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02
201화 특훈(1)
전략팀의 성과가 눈부셨던 경기였다.
일반적인 빌드 오더를 플레이해도, 초반이 지나면 선수의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전략팀은 최영준의 최근 3개월간의 플레이를 뚫어져라 보며 분석했다.
그리고 이신에게 결정적인 승리를 안겨준 2가지 정보를 제공했다.
첫째, 대사제 4명을 수송기에 태워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
둘째, 그 수송기를 전투가 시작될 때 사이드로 따로 빼둔다는 점.
이신은 그 정보를 받아들여 스텔스 전투기로 수송기를 저격해 버렸고 그것이 국면을 결정짓는 대회전의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물론 소환 예상 지역에 지뢰를 깔거나, 본진 소환 시도를 예측하는 등은 이신의 순수한 실력이었지만 전략팀이 큰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었다.
물론 급조된 데다 해외 명문 팀과 비교하면 엉성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대신 그들은 게임 경험이 풍부해 플레이하는 선수의 입장을 잘 이해했다.
때문에 꼭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캐치할 줄을 알았다.
이신은 플레잉코치 박진수에게 전략팀을 관리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게 언젠가는 생길 올도어SCC 전략팀의 시작이라는 것을 안 박진수는 기꺼워했다.
박진수의 합류로 전략팀이 탄력을 받았다.
“중요한 건 각자의 개인적인 추측이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만드는 일이에요.”
박진수는 전략팀의 초석이 될 기초 데이터 기반을 쌓기 시작했다.
일단은 선수 분류부터 시작.
프로리그에서 활동하는 모든 한국 선수를 종족·나이·유형에 따라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떤 맵에서 승률이 좋은지, 어떤 빌드 오더를 많이 쓰는지, 어떤 유형의 상대에게 많이 패했는지 등을 세부적으로 분류해 나갔다.
개인적인 의견이 안 들어간 객관적인 통계치가 집대성되자 제법 신뢰성 높은 데이터베이스가 되었다.
그렇게 객관화된 데이터베이스가 어느 정도 구축되자, 이번에는 그것을 토대로 주관적인 선수 능력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즉, 분석 대상이 된 선수를 운영, 전략, 판단력, 컨트롤, 디펜스, 반응속도 등 6가지 부문으로 점수를 매기는 것이었다.
부문별로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먹였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바로 이신의 능력치였다.
-이신(올도어SCC, 인류·신족·괴물)
-운영 : 100, 전략 : 100, 판단력 : 100, 컨트롤 : 100, 디펜스 : 100 반응속도 : 96
-특이사항 : 3종족 모두 플레이.
반쯤은 재미삼아 만든 이 능력치 평가를 보여주자 이신이 의문을 표했다.
“장난이지?”
“장난은 무슨, 돈 받고 장난질이나 치겠냐?”
박진수가 설명을 했다.
“선수들 능력치에 점수를 먹일 기준이 있어야 할 거 아냐.”
“기준?”
“그래, 기준이 없으면 점수가 아주 선수마다 따로 노는 경우가 생겨버려.”
누군가에게는 80점을 내렸는데 또 어떨 때는 비슷한 실력을 가진 누군가에게는 70점을 준다.
그런 식으로 오락가락하면 전혀 쓸모없는 데이터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박진수는 기준을 이신으로 정했다.
“특정 선수에게 점수를 먹일 때, 너랑 비교할 거야.”
이신의 모든 능력치를 100점 만점으로 삼는다.
그리고 특정 선수를 분석할 때 이신과 비교해서 점수를 먹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신의 능력치 하나는 100점 만점이 아니었다.
“반응속도도 100으로 잡으려 했는데, 같은 상황에서 너보다 더 빠른 애들이 있더라.”
“마이클 조셉이나 박영호?”
이신은 당장 생각나는 피지컬 괴물들을 언급했다.
박진수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우리 팀 선수들만 능력치를 평가해 봤어. 부문별로 분석해서 일목요연하게 장단점이 보여야 보강해야 될 게 뭔지 알 거 아냐.”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그럼 누구야?”
“나도 의외였는데, 놀라지 마.”
-주디(올도어SCC, 인류)
-운영 : 100, 전략 : 74, 판단력 : 77, 컨트롤 : 69, 디펜스 : 95, 반응속도 : 100
-특이사항 : 슬럼프 위험.
그것은 정말로 여러 가지 면에서 의외였다.
“의외로 높은데?”
“우리도 처음에는 주디를 그렇게 높게 평가를 안 했어. 그냥 안정적인 승률 내주는 무난한 주전감?”
정확했다.
‘딱 그러라고 키웠지.’
“그런데 능력치를 분야별로 뜯어보니까 좀 놀랍더라.”
“운영이 왜 100이야?”
물론 꼼꼼하게 잘한다. 그게 주디의 유일한 장점이라고 이신은 생각했다.
그런데,
“똑같은 빌드를 썼을 때 주디가 가장 목적했던 유닛을 빨리 뽑아.”
“그걸 측정했어?”
이신은 꽤 놀랐다.
박진수가 설명했다.
“가끔 이상하게 타이밍이 좀 빠를 때가 있어서 한 번 게임 경과 시간을 비교해 봤어. 견제 받고 피해 입어도 어떻게든 잘 조절해서 목적했던 타이밍을 맞추더라.”
타이밍을 조절할 줄 아는 운영은 톱클래스 선수들의 필수항목이기도 했다.
“슬럼프 위험이 있다는 건 잘 봤네.”
주디에 대해 이신만큼 잘 아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이신 역시 연습실은 물론 한 집에 같이 살면서 주디를 지켜봤다.
승률은 아직 높았다.
하지만 질 때와 이길 때의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했다.
창의성이 없는 교과서적인 플레이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신이 계획했던 대로 일류는 못 이겨도 수준 이하의 양민은 학살하는 범용한 선수로 잘 성장했다.
다만 문제는 이제 플레이 패턴이 슬슬 상대 팀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점.
“슬슬 다른 빌드 오더를 시도하면서 다양한 패턴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지.”
이신은 그러면서 100점 만점으로 평가된 주디의 운영·반응속도 항목을 빤히 바라보았다.
‘생각해 보면 집에서 게임할 때도 차이를 상대로 의외로 승률이 좋지.’
한 집에 같이 사는 이신과 3제자 사이에는 게임 실력별로 서열이 있었다.
첫 번째는 단연 이신.
두 번째가 주디와 차이.
기갑 체제 운영에 약한 존이 가장 아래였다.
차이는 이제 인류 대 인류전에 있어서는 이신도 승리를 장담 못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신이 없으면 올도어SCC의 에이스는 어김없이 차이였다.
그런데 그런 대단한 차이를 상대로, 주디는 의외로 거의 반반의 승률을 보이는 것이었다.
‘어쩌면 주디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역할이 많아서 주디에게 크게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박진수의 분석력이 꽤나 깊이가 있군.’
피지컬이 떨어진 노장이 되자 정석 운영보다는 전략적인 심리전으로 재미를 보던 박진수.
그래서 전략팀장으로 적임자라고 생각했는데, 전략팀을 책임지게 되자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일처리를 하고 있었다.
내심 기대감이 들어서 박진수에게 물었다.
“1라운드 플레이오프 끝나면 개인리그 시작되는 거 알지?”
“응.”
“거기서 주디가 8강 이상 올라가려면 어떡해야 할까?”
“8강?”
박진수의 얼굴에 고민하는 기색이 어렸다.
개인리그보다 프로리그에 더 특화된 주디의 스타일을 박진수가 모를 리 없었다.
다행히 박진수는 전략팀과 함께 올도어SCC 선수들의 지난 경기를 보며 분석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전투를 잘해야 돼.”
“전투?”
“우리 팀 인류 라인에 묘한 상성 관계가 있어.”
이신은 내심 놀랐다.
그건 아마 이신, 차이, 주디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리라.
이신의 제자들은 집에서 서로 실컷 붙어볼 수 있기 때문에, 연습실에서는 서로 연습게임을 잘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박진수는 그 상성을 꿰뚫어본 것이다.
“주디는 허를 찌르고 들어와 컨트롤로 상식 이상의 파괴력을 내는 너한테는 아주 취약하지.”
“맞아,”
“반면에 차이는 너한테 강하고.”
사실 이신의 인류를 상대로 승률이 반반까지 따라붙을 수 있는 선수는 극소수였다.
“근데 주디가 그런 차이한테 묘하게 강해.”
“그것도 맞아. 왜라고 생각해?”
“빌드 최적화가 탁월하거든. 확장 타이밍도 한발 빠르고. 그래서 대체로 차이가 먼저 공격할 수밖에 없는 구도가 돼. 주디는 디펜스가 좋아서 곧잘 막고.”
그런 탄탄한 면이 주디의 우수한 프로리그 승률을 만든 것이다.
“근데 먼저 치고 나가야 할 때는 약해.”
“공격성이 부족하지.”
“컨트롤이 좋지 않은 건 어쩔 수 없지만, 큰 전투는 컨트롤과 조금 다르잖아. 안 그래?”
“그렇지.”
“주디는 장기전이 될수록, 스케일이 커질수록 장점이 잘 살아. 그러니까 큰 전투만 잘 하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지지 않을까?”
이를 테면 최영준 같은 타입이었다.
최영준이 소수 유닛 컨트롤에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큼직한 전투가 되면 그런 컨트롤보다 지형과 진형이 많은 것을 좌우한다.
팀 제미니의 ‘광전사’ 오광태처럼, 싸움 잘하는 것 하나로 에이스라 불리는 선수도 있는 것이다.
“알았어. 수고 많았어.”
“내 일인데 뭐.”
“전략팀 이끄는 건 적성에 맞아?”
“어, 재미있더라.”
박진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지금껏 죽어라 해왔던 게임인데, 그걸 이렇게 이론과 객관적인 데이터로 해석하니까 또 묘한 재미가 있어. 게임에는 이런 재미도 있구나 싶더라니까.”
“잘됐네.”
“그래서 말인데.”
“……?”
“올해 전반기까지만 하고 선수 생활은 은퇴할게.”
“아직 더 할 수 있어. 위로로 하는 말 아니야.”
“알아. 나도 최대한 오래 선수로 버텨보자는 마인드로 이 팀에 온 거고. 근데 전략팀 쪽 일을 해보니까 드디어 내 적성을 찾을 것 같은 기분이야.”
“…….”
“나 은퇴하면 올도어SCC 전략팀의 책임자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던 약속 기억 나?”
“어.”
“나 은퇴하면 그 약속 지켜주기다?”
“…고맙다.”
팀에서 가장 빛나는 건 선수다.
하지만 박진수의 가치는 선수보다 코치나 전략팀장일 때가 더 빛났다.
박진수가 자청해서 은퇴하니 고맙고 미안했다.
“내가 더 고맙지.”
박진수는 이신의 어깨를 툭툭 쳤다.
박진수의 은퇴 의사는 수속코치인 최환열에게도 전달되었다.
코칭스태프가 부족한 팀 처지를 가장 잘 실감하는 최환열로서는 반가운 소리였다.
그리고…….
“주디.”
“네!”
주디가 쪼르르 달려왔다.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귀여운 모습이었다.
이신은 저 반짝거리는 큼직한 푸른 눈동자에 투쟁심을 심어 넣고 싶었다.
“오늘은 나랑 연습하자.”
“오늘은?”
주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늘 하루 종일.”
“네, 감독님.”
이신과 하루 종일 함께 게임한다니, 그저 기꺼워하는 주디였다.
“좀 힘들 거야.”
“괜찮아요.”
주디의 맹목적인 태도에 이신은 만족감을 느꼈다.
착하고 귀여운 주디였지만, 의외로 혹독한 훈련과 스트레스에 강했다.
그렇지 않으면 연습생 시절에 이신의 아바타가 되어서 말하는 대로 조종되는 미친 훈련을 참아내지 못했을 터였다.
두 사람은 연습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이신은 인류·신족·괴물을 마음대로 고르며 주디를 상대했다.
다만 견제 플레이는 최소한으로만 하고, 운영과 큰 규모의 병력 싸움 쪽에 초점을 두었다.
박진수의 의견에 따라 주디의 약점을 보강하려는 특훈의 시작이었다.
200 대 200 싸움.
신족을 고른 이신의 병력이 물밀 듯이 덤벼들었다.
광신도들이 끝없이 달라붙으면서 자리 잡고 있던 주디의 병력을 잡아먹었다.
-iLoveSin : GG.
-Kaiser : 싸우기 전에 저장해 뒀어.
-Kaiser : 싸움에서 이길 때까지 계속 반복하는 거야.
그제야 이 특훈의 주제가 뭔지 깨달은 주디였다.
저장한 게임을 로드하며, 주디는 이길 때까지 같은 전투를 계속 반복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