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57
156화 출연(4)
여왕괴물로 이신의 기동포탑 군단을 무너뜨리며 역전을 일궈낸 박영호.
여왕괴물과 지상군의 조합으로 역습을 펼쳐, 끝내 이신의 본진까지 밀어버렸다.
본진에서 패퇴한 이신은 주요 건물과 함께 다른 시작지점을 새로운 근거지로 삼고 버티기에 들어가야 했다.
부족한 병력을 대규모 건물 심시티로 버티며 디펜스를 펼치는 아슬아슬한 상황의 이신.
박영호는 마무리를 위하여 전 병력을 출격시켰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스르륵―
묘하게 귀에 익은 효과음이 박영호의 귀에 들렸다.
현역 최고의 괴물.
박영호를 표현하는 수식어였다.
그 효과음을 스치듯이 듣자마자, 그것이 어떤 유닛의 효과음인지를 알았고, 그 유닛을 뽑은 목적이 무엇인지를 유추했고, 곧바로 반사적으로 대응했다.
12마리의 여왕괴물을 한 순간에 산발적으로 사방팔방에 흩어놓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스텔스 전투기 편대의 스텔스 모드 효과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쫘아악!
―쫘악!
스텔스 전투기 편대가 여왕괴물을 1마리씩 격추시켰다.
스텔스 전투기들은 신속하게 공중을 누비며 여왕괴물을 사냥했다.
그나마 여왕괴물들을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도망하게 했기 때문에 절반 가까이를 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부터는 다시 이신의 시간이었다.
스텔스 전투기 편대가 하늘을 누비며 곳곳에서 견제를 퍼부었다.
이미 전 맵의 자원이 바닥난 상황.
박영호는 비행유닛인 쐐기충을 뽑아서 맞대응할 여력이 없었다.
다만 폭탄충과 하늘군주를 모아 다니며 스텔스 전투기에 맞설 뿐이었다.
화려한 컨트롤이 나왔다.
다가오는 폭탄충을 하나하나 잡아내는 터닝 샷을 연속으로 펼치며, 이신은 천천히 잃었던 승기를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다.
최후의 순간이 왔다.
박영호는 일벌레까지 모조리 동원해서 총공격을 펼쳤다.
콰콰콰콰쾅―!!
기동포탑의 포격.
포화를 뚫고 일벌레와 바퀴들이 진격했다.
하늘군주에 태워 드롭까지 시도한 총력전이었다.
스텔스 전투기가 분주하게 날아다니며 미친 활약을 펼쳤다.
박영호는 수많은 유닛을 정교하게 컨트롤하며 일사불란하게 이신의 진영을 초토화시켜나갔다.
“어어어!”
“이거 이기는 거 아니에요?”
지창수와 박태호 PD가 놀라 소리쳤다. 모두가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부족했다.
박영호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 마디였다.
이신의 진영이 거의 초토화되었지만, 아슬아슬하게 섬멸시키지는 못했다.
우습게도 승부의 차이는 이신의 진영에만 아주 약간 남아 있는 자원 몇 덩어리와 스텔스 전투기 4기 정도였다.
고작 그 정도였다.
박영호는 자원도 유닛도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모든 것을 소진한 맵 투지의 쓸쓸한 풍경 속에서 스텔스 전투기 몇 기만이 외롭게 날아다니며 박영호의 진영을 공격하고 있었다.
아마 박영호가 GG를 선언하지 않는다면, 이신은 상대를 섬멸시켜 승리를 얻기까지 15분가량의 시간이 더 필요할 터였다.
-Runner: GG.
“와…….”
지창수가 외마디의 탄성을 터뜨렸다.
이토록 치열한 경기는 처음 보았다.
박영호의 얼굴에 지금껏 촬영을 하면서 보지 못했던 괴로움이 드러나 있었다.
역전이 수없이 반복되었던 처절한 장기전. 누가 이겨도 이상할 게 없었던 싸움이었다.
하지만 승자와 패자의 갈림길은 명확했다.
“아, 미치겠네. 잠깐 촬영 좀 중단해주세요.”
박영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 소파로 가서 주저앉았다.
너무 분해서 괴로워하는 모습에 지창수가 위로했다.
“그래도 잘하셨어요. 이길 수도 있었는데 너무 아쉬웠어요.”
“진 게임 중에 잘한 게임이 어디 있어요. 아, 나 진짜 왜 이렇게 게임 못하지. 그냥 접을까.”
그 신세 한탄에 지창수와 박태호 PD는 황당함을 느꼈다.
저런 경기력을 보여준 박영호가 게임을 못하면, 대체 누가 잘하는 거란 말인가?
“너무 괴로워하시네요.”
“승부욕이 되게 강하신 것 같아요.”
“촬영 계속 하려면 어떻게 위로를 좀 해줘야겠는데요?”
“오케이, 저한테 맡겨주세요.”
지창수가 자신만만하게 박영호에게 다가갔다.
박영호는 손을 휘휘 저었다.
“잠깐 저 좀 혼자 있게 해주세요.”
“걸그룹 좋아하세요?”
“……걸그룹이요?”
박영호의 목소리에 조금씩 활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걸그룹 있으면 말만 하세요. 제가 사인 받아줄게요. 아니, 만나게 해줄게! 아니다, 아예 우리 방송에 섭외도 하자! 어때요, PD님?”
“깜짝 게스트로 섭외하는 거라면 가능할 겁니다.”
“…….”
울 것 같았던 박영호의 얼굴이 조금씩 펴지고 있었다.
“어어? 웃는다, 웃는다!”
“아 진짜! 무게를 못 잡게 해! 나도 좀 진지해져보자!”
박영호가 지창수를 때렸다. 지창수를 낄낄거렸다.
***
“와아아아!”
“이겼다!”
“완전 지렸다!”
올도어SCC 연습실에서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징그러운 놈.”
간신히 승리를 따낸 이신은 진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여왕괴물은 또 어디다 숨겨 놨었던 거야.”
“와, 정말 잘하세요!”
유지나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마치 이신의 사생팬 같은 모습이었는데, 그녀가 실제로 이신교의 대사제라는 것은 이 자리의 누구도 모르는 비밀이었다.
“결국 지창수 씨 실력은 확인을 못했네요. 근데 지창수 씨한테도 스승이 붙는 겁니까?”
“네, 그렇게 들었어요. 이신 씨한테는 놀라게 해드리려고 비밀로 했지만요.”
“그럼 더 이기기 힘들어지는데…….”
“에이, 이신 씨가 잘 가르쳐주시면 되죠. 열심히 할게요.”
뜬금없이 어마어마한 혈전을 치르는 바람에 진이 다 빠져 버린 이신.
그나마 잔뜩 의욕을 보이는 유지나의 태도가 기분이 나아지게 하고 있었다.
“아무튼 시간이 많지 않으니, 일단은 기초부터 배우는 게 좋겠습니다.”
“좀 쉬지 않으시고요?”
이신은 대답대신 손가락을 딱 튕겼다.
“네, 선생님.”
마치 시종처럼 쪼르르 달려온 소년은 바로 차이였다.
“일꾼 가르기 가르쳐드려.”
“네.”
“전 좀 쉬다 오겠습니다.”
이신은 차이에게 유지나를 맡긴 채 선수 휴게실로 가버렸다.
정말 박영호 때문에 진이 다 빠지기도 했고, 자신 말고 다른 선수를 좀 더 방송에 부각시킬 생각도 있었다.
이신의 생각에 방송에 나와서 시선을 끌 수 있을 만한 캐릭터는 일단은 자신의 제자들이었다. 다들 외모도 괜찮고, 일단은 외국인이라서 화제가 되기 때문이었다.
이신의 의도대로 차이는 촬영에 훌륭히 임하였다.
유지나에게 가장 기초적인 일꾼 가르기를 가르치면서, 종종 이신과 같이 살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들을 양념처럼 뿌리는 것이었다.
“아까 차이를 부를 때 말도 없이 그냥 손가락만 튕기던데…….”
유지나의 물음에 차이는 웃으며 대답했다.
“말을 하는 걸 굉장히 귀찮아하세요.”
“어머머, 이름 부르는 것도 귀찮을 정도로요?”
“네. 원래는 제 이름과 용건을 같이 말하셨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제 이름하고 핵심단어만 툭 내뱉으시고, 나중에는 이름만 불러도 제가 알아서 용건이 뭔지 눈치 채게 됐어요. 이젠 아예 제 이름도 안 부르고 손가락을 튕기시고요.”
“어머머, 세상에.”
유지나는 손뼉을 치며 웃었다.
함께 지내면 지낼수록 점점 말이 사라지게 되는 이신의 기이한 대인 관계였다.
“정말 방송 출연을 왜 그렇게 싫어하시는지 알만하네요.”
“이것도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죠.”
“와, 토크쇼 나가라고 했다 하면 아주 학을 떼시겠네요.”
“침묵의 토크쇼가 되지 않을까요?”
“호호호!”
유지나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좋은 분위기 속에서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이신은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했다.
파앗!
마력을 오른손 검지에 낀 반지에 주입하자, 안락한 기운이 스멀스멀 밀려오면서 몸의 피로가 노곤하게 풀렸다.
지친 정신이 맑아지고 몸에 확연하게 활기가 돌기 시작하는 짜릿한 기분이었다.
이신은 소파에 몸을 뉘여 눈을 감았다.
그때, 감미로운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차 한 잔 갖다드릴까요?”
“네.”
이신은 눈을 뜨지도 않고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이내 번쩍 눈을 떴다.
그리고 퍼뜩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돌아보았다.
그레모리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녕하셨어요?”
“예.”
올도어SCC의 선수 휴게실이 아니었다.
그레모리의 궁전.
고풍스러운 매력이 느껴지는 원목 가구들로 채워진 그녀의 침실, 그것도 침대 위였다.
놀란 이신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어떤 보이지 않는 무형의 힘이 그를 부드럽게 내리눌렀다.
“누워 계세요.”
“괜찮습니다.”
“능력으로 회복할 수도 있지만, 피로할 때 취하는 수면만큼 달콤한 것은 없잖아요?”
그레모리가 늘 잠을 자는 침대 위였던 탓에 야릇한 기분이 들어 어서 빠져나가려 했지만, 그녀에게 제지당한 탓에 이신은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그대로 잠을 청했다.
잠시 후, 시녀가 가져온 차의 향이 더욱 이신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조금 있다가 봐요.”
그레모리는 이신의 이마를 부드럽게 쓸어 넘겨주었다. 마치 어린 아이를 보살피는 어머니와 같은 태도였다.
“예…….”
이신은 그대로 수마에 빠져버렸다.
***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레모리는 여전히 그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
“제가 얼마나 잤습니까?”
숙면을 취했는지 몸의 피로가 싹 사라지고 굉장히 상쾌했다.
그레모리는 웃으며 답했다.
“5분.”
“예?”
고작 5분이라니?
깜짝 놀란 이신이었지만 이내 수긍했다.
이곳은 마계였고, 그것도 그레모리의 침실이었으니까.
“다음 상대가 누구입니까?”
이신은 자신이 서열전 때문에 불려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서열전을 앞두고 마계로 부름을 받는 것은 계약에 명시된 사항.
계약에 명시된 부름일 시에는 그레모리는 달리 양해를 구하지 않고 부르곤 했으니 말이다.
“먼저 알려드릴 사항이 있어요.”
“뭡니까?”
“바로 위 서열에서 서열전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무려 셋이나 되는 악마군주들이 제 아래까지 추락해버렸죠.”
“그럼……?”
“전 현재 62위가 되었죠.”
“그럼 우리가 도전을 받는 쪽이로군요.”
이신은 계산이 빨랐다.
셋이나 되는 악마군주가 서열전에서 패배해 그레모리의 아래까지 서열이 추락했다는 것은, 그만큼 큰 배팅에 실패했다는 뜻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큰 배팅에서 이긴 악마군주들은 마력량이 상승했을 터였다.
그렇게 마력의 상승도 없이 어부지리로 서열이 세 계단이나 상승했으니, 바로 위인 61위 악마군주와의 격차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에 있을 서열전은 추락했던 악마군주들 가운데 한 명이 그레모리에게 도전한 경우밖에 없었다.
“맞아요. 현재 63위 서열에 있는 악마군주는 시메이에스라고 해요. 문학적 지식과 적과 싸우는 용기를 부여하는 능력을 가진 악마군주죠.”
문학적 지식과 용기.
그 말만 들으면 악마가 아니라 천사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악마군주이니만큼 그 능력을 사악한 방향으로 사용하는 데 능할 터였다.
‘간만에 서열전이군.’
서열 변동이 이렇게 심하다는 것은 그만큼 이 50위권대 후반에서 60위권 대 초반 사이에서 서열전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뜻.
마침 프로리그 시즌도 끝나서 한가했는데 잘됐다고 이신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