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10
209회 능력(1)
-모르겠네. 그자와는 서열전을 치러보지 못했어. 불화와 흉조를 관장하는 악마군주 안드라스의 계약자이니, 대략 그런 능력을 가졌을 거라고 짐작은 하네만.
오자서는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조아생 뮈라는,
-붙어보긴 했어. 내가 패배했고. 아니, 그냥 뭐 공격 들어갔더니 어마어마한 병력이 떡하니 기다리고 있더라니까?
‘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없나?’
-그것 말고는 딱히 해줄 말이 없는데?
그레모리를 통해서 텔레파시를 했지만, 결국 소득은 없었다.
“그냥 붙어봐야 알겠군요.”
“괜찮을까요? 아니면 특별한 정보가 더 생길 때까지 도전을 미루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이신은 고개를 저었다.
“더 기다린다고 해서 정보가 생길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럼 그냥 도전할까요?”
“예, 마물을 상대로 한 싸움은 평소에도 질 드 레와 자주 모의전을 해서 익숙합니다.”
일단은 기본기로 승부하겠다는 이신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여 악마군주 안드라스에게의 도전이 결정되었다.
상대 종족이 마물이라면 비교적 부담이 덜 가는 상대였다.
질 드 레가 가장 잘 다루는 종족이 마물인 만큼 모의전 연습을 할 기회가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각 전장마자 마물을 상대로 한 빌드 오더들도 많이 구상해 놓았다.
‘당장 붙는다 해도 써먹을 수 있는 전략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렇다면 차라리 상대에게 더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기로 했다.
***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던 악마군주 안드라스가 인사말을 건넸다.
악마군주 안드라스.
그는 천사와도 같았다.
커다란 한 쌍은 날개를 등에 달고 있고, 오른손에는 푸른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검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척 보기에도 결코 천사가 아니었다.
까마귀처럼 불길한 검은 날개에서 음험한 마력이 느껴졌다.
날개와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미남자였음에도, 악마 중의 악마라는 느낌이 확연히 드는 그런 존재였다.
“마신께서 정하신 율법에 근거하여 너에게 도전한다, 악마군주 안드라스.”
그레모리가 선포했다.
안드라스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뭘 그렇게 서두르시나? 우리의 계약자들은 서로 초면인데 인사라도 나누게 해야지?”
그 말에 그의 곁에 있던 건장한 체구의 서양인 사내 역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바로 그리고리 라스푸틴이었다.
“쓸데없이 말 섞어봐야 무슨 이득이 된다고 그러지?”
“그대의 계약자는 이미 안드로말리우스의 계약자 오운이나 벨리알의 계약자 조아생 뮈라 등과 교류를 맺고 있지 않나. 내 계약자와도 그런 사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흉조와 불화의 안드라스, 누가 너와 교류를 맺고 싶어 할까? 네 능력을 잘 알고 있는 내게 쓸데없는 수작은 부리지 마라.”
그레모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안드라스는 유감스럽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섭섭하군. 내가 꼭 수작만 부리는 것 같잖나.”
“긴말은 필요 없다.”
“쯧쯧, 어쩔 수 없지. 전장은 제2 전장 블루레인, 배팅한 마력은 5만으로 하겠다.”
최대 배팅 마력이 나오자 그레모리가 흠칫했다.
그녀는 잠시 옆에 함께 있는 이신을 돌아보았고, 이신은 태연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배팅은 많이 해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 말에 안드라스의 미간이 꿈틀했다.
자신감을 얻은 그레모리가 그를 보며 말했다.
“좋다, 그렇게 하자. 네가 한 제안이니 설마 무르지는 않겠지?”
“흥, 자신감이 넘치시는군. 좋아, 한 번 붙어보자.”
안드라스가 먼저 라스푸틴을 데리고 전장으로 사라졌다.
“우리도 가요.”
“예.”
그레모리는 이신의 손을 잡고 함께 텔레포트를 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과 계약자 이신께서 제2 전장 블루레인에 도착하셨습니다.]전장에 도착했을 때, 문득 라스푸틴이 성큼성큼 이신에게로 걸어왔다.
“인사나 나누세.”
그러면서 손을 내미는데, 굳이 잡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신은 손을 맞잡았다.
악수를 하면서 라스푸틴이 말했다.
“반갑네. 자네의 명성은 익히 들었지. 꼭 한 번 만나고 싶었어.”
이윽고,
[진실.]상급 악마 엘티마에게서 얻어냈던 거짓 판별 능력이 발동했다.
이신은 그의 말이 진심이라는 점에서 놀라야 했다.
“왜 저를 만나고 싶었던 겁니까?”
“경이롭거든.”
“경이롭다?”
“자네에 대한 풍문을 들었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께서 불패의 명장을 소환해 계약자로 삼으셨다고 하던데.”
“…….”
“그래서 자네가 존경스러운 걸세. 노력해서 훌륭한 사람이 된 경우는 많지만, 자네처럼 젊디젊은 나이에 그런 명성을 떨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
뭔가 큰 오해를 하는 것 같았지만, 이신은 그냥 계속 오해하게 내버려 두기로 했다.
“가끔씩 역사에 자네처럼 신이 내린 천재가 출현하거든. 자네도 그런 경우이지.”
아마도 라스푸틴의 머릿속에서 이신은 나폴레옹이나 알렉산더 같은 전쟁 천재로 여겨지고 있으리라.
하지만 그렇다 쳐도 전혀 주눅 든 기색이 없는 라스푸틴은 역시나 기인이었다.
무서운 적수를 서열전에서 만났는데 진심으로 반가워하고 있고, 살아생전 세상에 재앙을 퍼뜨린 사람치고는 매우 신사적이었다.
‘이런 사람은 처음 보는군.’
듣기로 벌써 상급 악마라던데, 자신을 아랫사람처럼 내려다보는 오만함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럴수록 이신은 더욱 라스푸틴에 대해 경계심이 들었다.
“나는 자네가 나폴레옹처럼 서열전의 정점에 설 사람이라고 생각하네. 아, 사람이 아니라 악마인가?”
그러면서 씨익 웃어 보이는 라스푸틴이었다.
“그런 것치고는 마력을 5만씩이나 배팅했던데, 사실은 자신감이 있었나 보지요?”
이신이 불쑥 물었다.
라스푸틴은 씨익 웃어보였다.
“난 인간으로서의 자네를 경외하는 것일세. 악마로서는 아직 아니지.”
그때, 음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과 악마군주 안드라스 님의 서열전입니다. 전쟁의 승패가 서열과 마력에 영향을 줍니다. 마력은 10만이 배팅됩니다.] [마력 10만이 마력석이 되어 전장에 유포됩니다.] [종족을 선택해 주십시오.]“시작됐군, 잘해보세.”
“휴먼.”
이신은 대답 대신 종족을 골랐다.
쓸데없이 라스푸틴과 친교를 맺고 싶지는 않았다.
살아생전에 사이비 성직자였다고 하니 심리적인 부분에서 능력을 발휘할 터. 그런 자와의 인연은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라스푸틴은 쓴웃음을 지으며 종족을 골랐다.
“마물.”
[서열전이 시작됩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의 계약자 이신 님과 악마군주 안드라스 님의 계약자 그리고리 라스푸틴 님께서 참전합니다.]***
‘불화와 흉조의 안드라스라고 했지?’
노예들에게 일을 시키며 이신은 생각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라스푸틴.
그리고 역시나 어떤 능력을 발휘할지 알 수 없는 그의 능력.
‘그러고 보니 악마로서의 고유 능력은 사도에게 빙의를 해야 발휘할 수 있는 게 아니었던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72악마군주의 계약자들 중 다수가 마물을 고른다고 했다.
그리고 마물 역시 사도로 임명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라스푸틴도 사도로 임명한 마물에게 빙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빙의를 못한다면 마물을 고를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어쨌든 잘은 모르겠지만 대충 짐작은 간다. 불화든 흉조든 정신적인 부분에서 작용하는 능력일 테지.’
동탁도 그런 능력을 펼쳤다.
비록 다섯 번째로 받아들인 사도 서영의 능력 ‘평정심’에 의해 막혔지만 말이다.
‘어쨌든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치즈 러시가 좋겠군.’
그런 정신계 능력은 병력의 규모가 클수록 효과도 커진다.
그러니 소규모 병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초반 치즈 러시라면 이쪽이 유리하다. 라스푸틴의 정신계 능력보다는 이신의 치유 능력 쪽이 더 큰 힘을 발휘하리라.
게다가 초중반에 더없이 강력한 마물을 상대로, 휴먼이 초반 기습 공격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그건 아무도 예상을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초반에는 돈이 없지.’
계약자가 악마로서의 고유 능력을 사용하려면 마력의 소모가 필요하다.
다행히 이신의 경우, 치유 능력을 펼칠 때마다 1초에 1마력씩 소모되므로 초반에도 충분히 쓸 수 있었다.
하지만 보통은 고유 능력을 사용할 때 2, 300씩 소요가 된다.
중후반이라면 모를까, 초반에 그런 큰 마력량이 남을 리 없었다.
그런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해본 결과, 이신은 치즈 러시가 정답이라고 여겼다.
‘콜럼버스, 상대 진영을 확인해라. 잠깐 훑어보고 바로 빠져나와야 한다. 네가 죽으면 곤란해진다.’
“예, 알겠습니다!”
소환된 콜럼버스가 정찰을 떠났다.
치즈 러시를 결심한 이신은 아주 과감한 선택을 했다.
병영 하나를 본진에 지어 정찰 온 상대가 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9시 구석진 위치에 병영 또 하나를 몰래 짓는다.
무려 2개의 병영을 먼저 지어서 궁병을 다수 소환해 공격하겠다는 도박 수였다.
때마침 정찰을 떠난 콜럼버스가 희소식을 전해왔다.
‘계약자님! 저 자식이 앞마당에 마법진을 짓고 있습니다. 마력석 채집장을 먼저 가져갔어요!’
이신의 휘하에서 수백 수천 번 정찰을 다녀본 콜럼버스였다.
앞마당에서 마물의 생산 담당인 클로가 마법진을 그리고 있는 걸 보고 곧바로 알아차렸다.
마법진이 지어지고 있는 진척도, 서열전 시작 후 흐른 시간 등을 감안해 한눈에 파악한 것이었다.
이 시간대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고 있다면, 병력을 뽑을 만한 건물을 짓지 않고 있다는 뜻.
‘좋아, 본진 들어갈 필요도 없다. 바로 돌아와.’
‘옛!’
상황은 이신에게 웃어주고 있었다.
2개의 병영에서 궁병이 소환되기 시작했다.
궁병의 숫자가 5명이 되자 비로소 이신이 명령을 내렸다.
‘궁병 5명, 노예 3명은 공격에 나선다. 콜럼버스도 합류한다.’
마침내 이신이 칼을 뽑아 들었다.
병력이 진군하는 동안 이신은 계속 노예와 궁병을 소환하며 운영을 했다.
그리고 병력이 라스푸틴의 앞마당 부근에 이르렀을 때, 콜럼버스에게로 빙의를 했다.
[사도 콜럼버스의 능력 빙의를 사용합니다.] [계약자 이신 님께서 사도 콜럼버스의 육체에 빙의됩니다.]“진격.”
콜럼버스의 육체에 빙의된 이신이 명령을 내렸다.
궁병 5명과 노예 3명이 일제히 돌입했다.
그런데, 라스푸틴의 앞마당에 이르렀을 때였다.
‘응?!’
이신은 흠칫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쯤 앞마당에 짓고 있던 마법진이 거의 완성 단계에 있어야 했다.
그런데 앞마당에는 어떤 건물도 없이 텅 비어 있는 게 아닌가.
‘도중에 취소했다. 어째서?’
이유는 뻔했다.
이신이 공격해 온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이다.
그렇다고 짓고 있던 마법진을 취소시켜 버리다니, 다소 우악스러운 대응책이긴 했지만 말이다.
‘어떻게 알았지?’
상대의 정찰 때문에 전략이 사전에 발각된 것은 아니었다.
발각되었다면 이신이 눈치 못 챘을 리가 없었다.
심지어 짓고 있던 마법진을 도중에 취소해 버리는 것보다 더 깔끔한 대응책을 썼을 터.
‘급히 취소한 것이다. 알아차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거야.’
이신의 두뇌가 팽팽 돌아갔다.
-붙어보긴 했어. 내가 패배했고 아니, 그냥 뭐 공격 들어갔더니 어마어마한 병력이 떡하니 기다리고 있더라니까.
조아생 뮈라가 했던 말이 언뜻 뇌리를 스쳤다.
라스푸틴의 능력이 무엇인지 좀 더 감이 올 것 같았다.
‘그렇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