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89
188화 활약(4)
이신의 진영 앞마당에서 기사들이 뛰쳐나왔다.
‘저 정도면 싸워볼 만한데?’
동탁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슈웅― 콰아앙!
“취이익!”
“히히힝!”
바위가 날아와 오크창기병 무리 한복판을 강타했다.
1기가 사망하고 대열이 흐트러졌다.
동탁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투석기를 언제 여기까지 전진배치를!’
답은 하나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신은 은밀히 투석기 몇 기를 분해한 뒤에 전진해서 재조립시켰다.
그리고 적당한 타이밍이 올 때까지 공격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
동탁의 기마군단의 대열이 투석기의 공격으로 인해 무너진 틈을 타 기사들이 달려들었다.
‘쳇, 후퇴해라!’
동탁의 명령이 모두에게 전달되었다.
이 상태로 싸우면 피해가 크다. 일단은 물러난 뒤에 재정비해야 했다.
이신도 투석기 사거리 밖까지 쫓지는 않았다.
대신 서서히 방어선을 위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방어선을 끌어올리는 솜씨도 상당했다.
후방에 있던 투석기부터 분해한 뒤에 전진시켜서 재조립했다.
그와 함께 기사들도 전진시키고, 그곳에 화살탑을 건설해 방어선을 보강했다.
방어선을 밀어 올리는 이 일련의 과정은 동탁이 돌려보냈던 오크궁기병들을 다시 합류시키기 전에 끝났다.
화살탑에도 궁병 4명이 들어갔다.
‘으음!’
동탁은 나직이 신음을 했다.
상대의 움직임이 매우 기민했다.
게다가 모든 행동에 다 의미가 있었다.
저렇게 방어선을 끌어올리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옆 지역에 새로운 마력석 채집장을 가져가기 위해서였다.
새롭게 가져갈 마력석 채집장을 보호하기 위하여 방어선을 새롭게 구성한 것이다.
앞마당을 기습해 흔들고,
치고 나와 압박 병력을 물러나게 만들고,
방어선을 올린 뒤에,
추가로 마력석 채집장을 가져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의미가 연결되는,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운영이었다.
‘역시, 이 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승승장구를 했군.’
하지만 아직까지는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동탁은 생각했다.
자신은 병력을 자유자재로 기동할 수 있지만, 이신은 투석기와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제한적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마력석 채집장을 2개 더 가져가면 되지!’
아예 마력 채집량에서 우위를 점해서 병력차를 더 벌려놓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면 상대도 그걸 가만히 지켜보지는 않을 터.
결국은 저쪽에서 먼저 나와 싸움을 걸어야 한다.
그때 맞받아쳐서 승부를 낸다!
동탁은 전략이 정해지자 즉각 실행에 옮겼다.
오크 노예들을 시켜서 2군데 지역에 마력석 채집장을 새로이 건설케 했다.
오크 노예도 계속 소환해서 기습을 당해 받은 피해를 복구했다.
그러기 위해서 병력 생산은 잠시 중단한 동탁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방어선에 배치되어 있던 투석기들 일부가 분해되어 앞으로 전진 하는 것이 목격되었다.
그리고는 동탁의 병력이 사정거리에 들어오는 위치에서 다시 조립을 시작했다.
‘뭐지?’
뜬금없이 공격적인 이신의 움직임에 동탁은 의아스러웠다.
동탁은 투석기들이 조립 완료되기 전에 병력을 뒤로 물렸다.
그러자 다시 뒤쪽에 있던 나머지 일부 투석기가 다시 분해되었다.
그리고는 공병들이 그것을 끌고서 보다 앞선 위치로 이동시켜서 다시 조립하는 것이었다.
느리지만 그것은 명백한 전진이었다.
동탁은 이신이 왜 갑자기 방어선을 풀고 전진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확 쳐버릴까?’
다시 전진 배치되는 투석기의 사거리를 피해 물러나야 할지, 확 들이받아 버릴지 갈등하는 동탁.
그때, 한 발짝씩 전진하는 투석기와 함께 기사들도 일제히 전군을 시작했다.
‘그렇군.’
동탁은 나름대로 판단을 내렸다.
‘내가 마력석 채집장을 2개나 가져가는 걸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전진하는 모양이야.’
그렇다면 계획대로 되고 있는 것이었다.
‘이건 기회다!’
이신은 투석기를 절반씩 전진시키고 있었다.
투석기를 모두 다 분해했을 때, 동탁이 치고 들어오면 위험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투석기의 화력이 절반으로 깎인 것은 매한가지.
‘꺾어버린다!’
동탁은 흥분되기 시작했다. 이길 수 있는 찬스가 왔다.
‘전 병력 집합!’
오크 노예를 소환하고 마력석 채집장을 2군데나 건설하느라 병력 소환을 잠시 쉰 상태.
하지만 그것은 이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병력 규모나 배치 상태나 지형이나 명백한 동탁의 우위였다.
‘공격!’
동탁이 칼자루를 뽑아들었다.
‘사도들은 앞장서서 놈들을 밀어버려라! 투석기가 최우선 목표다!’
“취이익!”
“죽여라, 취익!”
“명령에 받듭니다, 취익!”
오크창기병과 오크궁기병이 일렬로 선 대형으로 돌격했다.
밀집된 대형을 띠지 않는 이유는 상대의 투석기에 당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
‘왔군.’
이신은 냉정하게 동탁의 돌격을 관찰했다.
이윽고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서영.’
“예, 계약자님!”
‘돌파해버려.’
“옛!”
서영은 이신이 왜 돌파 지시를 내렸는지 알고 있었다.
동탁은 투석기의 바위에 받는 확산 피해를 막기 위해 밀집된 진형이 아닌, 일렬횡대로 늘어진 진형을 택한 것이었다.
중앙돌파를 당하기 딱 좋은 형태였다.
“우리도 가자!”
서영이 기사들을 이끌고 공격에 나섰다.
일전에도 보였던 방추형 대형으로 뭉친 채, 동탁의 기마군단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자 오크궁기병들이 일제히 화살을 날렸다.
“눈 먼 화살 따위에 맞지 마라!”
그렇게 소리치며 서영은 앞장서서 오크 창기병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콰지직!
“취익!”
서영의 장창이 일격에 오크창기병의 목을 꿰뚫었다.
“취익, 인간 따위! 취익!”
다른 오크창기병이 덤벼들자 서영도 물러섬 없이 맞섰다. 2합을 겨루다가 서영의 장창이 오크창기병의 옆구리를 찔렀다.
“g!”
비명과 함께 비틀거리는 오크창기병.
“차압!”
서영은 벼락같이 달려들어 목을 쳐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는 기사들에게 명령했다.
“돌격!”
기사들이 일제히 기술 ‘돌격’을 시전했다.
저돌적으로 질주하는 기사단!
그 앞을 가로막던 오크창기병과 오크궁기병 다수가 짓밟혀버렸다.
그들은 그대로 동탁의 병력을 돌파하여 양분해버렸다.
“우오오오!”
“돌파했다!”
“놈들이 양분됐어!”
기뻐하는 기사들.
그러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네 이놈, 서영!”
멀리서 웬 오크궁기병이 호통을 쳤다. 오크답지 않게 취익거리는 특유의 소리가 없었다.
서영은 그 오크궁기병이 동탁이 빙의된 사도임을 한 눈에 알아차렸다.
“동탁이냐?!”
“네놈이 거기에 붙었구나!”
그 말에 서영의 두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내가 그토록 충성했거늘 헌신짝처럼 버리더니 적반하장이구나! 내 오늘 널 가만두지 않겠다!”
서영은 그대로 동탁을 향해 달렸다.
동탁은 클클 웃었다.
“넌 마지막까지도 날 위해 싸우게 될 것이다.”
동탁이 서영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
“나를 따라라! 내게 복종해라!”
[계약자 동탁님께서 고유 능력을 사용합니다.]안내음이 계속 떴다.
그랬다.
동탁의 능력은 적과 동료의 호의를 얻는 것.
그리고 중급 악마로 승급하자 그것은 호의는 복종으로 바뀌었다.
서열전에서는 이 능력을 한 번 사용할 때마다 무려 200마력이 소모되지만, 아깝지가 않았다.
서영은 이번 전투에서 기사들을 지휘하는 중요 역할을 맡고 있는 놈이었기 때문이었다.
‘흐흐, 저놈을 내 편으로 만들어버리면 놈들의 지휘체계가 엉망이……!’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무슨 개소리냐―!”
버럭 호통 치는 서영.
[사도 서영의 능력 평정심을 사용합니다.] [본인 및 아군을 각종 혼란에서 회복시킵니다.] [서영이 계약자 동탁님의 고유 능력 복종으로부터 회복되었습니다.]“뭐, 뭣?!”
동탁이 화들짝 놀랐다.
이신이 서영에게 부여한 능력 평정심은 놀랍게도 동탁의 고유 능력의 카운터였다.
동탁에게 충성했지만 끝내 버림받은 서영이 그의 천적이 되어 나타난 것이었다.
“그 목을 쳐주마!”
“이, 이놈이?!”
부아가 치민 동탁이 활을 쏘았다.
서영은 날아드는 화살을 날렵하게 창으로 쳐버렸다.
하지만 동탁 역시 궁술의 고수.
동탁은 말을 타고 달리면서, 상체만 뒤돌아 활을 쏘는 묘기를 선보였다.
방향을 전환할 때마다 오른손으로도 쐈다가 왼손으로도 쏘는 등의 신기를 펼치기까지 했다.
하지만 날아오는 화살을 전부 쳐내며 끈질기게 추격하는 서영의 무예 또한 빼어났다.
그러는 와중에도 전투는 계속 전개되었다.
기사단의 돌파로 양분된 동탁의 병력은 아예 둘로 나뉜 채로 각기 따로 싸웠다.
한 쪽은 이신의 투석기를,
또 한 쪽은 서영이 지휘하는 기사단을 공격했다.
서열전이 실제 전투와 다른 점은 병력 하나하나를 지휘자가 전부 통제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중앙돌파를 당해 양분된 뒤에도 동탁의 통제에 잘 따르는 것이었다.
“거기 서라!”
서영이 계속 쫓아왔다.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자 동탁이 급히 소리쳤다.
“크룰! 저놈을 상대해라!”
“취이익!!”
그러자 오크창기병 하나가 즉각 달려왔다.
유난히 큰 몸집에 창과 갑옷도 더 화려한 오크창기병 크룰은 동탁의 사도임이 틀림없었다.
“흥, 네깟 놈이!”
서영이 코웃음을 치며 크룰에게 마주 달려들었다.
채애앵!
1합,
카앙!
2합, 서영은 장창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감촉에 놀랐다.
역시나 동탁이 아무 오크나 사도로 임명했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못 이길 정도는 아니다!’
서영이 이를 악물고 싸웠다.
한편, 동탁은 양분된 병력 중 한쪽을 끌고 투석기를 습격했다.
‘투석기만 없애버리면 나의 승리다!’
절반으로 나뉘어 앞뒤로 따로 배치된 투석기들.
동탁은 그중 앞서 있는 투석기들을 쳤다.
투석기들이 일제히 날리는 바위에 상당 병력이 넝마가 되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돌격했다.
그리고 마침내 절반에 달하는 투석기들을 부숴버렸다.
‘이제 서영 녀석과 기사들을 박살내놓고 나머지 투석기만 없애면……!’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동탁은 문득 이상한 것을 보았다.
멀리서 한 무리의 인마가 달려오고 있는, 그런 이상한 풍경이었다.
지금 타이밍에 상대에게 저런 규모의 병력이 나타날 리가 없었다.
피차 마력석 채집장을 추가로 가져가느라 그럴 만한 여력이…….
‘설마?!’
동탁은 갑자기 벼락을 맞은 것처럼 굳어버렸다.
한 가지 추측이 떠올랐다.
그 추측대로라면 저 병력의 정체도, 왜 이 타이밍에 먼저 공격을 시도했는지도 설명된다.
그리고 자신은 완전히 속은 셈이 된다.
동탁은 부르르 떨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놈! 마력석 채집장을 안 가져갔구나!”
마력석 채집장을 가져가는 척 속임수를 쓰고, 실은 병력을 모으는 데 집중했던 것!
그 결과물이 눈앞에 있었다.
질 드 레가 이끄는 기사들이 질풍처럼 달려오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적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적의 공격을 받았습니다!]열기구가 순회공연을 하며 동탁의 마력석 채집장 두 군데에 기사를 2기씩 드롭했다.
동탁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아직 비장의 카드가 있어!’
여기서 이기면 된다. 이 전투만 이기면 승리였다.
동탁은 마음이 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