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38
237화 소원(2)
개인리그 본선 32강 4조, 최영준 대 존 레벨린.
사고가 터졌다.
레이더로 최영준의 진영을 확인한 존은 로봇공학실을 포착했다.
떠올린 것은 당연히 철갑충차와 수송기.
존은 고속전차로 철갑충차가 드롭될 예상 지역에 지뢰를 매설해 대비했다.
하지만 들킨 것을 알게 된 최영준의 반응이 놀라웠다.
철갑충차가 생산되기도 전에, 광신도 4명을 수송기에 태워서 한발 먼저 공격에 나선 것.
지뢰가 발동되어 광신도 1명이 폭사했다.
곳곳에 지뢰가 매설된 것을 알고는 최영준은 오히려 거꾸로 이용했다.
광신도를 태웠다가 드롭했다가를 반복하며 지뢰를 끌고 와 건설로봇들과 함께 자폭해 버린 것이다.
-퍼어어어어엉!
건설로봇 8기 가량이 폭사해 버렸다.
심지어 광신도는 지뢰가 폭발하는 순간 다시 수송기에 태워 살렸다.
대형사고로 인해 크게 흔들린 존은 광신도에 이어 마침내 등장한 철갑충차에 의해 무너져 버렸다.
하지만 다행히 이어지는 패자전과 최종전에서 연속으로 승리를 거둬 존은 간신히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마지막 최종전 상대는 신족이었는데, 그야말로 사력을 다한 기병 전략(기동포탑+병영 체제)으로 거둔 신승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5조의 경기가 펼쳐졌다. 바로 주디가 속한 조였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경기장.
주디와 함께 경기장에 왔다가 잠시 복도로 나온 이신은 캔 음료 자판기 앞에서 오광태와 마주쳤다.
“뭐 마실 거 뽑아드릴까요, 선배님?”
“커피.”
“네.”
오광태는 캔 커피 2개를 뽑아 하나를 공손히 건네주었다.
“땡큐.”
“별말씀을요, 선배님.”
“그냥 형이라고 불러.”
“그래도 될까요?”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디랑 같이 오신 거예요?”
“어.”
“연습 많이 했대요?”
“많이 했어.”
“아, 큰일 났네. 전 많이 못 했는데.”
오광태가 웃으며 엄살을 피웠다.
하지만 오광태가 개인 연습할 시간이 많지 않은 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았다.
팀 제미니의 에이스인 오광태는 요즘 팀을 거의 홀로 먹여 살리는 지경이었다. 프로리그 경기 준비도 벅차서 개인리그를 따로 준비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
“너 계약이 언제까지더라?”
“왜요? 저 데려가게요?”
“어.”
“안 돼요. 감독님 쓰러져요.”
오광태가 웃으며 답했다.
이신도 피식 웃고는 오광태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잘해라.”
“저 격려해 주셔도 괜찮아요?”
“결국 강한 놈이 이기게 되어 있어. 그거면 돼.”
“그건 그렇죠. 그럼 가보겠습니다.”
오광태와 해어지고서 선수 대기실에 돌아왔다.
주디가 눈을 감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었다.
오광태와 주디를 비교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디가 오광태보다 강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실력을 떠나, 본질적인 공격성 때문이었다.
오광태는 한 마리의 야수.
점잖고 적당히 밝은 성격에 공손하지만, 승부에 임하면 치열한 공격성이 폭발한다.
이신의 지론 중 하나인, 상대에 대한 처절한 악의(惡意)가 플레이에서 느껴진다.
어떻게든 상대를 상처 입히고 거꾸러뜨리고 싶어 하는 욕망.
주디에게는 그런 게 없었다.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래서 주디에게서 개인리그의 성적은 기대할 수 없다고 애초부터 평가 내린 것이고 말이다.
“주디스 레벨린 선수? 시간 됐습니다.”
스태프가 들어와 말했다.
눈을 뜬 주디는 이신을 향해 방긋 웃어 보였다.
“다녀올게요.”
“그래.”
선수 대기실에 남은 이신은 대기실의 모니터로 생중계되는 경기를 지켜보았다.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32강 5조의 경기가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1세트부터 16강 진출이 유력한 쟁쟁한 선수들이 나타났죠.
-예! 광전사 오광태와 신의 제자, 게임의 여신, 주디 선수의 대결입니다. 두 선수가 과연 얼마나 대단한 승부를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가 만발입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오광태 선수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프로리그에서의 활약이나 비중으로 보자면, 지금 이미 개인리그에서 우승이나 준우승 타이틀 하나쯤은 있어도 이상할 게 없는 오광태 선수거든요.
-예, 프로리그에서는 쌍영과 맞붙어도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강자 중의 강자죠! 그런데 유독 개인리그와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사실 이신 선수가 데뷔한 이후로 우리나라에서 선수들이 개인리그 타이틀을 따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렸죠.
-아, 그렇죠. 현실적으로 노릴 수 있는 게 준우승 정도죠. 준우승을 인간계 우승이라고까지 불렀잖습니까?
-그렇다고는 해도 이신 선수가 잠시 리그를 떠나 있었던 공백기도 있고 했는데, 아직까지 저 실력과 저 포스를 가지고 아직도 준우승 하나 못 해봤다는 것은 정말 운이 없었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단 말이죠?
-그만큼 최근 우리나라에 강력한 선수가 많이 등장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쌍영을 비롯해서 황병철, 신지호 등등이 있고 이제는 이신 선수의 가장 강력한 적수로 급부상한 차이 선수까지요!
-다시 오광태 선수에게 찾아온 개인리그, 하지만 이번 개인리그는 그 여느 때보다도 경쟁이 치열하고 험난합니다. 그 첫 번째 장애물이 바로 주디 선수입니다.
-주디 선수,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죠?
-예, 미모나 출신이나 이신 선수의 제자라는 점 등에서 화제성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았으면 이렇게 스타가 되지 못했을 겁니다.
-예, 강자가 될 수 있는 재능이 있었기 때문에 신의 제자로 선택을 받았던 겁니다!
-오광태 선수도 주디 선수도 분발해서 명승부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게임이 시작되었다.
오광태는 과연 광전사라 불리는 자신의 공격성을 시작부터 드러냈다.
센터 참회실.
맵 센터에 지은 참회실에서 광신도를 생산했다.
동시에 정찰을 간 신도가 주디의 본진 출입구에 생명석을 건설했다. 주디가 심시티로 출입구를 막지 못하도록 차단한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농토에 생명석을 지어버려서 식량자원 채집을 훼방 놓았다.
-견제가 잇달아 강력하게 들어갑니다!
-심시티 방해하고 자원 채집 방해하고! 이어서 광신도가 달려오고 있습니다! 어떡할 겁니까, 주디 선수?
-예, 주디 선수도 대응 합니다. 당황하지 않습니다.
주디의 판단은 2병영.
정찰 보낸 건설로봇으로 맵 센터에 참회실이 2개나 지어져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맞붙었다.
-슈칵!
보병이 광신도의 칼날에 한 차례 얻어맞았다. 한 대만 더 맞으면 죽는다.
보병은 병영과 군량고 사이로 통과해 도망쳤다.
보다 몸집이 큰 광신도는 통과할 수 없는 간격이었다.
-투타타타타!
보병이 기관총을 갈겨댔다.
보병의 사격 거리 밖으로 빠진 광신도는 대신 옆에 있는 건설로봇을 치기 시작했다.
2병영에서 보병이 계속 생산됐다.
2참회실에서 생산된 광신도가 계속 달려왔다.
건설로봇이 다수 블로킹에 동원되었다.
-파아앗!
그 와중에, 오광태는 또다시 생명석을 농토에 지어 자원 채집을 방해했다.
-한 번 더 들어갑니다!
-지금 오광태 선수가 아주 좋아하는 진흙탕 싸움입니다! 처음부터 주디 선수를 상대로 이런 식의 난투로 몰고 갈 생각이었던 겁니다!
-이게 광전사 오광태죠! 깔끔한 운영 대결은 주디 선수의 특기거든요!
-하지만 주디 선수의 저항도 만만치 않습니다. 보병이 계속 생산되고 있고, 기갑 정거장도 올라갑니다!
-투타타타타!
-으악!
-크억!
보병이 죽어나갔고, 총탄에 맞고 광신도가 죽었다.
건설로봇도 블로킹을 하다가 하나둘 죽어 나갔다.
하지만 그렇게 치열하게 난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주디는 기갑 정거장을 완성했다.
옆에 기갑부속연구소를 붙여 지으려는 찰나,
“와아아아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오광태의 신도가 달려와 기갑부속연구소 짓는 것을 방해해버린 것이다.
주디는 보병 하나를 빼서 방해하는 신도를 공격했다.
그러자 신도는 달아나면서 그 자리에 생명석을 하나 지어버리는 것이었다.
-와아아! 오광태!!
-정말 집요합니다!
하는 수 없이 주디는 기갑정거장을 띄웠다. 다른 곳에 옮긴 뒤에 기갑부속연구소를 연결해 지어야 했다. 시간이 크게 지체되었다.
두 선수의 얼굴이 연이어 화면에 나타났다.
강하게 부릅뜬 눈으로 열중하는 오광태.
딱딱하게 굳어 있는 주디.
힘겨워하는 주디의 표정에 이신은 마음이 흔들렸다.
선수의 희비를 한두 번 본 게 아니었다. 질 때도 이길 때도 있다. 한 번도 패자를 동정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힘겨워하는 주디를 보자 이신은 가슴이 쥐어 짜이는 불쾌한 느낌을 받았다.
불안하고 안쓰러웠다.
‘너무 정들었나.’
이신은 휘휘 고개를 저었다.
치열한 혈전.
그 와중에 테크 트리를 올린 오광태가 거신병기를 뽑았다.
주디도 포격모드 개발과 함께 기동포탑이 나와야 하는데, 계속되는 방해로 상대적으로 많이 늦어졌다.
대신 주디는,
-3병영!
-병영을 계속 짓습니다! 거기에 각성제까지 개발합니다.
-변형된 기병 전략이죠!
보병이 계속 쏟아졌다.
의무병까지 생산되어 합세하자 오광태 측이 주춤주춤 밀렸다.
단번에 밀어 붙어 오광태의 광신도들을 본진에서 걷어냈다.
4병영에서 쏟아지는 병력들.
주디는 레이더로 찍어 오광태의 진영을 확인했다.
오광태의 앞마당 확장 기지가 완성 직전에 놓여 있는 것을 포착했다.
주디는 아직 앞마당 확장 기지를 지을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주디 선수는 이제 남은 기회가 없습니다. 바로 역습 가야 합니다! 시간을 주면 자원 격차가 돌이킬 수 없이 벌어져 버립니다.
-그 순간에 기병 전략으로 턴한 건 정말 멋진 판단이었습니다.
기동포탑 3기와 다수의 보병·의무병·화염방사병.
주디는 군대를 전부 이끌고 총공세에 나섰다.
오광태 역시 거신병기 다수를 이끌고 마중을 나왔다.
-으악! 아악!
거신병기가 뒷걸음질을 치며 레이저빔을 쏴 보병 숫자를 줄였다.
하지만 각성제를 흡입한 보병과 화염방사병이 달려들자 형편없이 물러나야 했다.
그렇게 앞마당까지 몰아붙였다.
이제 오광태도 물러설 곳이 없어진 상황.
전면에 포진된 병영 병력과 후방에 자리 잡고 포격모드로 전환된 기동포탑!
바로 그때 오광태가 마침내 달려들었다.
그때, 후방에서도 광신도 6기가 나타났다.
-오광태 선수! 앞뒤로 싸먹기를 시도합니다!
-지금 이 결전을 위해 광신도 일부를 다른 곳에 빼뒀지요! 그 긴박한 순간에 이런 판단을 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싸웁니다!
총탄과 유혈이 난무했다.
그리고 5분 뒤.
“…….”
“…….”
선수대기실은 침묵이 감돌았다.
피곤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주디도 이신도 침묵을 지켰다.
주디의 작은 두 손이 꽉 쥐어진 채 떨리고 있었다. 푸른 눈동자에 분기가 어렸다.
그랬다.
주디는 끝내 전투에서 광전사 오광태를 이겨내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오광태의 특기인 전투 일변도였다.
오히려 그만큼이나 버텨내고 역습까지 시도한 주디를 칭찬해주고 싶었지만, 이신은 그러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주디의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