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23
222화 전쟁(3)
김영표의 본진에 파고든 아바타 2기가 소환 마법을 펼쳤다.
후퇴하던 이신의 병력들이 삽시간에 상대방의 본진 안으로 소환되었다!
-와아아! 이신 선수의 날카로운 찌르기!
-정말 말도 못하게 날카롭게 소환이 들어갔습니다. 아까 싸움이 벌어졌을 때 아바타가 마법 에너지를 아끼고 있었거든요! 바로 이걸 위해서였습니다. 이렇게 빈틈이 보이면 찌르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봤던 겁니다.
-상대의 본진을 장악한 이신 선수! 병력이 생산되는 기갑정거장부터 파괴하기 시작합니다! 자칫 이거 한 방에 게임이 끝납니다!
김영표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급히 병력을 본진으로 되돌렸다.
스피드가 빠른 고속전차들이 먼저 본진에 도착했다.
고속전차들은 신족 병력에게 달려들어 지뢰를 마구 매설했다.
하지만,
“와아아아아!!”
“오오오!!”
“이신! 이신! 이신!”
열화와 같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거신병기들이 미친 듯이 무빙을 당기며 지척에 깔린 지뢰를 족족이 제거했다.
순간적으로 거신병기를 4개씩 드래그해 지뢰 하나를 클릭하는 컨트롤!
이점사, 삼점사, 사점사!
지뢰가 모조리 제거되었다. 고속전차들이 맥없이 파괴됐고, 지뢰는 단 1개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사람이 아니야, 저건.”
“컨트롤이 개사기잖아.”
“저걸 무슨 수로 이겨?”
MBS 측은 망연자실한 표정들이 되었다.
반면에 올도어SCC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에이스이자 감독인 이신의 슈퍼 플레이에 사기가 고조되었다.
하지만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차이는 전율에 휩싸여 있었다.
“역시 선생님은 위대해요.”
“봤지? 똑같은 풀 병력도 컨트롤을 저렇게 해버리면 신족은 개사기가 돼.”
박진수가 말했다.
“신족은 철갑충차나 대사제, 아바타 등 변수를 일으키는 유닛이 아주 많아. 심지어 신이는 사략기의 전파방해까지 쓰지.”
“역시 강하네요, 선생님의 신족은.”
“예측불허의 변수를 터뜨리는 모든 유닛이 신이가 컨트롤하면 완벽하게 돼. 차이, 넌 결국 저걸 넘어야 우승을 할 수 있어.”
차이는 이신의 플레이에 너무나 압도된 나머지, 씨익 웃었다.
저런 상대를 넘어서야 한다.
그게 차이에게 주어진, 신으로부터 받은 소명(召命)이었다.
***
4세트에 출전한 선수는 존이었다.
상대는 바로 최찬영.
올해 전반기 개인리그 본선에 진출한 최찬영은 기량이 나날이 상승하여 MBS의 에이스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존 또한 괴물 전의 스페셜리스트.
존은 최근에는 e스포츠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후반 병영 체제를 선보였다.
업그레이드가 풀로 된 보병·의무병·화염방사병을 후반까지 주력으로 쓰는 까다로운 체제였다.
손이 매우 많이 가기 때문에 요즘 시대에는 저걸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인류 플레이어는 극소수였다.
존은 심지어 병영 병력에 전함을 조합하는 스페셜한 빌드 오더로 팬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쟤는 저렇게 어려운 건 잘하면서 왜 기갑을 못하는 거야?”
박진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이신이 말했다.
“고속전차는 잘 써. 기동포탑을 못하는 거지.”
“거 참 희한하네. 저렇게 컨트롤 까다로운 짓거리는 잘하면서.”
디펜시브 실드에 감싸인 화염방사병들이 돌입해 괴물 병력을 화염으로 녹여 버리기 시작한다.
땅속에서 촉수를 뻗는 촉수충들의 공격을 지그재그로 피하는 미친 컨트롤!
“성질이 급해서 그래.”
이신이 간단히 답했다.
보병이나 고속전차처럼 빠른 유닛은 잘 쓴다.
하지만 기동포탑은 느리다. 포격모드로 하면 움직이지도 못한다. 때문에 성질이 급한 존은 서툰 것이었다.
“평소 성격이랑 정반대네.”
“인성과 게임 성격은 관계가 없으니까.”
“널 보면 관계가 있는 것 같기도 한데…….”
“…….”
3-1로 승리를 굳힌 뒤, 이신은 방진호 감독과 악수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이 나라 리그에 그 정도 전력은 너무한 것 아니냐?”
“그랑프리 단체전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까요.”
“돈 많은 전 세계 팀들이 니네 애들 노릴 텐데 지킬 수나 있겠어?”
한국에 세계적인 강팀이 있을 수 없는 이유.
바로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를 탐내는 외국 자본 때문이었다.
선수들도 프로인 이상 더 대우 조건이 좋은 외국에 진출하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진영이나 료는 모르겠지만, 제 제자들은 다 금수저라 돈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이신의 덤덤한 대꾸에 방진호 감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재수 없는 것들!’
게임 잘하는 놈들이 외모는 물론 태생도 우월하니 짜증이 치밀었다.
***
경기를 마치고 연습실로 돌아온 선수들은 휴식이 주어졌음에도 다들 훈련에 매달렸다.
특히 개인리그 32강에서 1조에 소속된 선수 3인은 각자 연습 상대를 하나씩 붙잡고 준비를 시작했다.
“난 집에서 훈련하지. 차이, 너는 연습실에서 하도록 해. 서로 연습 광경을 보여서 좋을 게 없으니까.”
“네.”
차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주디, 따라와.”
“네!”
눈을 동그랗게 뜬 주디는 묘하게 신이 난 표정으로 쭐레쭐레 이신의 뒤를 따랐다.
이신은 차이와 가장 스타일이 비슷한 주디를 연습 상대로 선택한 것이었다.
그렇게 이신이 주디와 함께 귀가해 버리자, 차이는 박진수와 존, 한태화를 붙잡았다.
“다들 연습 좀 부탁드릴게요.”
차이는 이신, 사나다 료, 황병철 등과 한 조였기 때문에 연습 상대로 세 종족이 필요했다. 심지어 이신은 3종족을 전부 구사하니 말이다.
“그럼 서로 로테이션으로 하자. 나도 본선 첫 상대가 최영준이라 신족 상대로 훈련을 좀 해야 해.”
“그럼 내가 차이랑 존 두 사람과 연습을 해주면 되겠군.”
박진수가 연습을 조율했다.
그렇게 차이도 연습을 시작했다.
사나다 료는 경기장에서부터 미리 졸라서 포섭해 놓은 유진영과 연습을 했다.
사나다 료로서는 일단 첫 상대인 황병철부터 꺾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황병철을 반드시 꺾어야 해.’
황병철에게 지면, 16강 진출을 위해 이신과 차이를 모두 격파해야 한다는 엄청난 난이도의 미션이 생겨 버린다.
게임의 신이라 불리는 이신은 말할 필요도 없는 상대.
그리고 차이 또한 요즘 들어 거의 완전무결하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기량이 절호조였다.
‘어쩌면 감독님보다 차이가 더 힘든 상대가 될 수도 있어.’
사나다 료는 울상이 되었다.
“왜 그래?”
그 표정을 본 유진영이 물었다.
사나다 료는 머리를 싸쥐며 괴로워했다.
“형, 전 왜 이런 조에 끼게 된 걸까요? 16강 못 갈 것 같아요.”
“그건 다 네 팔자지. 그만 징징거리고 일단은 황병철부터 꺾을 생각을 하자. 황병철이 의외로 올인만 조심하면 할 만해.”
유진영은 사나다 료를 토닥거려 주었다.
하지만 연습이 시작되자 사나다 료는 언제 위축되었냐는 듯이 눈빛에 투지가 어렸다.
‘나도 전 일본 우승자 출신이라는 자존심이 있어. 이변을 보여주지.’
개인리그 32강 본선 제1조.
올도어SCC의 3인을 중심으로 전쟁이 예고되고 있었다.
***
개인리그 32강 1조의 경기 시작을 하루 앞두고 한국 e스포츠계에 여러 가지 소식이 들려왔다.
[마이클 조셉 방한, “카이저의 경기를 현장에서 보고 싶어서 왔다.”] [마이클 조셉 이어 엔조 주앙도 방한 “월드 톱클래스의 경기가 펼쳐질 것이라 기대된다.”] [월드 스타급 프로게이머들도 ‘죽음의 1조’ 경기 관람을 위해 속속 방한] [세계 유수의 명문 팀 관계자들이 한국에 몰려오는 까닭은?]그랬다.
죽음의 1조는 전 세계 e스포츠의 관심사였다.
이미 오랫동안 스페이스 크래프트의 헤게모니를 독점하고 있었던 이신.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도 이처럼 오랫동안 절대무적인 채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는 선수는 드물었다.
그런데 그런 이신이 경계하는 적수가 나타났다.
바로 이신 자신이 키워낸 수제자 차이였다.
그래서인지 프로게이머들은 물론이고 세계 최정상에 있는 명문 팀의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아오고 있었다.
그들은 향후 이신의 뒤를 이어 최정상의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는 차이를 직접 보기 위해서 찾아왔다.
뿐만 아니라 사나다 료 또한 훌륭한 경기력으로 많이 어필한 선수였다.
돈이 많은 명문 팀들은 곧 있을 이적 시즌에 대비하여서 벌써부터 올도어SCC의 주전 선수들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올도어SCC에는 향후 톱클래스에 등극할 유망주들이 많다.’
‘카이저의 제자들을 잡아야 한다!’
‘차이는 향후 세계 정상에 설 것이다. 저 어린 나이에도 벌써 카이저를 위협하고 있지 않은가.’
‘장양이라는 중국 출신의 선수도 피지컬이 놀랍다.’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차이가 카이저를 상대로 얼마나 선전할 수 있느냐다.
이신에 대한 세계 팀들의 공포증은 상당했다.
심혈을 기울여 키워낸 팀의 선수들이 이신에게 단 1세트 따내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이신이 손목 부상으로 잠시 떠나 있었던 동안 세계 e스포츠는 계속 발전을 해왔다.
이제는 이신을 어느 정도 따라 잡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뒤바꿔 놓은 것이 바로 지난번의 월드 SC 올스타전이었다.
혼자 남은 이신이 상대 올스타 5인을 상대로 역 올킬을 해버렸을 때, 세계는 다시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카이저는 전보다 더한 괴물이 되어버렸다.’
‘인류 하나로도 강했던 카이저가 이제는 3종족을 다 쓴다.’
‘이제 월드 SC 그랑프리 개인전 금메달을 따려면 카이저가 은퇴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전 세계 e스포츠 관계자들은 이번에 한국에서 열리는 개인리그 본선에서 보고 싶어 했다.
이신을 왕좌에서 퇴위시킬 수 있는 새로운 별의 출현을 말이다.
“이중에 내가 패배하기를 바라는 작자들이 꽤 많겠군.”
경기장으로 향하는 롤스로이스 팬텀의 뒷좌석에 이신이 태블릿PC로 뉴스를 보며 중얼거렸다.
옆에 함께 탄 최환열이 낄낄거렸다.
“뭘 새삼스러운 소리를 하냐? 네가 어디 우승을 한두 번 해먹었어야지. 오죽하면 네가 진 경기는 무조건 명경기라고 하겠냐? 이제 슬슬 뉴 페이스를 바라는 사람들도 있는 거지.”
“내가 지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가?”
“그래서? 사람들이 원하니까 져 주기라도 할 거냐?”
“…….”
이신은 잠시 침묵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이신이 한참 뒤에 입을 열었다.
“나 대학에서 아직 안 잘렸대.”
“그게 뭔 소리야?”
“내년에 복학하면 된다더라.”
“그래? 잘된 건가? 근데 너 이제 와서 대학 같은 건 신경 안 썼잖아.”
“어쩐지 온 세상이 내 은퇴를 원하는 것 같아.”
“쓸데없는 소리 한다. 슬럼프냐? 괜히 혼자 우울해하게.”
“딱히 그런 건 아냐.”
최환열은 이신의 어깨에 손을 턱 얹었다. 그리고 충고했다.
“네가 계속 건재하기를 원하는 팬도 있고 몰락하는 걸 보고 싶어 하는 팬들도 있겠지. 근데 스포츠라는 게, 응원하는 대로 다 되지 않아서 골 때리는 거거든.”
“…….”
“네 몰락을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있다면, 한 번 골 때리게 만들어줘. 네가 이제 그만 졌으면 했는데 결국 또 이겨서 뒷목 잡게 만들란 말이야. 그게 또 스포츠의 매력 아니겠냐?”
그 말에 이신은 피식 웃었다.
“남 골 아프게 만드는 건 내 특기지.”
개인리그 32강 1조, 경기 당일.
16강 진출을 건 네 선수의 전쟁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