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45
244화 코멘터리(2)
“안녕하세요, 이신 감독님, 최환열 코치님.”
“방송 진행하실 곳은 이곳입니다.”
직원들은 만반의 준비가 끝난 방으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음향장비도 모니터도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가죽 소파까지 모두 호사스러운 곳이었다.
“우와, 모니터 크기 봐라.”
최환열은 49인치짜리 대형 모니터를 보며 감탄했다.
“자, 방송 시작합니다.”
직원이 컴퓨터를 조작해 방송을 실행했다.
불과 하루 사이에 두 사람의 방송은 이미 포털사이트에 홍보가 되어 있었다.
때문에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접속자가 삽시간에 만 단위로 치솟았다.
“와, 사람들 접속하는 것 좀 봐.”
최환열은 혀를 내두르면서 저 많은 시청자가 모두 별사탕을 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물론 올도어 포털사이트에는 그런 기능이 없었지만 말이다.
-이신이다!
-이신 오빠 안녕하세요!
-신 님♡
-최환열 형님이다!
-환열 형님은 여전히 농부처럼 순박하게 생기셨다.
-오오.
-환열아, 파프리카TV에서 이쪽으로 옮긴 거냐?
-신이시여!
-이신 얼굴을 스트리밍으로 보게 될 날이 오다니.
-그래 ㅆㅂ 가면 벗으니까 얼마나 좋아.
“예, 모두들 안녕하세요.”
최환열이 인사했다. 이신은 그냥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오늘 이렇게 방송을 하게 된 것은, 신이와 제가 옛날에 치렀던 경기를 보면서 코멘터리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명경기에 경기를 치른 당사자들의 의견이 첨가되는 것도 뜻 깊은 일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습니다.”
최환열은 PC 마우스를 조작해 VOD를 하나 실행시켰다.
“정말 예전에 치렀던 4강전이죠? 신이와 제가 치른 유일한 공식전인데, 한국 e스포츠 왕좌의 세대교체? 하하, 제 입으로 말하기 좀 민망하긴 한데, 하여튼 그걸 상징하는 경기였습니다. 3 대 0으로 발린 것이 좀 흠이긴 했습니다만……. 신아, 넌 저 때의 경기를 어떻게 생각해?”
“치열했지.”
“그런 것 치고는 스코어는 되게 일방적인데.”
“저 때 대회에서 가장 힘든 경기였어.”
“그나마?”
“그나마.”
무패우승.
신의 탄생을 알린 일대 사건의 서막이라 할 수 있는 최환열과의 일전.
그 경기의 1세트가 실행되었다.
최환열은 8병영 빌드로 치즈 러시를 시도했다.
-시작부터 치즈 러시-_-
-왜 저랬던 거임?
-그 당시에는 신 님께 치즈 러시를 시도하는 것이 자살행위인 줄을 몰랐다.
최환열이 웃으며 해명했다.
“저게 그냥 무리수가 아니었고요, 저때 이미 평소에 같이 연습하면서 신이의 실력을 알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전략으로는 이길 수가 없다고 생각해서 초반부터 흔들어보려고 했죠.”
“꽤 놀랐지.”
이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이신은 놀랍도록 잘 막아냈다.
명장면으로 불리는 플레이였다.
보병 4명이 무빙하며 총을 쏘는데, 삽시간에 부채꼴로 펼쳐진 이신의 건설로봇들이 달라붙었다.
특히 건설로봇 4기가 4명의 보병에게 하나씩 마크하듯이 붙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보병 4명이 모두 죽어버린 것이다.
-ㅎㄷㄷ
-컨 보소;;
-저게 사람 컨트롤이냐.
“그래도 건설로봇을 꽤 잡았잖아? 이 시점에서는 완전히 망한 게 아니었어.”
“일꾼 여럿이 오랫동안 일을 못했으니까.”
최환열은 재빨리 기갑정거장과 기갑부속연구소를 지으며 테크 트리를 올렸다.
그리고 같은 시각,
“와, 정말 어떻게 저런 판단을 하냐.”
이신은 병영을 늘려 짓고 군사학교를 건설했다.
군사학교에서 각성제를 개발하며, 병영에서 보병과 의무병을 생산했다.
치즈 러시 외에는 절대로 인류 대 인류전에서 나오지 않는 병영 체제였다.
이신은 역습으로 끝낼 수 있는 찬스라고 판단, 병영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광산에서 광물을 캐던 건설로봇도 전부 식량자원으로 붙이며 자원 조절을 실행.
삽시간에 대량의 보병·의무병 부대가 모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싸움이 붙는 순간까지 최환열에게 들키지 않았다.
최환열이 고속전차를 뽑아 길목에 지뢰를 매설하고 이신의 진영으로 접근했다.
다시 한 번 이신의 센스가 발휘됐다.
병영 건물을 띄워서 보병들을 안 보이게 가려둔 것.
나머지 전 병력은 본진 안에 숨겼다.
-퍼엉!
침투를 시도했던 고속전차는 그대로 병영 건물 뒤에 숨어 있던 보병의 사격에 터져 버렸다.
둘 다 가난한 상태에서 자원을 쥐어짜는 본진 플레이를 하고 있었고, 유닛 하나하나가 귀중했다.
“저때 병영 체제를 알아차렸어.”
“좀 늦었지.”
이신은 그 즉시 전 병력을 움직였다. 그중 보병 1명은 각성제를 흡입하고 앞장서서 달려가 지뢰와 함께 자폭했다.
지뢰 2개를 전부 제거하자 보병들이 일제히 각성제를 흡입하고 달렸다.
전속질주!
최환열의 대응도 빨랐다.
포격모드 개발이 완료된 기동포탑이 본진 안쪽에서 자리 잡고, 건설로봇들이 뛰쳐나와 출입구를 블로킹했다.
게다가 병영 건물을 띄워서 출입구를 블로킹한 건설로봇들을 가리는 센스를 발휘했다.
아까 이신이 한 플레이를 똑같이 한 것이다.
이신의 보병들은 기동포탑의 포격에 얻어맞으며 우왕좌왕했다.
병영 건물로 가려져 있어 길을 막고 있는 건설로봇들을 직접 타기팅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와, 진짜 둘 다 쩐다.
-심장 쫄깃쫄깃 해지네ㅋㅋㅋ
-최환열 센스 보소ㅋㅋ
-둘 다 진짜 잘했다.
이신의 선택은 강행돌파였다.
보병들이 전부 각성제를 흡입하고 병영 건물부터 일점사했다.
최환열의 건설로봇들도 병영 건물을 수리하면서 난잡한 싸움이 되었다.
-퍼엉! 펑!
기동포탑이 계속 포격을 하면서 보병들이 죽어나갔다.
이신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보병을 생산해 밀어붙였다. 끝내,
-퍼어엉!
병영 건물이 폭발했다.
이제 남은 것은 출입구를 블로킹하던 건설로봇들의 차례였다.
그사이에 최환열은 추가 생산한 고속전차로 지뢰를 계속 매설했다.
지뢰밭을 만들어버려서 이신이 병영 체제로 덤비지 못하게 했다.
-퍼퍼퍼펑!
입구를 뚫고 안으로 진입한 이신의 보병들이 지뢰에 당해 괴멸했다.
하지만 추가 생산된 보병들이 계속 각성제를 흡입하고 전력질주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건설로봇까지 다수 동원해버린 이신의 총력전!
최환열도 건설로봇을 방어에 총동원하면서 싸움은 완전히 난장판이 되었다.
-투타타타타타!!
그 와중에 지뢰가 땅속에서 튀어나오는 즉시 일점사로 제거해버리는 이신의 컨트롤이 빛을 발했다.
게다가 보병들을 끊임없이 산개시켜서 기동포탑 포격의 확산 데미지로부터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추가로 생산된 화염방사병들이 도착하자 싸움은 급격히 이신에게로 기울었다.
-퍼엉! 펑! 퍼엉!
화염방사병들의 화염세례에 여러 기의 건설로봇이 한 번에 녹아들었다.
양측 모두 목숨을 건 싸움은 끝내 이신의 승리로 끝나가고 있었다.
“아! 진짜 아깝다.”
옛날 경기를 다시 보는 것인데도 최환열은 아쉬워했다.
1세트의 혈전 이후로는 이신의 페이스였다.
2세트는 이신의 성명절기 같은 2기갑 고속전차 견제가 펼쳐졌다.
고속전차 6기로 최환열의 앞마당을 공습.
최환열은 기동포탑과 건설로봇 블로킹으로 막아냈다.
그러자 그 뒤에 이신은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가져가더니 기갑 정거장을 6개까지 늘리며 고속전차를 미친 듯이 생산했다.
항공정거장에서도 항공수송기가 1척 생산됐다.
“내가 6기갑을 좀 늦게 알아차렸어. 더 일찍 알았으면 바로 기갑정거장 숫자 따라가면서 병력 뽑았을 텐데.”
그때부터는 이신의 파상공세와 최환열의 끈질긴 디펜스였다.
바퀴 떼처럼 밀려드는 고속전차들이 최환열의 앞마당에 들이닥쳤다.
최환열도 기계보병과 기동포탑의 조합으로 방어에 나섰는데, 앞마당 안으로 들어와 지뢰를 깔아대는 이신의 컨트롤이 매우 신속 무비했다.
하지만 최환열도 지뢰를 기계보병의 일점사로 잘 제거하며 싸웠다.
다만, 몰랐던 것은 항공수송선을 활용한 드롭.
최환열이 앞마당의 사투에 치중하는 동안, 항공수송선이 고속전차를 4기씩 최환열의 본진에 실어 날랐다.
고속전차가 계속 물밀 듯이 밀려왔다.
엄청난 공세에 밀려 최환열은 GG를 치고 말았다.
***
최환열과 이신의 코멘터리는 반응이 매우 좋았다.
그리고 두 사람의 코멘터리가 녹음된 VOD가 새 상품으로 출시됐을 때, 불티나게 유료 결재를 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말을 번역한 자막까지 넣어서 판매하자 전 세계의 유저들이 결재를 해댔다.
이신의 다른 경기도 어서 코멘터리를 첨부한 상품으로 출시해달라는 문의와 요청이 쇄도했다.
e스포츠 비즈니스에 있어 이신의 슈퍼 파워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뜨거운 반응이었다.
“신 님, 반응이 너무 좋은데 또 하는 게 어때요?”
“방송까지?”
“호호, 그럼 좋죠. 이번에는 아예 따로 출연료까지 더 드릴게요.”
이미 파프리카TV 측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반응이 나왔다.
최환열과 이신이 잠깐 한 방송으로 수십만 시청자를 불러 모은 것이었다.
간담이 서늘해진 파프리카TV는 사장이 직접 지수민에게 연락해서 사과와 함께 BJ들의 중계권 침해를 막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한 번 재미를 본 지수민은 이걸 중단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황병철을 가장 많이 원하던데요?”
“싫습니다.”
이신은 질색했다.
현재 황병철과는 사이가 매우 악화된 상태였다. 둘이 함께 나란히 방송을 하는 어색함 따위는 사양이었다.
“그럼 누구 생각나는 사람 있어요?”
이신은 잠깐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손지훈.”
“아, 인간계 우승! 좋네요. 그러고 보니 요즘은 통 얼굴도 안 비치는 선수라 더 의외성 있고 반갑겠어요.”
지수민이 손뼉을 치며 찬성했다.
지금까지 이신을 상대로 손지훈처럼 치열하게 승부를 펼친 선수는 없었다.
다전제 불패 신화를 자랑하는 이신에게 3-2스코어로 이길 뻔한 지경까지 간 거의 유일한 사람이 손지훈이었다.
그래서 손지훈의 전성기는 매우 짧았지만, 비운의 천재로 미화하며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았다.
‘이 기회에 손지훈과 다시 이야기를 해봐야겠군.’
이신은 생각난 김에 손지훈에게 연락해 보았다.
-무슨 일이세요?
손지훈이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결정은 했어?”
이대로 은퇴를 할지, 올도어SCC로 와서 선수 생활을 연장할지를 묻는 것이었다.
-전에 말씀하셨던 제안은 감사한데, 역시 안 되겠어요.
“조건이 마음에 안 들어?”
-그럴 리가요. 폐를 끼칠 것 같아서요. 더 이상 게임을 지속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아요.
“손가락?”
-네.
이신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말했다.
“시간 나면 한 번 보자.”
그러면서 이신은 코멘터리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으음. 어차피 제 몫은 팀에게 가겠지만, 나쁘지는 않네요. 제가 너무 먹튀를 했으니 약간이나마 팀에 보상을 줘야겠어요.
손지훈은 쾌히 승낙했다. 이제 직접 만나 설득하는 일만 남았다.
‘일단 그 손가락부터 고쳐 주고 봐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