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9
18화 Player_SIN(1)
“그래서? 넌 지금이 네 선수 생활에서 가장 대우받을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하냐?”
방진호 감독이 물었다.
“그래요.”
“난 네가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이렇게 하자. 지금 조건에서 프로리그 승률 70% 넘기면 인센티브 받는 걸로. 성적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몸값만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도 말이 안 되지. 어때? 이러면 공평하지 않아? 단장님도 괜찮으십니까?”
“예, 그 정도라면 타당한 이야기죠.”
“신지호, 넌 어때?”
신지호는 잠시 침묵했다.
숙고하는가 싶더니, 이윽고 입이 열렸다.
“이신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응?”
“이상한 소리가 있더라고요. 우리 팀이 이신을 코치로 데려오려 한다던데. 얼마 전에 감독님이 찾아가기도 했다면서요? 이게 사실이에요?”
“…….”
방진호 감독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신지호에게는 숨기고 싶었던 사실이었다.
신지호의 미소가 썩어 들어갔다.
“제가 이신 때문에 얼마나 피해봤는지 알면서 그래요?”
“우린 프로야. 그런 것에 연연할 수는 없어.”
“제가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프로 의식이 결여됐나 보죠. 전 그 새끼랑 같이 못하겠습니다.”
신지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 말하신 조건 좋아요. 대신 저도 조건 하나 걸죠.”
신지호는 사무실을 떠나며 말했다.
“이신은 안 됩니다.”
그가 떠나버린 뒤에 두 사람은 곤란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쩌죠? 잘 타이를 수 있나요?”
“안 될 겁니다. 이신에 대한 피해의식이 너무 강해요.”
그냥 귀엽게 툴툴거리던 신지호가 완전히 삐뚤어진 직접적인 계기가 이신이었다.
이신과 한솥밥을 먹으라면 뛰쳐나갈 가능성이 높았다.
“이신을 포기해야 하나요?”
“……이신도 필요합니다.”
3R PO 결승전에서 있었던 이신의 깜짝 해설로 방진호 감독은 확신이 들었다.
-화면지정 단축키를 안 쓰나? 왜 저렇게 대처가 산만한지 모르겠습니다.
흘려 넘기듯 한 그 말에 방진호 감독은 경악했었다.
정확한 지적이었기 때문이다.
선수의 개인화면을 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걸 알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천재!’
평범한 사람이 볼 수 없는 것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타고난 재능이었다.
게임의 신은 코치로서도 충분히 통한다!
방진호 감독은 그렇게 확신했다.
하지만 팀의 에이스 신지호와 비교해서 누가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였다.
“정말 곤란하게 됐군요.”
박상혁 단장의 한숨이 방진호 감독의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
불쾌한 기분으로 연습실로 돌아온 신지호는 선수들과 연습생들의 이상한 분위기에 의아함을 느꼈다.
1군과 2군, 연습생들이 한 곳에 모여서 리플레이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2군 선수인 정다울은 우울 가득한 얼굴이었다.
“뭐야? 넌 왜 그래?”
신지호의 물음에 정다울은 울상이 되었다.
“형, 저 깨졌어요.”
“한두 번 깨져? 새삼스럽게.”
“그런 게 아니고요.”
“뭐야? 설마 연습생한테 깨졌냐?”
“차라리 그게 낫겠어요.”
정다울은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온라인에서 깨졌어요.”
“뭐? 상대 누군데? 몇 등급이야?”
“몰라요. A등급 유저인데 요즘 온라인에서 잘한다고 유명세 타는 아마추어예요.”
“그게 누군데?”
“형도 아실 걸요? 플레이어 신이라는 유저요.”
“아…….”
들어본 것 같았다.
Player_SIN.
무패행진 중이라 게이머들 사이에서 유명세 떨치는 유저였다.
어디의 프로 선수가 서브 아이디로 장난치는 거겠지 싶어서 무시했던 기억이 난다.
“나도 한번 보자.”
같은 인류 유저라니 흥미가 생겼다.
정다울과 Player_SIN은 총 세 판을 했다.
정다울의 주 종족은 신족.
맵은 전능의 권좌.
신족에게 유리한 맵에서 정다울은 상대에게 내리 3패를 당했다.
2군 선수라도 연습생들의 경쟁을 뚫고서 올라온 프로였다.
그런 정다울을 이렇게 농락했다면 상대도 아마추어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1세트, Player_SIN은 기갑정거장 2개가 완성되자마자 고속전차를 2기 뽑았다.
고속전차는 속도가 매우 빠른 유닛으로, 지뢰를 2개까지 매설할 수 있는 장점까지 갖췄다.
기갑부속연구소에서 지뢰 개발까지 완료되자 고속전차 2기가 빠르게 질주했다.
적 진영으로 파고들려 했지만, 정다울도 그렇게 허술하지 않았다.
거신병기 4기로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던 것.
고속전차 2기는 방향을 돌려 정다울의 확장 기지를 향했다.
확장 기지는 이제 막 대신전이 건설 중이었다.
대신전이 완공되면 그제야 생산유닛들을 붙여서 자원을 채취하게 하는 것이다.
건물 타격에는 취약한 고속전차라 달리 피해를 줄 수 있는 길이 없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Player_SIN은 그냥 소득 없이 고속전차를 물렸다.
“다울이가 디펜스 잘했네.”
신지호가 중얼거렸다.
고속전차를 초반에 빨리 보내는 것은 견제 플레이를 위한 것.
견제란 바로 상대방의 생산유닛을 공격해 자원 수급에 차질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상대가 미리 알고 대비를 해놓으면 쉽지가 않다.
“다울이가 유리해 보이는데? 고속전차 2기 일찍 뽑느라 확장도 못 가져갔잖아.”
“더 봐봐.”
모여서 함께 보던 선수들이 신지호에게 말했다.
어쩐지 정다울의 얼굴이 한층 우울해져 있었다.
약 30초 후, 대신전이 막 완공되었을 때였다.
완공되는 타이밍에 맞춰 정다울은 생산유닛들을 확장 기지로 보냈다.
신족의 생산유닛 신도 10기가 거신병기 4기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Player_SIN이 확장도 하지 않고 모아놓은 고속전차 8기를 일제히 출발시켰다.
마치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이동 중인 신도들을 습격했다.
호휘하던 거신병기가 맞섰지만, 고속전차들은 집요하게 신도들만 사살했다.
신도 10기 전멸.
고속전차는 이제 볼일 다 봤다는 듯 썰물처럼 후퇴했다.
“와, 씨발 컨트롤.”
“한순간에 다 털어버렸네.”
“손 존나 빨라.”
선수들이 혀를 내둘렀다.
신도는 고속전차의 공격 2방에 죽는다.
Player_SIN은 고속전차 8기를 컨트롤하며 2기당 1기씩, 신도를 4마리씩 털어버렸다.
번개 같은 컨트롤로 신도 10기가 삽시간에 전멸. 거신병기의 반격에 죽은 고속전차는 1기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지호는 다른 면을 보고서 감탄했다.
‘아까 대신전 짓고 있는 걸 보고서 언제 완공될지 계산했다.’
완공되고 신도들이 보내질 타이밍을 초단위로 정밀하게 계산한 기습.
저건 초일류의 플레이였다.
‘대채 누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