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50
149화 진용(陣容)(1)
“안녕하십니까―!”
이신이 첫 출근을 한 날, 연습실에 모인 선수들이 일제히 인사를 했다.
이신은 함께 출근한 주디, 존, 차이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는 내 제자들. 앞으로 한 팀이다.”
“주디스 레벨린이에요.”
“존 레벨린입니다.”
“차이라고 합니다.”
외국인 셋이 나란히 어눌한 한국말로 인사하자 선수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선수들 가운데에는 새로 영입한 두 명의 선수도 포함되어 있었다.
박진수.
프로게이머라면 누구나 꿈꾸는 프로리그 무대를 8년이나 누빈 베테랑.
데뷔를 꿈꾸는 2군 선수나 연습생이 수없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인왕과 다승왕까지 경험했던 그의 이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한태화.
CT에서 박진수와 한솥밥을 먹었던 신인 한태화는 올도어SCC 이적을 기꺼이 선택했다.
CT에 2년을 있었지만 출전 기회가 없었다. 사실상 신생팀인 올도어SCC라면 기회가 주어질 거라는 희망을 갖고 온 것.
또한 평소에 잘 따랐던 선배 박진수의 권유라서 더욱 마음이 동했다.
무엇보다도…….
‘진짜 이신이다.’
한태화는 선망의 눈길로 이신을 바라보았다.
현 시대 e스포츠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이신이 이끌고 있는 팀이었다.
게다가 e스포츠에 대한 투자 의지가 확실한 올도어 그룹이 뒤를 받쳐주고 있었다.
어느 누가 이 팀에 오고 싶어 하지 않을까?
겉으로 드러내지만 않았을 뿐, 각 팀의 수많은 선수들이 이 올도어SCC에 관심을 보이고 있을 터였다.
이신이 입을 열었다.
“새로 들어온 선수들도 있고, 팀을 프로리그로 승격시켰던 주역들도 있겠지.”
선수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팀을 2부 리그 2위로 올린 주역이었던 기존 선수들도 있었다.
본래라면 한 등수 차이로 승격에 실패할 성적이었지만, 올해는 10팀 체제로 프로리그 규모를 확장하는 정책 때문에 운 좋게 승격되었다.
아무튼 현재 올도어SCC가 프로리그에 속한 팀이 된 것은 아마추어 출신인 그들의 공이 컸다.
그 공로가 인정받아 그들은 모두 선수로 계약되었다.
물론 1군 주전이 될 수 있을지는 그들의 실력과 팀 내 경쟁의 결과에 달린 일이었다.
“내가 가르친 제자들도 있고 아무튼 여러 가지로 서로 출신이 다른데, 그렇다고 서로 그룹이 갈려서 파벌 같은 게 있지 않기를 바란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고.”
이신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손목 박살나서 은퇴했을 때, 누가 찾아와서 날 살려주겠다고, 내 인생 책임져주겠다고 했을 것 같아? 팬들도 많았겠다, 게임 안 해도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겠지 싶었을 것 같아?”
“…….”
민감한 스스로의 치부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이신.
그가 말을 이었다.
“프로게이머는 실력밖에 없어. 실력이 없으면 아무도 너희를 봐주지 않아. 모여서 술 마시고 노는 데 정신 팔리지 말고, 아직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그 귀한 시간을 오직 자기를 갈고 닦는 데 써라. 알겠어?”
“예―!!”
선수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이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굳이 이렇게 얘기하지 않아도 너흰 그렇게 해야 하게 될 거야. 난 이 팀의 최고 권력자거든.”
그러면서 싸늘하게 웃는다.
“내 눈 밖에 나면 누구든 그냥 짐 싸는 거야. 나한테 온정 같은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선수들은 두려움을 느꼈다.
아무도 이신에게 온정 같은 따스한 감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온정, 배려, 그런 게 있는 사람이었으면 언론에 대고 공개적으로 상대를 가차 없이 비난하는 짓을 하지 못했을 터였다.
이신은 자신이 데려온 세 제자를 바라보았다.
“너희도 마찬가지야. 내가 너희를 아끼는 이유는 노력을 하고 있고, 노력한 만큼 실력도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야.”
주디, 존, 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가 지금의 마음가짐이 변질된다면, 그때는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내쳐버려도 놀라지 않길 바란다.”
“예!”
세 사람이 대답했다.
이신은 이제 모두를 보며 다시 말했다.
“봤지? 한 가지는 약속한다. 난 공평하다. 모두에게 똑같이 냉혹하다.”
선수들은 이제 이신의 단호한 태도에 질려버린 듯 아연실색했다.
“그리고 스스로 노력만 한다면, 노력한 것 이상으로 강해지고, 강해진 것 이상으로 성공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다. 그리고…….”
이신은 뒤에 서 있는 최환열에게 자리를 살짝 비켜주었다.
“소개 안 해줘도 알지? 최환열 수석코치다. 평상시에는 거의 실질적인 감독 역할을 하게 될 거다.”
“안녕하십니까!”
선수들이 다시 한 번 인사했다.
순박하게 생긴 최환열은 사람 좋게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진짜 재수 없지?”
턱짓으로 이신을 가리키며 한 첫마디에 선수들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더 재수 없는 건 거짓말도 과장도 안 한다는 거야. 언행일치 하나는 확실하니까, 정말 다들 각오하고 훈련에 임하는 게 좋을 거야. 다들 잘 할 수 있지?”
“예―!”
“그래, 믿는다. 뭐든 고민 같은 게 있으면 내게 말하고. 자, 그럼 우리 소개는 이쯤 했고, 너희들의 자기소개는 나중으로 미루자. 아직 영입해야 할 선수도 더 있고 코칭스텝도 전혀 없어서 좀 어수선하니까.”
그렇게 간단한 인사가 끝나고, 선수들은 각자 자리에서 연습에 들어갔다.
주디, 존, 차이 등은 자리가 제각각 흩어져 있었다.
박진수와 한태화도 멀찍이 떨어져 있었고, 기존의 팀원들도 배정된 자리가 한데 뭉쳐 있지 않았다.
이는 알게 모르게 파벌이 이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적응하려면 아는 사람 옆에 앉혀주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최환열이 살짝 걱정되는 어조로 물었다.
“괜찮아.”
이신은 단호히 말했다.
“아직 어려서 금방 친해져. 같이 게임하다가 친해지는 거지 뭐.”
“근데 넌 왜 그러냐? 나 없었으면 넌 그냥 왕따였잖아.”
“혼자만 게임 잘하면 끼지 못해.”
“…….”
“나 상대해줄 수 있는 사람은 형 정도였지.”
최환열은 진심으로 재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신을 바라보았다.
이신은 그런 최환열의 반응을 의아하게 여겼다. 솔직하게 진심을 말했을 뿐인데 왜 저런 표정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신족과 괴물을 지켜라!’
한국 프로팀들에게 떨어진 당면 과제였다.
새롭게 탄생한 올도어SCC가 선수 영입을 위해 돈다발을 꺼내들고 나섰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올도어SCC의 라인업 중에서 인류 플레이어는 이신을 필두로 주디 등의 제자들이 포진되어 있어서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신족과 괴물 라인은 아무래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CT로부터 베테랑 박진수와 신인 한태화를 빼왔지만, 그 두 사람은 말 그대로 노장과 2군일뿐이었다.
프로리그 경기에서 붙박이로 출전시킬 만한 선수가 부족했다.
특히나 신족은 이신이 할 수 있다 해도, 괴물은 한태화나 기존의 팀원이었던 아마추어 출신들을 가지고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박진수와 한태화를 빼앗긴 CT는 황급히 자기 팀의 에이스 괴물 플레이어인 이철한과 재계약을 했다.
박진수와 한태화를 잃은 건 별 피해가 아니었지만, 이철한은 얘기가 달라지는 것이었다. 특히나 박진수가 이철한과도 친했던 까닭에 더욱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는 CT였다.
2020년 프로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JKT 또한 박영호에게 예정에 없었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명목상으로는 팀의 준우승에 가장 크게 기여한 팀 내 다승왕에게 주는 보너스.
하지만 실제로는 팀의 에이스인 박영호를 올도어SCC에게 빼앗길까봐 두려웠던 것이었다.
1군 주전 라인업이 부실한 JKT로서는 버팀목인 박영호가 없으면 와르르 무너져버린다.
워낙 선수 대우가 좋은 쌍성전자는 별달리 걱정이 없었다.
올도어SCC는 본격적으로 선수 영입에 시동을 걸었는데, 화성전자가 먼저 공격을 받았다.
화성전자의 1군 선수 오창수를 영입하고 싶다는 오퍼가 들어온 것.
오창수는 화성전자에서 지난 2년간 꾸준히 주전 자리를 맡아온 선수였지만,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팀 제미니는 더 큰 직격탄을 받았다.
‘광전사’ 오광태와 함께 제미니의 쌍두마차라 불리는 에이스 유진영에 대해 오퍼를 넣은 것.
유진영은 지난 개인리그 8강전에서 이신에게 3대 0으로 패배한 바로 그 선수였다.
팀 제미니의 입장에서는 유진영을 잃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노발대발했지만, 유진영은 올도어SCC에 가고 싶어 하는 눈치라 곤란함을 느끼는 눈치였다.
MBS의 최찬영도 영입 대상이었지만, 이신의 만류로 오퍼를 넣지는 않았다. 의리상 MBS에 더 전력 누수의 타격을 입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제미니의 에이스 유진영, 올도어SCC의 품으로] [유진영 “최환열·이신과 한 팀은 내 꿈”] [유진영의 합류, 올도어SCC 강팀으로 떠오르나] [올도어SCC 지수민 단장 “아직 부족해”]3년 계약에 연봉 3억.
그리고 경기 다시 보기 유료 정산 수익의 선수 몫을 온전히 보장해주는 조건이 들어갔으니, 유진영으로서는 아주 좋은 조건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워낙 한국은 조직 내부의 단결이 강하고 팀을 떠나는 문제에 대해 경직된 편이라 그 이상의 영입은 쉽지 않았다.
각 프로팀들이 올도어SCC로 떠나는 것을 배신이라고까지 표현하며 선수들을 단속하는데, 문제는 선수들이 아직 어리고 순수해서 정과 배신 같은 걸로 호소하는 어른들의 치사한 작태에 쉽게 넘어간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올도어SCC의 추가적인 선수 보강은 엉뚱한 곳에서 이루어졌다.
“이 선수 어때요?”
지수민이 소풍이라도 온 것처럼 발랄하게 연습실에 나타나 이신과 최환열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사나다 료(21)소속팀: 도쿄 소닉스
종족: 신족
비고: 2019년 전 일본 SC 개인전 우승, 2020년 월드 SC 그랑프리 단체전 명경기상 수상, 이신교 광신도]
마지막 한 줄에 이상한 내용이 있었지만, 어쨌든 선수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요약되어 있었다.
“이건 도쿄 소닉스 측에서 먼저 제의가 들어온 건이에요. 사나다 료 선수 본인이 강하게 희망했다고 하더라고요.”
“아, 료구나!”
최환열이 반갑게 소리쳤다.
“알아?”
“얘 유명하잖아.”
“글쎄.”
작년에 전 일본 SC 개인전에서 우승했다면 분명 뛰어난 성적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게임 시장이 굉장히 크지만, 정작 스페이스 크래프트에는 그리 큰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일본 내에서도 일부 마니아층 사이에서만 인기가 있을 뿐, 큰 인지도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알아, 얘 정말 인간성도 좋고 실력도 괜찮아.”
“형이 어떻게 알아?”
이신이 물었다.
최환열은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말했다.
“얘가 내 개인 방송 열혈 팬이거든.”
“…….”
“별사탕을 얼마나 많이 쏴주는데. 나한테 별사탕 많이 쏴주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
이신과 지수민은 별에 대한 강한 집착을 드러내는 최환열의 BJ 근성에 할 말을 잃었다.
“료 정도면 완전 좋지. 영입하자. 실력이나 인격이나 내가 보장한다.”
최환열은 큰소리를 탕탕 쳤다.
수석코치가 그렇게까지 주장하니 영입을 추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올도어SCC의 진용이 슬슬 갖춰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