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93
192회 올스타(1)
오랜만에 인터넷 뉴스가 이신의 이름으로 도배했다.
[이신 세계 올스타 인기투표 1위!] [전 세계 팬이 선정한 최고의 프로게이머 4년 연속 1위 ‘신의 위엄’] [이신, 중국·일본·태국·영국 등 7개국에서 자국 스타들 제치고 1위!] [끝나지 않는 ‘신’의 신화]그것은 실로 엄청난 업적이었다.
한국의 인기투표 정도가 아니었다.
전 세계 모든 e스포츠 팬들이 투표에 참석한 어마어마한 이벤트!
그 결과가 4년 연속 1위!
심지어는 손목 부상으로 은퇴했을 때조차도 인기투표에서 1위를 했다는 뜻이었다.
전대의 레전드였던 최환열이나 오성준조차도 올스타 10인에 꼽힌 적이 없었다.
그 정도로 대단하고 어려운 일을 4년 연속으로 해냈으니, 이는 e스포츠 세계에서 이신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것이었다.
“진짜 대단하다.”
“또 1위래.”
“4년 연속 1위, 진짜 쩐다.”
올도어SCC의 연습실.
선수며 연습생이며 가릴 것 없이 한 사람을 우러러보고 있었다.
추앙의 대상은 말이 필요 없는 이신이었다.
같은 연습실에서 함께 훈련하며 부대끼고 있다 보니 잠시 잊고 있었다. 세삼 자신들이 얼마나 위대한 스타와 한솥밥을 먹고 있었는지를 말이다.
이번 인기투표는 그것을 되새기게 해주는 결과였다.
“중국 팬들이 자국 선수들 다 제쳐 놓고 감독님한테 몰빵했대.”
“동남아 팬들도 쓸어버렸지.”
“2위랑 득표율이 2배나 차이난다. 말이 되냐?”
“와, 진짜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프로게이머인 거네.”
“난 언제 저렇게 될까?”
“다음 생?”
그렇게 연습실이 잔뜩 들뜬 가운데, 이신만은 귀찮은 표정이 역력했다.
“영광인 줄 알아야지, 뭘 그렇게 심통 맞아? 난 세계 SC 올스타전 그렇게 참가하고 싶었는데도 결국 못했는데.”
최환열이 옆에서 핀잔을 주었다.
“또 일정이 겹쳐서 다음 경기 출전을 못하겠군.”
“다음 상대는 팀 제미니니까 문제없어. 그 다음 상대인 쌍성전자가 강적이지.”
올해의 팀 제미니는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는 상대였다.
1군 주전들 태반이 슬럼프에 빠졌고, 쌍두마차였던 유진영은 올도어SCC로 이적.
지금은 쌍두마차의 다른 한 명인 ‘광전사’ 오광태가 홀로 외롭게 싸우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쌍성전자는 전혀 달랐다.
작년 우승팀 쌍성전자는 올해 들어 더 강력해졌다.
광기신족 최영준을 필두로 한 엄청난 신족 라인이 구축되어 신족 제국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2021년 한국 프로리그는 3제국의 다툼이었다.
JKT의 괴물 제국.
쌍성전자의 신족 제국.
그리고 올도어SCC의 인류 제국!
“올해 들어서 최영준은 더 굉장해졌더라.”
최환열이 평을 내렸다.
“너한테 4강전에서 3패 셧아웃을 한 고통이 컸는지 더 갈고닦았어.”
“어떤 점에서?”
“소수 유닛 컨트롤과 마법유닛 컨트롤이 확 좋아졌더라.”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최영준의 약점이 그런 것이었다. 그게 극복됐다면 더 위험한 상대가 되어 나타날 것이다.
“아무튼 쌍성전자 전은 나중에 대비하고, 일단 넌 올스타전이나 대비해라. 꼭 이길 필요는 없어도 재미있는 경기는 해야지?”
“알았어.”
투표 결과가 온 다음날, 세계 SC 협회로부터 봉투가 도착했다.
초청장과 항공티켓이었다.
그런데 항공티켓을 본 장양이 이신의 소매를 잡고 당겨댔다.
이신은 그런 장양의 행동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알아차렸다.
“너도 가고 싶어?”
끄덕끄덕.
아마도 올스타전 자체보다는 이신과 떨어지고 싶지 않은 것이리라.
“같이 가고 싶으면 리쟈에게 얘기해. 난 네 보호자가 아니니까.”
매정한 이신의 말에 장양은 눈에 띠게 당황했다.
“나와 같이 올스타전에 가고 싶다고 리쟈에게 똑바로 의사표현을 하는 거야. 그걸 못하면 그냥 여기 있어야지.”
“……!”
“할 수 있지, 그 정도는?”
장양은 뾰로통해졌지만 이신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작은 결심에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이신이 치유의 힘을 불어넣어준 영향도 있었다.
장양은 끙끙 앓다가 이내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신의 구형 폴더폰이 요란스럽게 진동했다. 발신자는 바로 리쟈였다.
-정말 고맙습니다!
“뭐가 말입니까?”
-장양이 제게 무언가 하고 싶다고 직접 말을 꺼낸 것은 처음입니다.
“말?”
이신이 의외라는 듯이 묻자 리쟈가 정정했다.
-물론 문자 메시지였지만 그래도 장족의 발전입니다. 늘 사진을 찍어 보내거나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할 줄밖에 몰랐는데, 이번에는 글로 표현을 했다고요!
리쟈는 감격에 겨워했다. 정말 무슨 친어머니라도 되는 듯했다. 왜 남을 위해 저렇게까지 마음을 쓰는지 이신으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4월 3일.
홍콩에서 열리는 세계 SC 올스타전에 참석하기 위해 이신은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장양과 리쟈 등은 먼저 수속을 밟기 시작했고, 이신은 출국 전에 기자들과 함께 인터뷰를 해야 했다.
“올스타전에 벌써 3번째 초청을 받으셨는데 소감이 어떠십니까?”
“가까운 곳이라 다행입니다.”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나 이신의 직설화법이 어딜 가는 게 아니었다.
“10인에 선정된 선수들 중에 붙어보고 싶은 상대가 있습니까?”
“딱히 없습니다.”
“작년 금메달리스트인 엔조 주앙이라든지…….”
“전에 파리SCC와 친선 훈련 때 실컷 붙어봐서 딱히 흥미 없습니다. 누가 상대가 됐든 재미있는 경기 하겠습니다.”
“중국의 왕펑카이 선수가 이신 선수와 붙게 되면 박살이 날 것이라고 발언을 해 화제인데요.”
“이름은 들어봤던 것 같은데 종족이 뭔지도 모릅니다.”
왕펑카이는 작년 말 상하이 슈퍼리그의 우승자로 새롭게 중국 최강자의 자리에 오른 신예였지만, 이신이 알 바가 아니었다.
“혹시 이번 올스타전에서 인류가 아닌 다른 종족을 플레이하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현장 분위기 봐서 팬들이 원하면 할 의향이 있습니다.”
다만 올스타에 선정된 세계 각국의 선수들은 명성 높은 이신과 제대로 실력을 겨루고 싶어 할 터였다.
팬들도 마찬가지.
특이한 전략이 나온 경기도 좋지만, 대부분은 각국의 강자들이 정면대결을 하는 것을 더 원한다.
누가 더 강한지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가장 큰 것이다.
적당히 인터뷰를 마친 뒤 이신은 홍콩으로 떠났다.
“왕펑카이가 누군지 압니까?”
비행기 안에서 이신이 대뜸 물었다.
“모릅니다.”
리쟈가 단호히 대답했다.
“상하이 슈퍼리그? 하여간 거기 우승자라고 하더군요.”
“장양이 관심을 보인 프로게이머는 이신 씨밖에 없습니다.”
‘별 볼일 없는 놈인가 보군.’
아무튼 뭐라고 도발을 한 건지 알고 싶긴 했다.
자신에 대해 뭐라고 발언을 했는지 봐야, 거기에 적합한 응징을 할 게 아닌가.
사실 남이 뭐라고 도발하든 별로 신경을 쓰지는 않는 이신.
하지만 도발한 상대를 더욱 재미있게 두들겨 패주는 일은 그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그럴수록 보는 사람들이 더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
-이름은 들어봤던 것 같은데 종족이 뭔지도 모릅니다.
‘전혀 모른다고?’
아래에 나와 있는 자막을 통해 이신의 발언을 본 왕펑카이는 부들부들 떨었다.
발언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신의 태도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무관심이 그를 분노케 했다.
굉장히 많은 중국 팬들의 파워에 힘입어 올스타 10인에 선정된 왕펑카이.
간신히 10위에 턱걸이를 했지만, 어쨌거나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프로게이머 10인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것이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중국 팬들의 커뮤니티가 큰 몫을 했다.
중국의 네티즌들이 자국 선수를 올스타에 내보내기 위하여 한 사람을 밀어주자는 의견이 나왔고, 그 대상으로 왕펑카이가 선정된 것.
그리고 중국 네티즌들은 왕펑카이파와 이신파로 나뉘어 열띤 논쟁을 벌였다.
중국에서도 상당히 많은 이신의 팬들이 왕펑카이가 이신과 함께 올스타에 나갈 수준이냐며 딴죽을 걸었던 것.
그 열띤 논쟁은 당연히 왕펑카이의 귀에도 들어갔고, 왕펑카이는 뜻하지 않게 이신과 비교당하며 자격지심을 느껴야 했다.
처음에는 e스포츠의 전설인 이신과 어찌 감히 비교할 수 있겠냐며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지지해주는 네티즌들이 많아지자, 그럴수록 왕펑카이의 생각도 휩쓸리기 시작했다.
‘이신이 그렇게 대단해? 나 역시 중국 최고의 프로게이머야!’
중국을 대표하는 최강자로서 이신에게 고개 숙여서는 안 된다는 의무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작심하고서 이신을 크게 도발했다.
박살을 내주겠다고.
옛날과 다른 중국의 위상을 보여주겠노라고.
고심 끝에 크게 결의를 한 발언이었다.
그랬더니 이신의 반응이 저것이었다.
투지와 의무감(?)을 불태웠던 자신을 바보 같게 만드는 덤덤함!
‘두고 보자!’
왕펑카이는 부득부득 이를 갈았다.
***
올스타에 뽑힌 마이클 조셉은 호텔에 여장을 풀고 바로 가져온 노트북을 꺼냈다.
일단 인터넷 뉴스를 훑어보았는데, 역시나 e스포츠계는 세계 SC 올스타전에 이신이 다시 나타났다고 흥분해 있었다.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어서 반갑군.’
이벤트매치의 빚을 갚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1세트는 준비된 전략대로 멋지게 승리를 거두었지만, 서브 종족인 신족을 쓴 이신에게 패배했다. 그리고는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바람에 3세트를 졸전으로 역전패.
1승 2패로 역전패한 아픔은 마이클 조셉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철지부심 갈고 닦은 끝에 지난해를 승률 81%로 마감했다.
프로리그에서 승률 8할을 넘겼다는 것은 그 리그의 최강자라는 뜻이었다.
재능 많지만 불완전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 완숙한 강자의 모습으로 성장한 마이클 조셉.
그는 이신에게 복수를 할 무대로 월드 SC 그랑프리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기회는 일찍 찾아올수록 좋다고 여겼다.
‘아직 실력이 건재할 때 붙고 싶어.’
프로게이머의 평균 연령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이신은 어느새 노장의 반열에 들고 있었다.
다행히 아직은 여전히 강력했지만, 언제 몰락해버릴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 전에 다시 한 번 붙어보고 싶었다.
e스포츠의 신이라 불린 사나이를 상대로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이긴다면,
‘나에게도 그만큼 위대한 선수가 되기를 꿈꿀 자격이 생기는 거겠지.’
마이클 조셉은 이신의 작년 경기 영상 VOD를 결재해 보며 전의를 불태웠다.
그렇듯 내로라하는 톱스타 프로게이머들이 속속들이 홍콩에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상당수가 이신을 타깃으로 삼고 있었다.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노리는 이상, 이신은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이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 e스포츠 팬들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그 점이었다.
이벤트라고는 하나 다시 돌아온 이신의 첫 세계무대!
한국에서는 은메달리스트 박영호와 동메달리스트 최영준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이신을 꺾는 데 실패했다.
각국에서 뽑힌 올스타 10인 중에서는 누가 과연 이신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지, 아니면 이신이 다시 자신을 당해낼 자가 없음을 증명할지 궁금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