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26
225화 진출(1)
선수 대기실.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이신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수고했어.”
최환열이 반겨주었다.
이신은 대꾸가 없었다. 그럴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힘겨운 한판이었다.
이신의 돌파 시도로 시작된 최후의 결전은 모두의 생각보다 훨씬 긴 싸움이 되었다.
돌파는 성공했다.
전술위성의 디펜시브 실드로 보호된 기동포탑 1기가 앞장서서 첫 포격을 받아냈다.
줄지어 양방향에서 돌입한 병력이 차이의 진형을 분쇄했다.
차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9시 쪽에서 치고 내려와 옆구리를 공략한 차이의 협공에 의하여, 이신 역시 큰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아무튼 이신은 차이의 압박 라인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문제는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는 차이의 스텔스 전투기 편대였다.
기습을 받은 탓에 전력이 크게 훼손된 이신의 전투기 편대는 공중전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바쁘게 다니며 이신의 지상유닛을 하나둘 꾸준히 깨부수는 차이의 전투기 편대는 여간 집요한 게 아니었다.
자원 여력이 없는 이신은 값싸고 빠른 고속전차를 활용한 견제 플레이로 공세를 전환했다.
고속전차의 스피드는 스텔스 전투기보다 빠른 것이었다.
그때부터는 그야말로 서로의 멱살을 붙잡고 늘어지는 싸움이었다.
이신의 고속전차가 계속 견제를 퍼부어 차이의 자원 수급을 방해했다.
차이의 스텔스 전투기 편대는 스텔스 모드로 암약하며 이신의 지상군을 꾸준하게 줄여나가고 확장을 차단했다.
서로를 굶주리게 만드는 처절한 혈전.
하지만 결국 승자는…….
“그놈의 12시 확장 기지.”
“그러게 이제 그만 정석 빌드 쓰라니까. 자꾸 2기갑이니 2항공이니 그런 가난한 빌드로 위험을 감수하니까 불리하게 싸움을 하지. 보는 입장이야 재미있지만.”
그랬다.
이신은 패배했다.
결국 2번째 확장 기지를 가져간 차이가 더 오래 버틸 수 있었다.
대량의 일꾼 피해를 입었지만, 그래도 활성화된 확장 기지의 숫자 차이는 아주 큰 요소였다.
“신지호랑 해봐서 알잖아. 요즘 애들은 다 디펜스 좋아지고 자원도 많이 먹어.”
“안전주의자들.”
“어쩔 수 없잖아? 결국은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는 쪽이 오래 살아남으니까.”
이신은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패자조라니?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수모였다.
이제 곧 황병철과 사나다 료의 대결이 시작된다.
여기서 이긴 쪽은 승자조가 되어 차이와 겨루고, 진 쪽은 패자조가 되어 이신과 겨룬다.
승자조의 승자는 16강 진출.
패자조의 승자는 승자조의 패자와 겨뤄 이긴 쪽이 16강 진출을 결정짓는다.
즉, 이신은 앞으로 남은 2번의 경기를 모두 이겨야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이었다.
“너무 낙담하지 마라.”
“낙담 안 해.”
“크크크, 그래. 너무 쪽팔려 하지 마라. 명경기였잖아.”
이신은 최환열을 노려보았다. 최환열은 연신 낄낄거리며 이신을 놀렸다.
e스포츠계에 이신을 잡으면 명경기라는 법칙이 있다.
사실 맞는 말이긴 했다.
이신을 이기려면 어지간한 경기력으로는 어림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게 구시대 같은 헝그리한 플레이는 그만 하라니까.”
“…….”
오랜만에 분함을 느낀 이신은 심기 불편한 표정으로 다음 경기를 지켜보았다.
선수 대기실에 설치된 TV 화면에서는 황병철과 사나다 료의 대결이 나오고 있었다.
“저기 또 있네. 플레이가 참 클래식한 녀석이.”
최환열이 말했다.
TV를 본 이신은 그만 헛웃음을 지었다.
황병철이 독침충 올인과 대규모의 하늘군주 드롭을 준비하고 있었다.
***
-사나다 료 선수의 운영이 참 스무스하죠?
캐스터 이병철의 물음에 해설위원 정승태가 동의한다.
-예, 그렇습니다. 정찰용으로 뽑은 사략기 1기로 꾸준히 상대의 체제를 파악하며 맞춰가고 있습니다. 황병철 선수가 독침충에 올인하고 있는 걸 보고서 입구를 캐논포로 도배하고 철갑충차를 다수 생산하고 있잖습니까.
-황병철 선수 하면 일격필살인데, 이건 싸움이 붙으면 사나다 료 선수가 무난하게 막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림인데요?
-계속 사략기에 정찰 당하는 게 문제입니다. 뻔한 올인은 정말 허망하게 막힙니다. 황병철 선수의 올인이 빛을 발하는 건 상대를 속였을 때거든요. 황병철 선수는 말이죠, 힘으로 상대를 거꾸러뜨리는 게 아니라 속여서 잘못된 배팅을 하게 만드는 포커플레이어입니다. 일단 승리를 위한 첫걸음은 저 사략기를 처치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해설위원 정승태의 지적대로였다.
마치 그 말을 듣기라도 한 듯, 황병철은 폭탄충 4마리를 뽑았다.
2마리씩 짝지어서 양방향으로 비행.
열심히 정찰을 다니는 사나다 료의 사략기를 구석으로 몰아넣어 처치했다.
하지만 사나다 료는 이미 황병철의 체제를 전부 파악했기에 웃으면서 사략기를 내줄 수 있는 판국이었다.
“이번 경기는 평범한데.”
두 사람의 경기를 지켜보던 엔조 주앙의 평이었다.
마이클 조셉도 어깨를 으쓱했다.
“정찰을 너무 쉽게 허용했어. 신족이 무난하게 이기는 그림이야. 정말 저 선수가 카이저의 라이벌이었던 사람 맞아?”
“아직 속단하기는 이른 것 같은데.”
“……?”
의아해하는 마이클 조셉에게 엔조 주앙이 말을 이었다.
“미니 맵을 봐. 사나다의 정찰기가 제대로 못 다니고 있어.”
듣고 보니 그랬다.
한 무리의 독침충과 하늘군주 1마리가 조별로 짝지어 다니며 보이는 정찰기를 족족 격추시키며 맵을 장악하고 있었다.
정찰기가 어딜 가도 독침충과 하늘군주에게 발각될 정도였다.
“사나다 료의 시야는 자기 진영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거란 얘기지.”
“그래도 독침충 체제를 들킨 이상…….”
“그러니까 더 지켜보자고. 저 괴물 플레이어는 아직 뭔가를 더 할 생각인 듯하니까.”
그 말에 마이클 조셉은 입을 다문 채 경기를 지켜보았다.
엔조 주앙의 말 대로였다.
황병철은 사나다 료의 시야를 철저히 막아놓은 채, 비로소 본색을 드러냈다.
사나다 료의 본진을 향해 이동하는 대규모의 하늘군주 무리!
-드롭입니다! 황병철 선수가 사나다 료 선수의 본진에 폭탄 드롭을 하기 위해 하늘 군주를 전부 끌고 오고 있어요.
-드롭인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하늘군주의 스피드 업그레이드도 하지 않았거든요! 저 느린 하늘군주로 언덕 넘어 드롭!
-야, 정말 황병철 선수 클래식한 전략을 준비했네요.
-예, 문제는 사나다 료 선수에게 철갑충차가 많다는 점입니다. 철갑충차의 충격탄 한 방에 독침충은 무더기로 죽거든요! 정말 무모한 승부수를 던지는 황병철 선수입니다.
-사나다 료 선수는 아직도 황병철 선수의 드롭 의도를 모르는 눈치입니다!
-사나다 료 선수의 시야가 많이 차단되어 있기 때문이죠. 사나다 료 선수에게는 앞마당 입구 앞에 알짱거리는 일부 독침충밖에 안 보이거든요.
-자, 황병철 선수가 갑니다. 하늘군주들이 황병철 선수의 오른편 언덕 너머에 집결했어요.
독침충들이 오른편 언덕에 모여들었다.
10여 마리의 하늘군주에 독침충들과 촉수충이 일제히 탑승했다.
이윽고 병력을 잔뜩 태운 하늘군주들이 언덕 너머로 사나다 료의 본진에 느린 속도로 침투했다.
본진 언덕 쪽을 순찰하던 정찰기가 그것을 포착했다.
-사나다 료 선수도 봤어요! 철갑충차와 지상군이 본진으로 갑니다!
-료 선수도 지상군이 꽤 있지만 황병철 선수의 물량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다만 철갑충차의 활약에 달렸습니다!
드롭이 시작되었다.
하늘군주에서 독침충과 촉수충이 쏟아져 나왔다.
“와아아아아!!”
“황병철! 황병철!”
화끈한 폭탄 드롭 총공세에 관객석이 들썩였다.
하지만 사나다 료의 대응도 만만치 않았다.
본진에 즉시 돌아온 지상군이 덮쳐들었고, 철갑충차들도 수송기를 타고 움직였다.
노도처럼 밀려드는 독침충 떼에게 철갑충차들이 일제히 충격탄을 발사했다.
-충격탄 발사!
-우와!
해설진의 입에서도 찬사가 터져 나왔다.
충격탄이 일제히 날아드는 순간, 독침충들이 일제히 뿔뿔이 산개를 했기 때문이었다.
-퍼어엉! 퍼어엉!!
-끼엑!
-끼에엑!
충격탄 한 발에 독침충이 2, 3마리씩 죽었다.
하지만 순간적인 황병철의 산개 컨트롤에 의해 피해는 최소화되었다.
게다가 촉수충들이 넓게 펼쳐진 진영으로 땅속에 숨어들었다.
-촤좌좍! 촤좌좌좍!
-끄억!
-끄어억!
촉수에 긁혀 죽어 나가는 광신도들!
연이어 함께 따라온 폭탄충 6마리가 정찰기와 자폭을 감행했다.
투명한 정찰기였지만 근처에 하늘군주가 매우 많아서 시야가 모두 밝혀진 채였다.
-퍼엉! 퍼어엉!
정찰기가 닥치는 대로 사냥당했다.
그 와중에도 사나다 료의 철갑충차 컨트롤은 대단해서 독침충을 학살했지만, 황병철의 불꽃같은 산개 컨트롤이 피해를 최소화하며 오래 버텼다.
문제는 촉수충!
정찰기를 모두 격추시킨 탓에, 사나다 료는 땅속에 숨어 촉수를 뻗는 촉수충들을 처리할 방도가 없었다.
결국,
-콰르르릉!
-아아! 본진의 대신전이 파괴되었습니다! 이제 자원이 수급되는 곳이 앞마당밖에 없습니다!
-일꾼도 너무 많이 잡혔어요! 정말, 함께 데려온 폭탄충으로 정찰기를 전부 잡아버린 게 컸어요!
-그리고 엄청난 산개 컨트롤로 천적 같은 철갑충차로부터 독침충을 최대한 오래 살린 것! 정말 엄청난 승부수를 성공시켰습니다, 황병철 선수! 정말 대단해요!
-정찰기가 1기 더 생산됐습니다! 이제야 철갑충차들로 촉수충을 제거해 보지만……!
-황병철 선수도 멈추지 않아요! 계속 옵니다! 드롭이 멈추지를 않습니다!
다시 사나다 료의 본진에 하늘군주가 나타나 병력을 실어 날랐다.
내린 것은 바퀴들!
바퀴들이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사나다 료의 주요 건물을 때려 부수고 있었다.
이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사나다 료는 이를 악물고는 GG를 선언했다.
-사나다 료 선수 GG!!
-이렇게 되면 사나다 료 선수가 패자조로 떨어진 이신 선수의 상대가 되었습니다!
-황병철 선수의 독침충 올인을 파악하고 캐논포와 다수의 철갑충차로 대응한 것까지는 아주 좋았던 사나다 료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정찰을 너무 잘한 나머지 맵 장악이 안 되었던 게 문제였습니다. 황병철 선수는 자기 체제를 보여준 대신에 독침충이 꾸준히 다니며 정찰기가 다니지 못하게 꽁꽁 차단했어요.
-상대의 시야를 잠식해 나가면서 폭탄 드롭이라는 한 방을 준비한 황병철 선수의 용의주도함이 너무도 빛났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나다 료 선수는 16강 진출을 위해 이신을 꺾어야 한다는 엄청난 난제가 주어졌습니다.
-황병철 선수도 차이 선수와 겨뤄서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신 선수와 또 싸워야 해요!
-패자조로 떨어져 버린 이신 선수가 여럿 골 아프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무튼 예측불허! 이신 선수라 할지라도 사나다 료 선수와 황병철 선수를 줄줄이 꺾고 16강 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는 겁니다!
-폭풍의 핵으로 주목 받았던 죽음의 1조! 역시나 시작부터 화끈한 경기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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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8시 연재는 집안에 일이 있어서 쉬게 되었습니다.
내일 연재 때 뵙겠습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