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48
147화 창단(1)
-2020년 프로리그의 최종 우승팀은 쌍성전자가 되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바야흐로 한국 e스포츠는 쌍성전자의 판도가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쌍성전자, 정말 대단합니다!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명문 팀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무대에 뛰쳐나온 쌍성전자의 선수들이 감독·코치와 함께 샴페인을 터뜨리고 축제를 벌였다.
바야흐로 쌍성전자의 전성기였다.
쌍성전자는 연승행진으로 끝내 우승을 가리는 포스트시즌을 자신들의 축제로 만들었다.
초대형 신인 최영준과 야심차게 영입한 신지호를 비롯하여 내로라하는 일류급 프로게이머들을 영입한 결과였다.
MVP는 이견의 여지가 없이 최영준이었다.
끝내 개인리그 우승을 달성 못한 한을 풀 듯, 최영준은 포스트시즌 내내 괴력에 가까운 경기력을 발휘했다.
함께 쌍영이라 불리는 라이벌 박영호와는 그야말로 불꽃 튀는 대결을 펼쳐서 수차례 명경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쌍성전자와 화성전자가 서로 라이벌 관계였기에 그들의 에이스 결전은 더욱 의미가 깊었다.
쌍영은 포스트시즌은 자신들의 결전무대로 만들어 피차 개인리그의 한을 풀었고, 박영호의 분전으로 인해 화성전자는 프로리그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그렇게 2020년 시즌은 마무리되었다.
***
시즌 종료 후, 얼마 있지 않아 한국 e스포츠 협회가 1부 리그의 규모를 기존의 8팀에서 10팀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특별히 2부 리그에서 프로리그로 승격될 팀을 2팀으로 늘렸고, 프로리그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팀 넥스트의 강등을 면제해주었다.
이는 기존 8팀도 모두 동의한 사항으로, 리그의 규모가 커진 것은 그만큼 e스포츠에 투자하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뜻이므로 팬들도 환영했다.
한편, 승격된 2팀 가운데 한 팀은 대기업에 의해 인수되었다.
아마추어들이 모여서 결성되었던 그 팀은 기업에 의해 인수되자마자 팀 명칭부터 바뀌었다.
올도어SCC.
그렇게 새롭게 재탄생한 올도어SCC는 이적 시즌이 되자마자 대형 발표를 터뜨렸다.
***
IT미디어그룹 올도어의 기자회견장.
득시글거리는 기자들이 이번 회견의 주인공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체 감독하고 수석코치가 누구야?”
“깜짝 놀랄 만한 인물이라고는 했는데.”
“다 기대하게 해놓고 핫한 인물이 아니기만 해봐라.”
“최환열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오, 최환열? 그럴 듯한데?”
“나도 몇 다리 건너서 들었던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최환열이 요즘 e스포츠 쪽에 자주 얼굴을 내비치긴 했는데.”
촉이 좋은 기자들은 벌써부터 최환열이 이곳에 나타나리라는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확실히 이신 등장 이전, 몰락하던 한국 e스포츠 최후의 버팀목이었던 스타가 바로 최환열이었던 것이다.
거의 최환열이 확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기자들의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아무튼 최환열이 감독이 되면, 올도어SCC에서 이신을 영입하기가 쉬워지겠는데?”
“그렇긴 하지. 최환열이나 지수민 올도어 부사장이나 다들 이신하고 친분이 깊은 몇 안 되는 사람들이니까.”
“에이, 해외 거물 팀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이신만 바라보고 있는데. 걔들이 배팅할 액수를 생각해야지.”
“이신 해외 싫어하잖아. 요즘은 좀 돌아다니긴 했어도.”
“올도어도 해외 명문 팀만큼 배팅 못할 것도 없지. 지수민 부사장이 아주 야심차게 기획한 일인데.”
“확실히 요즘 올도어 그룹 내에서 지수만의 입김이 많이 강해졌지. 요번 연이은 성공으로 회장의 신임도 깊어졌다는 소문이고.”
“부사장이 이신이라면 죽고 못 사니, 이신을 데려오지 않을 리가 없지.”
사실 강력한 스타성과 직설로 무장한 이신만큼이나, 지수민 또한 기자들이 아주 좋아하는 소재거리였다.
지수민도 신흥 재벌가에서 태어나 온갖 골 때리는 행각을 일삼아왔기 때문이다.
21세에 그녀는 대학을 자퇴하고 세계 일주에 나선 적이 있었다.
아버지인 지창현 회장이 돌아오라고 협박과 회유와 애원을 다 동원했음에도 무일푼으로 2년을 더 방랑했다.
이때의 여행기는 에세이로 출간까지 되어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회사에 입사시켜 일을 시켰더니, 뜬금없이 이신의 광팬이 되어 쫓아다니느라 업무는 뒷전이고 결근도 자주 했다.
결국 진노한 지창현 회장이 집에서 쫓아내고 신용카드도 모두 정지시켰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1개월을 지내본 지수민은 그제야 차라리 회사 일이 더 쉽다는 것을 깨닫고는 용서를 빌고 복귀했다.
그 뒤에는 이신교 팬카페 운영 경험을 토대로 올도어 포털사이트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선하거나, e스포츠 사업에 뛰어들어 잭팟을 터뜨리는 등, 사업가로서 유능한 면모를 보여 지창현 회장의 신뢰를 회복한 상태.
하지만 워낙 사고를 많이 치며 살아, 지창현 회장은 지수민에게 매우 약했다. 또 사고 치겠다고 협박하면 웬만한 딸의 부탁은 다 들어주게 되는 것이었다.
아마 이번 프로팀 창단도 그런 맥락이 아닐까 싶은 것이 기자들의 추측이었다.
“왔다!”
“왔어!”
마침내 회견장 단상 위에 올도어SCC측의 사람이 등장했다.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부사장인 지수민.
예쁜 정장으로 차려 입은 그녀는 활짝 웃으며 나타나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세요. 올도어 부사장이자 올도어SCC의 단장 지수민이라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주셔서 굉장히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올도어SCC의 창단 목적에 대해 이것저것 소개하더니, 마침내 모두가 기다렸던 소개를 했다.
“그럼 올도어SCC의 감독과 수석코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어서 들어오는 첫 번째 인물은 최환열.
다들 예상을 했기에 놀라는 기자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어?!”
“이신!”
“이신이다!”
“역시 이신 영입했나?!”
“근데 이신이 여기 왜 나와? 여기 감독하고 수석코치를……!”
“설마?!”
지수민은 웃으며 이신을 바라보았다.
블랙 셔츠에 블랙 슈트 차림으로 나온 이신은 마이크를 들고 기사들을 향해 말했다.
“이신입니다. 올도어SCC의 감독 겸 선수를 맡게 됐습니다.”
“감독?!”
“심지어 수석코치도 아니고 감독이라고?!”
“그럼 최환열은?”
이어서 최환열도 자기소개를 했다.
“수석코치를 맡게 된 최환열입니다.”
“질문을 받겠습니다. 먼저 최환열 수석코치님께 먼저 질문을 해주십시오.”
지수민의 말에 기자들의 질문이 최환열에게 쏟아졌다.
“어떻게 해서 수석코치를 맡게 되었습니까?”
“원래부터 e스포츠에 대해 미련은 많이 남아 있었지만, 제 뜻과 현 리그가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무엇보다도 열악한 환경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해서 그동안 선수 은퇴 이후로 프로팀과 관련된 어떤 일도 하지 않았었습니다.”
최환열은 이신을 슥 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신이가 저를 꼬드겼는데, 제대로 된 환경에서 세계 어느 팀보다도 선진적인 프로팀을 만들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지수민 부사장님의 의지도 아주 강했고, 그래서 이런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왜 감독이 아니라 수석코치입니까?”
“세계 최고의 자리를 노리고서 야심차게 계획된 일이니만큼, 저보다는 신이가 주역이 되어야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이에게 먼저 감독 제안이 갔으니 제가 그 자리를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렇게 말하며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최환열.
기사들도 따라 웃으며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결혼은 언제 하십니까!”
기자 무리 속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런 예민한 질문 하지 마세요!”
“와하하하하!”
“분명히 말했어요! 그 질문은 기사에도 올리지 마세요! 정말 우리 커플에게 예민한 사항입니다!”
웃음바다가 된 가운데, 질의응답이 이신의 순서로 넘어갔다.
벌떼 같은 질문이 쏟아졌다.
“감독 겸 선수라는 겸직을 하게 되셨는데, 어째서 감독을 맡게 되셨습니까?”
“제 뜻대로 팀을 만들어보라는 제안을 받고 응하게 되었습니다.”
“감독으로서의 목표가 무엇입니까?”
“월드 SC 그랑프리에서 저 혼자 아무리 날고 기어도 단체전 금메달만은 손에 넣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예 제 손으로 팀까지 꾸려서 그걸 따고야 말 겁니다.”
기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개인전 금메달은 실컷 땄지만 단체전은 늘 고배를 마셔야 했던 이신.
그가 이뤄보지 못했던 단 하나의 목표, 단체전 금메달을 손에 넣기 위해 이번 기회를 받아들였다.
제법 훌륭한 스토리가 나오는 기사 아닌가?
“스승이라고도 할 수 있는 최환열 씨도 끌어들이셨는데요, 감독은 최환열 씨가 아니라 이신 선수가 겸하셨습니다.”
“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냐는 표정을 짓는 이신.
분위기가 썰렁해지려는 찰나, 기자가 황급히 제대로 된 질문을 덧붙였다.
“선수와 감독을 겸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어째서 굳이 본인이 감독을 맡으셨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선수로서 경기 준비 하느라 바쁠 땐 사실상 환열이 형이 감독 역할을 하면 됩니다. 그래서 별 부담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굳이 이신 선수가 감독을 맡으실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제 독단을 방해 받지 않고 밀어붙이려면, 제 위에 아무도 없어야 했습니다.”
“…….”
기자들은 멍해져버렸다.
마음대로 독단을 밀어붙이기 위하여 감독 제의를 수락했다니.
“우리나라는 개인전에서 메달을 딴 선수는 많았는데, 단체전은 메달권 문턱에도 못 가봤습니다. 그것은 선수 외에 이쪽 업계 관계자 중에서 도움 되는 인간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신이 단호하게 말했다.
“제 목표는 단체전 금메달입니다. 아무도 그걸 방해하게 놔두지 않을 겁니다.”
“혹시 주디 선수 같은 이신 선수의 제자 분들도 모두 올도어SCC로 이적하는 겁니까?”
“예.”
“해외 유수의 팀에서 영입 제의가 들어왔을 텐데, 그쪽 명문 팀에 들어가면 더 쉽지 않았을까요?”
“예, 말 그대로 너무 쉽습니다. 편승하고 싶지 않습니다. 한국에도 기회가 있다면, 굳이 말 안 통하는 타국에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신의 말이 이어졌다.
“경기장에서 환호를 하고 저에게 뭐라고 소리를 지르면 전 그것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말이 통하기 때문에 팬들이 목소리와 감정이 제게 들립니다. 그게 소중합니다.”
“그럼 인류만 4명인데, 종족 균형이 너무 그쪽으로 쏠린 게 아닐까요?”
그 질문에 이신은 대답 대신 지수민 쪽을 바라보았다.
지수민은 웃으며 말했다.
“이적 시장은 이제 시작 아니던가요?”
감독은 이신.
단장은 이신의 팬클럽 회장.
수석코치는 이신의 가장 친한 형.
선수들 주축은 이신의 제자들!
팀을 대표하는 간판 에이스는 이신 자신!
그야말로 신을 위한, 신에 의한, 신의 팀이 탄생한 것이었다.
그런 팀이 이적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었다.
올도어는 한국 IT업계에서 알아주는 신흥 대기업.
지수민은 지창현 회장도 꼼짝 못하는 파워 있는 여자였다.
그녀가 선수 보강을 위하여 돈을 얼마나 풀지 모두의 귀추가 주목되는 것은 당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