병 1명을 사살했다.
하지만 다른 궁병 4명이 집중적으로 사격하여 엘프 슈터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
칼리파는 부들부들 떨었다.
이렇게 허망하게?
말도 안 된다.
자신은 아직 제대로 실력을 펼쳐보지도 못했다.
깜짝 기습에 당했을 뿐이었다.
그것만 가지고 실력 차이를 인정할 수는 없었다.
칼리파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건물이 부서졌을 때에야 승부가 종료되었다.
[상급 악마 칼리파님의 진영이 전멸했습니다. 계약자 이신님의 승리입니다.] [모의전이므로 마력과 서열의 변동은 없습니다.]“칼리파.”
그레모리가 나직이 불렀다.
엄격하지는 않지만, 섭섭함이 담겨 있는 질책의 목소리였다.
칼리파는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추태를 부려 죄송합니다, 그레모리님.”
“패배를 인정하니?”
“분명히 제가 졌습니다.”
칼리파는 분기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제 실력이 그보다 아래라는 것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
“칼리파…….”
“물론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자주 사용할 수 없는 깜짝 계략일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패배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원통합니다!”
칼리파는 타오르는 눈빛으로 그레모리를 바라보았다.
“제발, 저의 주인이시여! 전 그레모리님 앞에서 그간 갈고 닦은 제 실력을 제대로 보이지도 못했습니다!”
“…….”
“이렇게 창피한 모습만 보인 채 끝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제게 너무나 가혹합니다!”
“휴우, 네 마음도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란다.”
그레모리는 곤란한 얼굴로 이신을 바라보았다.
“카이저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당하면 누구나 저런 반응을 보입니다.”
자신의 치즈 러시에 당해 피눈물을 흘린 선수가 어디 한둘이던가.
“칼리파와 다시 한 번 겨룰 생각이 있나요?”
“저는 상관없습니다. 다만…….”
“다만?”
이신은 칼리파를 응시하며 말했다.
“방금 전의 모의전에서 저는 제가 이길 확률이 70%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도 이런 전략을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이 틀림없이 때문입니다.”
“네, 카이저의 싸움을 늘 지켜봤던 저도 처음 보는 전략인걸요.”
“지금 다시 싸운다면 전 아마 100% 이길 겁니다.”
“뭐라고!”
칼리파가 벌떡 일어나 불같이 노했다.
하지만 이신은 도발이 아닌 진심이었다.
“이미 심리전에서 말린 상태로는 제 실력을 발휘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다음을 기약하는 편이 좋을 겁니다.”
“너야말로 준비한 깜짝 전략을 소모해서 이제 밑천이 없는 게 아니냐!”
칼리파가 소리쳤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덤벼라. 난 분명히 이긴다.”
이신이 대꾸했다.
“질까봐 무서운 게로구나!”
“선택은 네 몫이다.”
이신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반지로부터 흘러나오는 기운이 칼리파의 기세로부터 보호했기 때문에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어떻게 하겠니?”
그레모리가 물었다.
씩씩거리며 분노를 터뜨릴 것 같았던 칼리파.
그런데 그런 칼리파가 돌연 휙 하니 이신에게서 등을 돌렸다.
“저 계약자 이신은 허장성세가 아닌 진심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확실히 저는 지금 매우 흥분한 상태라 제 실력을 발휘 못할까 두렵습니다. 부디, 다음에 다시 겨룰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끝까지 노발대발할 것 같았던 칼리파는 뜻밖에도 순순히 인정했다.
모든 악마가 지켜보는 앞이라서 체면상 절대 안 물러날 줄 알았는데 뜻밖이었다.
그레모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원하면 언제든 서로 실력을 겨루도록 하여라. 나의 계약자는 늘 연습 상대를 필요로 하니 말이다.”
그렇게 두 사람의 대결은 이신의 승리로 돌아갔다.
“두고 보자.”
칼리파는 그렇게 한 마디만 남기고는 떠나버렸다.
그렇게 갑자기 펼쳐진 대결은 이신의 승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