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62
161화 만남(1)
‘사도를 하나 더 추가해야겠군.’
이신은 일단 가지고 있던 마력을 확인해보았다.
[마력 : 2,790]지난번 수확의 날에 3천이 넘는 마력량을 확보했지만, 콜럼버스와 이존효에게 능력을 부여해 2천을 소모했다.
그러다가 이번 서열전 승리로 악마군주 시메이에스에게서 소원으로 1,580마력을 확보해 지금의 마력량이 되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빙의 능력을 지닌 또 다른 사도였다.
초반 정찰 때 콜럼버스가 그대로 죽었다면 승부가 어찌 되었을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수고 많으셨어요.”
그레모리가 기쁨으로 가득한 얼굴로 다가왔다.
“딱히 수고라 할 것도 없었습니다.”
가장 힘든 순간이라고 해봐야, 화살에 맞은 콜럼버스의 육체에 빙의되었을 때뿐이었다.
그 말에 그레모리는 호호 웃었다.
“정말 대단하세요. 지금은 벌써 서열이 62위인데, 72위였던 때와 변함없이 자신감이 넘치세요.”
“60위권의 계약자들 실력이 다 로베스피에르와 비슷하다면, 당분간은 누구와 싸우나 비슷할 겁니다. 누가 덤벼도 저를 이길 수 없습니다.”
악마군주 시메이에스는 조금 더 위쪽 서열에서 추락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위쪽도 실력들이 다 고만고만하다는 뜻이었다.
‘그럼 내가 질 일이 없지.’
단언할 수 있었다.
지금껏 상대해 온 계약자들과 이신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계산 능력.
프로게이머인 이신은 시간 계산이 초 단위까지 매우 정밀했고, 그 계산을 바탕으로 자신이 가장 강하며 상대적으로 적이 가장 약한 타이밍을 포착할 줄을 알았다.
마력을 채집하는 노예들의 숫자나 다른 마력석 채집장을 가져가는 타이밍을 조절해서 병력량을 타이밍에 따라 마음대로 조절할 수도 있었다.
그런 실시간의 시간 개념이 없다시피 한 계약자들은 아무리 똑똑하고 악마로서의 능력이 강력해도 이신을 이기기 어려웠다.
오히려 지금껏 상대한 자들 중 가장 강한 사람을 꼽자면 바로 자신의 사도인 질 드 레.
질 드 레는 그동안 이신이 전략을 짜는 방식을 가까이서 지켜보았고, 모의전 상대도 수차례 되어주었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계약자들보다 더 실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질 드 레라면 이신 대신 서열전에 내보내도 될 정도였다.
“자, 그럼 본래 세계로 돌려보내 드릴게요.”
“아닙니다. 조금 더 있다 가겠습니다.”
“호호, 좋지요.”
“모의전도 해보면서 여러 가지로 연구할 게 많으니 먼저 돌아가 계십시오.”
“알겠어요. 그럼 계속 수고해 주세요.”
그레모리가 먼저 떠나 버린 후, 이신은 질 드 레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질 드 레가 나타나 부복했다.
“사도가 한 명 더 필요한데.”
“사도 말씀이십니까?”
“쓸 만한 사람 없나?”
일단 생각나는 사람은 로빈 후드.
즉, 설화의 주인공 로빈 후드가 아니라, 그 이름을 사칭하며 셔우드 숲에서 강도단 두목을 한 악당이었다.
활솜씨도 있고 배짱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신이 현재까지 보유한 사도들에 비하면 격이 떨어진다.
신항로를 발견한 모험가 콜럼버스.
잔 다르크와 함께 백년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질 드 레.
당대 최고의 용맹을 자랑했던 이존효.
사도를 5인까지밖에 임명하지 못하므로, 일개 강도단 두목을 껴 넣기에는 아까운 점이 많았다.
질 드 레는 고개를 저었다.
“저 역시 언제나 계약자님의 승리를 바라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인재가 있었다면 진즉에 계약자님께 말씀드려 천거했을 겁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딱히…….”
“그런가.”
그렇다면 하는 수 없었다.
이신이 말했다.
“그럼 찾아봐야지. 모의전을 하자.”
질 드 레는 금방 이신의 의도를 눈치챘다.
“저도 휴먼을 택하겠습니다.”
“그래야지. 눈에 띠는 인재가 나오면 바로바로 체크해 둬.”
“예. 일단은 병영에서 소환되는 병과 위주로 살펴보겠습니다.”
“궁병, 창병, 방패병, 기사까지만 소환해. 특별한 전략 없이 병력이 모이면 무조건 중앙에 보내서 싸우는 것으로 하지.”
“예.”
그렇게 약속을 정해놓고서 두 사람은 모의전을 시작했다.
이신은 일단 마력 확보를 위해 노예를 잔뜩 소환해 일을 시켰고, 바로 앞마당에도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해 마력량을 대폭 늘렸다.
그러고는 병영을 8개나 짓고서 호화롭게 병력을 대량 소환하기 시작.
대장간에서 무기 개발까지 완료되자 석궁병·장창병·방패병 등이 득시글거렸다.
일단 이신은 사도 이존효가 소환되자 따로 불러서 조용히 일렀다.
“넌 직접 전면에서 싸우지 말고 뒤에서 지휘만 하면서 쓸 만한 인재가 없나 눈여겨보도록 해.”
“인재를 찾으십니까?”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예에 능통한 네가 보는 눈이 더 정확하겠지.”
“예, 맡겨주십시오!”
이존효는 자신 있게 가슴을 탕탕 쳤다.
그러다가 이존효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상대 진영 쪽에서 쓸 만한 녀석이 보이면 어떡할까요?”
“바로 나한테 보고해. 내가 질 드 레에게 말할 테니까.”
“옛!”
이신은 일단 콜럼버스에게 정찰을 시켰다.
아니, 정찰이 아니었다.
질 드 레의 진영에 이르자 콜럼버스는 공격하려는 질 드 레 측의 석궁병들에게 손을 휘휘 내저었다.
“잠깐! 난 질 드 레 경에게 계약자님의 말씀을 전하러 왔어!”
그러자 한 석궁병이 질 드 레의 지시를 받았는지 앞으로 다서서 말했다.
“말씀이 무엇이냐?”
“나더러 이곳에 계속 머물면서 계약자님과 질 드 레 경 사이의 전령 역할을 하라고 하셨다.”
아쉽게도 모의전이든 서열전이든 양측의 지휘자는 서로 소통을 할 수 없었다.
아군의 병사와 적군의 지휘자 역시 소통이 불가능했다.
때문에 이신은 질 드 레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기 위해 콜럼버스를 보낸 것이다.
석궁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계약자님의 말씀이 있거든 내게 말하면 된다.”
그 석궁병이 질 드 레 측의 소통 담당자가 되었다.
“오케이. 그럼 이리 와서 앉아보라고.”
콜럼버스는 넉살 좋게도 적진에서 석궁병과 함께 나란히 바위에 걸터앉아 이런저런 잡담을 했다.
전장의 중앙에 다수 병력이 모여 전투가 시작되었다.
“크아악!”
“크윽!”
“죽여!”
양측의 병력이 치열하게 싸웠다.
질 드 레와 이신은 싸움을 지켜보며 특출한 활약을 하는 인재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하지만 본진과 앞마당의 마력석을 다 파먹을 때까지 싸워도 특별히 눈에 띠는 이는 없었다.
이신이 보기에는 제법 잘 싸우는 이가 몇 있었으나, 의견을 물어볼 때마다 이존효는 고개를 저었다.
“저 정도는 제가 1합에 목을 날릴 수 있습니다. 저 정도의 실력자가 다른 계약자들의 사도들 중에 없지는 않을 겁니다.”
계속해서 병력을 뽑아내어서 더없이 많은 이들이 소환되었지만, 제7 전장 오린의 중앙 꼭대기가 유혈의 바다가 되도록 인재는 나타나지 않았다.
‘안 되겠군.’
이신은 고개를 저으며 콜럼버스를 통해 질 드 레에게 지시했다.
‘투석기를 제작하라고 전해. 투석기를 잘 다루는 공병이 있는지도 살펴봐야겠어.’
“옛, 전달했습니다.”
양측은 마력석 채집장을 2개씩 더 가져가서 마력 채집량을 대폭 늘렸다.
넘치는 마력으로 특수병영에서 공병을 소환.
공병들이 일제히 투석기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투석기 10기가 완성되었다.
이신은 공병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투석기를 분해해서 중앙으로 전진. 각자 자율적인 판단대로 위치를 정해서 투석기를 사용해 보도록.”
“옛!”
공병들은 투석기를 분해해 수레처럼 만들고는 질질 끌며 힘겹게 중앙 지역으로 나아갔다.
제7 전장 오린은 중심부에 이를수록 지형이 높아지는 산 같은 형태라, 투석기를 끌고 등산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공병들은 투석기와 열기구를 제작하며 부서진 건물을 수리하는 역할을 하지만, 투석기를 조준해서 발사하는 일까지 맡고 있었다.
한마디로 공병과 포병의 역할을 모두 겸하고 있는 중요한 병과였다.
이신은 그중 포병으로서의 역할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이신의 의도가 적중했다.
당장 특출한 공병이 나타난 것이었다.
사거리와 발사각을 정밀하게 조준하고 발사해, 상대측의 투석기를 선제공격으로 반파시킨 공병이 있었다.
상대측 공병이 쩔쩔 매며 부서지는 투석기를 수리할 때, 그는 다시 한 번 발사해 정확히 명중시켰다.
콰아앙!
“으악!”
상대측 공병이 투석기와 함께 바위에 맞아 절명하였다.
이신이 눈여겨 본 공병은 계속 전진, 적의 동선을 제한시킬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서 투석기를 사용했다.
‘저거다.’
이신은 확신이 들었다.
잠시 전투를 중단시키고, 그 공병을 따로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공병이 물었다.
“이름이 뭐지?”
“그게…….”
이상하게도 공병은 대답을 망설였다.
이신이 의아해할 때, 공병이 마지못해 말했다.
“…오귀스트 마르몽입니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이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근 역사에 관심을 많이 두었기 때문에 언뜻 이름을 들어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봤자 겉핥기식의 공부였기에 웬만큼 유명한 인물이 아닌 이상 알아보기가 불가능했다.
오귀스트 마르몽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공병도 더 이상의 설명은 하기 꺼려하는 눈치였다.
어쨌든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건 됐고, 널 내 사도로 임명하겠다.”
“저를 말입니까?”
마르몽은 상당히 놀랐다.
“그래. 네 솜씨가 상당히 좋더군. 의향이 있나?”
“저, 저는…….”
“빨리 대답해. 싫으면 다른 사람 찾아야 하니까.”
이신이 일침을 가했다.
그러자 공병이 허둥지둥 대답했다.
“하겠습니다! 저를 사도로 임명해 주십시오!”
“좋아.”
이신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모의전을 종료시켰다.
“만족스러운 인재를 찾으셨습니까?”
질 드 레가 물었다.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병 중에서 찾았다.”
질 드 레는 그 말에 잠시 뭔가를 떠올리다가 말했다.
“그 투석기를 다루던 인물이군요.”
“아는군.”
“그 사거리를 피하느라 제한적인 용병술을 펼쳐야 했습니다. 제대로 된 인재를 발견하신 듯합니다.”
“그런 것 같아.”
이신은 이제 새로운 사도를 임명하기로 했다.
[오귀스트 마르몽을 사도로 임명하시겠습니까? 300마력이 소모됩니다.]‘임명한다.’
[오귀스트 마르몽을 사도로 임명했습니다. ‘사도 명단’이라고 말씀하시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사도명단.’
이윽고 콜럼버스, 질 드 레, 이존효와 함께 말미에 새로운 사도가 추가되었다.
[오귀스트 마르몽(휴먼, 공병)무기 : 없음
방어구 : 없음
능력 : 없음]
이신에게 남은 마력량은 2,490.
‘아직 여유가 있군.’
계속해서 방어구와 능력도 부여했다.
[방어구와 능력이 임의로 부여되며 총 1,300마력이 소모됩니다. 부여하시겠습니까?]‘부여한다.’
[오귀스트 마르몽(휴먼, 공병)무기 : 없음
방어구 : 가죽갑옷(방어력 +5%)
능력 : 빙의(사도의 육체를 직접 조종할 수 있습니다.)]
원하던 빙의.
임의로 부여된다고는 하나, 그건 임의로 가장 필요한 것이 부여된다는 뜻이었다.
서열전의 시스템은 이신이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을 정확하게 부여해 준 것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사도와 함께 목적을 완수하자 이신은 문득 궁금해졌다.
‘오귀스트 마르몽? 언뜻 보았던 이름인데 누구였지?’
일단 자기 소유의 사도가 되고 나자 더욱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
작은 키를 가진 사내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전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비록 체격은 작지만 눈빛에서 예사롭지 않은 위엄이 느껴지는 그런 사내였다.
사내는 중얼거렸다.
“마르몽이 소환이 안 되는데.”
그러자 그의 곁에 있던 마법사 한 명이 말했다.
“소환이 안 된다면 이유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폐하.”
작은 키의 사내는 폐하라 불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