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46
245화 분투(1)
손지훈과 함께 한 코멘터리 작업은 성황리에 끝났다.
개인 방송 진행에 능숙한 최환열이 없었지만, 대신 두 사람이 맞붙었던 결승전의 내용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충분히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특히나 최근 통 공식전에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손지훈을 볼 수 있어서 신선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오늘 재미있었어요.”
“그래. 내 제안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알았어요.”
작업을 마치고 손지훈은 자기 소속 팀 숙소로 돌아갔다.
‘이제 됐다.’
이신은 함께 작업하는 도중에 손지훈에게 치유의 힘을 불어넣었다.
손가락 관절염이고 나발이고 말끔하게 치료되었을 것이다.
상태가 나아져서 다시 기량이 올라오면, 소속 팀인 팀 넥스트에서 다시 잡으려 들지도 모르는 일.
그러나 손지훈은 이미 팀 넥스트에게서 마음이 떠난 상태라 별걱정이 안 들었다.
프로게이머로 계속 뛰고 싶다면 계약 기간이 끝나는 대로 올도어SCC로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
연습실로 돌아오니 16강전을 하루 남겨둔 존이 장양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것이 보였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어 필사적인 존.
연습이든 공식전이든 게임을 했다 하면 정상인보다 훨씬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는 장양.
그런 두 사람이 붙으니 불꽃 튀는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심지어 둘 다 공격성이 강한 스타일이라 화려한 난전이 자꾸만 펼쳐졌다.
그래서 연습실의 선수들과 연습생들도 어느새 두 사람의 관객이 되었다.
“진짜 잘한다.”
“보병 컨트롤을 어떻게 저렇게 하지. 집에서 감독님한테 집중 코칭이라도 받나?”
“원래 잘했대. 잘했으니까 제자로 데려왔지.”
“장양 쟤는 진짜…….”
“지금 병력을 네 개로 쪼개서 싸먹으려고 하는 거지? 멀티태스킹 미친 거 아냐?”
병력을 네 개로 분산시켜서 통제하고 있던 장양이, 마침내 진격해 오는 존의 병력을 덮쳤다.
동서남북 사면에서 일시에 덮쳐 들어오는 장양.
-으아악!
-아악!
보병과 의무병의 비명 소리가 난무했다.
기관총의 총성과 시뻘건 피를 흘리며 죽는 바퀴 떼.
존은 컨트롤이 불가능해졌다.
사방이 모두 적이라 물러설 공간이 없어 무빙을 당기지 못하는 것이었다.
존의 불꽃같은 컨트롤을 차단해 버리는 장양의 신기의 플레이였다.
“완전히 돌았다.”
“무슨 컴퓨터도 아니고 병력 네 개를 분산시켜서 어떻게 일사불란하게 통제하는 거야?”
“네 방향 싸먹기 진짜 예술이다.”
“자폐증 천재 그런 거라서 그런가 봐.”
“저건 흉내도 못 내겠다.”
“박영호보다 장양이 더 잘하는 거 아냐?”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경탄을 불러일으킨 장양의 슈퍼 플레이.
존의 병력이 전멸했다.
장양은 서두르지 않았다.
확장 기지를 더 가져가면서, 허를 찔리지 않기 위하여 바퀴를 사방에 흩뿌려놔 맵을 구석구석 시야를 밝혀 버렸다.
돌아오자마자 두 사람의 연습 게임을 보던 이신이 입을 열었다.
“존 GG쳐.”
“네?”
존이 놀라 이어폰을 뽑으며 물었다.
“시간 아까우니까 진 게임은 붙잡지 말고 끝내고 새로 해야지. 특별히 생각해 둔 노림수가 더 남아 있었어?”
“아, 아뇨.”
“그럼 GG쳐. 장양의 진영 봐봐.”
존은 GG를 선언한 뒤, 장양의 자리로 걸어와 적진을 살폈다.
맵을 절반 이상 장악해 버린 장양.
맵 전역에 시야가 밝혀져 있어 빈틈이 없었고, 확장 기지의 숫자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존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완전히 져 있었네요.”
“규칙을 하나 정하지. 불리하고 전세를 만회할 수단이 안 보인다 싶으면 바로 GG. 알겠어?”
“네.”
“그리고 장양.”
장양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신이 지시를 내렸다.
“존이 GG치면 시야를 공유해 줘. 지고 있을 때의 전체 상황이 어떤지 알게 되는 것도 공부가 될 거야. 존에게 부족한 부분은 그런 것들이니까.”
장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이한 연습 방침이었지만, 이신이 도입해서 실패한 훈련법은 없었기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우리도 그렇게 해볼까?”
“그러자.”
연습 게임에서 질 때마다 노트에 게임 내용과 패배 원인을 정리하는 올도어SCC의 훈련법 역시 이신이 도입한 것.
그 훈련법은 이미 효과를 거두었다.
현재 최환열이 실험 삼아 프로리그 경기에 한 명씩 출전시키고 있는 2군 선수들의 성적이 꽤 좋은 편인 것이었다.
“신아, 녹음은 잘하고 왔어?”
최환열이 반겨주었다.
“어.”
“지훈이나 너나 개인 방송 체질은 아니더라. 게임 내용이 재미있지 않았으면 썰렁할 뻔했어.”
“필요한 부연 설명은 확실하게 코멘터리 했으니까 괜찮아.”
“어이구, 그래 잘났다.”
그 말에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신을 보며 최환열은 황당함을 느껴야 했다. 하도 잘나서 겸손이 소실되어 버린 이신이었다.
“재호 실력이 많이 올라왔어.”
“김재호?”
“그래. 4번 출전시켰는데 2승 2패야. 경기 내용도 썩 괜찮았고.”
김재호는 고등학교 1학년생으로, 2군 중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괴물 플레이어였다.
“잘됐네.”
2군 선수의 성장은 1군의 활약보다도 감독과 코치진에게 희소식이었다.
선수를 키우는 팀의 시스템이 좋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근데 이거 좀 문제다.”
“뭐가?”
“재호가 이제 많이 실력이 올라와서 웬만한 중상위권 팀에서도 1군 달 수 있는 수준이거든.”
웬만한 중상위권 팀이라면 말이다.
이곳은 프로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올도어SCC였다.
‘그런 문제가 있었군.’
이신도 최환열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차렸다.
이신, 차이, 주디, 장양, 유진영, 사나다 료, 존, 그리고 와일드카드로 가끔 꺼내는 한태화까지.
이 1군 주전 라인업에 김재호가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게다가 유진영에게 부담이 과중되어 있던 올도어SCC의 괴물 라인업도 이제는 천재 장양의 합류와 한태화의 성장으로 다소 여유가 생겼다. 심지어 3종족 모두 플레이할 줄 아는 이신도 있었다.
메인 종족이 아직 부족한 신족이었다면 모를까, 더더욱 김재호는 올도어SCC의 주전 멤버로 들어올 여지가 없었다.
“이런 식이면 2군 애들을 잘 키워놓고도 1군 벽이 지나치게 높아서 다른 팀에 줘버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몰라.”
이신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1군 테스트 방식을 바꾸자.”
“어떻게?”
“일단 1군 전원과 겨루는 것까지는 똑같이 해.”
“그리고?”
“승률보다는 심사를 통해 1군으로 승격시킬지의 여부를 결정하자.”
“심사는 누가 하고?”
“코치진과 전략 팀. 최종 결정은 감독이 하고.”
“전략팀? 음, 그거 괜찮은데?”
가장 가까이서 선수들을 케어해 주는 코치진과 냉정하게 게임을 분석을 하는 전략팀.
양측이 심사하여 각기 의견을 내면 절충안이 나올 수 있다는 이신의 생각이었다.
“그럼 일단은 이제 슬슬 네가 사비로 운영하는 전략 팀을 팀에 데려와야지. 전략 팀의 성과도 확인했으니까 이제 정식으로 올도어SCC에 도입해도 될 것 같아.”
“알았어.”
그날 이신은 전략팀의 멤버 구성과 지난 실력 등을 정리한 자료를 단장인 지수민에게 건넸다.
“어머! 아무리 그래도 제게 말씀을 해주시지! 돈이 넘치는 우리 회사 놔두고 신 님께서 사비를 쓰시다니 말도 안 돼요!”
지수민은 그 자료를 검토하지도 않고 통과시켰다.
그걸로 이신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던 전략 팀이 완전히 올도어SCC의 소속이 되었다.
***
16강전 6경기.
주디는 최찬영을 3-1로 격파하고 8강에 진출했다.
기복이나 뚜렷한 약점 없이 기본기가 탄탄한 주디는 웬만해서는 괴물 플레이어에게 지지 않았다.
아쉽게도, 실력이 많이 는 최찬영이지만 그런 주디를 이길 정도의 특별함을 지니지는 못했다.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은 따로 있었다.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요.”
연습 게임을 또다시 패배로 장식한 존은 힘없이 연습실을 떠났다.
연습 상대인 장양은 슬그머니 존의 눈치를 보았지만, 이내 자신의 플레이를 되짚어보며 만족스러워했다.
주디는 그런 장양에게 눈총을 주고는 이신에게 슬며시 말했다.
“선생님.”
“왜?”
“존 좀 달래주세요. 많이 힘들어 보여요.”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야.”
“선생님도 슬럼프를 겪어보셨어요?”
“아니.”
이신은 그런 거 없었다.
“그것 봐요. 다들 선생님처럼 천재인 건 아니에요. 곁에서 격려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더 좋을 거예요.”
“…….”
듣고 보니 그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존이 돌아오자 이신이 가만히 손짓했다.
“네, 선생님.”
존이 가까이 다가왔다.
양옆에 앉은 최환열과 주디가 이신의 입에서 어떤 위로의 말이 나올지 기대했다.
“네가 알아야 할 게 있어.”
“뭔데요?”
“기갑 체제는 손가락만 달려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야.”
“…….”
존의 얼굴이 자괴감으로 물들었고, 최환열과 주디가 기가 막힌다는 듯이 이신을 째려보았다.
이신의 말이 이어졌다.
“하물며 어려운 병영 체제를 잘하는 네가 기갑 체제에 약하다는 건 말이 안 돼. 문제는 컨트롤 같은 게 아니라는 뜻이야.”
“…그럼요?”
“내 생각에는 시야야.”
“시야?”
“맵 전체를 봐야 해. 보이지 않는 곳도 봐야 해. 그걸 극단적으로 잘하는 게 장양이고, 넌 그게 약한 거야.”
“잘 모르겠어요.”
이신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장양에게 손짓했다.
“내가 한 번 보여줄게. 장양, 나랑 한 판 해.”
고개를 끄덕인 장양은 신난다는 표정으로 온라인에 접속했다.
이신 역시 게임에 접속하면서 존에게 말했다.
“너도 접속해. 옵서버로 게임 전체를 봐봐.”
“네.”
그렇게 장양과 이신의 게임이 시작되었다.
이신은 존과 똑같이 병영 체제를 택했다.
“잘 봐.”
이신은 그렇게 말하며 보병·의무병·화염방사병으로 이루어진 병력이 출발했다.
장양 역시 바퀴와 독침충으로 이루어진 병력을 두 무리로 나눠서 출진했다.
‘시야라고?’
존은 두 사람의 대결에 집중했다. 특히 병력을 운용하는 장양의 컨트롤에 집중했다.
장양은 두 병력을 자신의 신체 일부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장양은 이신의 병력을 양방향에서 싸먹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였다.
이신의 병력은 장양의 시야에 보이지 않았지만, 장양은 마치 다 안다는 듯이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접근했다.
이신도 마찬가지였다.
장양의 본진을 향해 진격하다가도, 장양의 병력이 양방향에서 접근할 때마다 귀신 같이 움직여 빠져나왔다.
마치 시야 밖에서 움직이는 장양의 병력이 다 보이는 듯이 말이다.
장양은 스노우볼을 굴렸다.
추가 생산된 병력이 계속 합류하자 두 무리의 병력 덩어리가 점점 커졌다.
이제 병력을 세 개로 나눠서 운용하기 시작하는 장양.
이제 병력이 더 모이면 네 개로 나눠서 장양의 필살기인 4방향 싸먹기가 나올 것이다.
그때, 이신 또한 추가로 생산되어 모인 보병·의무병 집단이 본진에서 출발했다.
장양은 마침내 병력을 네 개로 나눴다.
맵 센터를 놓고 양측의 긴장감이 극대화되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존은 충격을 받았다.
두 사람은 시야에 없는 서로의 병력을 다 보이는 것처럼 움직이며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었다.
늘 봐왔던 이신의 플레이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이게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