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64
163화 돌풍(1)
“죄송합니다.”
이신은 완곡히 거절했다.
나폴레옹은 그런 이신을 빤히 응시하다가 이내 나직이 투덜거렸다.
“날 배신한 마르몽이라 별로 아끼지도 않지만, 능력만은 쓸 만했거든. 이번엔 배신은 아니지만 또 이렇게 내게서 등을 돌려 버리는군.”
“죽고 나서도 못 믿을 놈입니다, 폐하.”
곁에 있던 남자가 분기에 찬 목소리로 맞장구친다.
오귀스트 마르몽은 일개 하사관이었다가 나폴레옹의 눈에 들어 포병 장교로 교육을 받고 원수로까지 진급된 인물이었다.
그렇게 나폴레옹이 키워준 인물이었으나, 상황이 불리해지자 적과 비밀 협약을 맺고 배신했다.
그 일로 마르몽은 평생 비난을 받으며 살았다고 한다.
스스로를 소개하기 꺼려했던 건 그 탓이었다.
어찌 되었건 나폴레옹은 마계로 와서 마르몽을 발견해 중용했던 모양이었다.
“내 제안은 앞으로도 유효하다. 잘 생각해 보도록.”
그 말을 남긴 나폴레옹은 그레모리에게 양해를 구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러세요.”
그렇게 나폴레옹과 사도들로 보이는 5인의 사내들과 함께 떠나 버렸다.
짧은 만남이었음에도 이신은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만큼 나폴레옹을 실제로 만났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
“파격적인 제안인데 거절을 하다니, 폐하께서 마르몽을 중용하시니 괜스레 더 탐이 난 모양입니다.”
5사도의 한 사람인 우디노가 화를 냈다.
니콜라 우디노.
비록 우둔하나 용맹만큼은 전 유럽에 떨쳤던 사내였다.
나폴레옹의 제일가는 충신으로, 지옥에 갈 사람도 아니었음에도 생을 마감한 뒤 나폴레옹을 따라 마계로 와 사도가 된 특이한 케이스였다.
“아니야.”
나폴레옹은 고개를 저었다.
“계약자로 간택될 정도면 자기 시대에서 한가락 하는 남자지. 내가 보기에는 실리적이고 계산에 밝아.”
“마르몽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일까요?”
이번에는 술트가 물었다.
니콜라 장드듀 술트.
전략가적 역량은 부족하나 야전 전술가로서는 나폴레옹의 극찬을 받을 정도의 인물이었다.
그는 스페인 전선에 있을 때 어마어마한 약탈을 벌인 죄로 지옥에서 형벌을 받다가 나폴레옹의 사도가 되었다.
“그런 것도 있겠지.”
나폴레옹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마르몽을 통해 내 전략을 알아낼 생각도 있겠지.”
“핫, 폐하의 전략을 알아내서 흉내 낼 생각일까요?”
우디노가 피식 웃었다.
나폴레옹은 그런 우디노의 머리를 가볍게 툭툭 쳤다.
“자네는 뭘 본 건가.”
“옛?”
“그는 나를 언젠가는 싸워야 할 상대로 보고 있었다.”
나폴레옹은 미소를 지으며 그레모리의 계약자를 떠올렸다.
자신의 마력과 명성에 압도되었으면서도, 압도되지 않으려 노력했던 투쟁심.
그것은 매우 강한 승부욕이었다.
나폴레옹 또한 그런 사람이기에 그 마음을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재미있겠어.”
나폴레옹은 빙글거리며 웃었다.
그렇게 나폴레옹과 5사도는 저무는 석양을 향해 사라졌다.
***
마계에서 돌아와 정신을 차려보니 선수 휴게실이었다.
손목시계를 확인해 보았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우아한 황금 시계 바늘이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낮잠 자던 상태 그대로 돌아왔군.’
잠깐 눈 붙이다 마계로 불려갔었는데, 벌써 이 시간인 걸 보니 마계에서 돌아와서는 계속 잔 모양이었다.
밖을 나가 보니, 열심히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이 보였다.
마치 PC방과도 같은 풍경이었지만, 그러기에는 선수들의 태도가 매우 치열했다.
그리고 유지나는 차이와 함께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고요. 일단 일꾼 전부 드래그해서 농토로 보내고, 그중 3기를 또 드래그해서 다른 곳에 보내고, 또 그중 2기, 또 남은 1기. 이렇게 나누는 거예요. 보셨죠?”
“보긴 봤는데…….”
“그럼 하실 수 있죠?”
“차이, 너 아까보다 약간 화난 것 같다?”
“아, 아니에요.”
차이는 웃음을 터뜨리며 휘휘 손을 내저었다.
“화났는데… 나 지금 아빠한테 운전 배우던 느낌인데…….”
“아니에요. 화 안 났어요.”
유지나는 계속 짓궂게 차이를 괴롭혔다.
그런데 그때, 이신이 다가왔다.
“어떻게 되어가고 있죠?”
“여, 열심히 하고 있어요! 비켜봐, 이제 내가 해볼게!”
이신이 나오자마자 유지나의 태도가 돌변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일꾼 나누기를 시도해 성공을 거두었다.
“됐다!”
뛸 듯이 기뻐하는 유지나.
그런데 이신이 말했다.
“지금 게임 속도가 4단계야?”
“어떻게 아셨어요?”
차이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게임 속도는 총 일곱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빠른 7단계로 플레이하지만, 지금은 컨트롤이 미숙한 유지나를 위해 4단계까지 내렸다.
그걸 이신은 건설로봇이 움직이는 속도를 보고 한눈에 몇 단계인지까지 알아맞힌 것이었다.
“그냥 보면 알아.”
게임에 관한 한 거의 귀신인 이신이었다.
“한 단계씩 높여서 적응시켜.”
“네.”
그로부터 무려 1시간이나 더 연습한 끝에, 유지나는 7단계 스피드로 일꾼 나누기를 성공했다.
그렇게 첫 촬영이 종료되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유지나는 이신과 차이 및 모든 선수들에게 인사하고 다녔다.
어떤 선수보다도 연상인 그녀였지만 매우 예의가 발라 인상적이었다.
“힘들지는 않으셨습니까?”
이신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제의하며 물었다.
“재미있었어요. 저 게임 좋아하거든요.”
그녀는 마주 악수를 하며 답했다.
[진실.]오랜만에 써먹은 거짓 탐지 능력.
게임에 대한 열정이 진심인 것을 확인하자 이신은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도 잘해보죠.”
“네!”
이신이 좀처럼 그런 격려를 하는 성격이 아님을 잘 아는 유지나는 아이처럼 좋아했다.
***
매우 실험적인 시도였던 e스포츠 예능.
과연 e스포츠 팬뿐만 아니라 게임을 모르는 대중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런 결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e신과 함께 1회 시청률 6% 돌파] [‘게임의 신’ 이신의 첫 예능, 심상치 않은 돌풍 조짐] [e신과 함께 첫 방영부터 동시간 종편 1위, ‘이신 효과’] [새롭게 선보인 e스포츠 예능, 성공적인 출발] [“신선했다” 네티즌 호평 줄이어]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종편 채널에서 방영된 예능이 시청률 6%를 돌파한 것은 정말 돌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무리도 아니었다.
대중은 게임은 잘 몰라도, 이신이 누군지는 알고 있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빛낸 영웅이라는 위상도 있었고, 조각 같은 외모까지 더해져 누구나 e스포츠 하면 이신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이신에 대한 그런 대중의 호감이 고스란히 시청률로 이어진 것이다.
“유지나랑 이신이랑 나와서 게임하는 거, 그거 봤어?”
“이신 대박 잘생겼더라.”
“캬, 이신 형님! 그냥 존재 자체가 간지더라.”
“폭풍 카리스마!”
“인간적으로 박영호랑 한 대결 완전 개간지 아니냐?”
“무슨 놈의 예능에서 역대급 명경기가 나오냐.”
“박영호 요즘 좀 부진인가 싶었는데, 야~! 역시 살아 있더라, 철벽 괴물.”
“아니 경기력은 그렇다 치고, 걔 진짜 왜 이렇게 웃기냐?”
방송은 젊은 층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특히나 이신 대 박영호의 대결을 PD들이 자막까지 입혀 일반인도 알기 쉽게 상황 설명을 해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긴박한 게임의 상황이 명쾌하게 전달되어서 일반 프로경기보다 반응이 더 좋았다.
두고두고 회자된 명경기가 되었음은 물론이었다.
한편, 첫 방영의 가장 큰 수혜자는 뜬금없게도 박영호였다.
개그맨처럼 생긴 것이 시종일관 드립을 치며 웃기더니, 한국 e스포츠의 국민 영웅 이신과 대결을 펼쳐 미칠 듯한 포스를 보여주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고도 패배해 분함을 느끼는 모습에서는 짠한 애수를 느끼게 했다.
그런 반전 매력이 시청자들에게 인상 깊게 각인된 것이었다.
그리고…….
“신 님! 신 님!”
지수민이 깡충깡충 뛰며 제집처럼 연습실에 뛰어 들어왔다.
하도 자주 벌어지는 풍경이라 이제 다들 그러려니 했다.
“뭡니까?”
“대박 터졌어요!”
“알고 있습니다.”
“아뇨, 예능 말고요. 경기요!”
“박영호랑 한 게임 말씀입니까?”
“네! 곧 있으면 월말이니까 신님께도 입금될 거예요.”
“……?”
의아해하는 이신에게 지수민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수민은 과연 타고난 사업가였다.
올도어는 이신 대 박영호의 대결 리플레이 풀 영상을 따로 고용한 해설진의 해설까지 입혀서 유료로 1,200원에 판매했다.
예능 1회에 방영된 것은 일부 영상만 편집된 탓에 풀 영상을 찾는 팬이 매우 많다는 점을 미리 예측한 것이었다.
거기다가 영어·중국어 자막까지 입혀서 해외 팬들까지 타깃으로 노렸다.
그 결과, 구매 회수는 무려 120만 명!
“지금도 계속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팬들이 마구 구매하고 있다고요!”
“그래서 제게 떨어지는 금액이 얼마입니까?”
“일단 이달 말일에 정산되는 금액은, 어디 보자…….”
스마트폰을 뒤적거려 본 그녀가 재차 말했다.
“대략 3억 정도요.”
“예?”
이신은 순간 잘못 들었나 했다.
“3억?!”
옆에서 같이 듣던 최환열도 놀라 벌떡 일어났다.
주디, 존, 차이 등 금수저 3인방은 담담했지만, 연습하던 다른 선수들은 크게 동요했다.
“3억이래.”
“우와, 미친…….”
“게임 한 방에?”
“완전 쩐다.”
“내가 선수 생활 평생 그 돈을 벌 수 있을까…….”
모두들 부러움과 열망이 가득한 눈으로 이신을 바라보았다.
이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산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일단 총 매출의 30%는 서비스를 제공한 저희 올도어가 가져가고, 30%는 협회가 저작권료로 가져가요. 그리고 나머지 40%는 게임을 한 두 선수 측에 정산되는데, 신 님은 저희와 계약한 사항이 있기 때문에 이걸 고스란히 가지시는 거죠.”
돈방석에 앉게 해준다더니, 과연 지수민은 그 약속을 지켰다.
이런 식의 정산 시스템이면 정말 전 세계에 팬을 보유한 이신은 돈방석에 앉는다!
“박영호는?”
“기존 방식으로 계약을 했으니 소속팀이 먹겠죠.”
어찌 보면 박영호로서는 굉장히 억울한 일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엄청난 매출은 이신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마냥 억울한 수만도 없는 일.
게다가 박영호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소속팀인 JKT가 정산금을 일부라도 따로 줄 터였다.
지수민은 신이 난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자막 언어도 계속 추가할 거예요. 불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일본어, 아주 신님 팬 없는 나라가 없다니까! 꺄하하! 다 돈이에요, 돈!”
그렇게 좋아할 만도 했다.
올도어 재벌가의 막나가던 둘째딸 지수민이 연타석 홈런을 때린 것이었다.
앞으로 수많은 스타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를 특별 상품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펼친다면 매출이 크게 증대될 터였다.
“정말 뭘 해도 되는 놈이구나.”
최환열은 그런 이신을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유료 결재 숫자가 120만이라니.
전 세계에 팬을 거느린 이신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엄청난 수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