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68
167화 개막(1)
2021년 한국 SC 프로리그의 개막을 알리는 첫 경기를 올도어SCC가 따냈다.
상대는 같이 프로리그로 승격된 신생팀 에버스였다.
비록 승격되면서 기업 스폰서도 생겨 프로팀으로서의 구색을 갖춘 에버스였으나, 아직 프로리그의 10팀 중에서는 약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에 반해 올도어SCC는 이신 체제로 똘똘 뭉치고 레전드 최환열이 뒷받침해주는 신생 강팀!
과연 모두의 기대처럼 엄청난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모두의 기대가 주목되는 첫 경기였다.
최환열과 이신은 그밖에 새롭게 코치가 된 3인과 함께 엔트리를 짜고 있었다.
“1세트 맵은 버려진 성채네. 무난한데.”
최환열이 말했다.
“엄밀히 따지면 괴물이 좀 유리하려나?”
인류 코치 김찬호가 말했다.
올해 27세인 김찬호는 공군 프로팀에서 뛰다가 막 전역해 코치로 영입되었다.
“응, 이곳저곳 확장 기지 가져갈 데가 많잖아.”
괴물 코치 윤두수가 동의했다.
작년에 은퇴 후 파프리카TV에서 BJ를 했지만 평균 시청자 50명 이하라는 저조한 성적 탓에 고민이 많던 윤두수는 최환열의 코치직 제안에 냉큼 승낙했다.
그리고…….
“제 생각에도 아마 에버스는 여기서 괴물을 낼 것 같아요. 그나마 2부 리그 시절에 팀 이끌던 에이스가 괴물이잖아요. 이름이 뭐더라?”
선수 겸 신족 코치 박진수였다.
“백찬희였나?”
“어, 백찬희. 걔 BJ하면서 2부 리그에서 선수 생활도 병행하던 애였어. 파프리카에서는 꽤 유명해.”
BJ 하다가 망하고 온 윤두수는 백찬희를 잘 아는 눈치였다.
“유명해봐야 거기서 거기지. 쯧쯧, 인기 없는 BJ 녀석들.”
최환열이 혀를 차자 윤두수의 이마에 힘줄이 솟았다.
최환열은 냉큼 말을 돌렸다.
“1세트 할래? 개막전 첫 경기 첫 게임.”
그 말이 향한 곳은 이신이었다.
“아니.”
이신은 단호히 거절했다.
“존을 낼 거야.”
“존을?”
“존은 아직 미숙한데 괴물 전 만큼은 잘해.”
“존? 하긴 그것도 괜찮은데? 존이 딱 괴물 전만 진짜 잘하잖아.”
최환열이 찬성했다.
다른 코치들도 조금 생각해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막말로 다른 종족이랑 할 때는 다 막장이지.”
“병영체제 컨트롤에 특화되어 있어서 괴물 전 말고는 못하지 아직.”
“근데 컨트롤은 화려하니까 1세트에서 분위기 띄우기에는 좋을 것 같아요. 나도 존 찬성.”
마지막으로 박진수도 찬성을 하자 이신은 두말없이 1세트에 존을 넣었다.
최환열은 엔트리를 계속 짜다가 문득 말했다.
“신아.”
“어.”
“너 개막전은 좀 쉴래?”
“왜?”
“데뷔전 치러서 팬들한테 얼굴 알려야 하는 애들 많잖아. 상대가 약팀이니까 네가 굳이 나올 필요도 없고.”
이신은 수긍했다.
세 명의 제자와 사나다 료, 유진영 등 라인업이 탄탄하고, 전략적으로 내밀 수 있는 카드로도 박진수, 한태화 등이 있었다.
이신이 굳이 나설 필요가 없는 상대였다.
하지만 경기 출전 욕심이 강한 이신은 불만 가득한 표정이 되었다.
최환열은 그런 이신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위로했다.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면 네가 나가면 되잖아.”
“에이스 결정전까지 갈 일이 없잖아.”
“아직 변수가 많아.”
“무슨 변수?”
“존은 괴물이 아닌 다른 종족 만나버리면 위험하고, 사나다 료는 실력은 좋지만 한국에서의 공식전이 처음이라 어찌 될지 모르고. 주디랑 유진영도 깜짝 전략에 당할 지도 모르잖아.”
“…….”
“우리 팀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강한 건 너지 우리가 아니야. 우린 막 프로리그에 발 내딛은 불안정한 신생팀이라고.”
최환열의 조리 있는 말에 이신은 점점 할 말이 없어졌다.
고집이 센 이신이지만, 옛날부터 은근히 최환열에게만은 지고 들어가는 편이었다.
***
검정색 쉐보레 익스플로러 벤과 푸른색 롤스로이스 팬텀이 함께 경기장 앞에 도달했다.
저 검은 벤에 어느 팀 선수들이 탔는지는, 뒤따르는 롤스로이스 팬텀을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와아아아!”
“꺄아아악!”
“이신이다!”
“쟤네 올도어야!”
팬들이 아우성치며 몰려왔다.
예능 때문에 그새 몰려오는 팬들의 숫자가 평소보다 더 늘어나 있었다.
롤스로이스 팬텀에서 이신과 최환열이 내렸다.
소란이 더 거세졌다.
벤에서도 코치진과 선수들이 줄줄이 내렸다.
예능으로 인해 화제 만발한 올도어SCC의 등장에 다들 환호로 반겼다.
이신은 팬들에게 포위당해 진땀을 뺐지만, 선수들은 알아서 길을 비켜주는 덕에 어렵지 않게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유진영, 사나다 료, 주디 등은 무대에 익숙했고, 차이도 성격이 대범해 아무렇지 않아 했다.
그런데 유독 존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원채 어려서부터 몸이 안 좋아 외부 활동을 잘 안 한 탓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모인 무대에 익숙할 리가 없었다.
하필이면 또한 1세트 선봉으로 출격해야 한다.
2021년 프로리그의 신호탄을 쏘는 첫 게임을 장식해야 한다.
‘팀의 분위기를 위해서라도 지금 져서는 안 돼.’
존은 침을 꿀꺽 삼켰다.
차이나 누나 주디나 질 것 같지 않았다. 베테랑인 유진영이나 실력 좋은 사나다 료도 질 것 같지 않았다.
만약 자신만 진다면 그건 그것대로 박탈감이 클 터.
“긴장돼?”
최환열이 다가와 자상하게 물었다.
“네…….”
“하던 대로만 하면 돼. 부스 안에 들어가서 혼자 게임하면 그만이야. 괜히 밖에 수많은 사람이 있다고 의식해서 긴장하면 컨트롤 삐끗한다.”
“서, 선생님은 어때요?”
“신이?”
“네. 선생님도 처음에는 이렇게 긴장했을까요?”
“…….”
최환열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신은 긴장과 담을 쌓은 인간이었다. 첫 데뷔 무대에서도 지금과 별 다를 바 없었다.
“하아…… 저도 그렇게 용감했으면 좋겠어요.”
최환열은 그런 존의 등을 툭툭 쳤다.
“긴장을 많이 타는 것은 체질이지 용기랑은 관계없어.”
“정말요?”
“그럼. 두려워도 맞서는 게 용기지. 네가 지금 이렇게 긴장 되는데도, 나가서 멋지게 싸우면 그게 용기야. 잘 할 수 있지?”
“네.”
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참고로 난 처음 데뷔전 때 긴장해서 과학연구소를 2개나 지었어. 어쩐지 전술위성이 되게 늦게 나오더라.”
존은 키득키득 웃었다.
덕분에 긴장이 조금은 풀린 모습이었다.
그제야 주디가 슬쩍 다가왔다..
“기분 어때?”
“이제 좀 나아졌어.”
“기운 내.”
“걱정 마. 이길 거니까.”
그때쯤, 상대팀의 엔트리가 공개되었다.
[1라운드 1차전 1경기, 올도어SCC 대 에버스.1세트(버려진 성채): 존 레벨린 대 백찬희.]
“좋아!”
존은 주먹을 꾹 쥐었다.
코치진이 예상했던 것처럼 상대는 괴물 플레이어 백찬희였다. 얼마 전까지는 2부 리그의 아마추어 선수였다.
아무리 잘해봐야 같은 팀의 유진영만큼 잘하지는 않을 터였다.
‘됐어, 이길 수 있어.’
존은 평소 유진영과 연습을 했을 때도 승률이 5할이었다.
한때 팀 제미니의 쌍두마차였던 유진영을 상대로 그만큼 한 것이다.
백찬희 따위는 별것 아니라고 존은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스스로 되뇌며 긴장감을 떨치려 노력했다.
***
오늘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 10명이 무대에 나와 인터뷰를 가졌다.
에버스는 갓 올라온 신생팀에 인지도도 없었기에 그만큼 노력하려는 자세를 보였다.
인터뷰에서도 당차게 도발을 거는 등, 패기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반응이었다.
반면, 올도어SCC 측은 주디가 포화를 열었다.
-감독님이 엔트리 보더니 무난히 3대 0으로 이길 거랬어요.
“하하하!”
경기장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역시나 신의 아바타라는 별명답게 이신의 말을 대변하는 주디였다.
-아, 그런가요? 이신 선수 아니 오늘은 감독님이죠. 이신 감독님이 상대팀 엔트리를 보고 뭐라고 하시던가요?
-전부 듣…… 듣? 아, 듣보…….
마침내 단어가 생각난 주디.
하지만 옆에 있던 차이가 냉큼 마이크를 빼앗았다.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차이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께서는 듣도 보도 못한 팀이라 어떻게 평가 내릴 수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수습하기에는 좀 늦었다.
“와하하하하!”
“듣보잡이래.”
“이신이 듣보잡이라고 했대, 깔깔!”
“아 미치겠다.”
“듣보잡……!”
경기장의 수만 관중들이 요절복통 하는 순간이었다.
뒤늦게 반대편에 있던 유진영으로부터 듣보잡이 뭔지 설명을 들은 주디는 안색이 새하얘졌다.
-아, 정말 놀라운 타이밍으로 수습을 한 차이 선수인데요. 주디 선수, 주디 선수?
-네, 네?
당황한 주디의 모습에 관중들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정말 차이 선수가 한 말씀대로인가요? 아니면 ‘듣’으로 시작해서 3글자로 끝나는 단어였나요?
낄낄거리는 분위기 속에서 주디는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차, 차이 말 대로예요.
-에이, 아닌 것 같은데요?
캐스터 이병철은 신이 나서 계속 주디에게 장난을 걸었고, 주디는 울상이 되었다.
때마침 대형화면에 이신이 비치자 관중들은 더더욱 환호와 웃음을 보냈다.
하지만, 듣보잡 소릴 들은 에버스 선수들은 붉으락푸르락해졌다.
e스포츠의 전설 이신이 친히 ‘듣보잡’이라고 했다니, 이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면 별명이 되어 영원히 따라다닐 터였다.
-저희를 듣보잡 취급을 하셨는데, 신께서 그리 말씀하셨다니 그건 이해하고요, 앞으로 절대 듣보잡 소리를 절대 할 수 없는 팀이 되겠습니다.
“와아아아―!!”
에버스의 선봉 백찬희가 멋진 말로 수습해서 분위기를 띄웠으나,
-드, 듣보잡이라고 안했어요. 죄송해요…….
주디가 울상을 지으며 한 대꾸로 다시 웃음바다로 바뀌었다.
결국 인터뷰가 개그로 끝나자 에버스 선수들은 아까보다 더욱 타격을 받은 모습들이었다.
각자의 팀 벤치로 돌아가고, 마침내 1세트 경기가 시작되었다.
“존 힘내!”
주디가 응원했다.
존은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응, 저 듣보잡들을 박살내고 올게.”
“그거 하지 마!”
주디가 또 울상이 되어 소리치자, 존은 낄낄거리며 부스로 들어갔다.
본의 아니게 주디는 동생의 긴장감을 풀어준 것이었다.
이를 본 이신은 주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어.”
“……??”
뭘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신이 쓰다듬어주니 얌전해진 주디였다.
하필이면 그 모습이 또 대형화면을 타는 바람에 관객석에 모인 여성 팬들이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안 돼요, 오빠!”
“저 계집애가!”
“저도 쓰다듬어주세요!”
흠칫한 이신은 주디의 머리에서 손을 치웠다.
-신의 제자 존 레벨린 선수와 2부 리그에서 활약을 떨친 백찬희 선수의 대결입니다!
-인터뷰 때 누나의 활약에 힘입어 이길 수 있을지, 존 레벨린 선수의 기대 되는 데뷔전입니다.
-마냥 이신 선수의 제자니까 낙하산으로 출전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팀 내 랭킹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서 출전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기대되는 겁니다. 누나도 지난해에 한 라운드뿐이었습니다만 멋지게 활약했잖습니까!
여러 가지 해프닝을 남긴 채, 2021년 프로리그 1라운드 1경기, 제 1세트 경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