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11
210회 능력(2)
“철수.”
이신은 결단을 내렸다.
초반에 강하게 힘을 준 치즈 러시.
그리고 적의 본진으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눈앞이었다.
하지만 싸우지 않고 물러서는 쪽을 택한 이신이었다.
“옛? 이대로 그냥요?”
궁병 5명 중 로빈 후드가 물었다.
사도로 임명되지는 못했지만 늘 이신에게 소환되어 혁혁한 전과를 세웠던 로빈 후드였다.
이렇게 빠른 타이밍에 공격 갔다가 전과 없이 후퇴하면 큰 손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상대도 피해를 입었다. 아직 해볼 만해.”
이신은 즉시 데려온 노예 3명부터 본진에 돌려보내 마력 채집에 투입시켰다.
궁병 5명은 콜럼버스와 함께 계속 적의 앞마당에 남아 동태를 살피도록 했다.
라스푸틴이 쉽사리 앞마당으로 나오지 못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좁은 출입구를 반포위한 진형으로 대기시켜 놨으니, 본진에서 나오려면 더 많은 병력을 소환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병력에 마력을 쓰게 만드는 것까지 이루어지면, 얼추 손익 비율은 양쪽이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앞마당 취소하게 했고, 불확실하긴 해도 놈은 자신의 고유 능력도 사용했다. 아마 100에서 200 사이의 마력을 소모했겠지.’
초반에 그만큼 마력을 쓰게 만들었다는 것은 상대 역시 테크 트리가 느려졌다는 뜻.
당장 결판 짓겠다고 준비된 상대의 소굴로 돌입하는 것보다는 승부를 더 길게 보는 편이 좋다고 판단했다.
다행히 상대는 그다지 운영이 유려하지 않았다.
앞마당을 취소해 버리는 다소 거친 판단이 그것을 증명한다.
빙의를 풀고 돌아온 이신은 노예의 숫자를 계속 늘려가며 확장을 준비했다.
마력을 꾸준히 모아, 앞마당에 바로 화살탑과 통제실을 동시에 건설했다.
‘콜럼버스.’
‘예, 계약자님!’
‘적 본진에 살짝 들어갔다 나와라. 병력이 있는지 확인해.’
‘알겠습니다.’
콜럼버스는 과감하게 라스푸틴의 본진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마물 종족의 방어시설 ‘화염진’이 불덩어리를 뿜었다.
화르르!
“으악!”
온몸에 화상을 입고 비명을 지르는 콜럼버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콜럼버스는 출입구 쪽에 대기 중인 헬하운드 6마리를 포착했다.
허겁지겁 바깥으로 도망쳐 나온 콜럼버스.
‘병력에 돈을 썼군.’
화염진까지 건설했으니 라스푸틴도 지금 매우 가난한 상태였다.
‘전원 철수해라.’
이만하면 됐다 싶었다.
괜히 더 궁병들을 적진 앞에 놔뒀다가 잡혀 먹혀 버리면 손해였다.
무사히 돌아온 궁병들은 앞마당에 지어진 화살탑에 들어갔다.
그제야 라스푸틴 역시 병력을 끌고 나와 수비하며 앞마당에 다시 마력석 채집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신의 빠른 결단이 형세를 좋게 했다. 상대보다 먼저 앞마당을 가져간 것이다.
앞마당의 마력석 채집장을 활성화시키고, 테크 트리를 올리면서 이신은 나름대로 계산을 했다.
그때,
[적이 출현했습니다!]나타난 적은 별것 아니었다. 헬하운드 1마리가 정찰을 온 것뿐이었다.
헬하운드는 이신의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이 활성화된 것을 확인하고 사라졌다.
‘내가 먼저 마력석 채집장을 가져갔다는 것을 확인했군.’
이제부터 나타날 라스푸틴의 판단이 이신은 궁금했다.
이신은 정밀하게 계산을 하고 있었다.
분명히 라스푸틴의 본진에는 마법진이 2개 있다.
앞마당에도 또 하나 생겼다.
마음만 먹으면 그 3군데에서 헬하운드를 쏟아낼 수 있다.
마력량에서 불리해졌지만, 당장 낼 수 있는 병력 격차는 저쪽이 유리하다.
공격적인 이신이었다면, 이때 결코 상대를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 상대가 그대로 유리함을 가져가도록 좌시하지 않았을 터다.
하지만 라스푸틴은 어떨까?
‘라스푸틴의 능력이 내 추측대로라면, 그리고 그 능력에 다소 의존하는 스타일이라면…….’
이신은 만에 하나를 대비해 계속 테크 트리를 올리며 방어 태세를 갖췄다.
공병이 투석기 제작을 완료하자 다소 한숨 돌렸다.
콜럼버스는 계속 적진 앞을 얼쩡거리며 상황을 주시했다.
적이 다수의 헬하운드로 총공세를 시도한다면, 그걸 포착하고 곧바로 방어를 더 강화할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넌 나한테 안 돼.’
치즈 러시가 막혔을 때는 예상 못 한 사태에 잠시 동요했지만, 이내 프로게이머로서의 계산과 직감이 발휘된 이신이었다.
***
“간신히 한 고비 넘겼군.”
라스푸틴은 안도했다.
그리고리 라스푸틴.
살아생전에 제정 러시아의 몰락에 크게 일조한 그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사람 보는 눈!
사이비 종파를 내세워 추종자를 모았던 인물답게 라스푸틴은 사람의 심리를 잘 파악한다.
그가 본 이신은 첫 인상부터 심상치 않았다.
적개심 없이 냉철하게 상대를 뜯어보려는 분석적인 태도.
그런 유형의 인간이 가장 무서웠다.
진심으로 상대를 먹잇감으로 여기는 사냥꾼의 눈빛이었다. 그것도 그런 사냥을 수없이 성공시켜본 베테랑 사냥꾼 말이다.
‘그리고 저건 성격의 소유자는 대개 매우 공격적이지.’
피차 서로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일찍부터 허를 찌르고 물어뜯으려 들지도 모른다는 경각심을 느꼈던 라스푸틴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찌감치 자신의 고유 능력을 펼쳤다.
“까악! 까아악!”
상급 악마가 되면서 새롭게 발전된 그의 능력은 바로 흉조.
더 정확히는,
“까아악! 서쪽 하늘에서 불길한 몇 쌍의 날갯짓이 들려올 것이다! 까아악!”
흉조를 지저귀는 까마귀.
마력으로 빚어내어 만든 이 까마귀가 공격당할 것을 미리 예고한 것이다.
‘날갯짓이라면 그리핀. 몇 쌍이라면 다수가 아니군.’
흉조를 해석한 라스푸틴이 즉각 움직였다.
그리핀을 상대하기 좋은 독포자꽃을 소환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본진 2개와 앞마당 1개의 마법진에서 9마리의 독포자꽃이 소환되었다.
소환되자마자 즉각 서쪽 절벽 부근에 배치했다.
까마귀가 알려준 흉조와 라스푸틴의 추측이 맞아 떨어졌다.
서쪽에서 절벽을 넘어 나타난 그리핀 2마리가 나타나자마자 독포자꽃들의 독포자 세례에 얻어맞았다.
즉각 U턴을 해버린 그리핀들이었지만, 그중 1마리가 죽어 추락해 버렸다.
“으악!”
“아아악!”
당연히 그리핀에 타고 있던 석궁병 2명도 덩달아 추락사했다.
그러나 라스푸틴은 이 정도의 조그마한 성과에 만족감을 느끼지 않았다.
‘고작 그리핀 2마리에 석궁병 4명으로 이루어진 특공대다.’
큰 성과를 바라고서 투입시킨 게 아니었다.
‘내 능력을 확인하려고 보냈군.’
라스푸틴도 눈치가 보통이 아니었다.
이신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 감지했음을 알아차렸다.
‘공격을 미리 알 수 있는 내 능력을 이걸로 확인했구나.’
심지어, 살아 도망간 그리핀 1마리가 앞마당 쪽에 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렸다. 정찰이었다.
‘독포자꽃의 숫자를 확인하러 왔겠군.’
라스푸틴의 독포자꽃은 급히 소환한 9마리가 전부였다.
이신이 그것을 확인해 버렸다.
‘더 많은 걸 알아가 버렸군. 역시 똑똑한 자야.’
까마귀는 공격당할 것을 미리 예고해 준다.
하지만 만능은 아니다.
정확하게는, 상대가 공격을 시도하러 병력을 출발시켰을 때 예고해 준다.
때문에 라스푸틴은 이신이 본진에서 그리핀 2마리를 출발시킨 뒤에야 독포자꽃을 급히 소환했으니 그 숫자는 9마리일 수밖에 없었다.
이신이 그것을 확인했다.
독포자꽃이 9마리밖에 없다는 것을 보고서 그 모든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계산에 매우 밝구나. 이 서열전에서는 산술에 밝을수록 무섭지.’
그리고 그것을 알아차린 라스푸틴의 통찰력 또한 보통이 아니었다.
‘내가 독포자꽃을 소환한 걸 봤으니 놈도 더는 그리핀을 소환하지 않고 지상군에 집중하겠지. 그럼 나는 이대로 독포자꽃을 모으고 일부를 엔트로 변태시켜 지상군을 강화시켜야겠군.’
사소한 한 번의 교전과 정찰.
그 미약한 충돌만으로도 두 사람은 치열한 심리전을 펼치고 있었다.
흉조를 알리는 까마귀는 만능이 아니었다.
적이 공격에 나선 뒤에야 그 사실을 알려준다는 단점도 있다.
무엇보다 한 번 만드는 데 100마력이 소모되며, 유지하는 데는 2초에 1마력씩 소모된다.
1분에 30마력, 10분이면 300마력.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마력 채집량이 많아지므로 별것 아닌 지출이었다.
하지만 한 푼이 아쉽고 소중한 초반에는 큰 리스크였다.
라스푸틴의 기민한 눈치와 결단이 아니었다면 결코 초반에 무리해서 이 고유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을 터였다.
즉, 까마귀의 능력도 활용하는 당사자의 실력에 따라 유용하게도 쓸모없게도 변하는 것이었다.
상대가 비밀리에 엄청난 병력을 모았다가 공격을 시도한다면?
뒤늦게 흉조를 들어봐야 이미 때는 늦다.
즉, 까마귀를 활용해서 그동안 활약해 왔던 것은 기본적으로 라스푸틴의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라스푸틴은 알지 못했다.
상대가 자신보다 더 높은 곳에서 나는 실력자라는 것을.
***
‘공격을 예견하는 능력은 계속 지속되는 모양이군.’
그리핀 2마리를 보내본 이신은 여러 가지 사실을 유추했다.
‘알게 되는 시점은 내가 공격을 보냈을 때다.’
마룡 소환으로 테크 트리를 진행하던 라스푸틴이 급히 독포자꽃으로 선회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독포자꽃은 비록 개체 하나하나는 체력이 약하지만 값이 싸서 대량 소환이 가능했다.
게다가 집단이 모여 독포자를 넓게 퍼뜨리면 비행 속도가 빠른 그리핀도 피하기 어려웠다.
‘내가 어떤 병과를 공격 보냈는지도 알 수 있나 보군.’
열기구였으면 그냥 테크 트리를 타던 대로 마룡을 소환했어도 충분했다.
하지만 그리핀을 상대로 마룡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무난한 선택일 뿐이었다.
종합해 보면, 라스푸틴의 고유 능력은 상대가 어떤 유닛으로, 어딜 공격하는지, 공격을 보낸 시점에서 미리 아는 능력이었다.
‘꽤 쓸 만한 능력이지만 독이 되기가 더 쉬운 능력이다.’
이신은 라스푸틴의 능력을 비웃었다.
언뜻 보면 대단한 능력처럼 보인다. 상대가 허를 찌르는 기습 공격을 감행해도 미리 알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신 같은 최고 수준의 실력자에게는 그다지 효용이 없었다.
그런 건 능력을 쓰지 않아도 철저한 정찰과 시야 장악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
이신이 갖추고 있는 그런 기본기를 라스푸틴은 능력에 의존하고 있었던 것.
‘도리어 그게 실력을 향상시키지 못한 원인이 되었다.’
악마군주 안드라스는 서열이 오랫동안 큰 변동 없이 일정했다고 했다.
라스푸틴은 기본적으로 상대의 심리를 잘 파고드는 똑똑한 인물이었지만, 자기 능력에 의존하는 바가 커서 한계가 있었던 것.
‘안다고 다 막을 수 없다는 걸 보여주지.’
이신은 오랜만에 옛날 전성기 시절의 스타일을 꺼내 들기로 했다.
멀티태스킹과 피지컬로 압살해 버리는 운영!
초스피드의 템포로 상대가 쫓아가지 못해 무너지게 되는 그런 싸움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까아아악! 서쪽 하늘에서 불길한 한 쌍의 날갯짓이 들린다!”
“까아악! 동쪽 하늘에서 적이 내려올 것이다! 까악!”
“까악! 큰 파도가 남쪽에서 똑바로 올라온다! 까아악!”
“앞뜰에 떨어질 한 가지 불운을 걱정하라! 까아악!”
목이 쉬도록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까마귀의 행동에 라스푸틴은 당황하다 못해 황당해졌다.
‘이, 이게 무슨?’
까마귀가 갑자기 미쳐 발광하는 게 아니라면, 이건 명백한 상대의 공격을 예견하는 흉조였던 것이다.
다만 너무 많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