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43
242화 8강 티켓(2)
3세트, 신의 귀환.
두 사람 다 마찬가지로 평범한 정석 빌드 오더로 안전하게 시작했다.
맵 센터까지 병력을 끌고 내려온 신지호가 본격적으로 방어선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에 질세라 차이도 맞대응을 하면서 남북전쟁의 양상이 되었다.
-양 선수 남북으로 맵을 나눕니다.
-반반싸움이 가면 확실하게 장기전이 되네요.
-신의 귀환은 이신 선수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맵인 만큼 견제 플레이에 용이한 지형이 많습니다. 그만큼 신지호 선수의 디펜스도 저 철저해지고 있습니다.
그 말대로 신지호는 대공포를 확장 기지 곳곳에 설치하며 침투를 원천 봉쇄하고 있었다.
신의 귀환에서 가장 효율적인 침공 수단인 공중 침투를 막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차이는,
-차이 선수는 항공수송선을 대량으로 생산했습니다. 드롭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뜻인데, 지금은 신지호 선수의 대공 방어는 빈틈이 전혀 없어요!
그러나 차이는 당장 드롭에 나서기보다는 잠자코 기회를 엿봤다. 항공수송선의 존재를 신지호에게 보여주지 않기 위해 맵 구석 끝에 처박아두는 용의주도함까지 보였다.
그러면서 레이더를 끊임없이 찍어서 상대 진영을 구석구석 파악하는 일에 주력했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신지호가 지상군 비중을 줄이더니, 전함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류 최강의 유닛 전함(戰艦)!
인류 대 인류의 장기전에서 반드시 나오는 최종 테크 트리의 비행 유닛이었다.
신지호가 진영의 역량을 전함 체제에 쏟아 붓고 있는 지금이 기회였다.
쓸모없는 무기개발소 건물을 띄워 9시를 향해 날렸다.
신지호의 확장 기지인 9시에 무기개발소 건물이 나타나자, 그곳에 깔려 있던 대공포가 일제히 미사일을 쏘았다.
그렇게 건물을 방패막이로 삼아서 병력을 한가득 태운 항공수송선 편대가 9시에 출몰!
-아! 건물을 방패삼아 밀고서 일제히 드롭합니다!
-많습니다! 9시는 날아가겠는데요?!
기동포탑, 기계보병이 일제히 투하되어 9시를 완파시켰다.
신지호는 건설로봇만 대피시킬 뿐 지키기 위해 병력을 움직이지는 않았다.
-신지호 선수는 급할 게 없다는 태도입니다.
-곧 있으면 전함이 나오거든요. 불의의 일격으로 9시를 잃긴 했지만 지금은 자원도 많이 쌓여 있어서 아직 여유가 있습니다.
-차이 선수도 이 정도 성과로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신지호 선수는 이제 곧 전함과 기동포탑이라는 가장 완벽한 조합으로 총공격을 해올 게 분명하거든요!
9시가 전부 파괴되자 차이의 항송수송선들이 돌아와 병력을 다시 태웠다.
병력을 가득 태운 항송수송선 편대가 이번에는 11시를 향해 날아갔다.
11시 확장 기지.
바로 전함이 생산되고 있는 항공정거장 건물들이 밀집된 핵심 지역이었다.
신지호의 자원과 병력 생산의 요지!
하지만 이런 곳의 방어를 신지호가 허술하게 했을 리가 없었다.
이미 대공포로 도배를 해놓았고, 기계보병들도 배치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방패막이로 쓸 건물도 없는데요? 차이 선수, 대체 어떻게 저 대공 방어를 뚫고… 아아!
-우와아!
순간, 해설진이 일제히 감탄사를 토했다.
전술위성 3기가 나타나 항공수송선 6척에 디펜시브 실드를 걸었기 때문이었다.
-전술위성을 또 언제 생산했나요?!
-여기까지 다 구상하고서 포석을 깔아왔던 겁니다! 차이 선수, 정말 치밀한 전략을 준비했습니다! 딱 신지호 선수가 108대공포로 도배하고 전함 생산에 들어가는 타이밍을 노리고 전광석화처럼 움직였습니다!
디펜시브 실드로 보호된 항공수송선들이 11시 지역에 일제히 병력을 투하했다.
투하된 병력은 지키고 있던 기계보병들을 신속하게 격파한 뒤, 항공정거장부터 집중적으로 타격했다. 그곳에서 전함이 생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이는 계속 신지호를 살피고 있었다.
레이더를 끊임없이 찍어대며, 신지호가 전함 생산에 들어가는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전함 생산을 막 시작한 것을 발견했을 때, 공격에 들어간 것이다.
전함 생산이 완료되기 전에 9시와 11시를 밀어버린다!
그런 신속무비하고도 대담무쌍한 전략이었다.
-신지호 선수도 급해졌습니다! 저곳은 절대 내줘서는 안 되는 지역이거든요!
-하지만 차이 선수도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차이의 항공수송선 1척이 다시 나타나더니, 건설로봇 8기를 드롭했다.
건설로봇들이 일제히 대공포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바로 신지호의 11시 진영에서 말이다!
기동포탑과 기계보병들도 제각기 절묘한 위치에 자리 잡으며 디펜스를 완비했다.
“와아아아!!”
관객들이 함성을 질렀다.
-11시에서 아예 살림을 차리기 시작하는 차이 선수! 저러면 신지호 선수의 병력이 11시를 구원하러 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저렇게… 와, 정말!
-스승을 기념하는 맵에서 차이 선수가 마침내 자기 실력을 유감없이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11시는 꼼짝 없이 밀려 버렸다.
그곳에서 생산되던 전함도 달랑 3기만 완성됐는데, 그마저도 기계보병들과 대공포에게 난타당해 격침되었다.
-GOD_JiHo : GG.
-신지호 선수 GG!
-2대 1! 차이 선수가 마침내 반격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역시나 3-0으로 맥없이 끝날 차이가 아니었다.
차이는 활짝 웃으며 관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는 퇴장했다.
“이번 건 크군.”
이신이 나직이 말했다.
“어떤 점이요?”
주디가 물었다.
“1, 2세트 모두 차이가 본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졌는데, 3세트는 양쪽 모두 전력을 발휘했는데 차이가 이긴 거야.”
“실력은 차이가 우위라는 거예요?”
“당사자들에게는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거지. 특히나 자존심이 센 신지호에게는.”
상대 심리를 귀신같이 꿰뚫는 이신의 추측이었다.
과언 그 말은 적중했다.
“망할!”
선수 대기실로 돌아온 신지호가 분통을 터뜨렸다.
“참아, 인마. 한 세트 졌을 뿐인데 뭘 그렇게 동요해?”
“내가 너무 병신같이 졌어요!”
철저히 완비해 놓은 대공 방어를 지나치게 맹신했다.
항공수송선을 활용한 드롭 공격은 절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해버렸다.
그래서 차이의 공격이 시도되는 걸 알고도 병력을 움직여 즉각 대응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안일함은 차이의 센스 있는 플레이에 의해 한 방에 무너져버리는, 명경기에 희생당한 재물 같은 그림으로 나타났다.
작은 다윗의 돌팔매에 쓰러진 골리앗처럼 말이다.
“고작 한 세트야. 계속 마음에 두면 너만 손해야! 패패승승승 리버스 스윕당할래?”
최민재 코치가 다그쳤다.
그제야 신지호는 입을 다물었다.
“3세트는 잊어. 그냥 네 스타일대로, 준비했던 대로만 하면 돼.”
“알았어요.”
신지호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하지만 숨소리는 여전히 울화로 인해 거친 상태였다.
최민재 코치는 내심 혀를 찼다.
‘얘는 이게 문제야, 이게.’
멘탈.
기복이 심했던 신지호의 지난 프로리그 성적은 바로 쉽게 흥분하고 분노하는 멘탈 탓이 컸다.
휴식 시간이 끝나자 경기장 스태프가 들어와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
벌떡 일어나 무대로 향하는 신지호를 최민재 코치는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괜한 걱정이 아니었다.
4세트, 어처구니없게도 신지호는 8병영 치즈 러시를 시도했다.
힘을 잔뜩 실은 공격은 아니었으나, 소수의 보병과 건설로봇 1기를 이끌고 초반에 깜짝 기습을 한 것.
하지만 차이는 감각이 날카롭게 고양되어 있었다.
정찰을 가던 차이의 건설로봇이 신지호의 본진을 봤다.
차이는 신지호의 건설로봇 숫자를 보고 바로 8병영 치즈 러시임을 알아차렸다.
그 즉시 보병을 생산해 다수의 건설로봇과 함께 대응,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피해를 주지 못한 신지호는 도리어 차이의 고속전차에 의해 역습을 받아 큰 피해를 입었다.
한 번 벌어진 큰 격차는 만회할 수가 없었다.
차이는 철두철미한 운영으로 끝내 자신의 우세를 놓치지 않고 GG를 받아냈다.
-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스코어 2 대 2! 2-0의 위태로운 상황에서 차이 선수가 동일 스코어로 따라잡았습니다!
-정말 신지호 선수 입장에서는 열 받아서 뒷목을 잡을 상황이네요. 3세트나 4세트에서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 차이 선수가 기어코 5세트까지 승부를 연장시켰습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마음이 급해진 쪽은 신지호 선수입니다. 이러다 역전당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이 점점 가시화되었거든요.
-예, 분위기가 완전히 차이 선수에게로 넘어왔습니다!
“저 바보가!”
선수 대기실에서 모니터로 경기를 본 최민재 코치는 비명을 지르는 수밖에 없었다.
신지호가 돌아오자 최민재 코치는 화를 냈다.
“방금 뭐 한 거야?”
“…….”
“8병영? 그게 우리가 같이 준비했던 거였어?”
“…….”
“대답 안 해?!”
버럭 호통을 치자 그제야 신지호의 입이 열렸다.
“…죄송합니다.”
“3세트에서 져서 열 받은 거 알아. 근데 그렇다고 너랑 내가 함께 준비했던 것들을 전부 버려 버리고 네 멋대로 플레이해? 넌 순간의 감정으로 내 뒤통수까지 친 거야!”
“죄송합니다. 왠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직 2 대 1이다. 아직 내가 이기고 있으니까 한 번 시도해볼까? 실패해도 2 대 2 동률이니까 괜찮아. 뭐 그런 거?”
“…네.”
“그게 도박 중독이랑 비슷한 심리인 건 아냐? 그러다 망하는 경우가 수두룩해. 그런 개똥같은 엉터리 확률 계산의 유혹에 빠지면 안 된단 말이야!”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돌았던 것 같아요.”
신지호가 다시 한 번 사죄했다.
물끄러미 그런 그를 보던 최민재 코치가 말했다.
“그럼 한 대만 맞자.”
“네?”
“한 대 맞고, 다 잊자.”
“…….”
“승부도 원점으로 돌아왔으니까 초심으로 깔끔하게 한 판 승부 벌이자.”
“코치님…….”
“그래, 인마.”
“좀 오글거려요. 저 그런 거 싫어하는데요.”
신지호는 본연의 건방진 태도로 돌아와, 무슨 헛소리냐는 듯이 말했다.
최민재 코치는 푸하하 웃었다.
신지호도 피식 웃었다.
“신지호 선수? 준비해 주세요.”
경기장 스태프가 들어와 말했다.
“예, 갈게요.”
신지호가 벌떡 일어났다.
“잘 해 인마.”
최민재 코치가 등을 탁 때렸다.
“잘 보고 있으세요. 저 애송이 새끼 쥐어 패고 올게요.”
“오냐.”
신지호가 밖으로 나섰다.
승부는 아름답지 않다.
승자는 웃고 그 이면에 반드시 패자가 울고 있다. 이긴 자는 승리의 대가를 얻고, 진 자는 무언가를 잃는다.
하지만 그것이 스포츠라면 아름답다.
승자의 기쁨도 패자의 눈물도 아름답다.
5세트, 신지호와 차이의 마지막 승부는 마침내 결말이 나왔다.
-3 대 2! 5세트까지 간 대 접전이었습니다!
-톱클래스 수준의 두 인류 플레이어가 자웅을 겨룬 일대 승부! 이신 선수와는 다른, 인류의 정석을 따르는 두 선수의 국지전이 빛났던 승부였습니다. 매 순간순간에 나타난 두 선수의 상황 판단과 결단이 너무나 탁월했습니다.
관객의 환호와 해설진의 찬사 속에서 무대 위로 승자가 걸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