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48
247화 분투(3)
‘선생님도 보고 계시겠지?’
3세트에 임하면서 존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단기적인 집중 훈련을 통해 더 강해졌다고 확신했었다.
이신의 가르침으로 이제는 박영호를 상대로도 어느 정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냉엄한 현실이 뼈아프게 존을 옥죄었다.
1, 2세트 연패.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패했다는 경기 내용이 더욱 가슴 아팠다.
선생님도, 누나도, 모두를 실망시켰다는 압박감을 느꼈다.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까?’
막막했다.
자신의 장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 박영호의 철벽에 막혀, 이제는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지경에 놓였다.
게임이 시작되었다.
건설로봇을 계속 뽑으며 일을 시키면서, 존은 모종의 생각을 품었다.
‘이렇게 되면 이판사판이야.’
존의 선택은 8병영이었다.
빠른 타이밍에 보병을 생산하여 치즈 러시를 시도하는 빌드 오더였다. 실패하면 자원 상으로 매우 불리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물론 센터 2병영처럼 극단적인 초반 올인은 아니었지만, 도박인 것은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8병영을 택한 존 레벨린 선수! 으아! 하지만 박영호 선수는 9일벌레 수정관입니다.
-이러면 존 선수의 8병영은 통하지 않죠! 박영호 선수가 존 선수의 생각을 완전히 읽었습니다. 넌 이제 8병영 치즈 러시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걸? 박영호 선수가 그렇게 존 선수에게 말하고 있는 거예요!
궁지에 몰린 존의 생각을 박영호가 완전히 읽은 것이었다.
빌드 오더의 상성 싸움에서도 완전히 밀린 채 시작하게 된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첫 정찰로 박영호의 진영을 발견한 점.
박영호의 본진에 들어가 빌드 오더를 확인한 존은 아차 싶었다.
때마침 부화실에서 생산된 바퀴 6마리가 곧장 밖으로 달려 나갔다.
-박영호 선수의 바퀴들이 공격에 나섰습니다!
-역시 노련한 박영호 선수입니다. 존 선수의 정찰 타이밍이 빠른 걸 보고 바로 8병영을 알아차렸어요. 곧장 역공에 나섭니다.
다행히 존이 바퀴 6마리에게 패배하는 상황까지는 벌어지지 않았다.
보병 3명과 건설로봇 2기로 본진 출입구를 방어했다.
당도한 바퀴들은 들어갈 듯 말 듯 왔다갔다만 할 뿐, 돌파를 시도하지는 않았다.
첫 정찰 성공이 존의 목숨을 살린 셈이었다.
대신 그사이, 박영호의 추가 생산된 바퀴 2마리에 의하여 정찰 들어온 건설로봇이 사살되었다.
-깔끔하게 정찰 제거. 이런 사소한 플레이에서도 박영호 선수의 클래스가 느껴집니다.
-예, 보통은 정찰 들어온 일꾼이 바퀴를 6마리씩 뒤에 달고 다니면서도 꽤 오래 살아 돌아다니잖습니까. 박영호 선수는 2마리로 잘 몰아넣어서 제거했어요. 정말 컨트롤이 대단합니다.
-아무튼 양측 모두 별 탈 없이 스무스한 운영으로 국면을 넘깁니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자연스럽게 박영호 선수가 유리해졌어요.
-그렇습니다! 심리전이 가미된 가위 바위 보에서 진만큼, 존 선수는 이를 타개할 비책이 필요합니다. 8병영을 시도했을 때는 실패했을 시의 대책도 있었어야 합니다.
‘제길.’
존은 난감한 상태였다.
물론 실패 시의 대책은 있었다.
다만 그것은 스코어가 최소한 1-1 이상의 상태였을 때 하기로 했던 전략.
지금처럼 2-0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는 애당초 8병영을 시도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해요, 선생님.’
체념.
존은 박영호를 꺾고 8강에 진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렸다.
실력 차이를 절감했으니까.
하지만 포기를 하자 비로소 전신을 짓누르던 압박감이 사라졌다.
손이 풀린 듯한 가뿐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질 땐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자.’
부담이 사라지자 역설적으로 존의 본 실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존은 페이크 더블 전략을 펼쳤다.
앞마당에 서성거리던 박영호의 바퀴 떼를 보병들로 쫓아내고,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짓는 듯한 모션을 취했다.
하지만 그것은 속임수.
확장 기지를 구축할 돈으로 이미 기갑 정거장을 2개나 짓고 있었다.
-앞마당 페이크에 2기갑! 존 선수가 기갑 체제를 꺼내들었습니다.
-자신의 장기인 병영 체제를 버리고 취약하다고 알려진 기갑 체제를 선택! 이것이 도박이 될지 묘수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갑정거장 2개에서 생산된 고속전차들이 일제히 출발했다.
앞마당 확장 기지까지 미루면서 생산한 빠른 타이밍의 고속전차 견제.
결과적으로 그것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길목에 지뢰를 매설해 어느 정도 지상군에 대한 방어는 해두었지만, 앞마당에 침투했을 때 박영호의 대처는 그야말로 전광석화.
일벌레들을 본진 안으로 피신시키는 동시에 바퀴들이 출입구를 가로막는다.
밖에 내보냈던 바퀴들도 돌아와 앞뒤로 막고서 그대로 고속전차를 덮쳐 버렸다.
-박영호 선수의 반응 속도 정말 빠릅니다!
-존 선수, 이걸로는 한참 부족하죠! 좀 더 피해를 줘야하는데요!
-이제 쐐기충이 생산됩니다. 기회는 다시 박영호 선수에게로 넘어왔어요.
그 말대로 생산된 쐐기충들이 존의 진영으로 쇄도했다.
하지만 존은 타이밍 맞춰 기계보병의 사거리 업그레이드가 완료되었다.
쐐기충 역시 별 소득 없이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상황은 박영호의 엄청난 우세.
존은 기갑 병력이 모일 때까지 밖으로 진출할 수가 없었다.
그 틈에 박영호는 확장 기지를 여기 저기 펼치며 엄청난 자원을 모으기 시작했다.
-박영호 선수가 4광산을 가져갔습니다. 계속 방치해 놓으면 괴물을 걷잡을 수 없습니다.
병력이 모였을 때, 존이 치고 나왔다.
-치고 나갑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12시에 확장 기지를 구축하는 존 선수!
-회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지금 공격으로 박영호 선수에게 엄청난 피해를 줘야 하거든요!
박영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독침충과 촉수충, 바퀴들로 이루어진 병력이 괴물주술사와 함께 뛰쳐나왔다.
-파아앗! 파앗!
괴물주술사가 흑안개를 미친 듯한 속도로 펼쳤다.
괴물들이 우르르 흑안개 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치열한 난타전이 벌어졌다.
존은 고속전차로 끊임없이 지뢰를 매설하고 바퀴 떼를 블로킹했다.
전술위성들이 방사능을 살포하고, 계단식으로 배치된 기동포탑들이 불기둥을 뿜었다.
-퍼퍼퍼퍼펑!
-끼엑!
-키에엑!
유혈이 낭자했다.
맵 센터에서 일대 혈전이 벌어지는 동안, 박영호는 일부 독침충 병력을 우회시켜 12시로 향했다.
새로 확장 기지를 구축하고 있는 존의 12시를 견제할 의도.
맵 센터의 혈전 중에 나온 박영호의 날카로운 판단력이었다.
하지만 존은 레이더를 통해 그것을 포착했다.
고속전차 몇 기가 움직여 우회로에 지뢰를 매설했다.
하지만 독침충들은 하늘군주와 함께 움직이며 지뢰들을 족족이 찾아내 독침을 쏴 제거했다.
바로 그때였다.
그쪽으로 고속전차와 전술위성이 나타났다.
고속전차들이 지뢰를 매설하고, 거의 동시에 전술위성이 지뢰에게 디펜시브 실드를 걸었다.
독침충들이 다가오자 튀어나온 지뢰.
독침충들이 바로 일점사를 했지만, 디펜시브 실드로 보호된 지뢰는 그대로 발동했다.
-퍼어어어엉!
계속해서 발동되는 또 다른 지뢰에게도 전술위성의 디펜시브 실드가 걸렸다.
-퍼어어엉!
독침충들이 무더기로 지뢰에 사살 당했다.
“와아아아아!”
“오오오!”
관객들이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12시를 향해 우회하던 독침충들은 큰 피해를 받고서 좌절.
맵 센터의 싸움도 존이 잡아가는 분위기였다.
물론 괴물의 진가는 한 방 싸움이 아닌 끊임없이 생산되는 물량!
또다시 박영호의 물량이 몰아치기 전에, 존은 박영호의 9시 확장 기지를 공격했다.
기동포탑들이 아슬아슬하게 언덕 너머에서 자리 잡고 9시를 포격.
또 일부 고속전차들은 길목마다 지뢰를 매설한 뒤에 5시를 기습했다.
박영호는 남아 있던 쐐기충들로 5시를 지켰지만, 9시 확장 기지는 잃어야 했다.
하지만 그 정도 피해로 박영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연이어서 존은 병력을 박영호의 본진인 7시로 진격시켰다.
-존 선수의 거침없는 진격! 정말 강력한 인류의 한 방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말 잘 싸워줬어요, 존 선수! 저게 기갑 체제에 약하다는 존 선수가 맞나요?
-박영호 선수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괴물주술사들이 한 줌의 바퀴 떼와 함께 나타나 흑안개를 펼쳤다.
-파아앗! 파앗!
-파아앗!
삽시간에 기동포탑들을 향해 뿌려진 흑안개.
이윽고 바퀴 떼가 흑안개 속으로 뛰어 들어가 기동포탑들을 난타했다.
원거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 흑안개에서는 약한 바퀴들도 골칫덩이가 되어버린다.
그 순간, 존의 빠른 판단이 빛을 발했다.
기동포탑들이 일제히 포격모드를 풀고 후퇴.
하지만 전술위성 2기는 반대로 6시를 향해 날아갔다.
전술위성들이 서로에게 방사능을 살포하더니, 6시에서 자원을 채집하던 일벌레들의 머리 위를 누비기 시작했다.
-지우개!!
-병력을 모두 접고 후퇴하면서 전술위성을 6시로 찔러 지우개! 정말 미친 판단이 나왔습니다! 허를 찔렀어요!
지우개란, 2기 이상의 전술위성이 서로에게 방사능을 묻힌 뒤 괴물 유닛들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며 방사능에 오염시키는 컨트롤이었다.
지우개에 제대로 걸려 6시의 일벌레들이 몰살당했다.
그때, 7시에서 날아온 한 무리의 폭탄충들!
보다 비행속도가 느린 전술위성들은 폭탄충들의 마수를 피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파아앗!
-파아앗!
전술위성들이 서로에게 디펜시브 실드를 걸어주었다.
-퍼퍼퍼퍼퍼퍼펑!
폭탄충들이 들이받아 자폭했지만 전술위성 2기는 멀쩡히 살아서 도망칠 수 있었다.
모두가 전율을 느꼈다.
존의 집중력이 완벽하게 살아 있었다.
잇달아 슈퍼 플레이를 펼쳐서 전투를 연이어 이긴 존.
심한 경사로 기울어 있던 승부의 균형이 조금 공평하게 기우는가 싶었다.
***
‘그래, 인정한다.’
박영호는 웃었다.
‘너 제법 하네.’
박영호에게 자신이 불리할 때 웃는 취미 따윈 없었다.
다 이긴 승리를 놓쳤을 때는 표정을 흉하게 일그러뜨리며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편이다.
박영호가 웃고 있다면, 이유는 하나였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 집에나 가라, 응?’
여기저기서 괴물의 최종 유닛, 공성벌레들이 생산되었다.
황소처럼 큼직한 공성벌레들이 모여들었다.
이에 맞서 존은 맵 센터의 능선(稜線)에 방어선을 세운 상황.
바로 그 시점에 박영호가 움직였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하늘군주들이 집단으로 날았다. 하늘군주 집단은 존의 본진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존은 그것을 대규모 드롭이라고 판단했다.
때문에 맵 센터에서 방어선을 꾸리던 병력을 다수 빼내 본진까지 후퇴시켰다.
‘귀여운 자식!’
박영호는 킬킬거리며 비열하게 웃었다.
하늘군주들은 페이크.
그 안에 유닛이라고는 단 1마리도 타고 있지 않았다!
공성벌레들이 포함된 박영호의 진짜 전 병력은 대지를 달렸다.
병력을 뺀 바람에 허술해진 존의 방어선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돌파!
연이어 폭풍처럼 12시 확장 기지로 몰려갔다.
12시를 구원하러 급히 움직이는 존의 병력.
하지만 괴물주술사들이 흑안개를 마구 뿌리며 길목을 차단했다.
-철벽괴물 박영호! 오늘 경기력이 완전히 미쳐 있습니다!
-하늘군주를 떼로 던져서 존 선수의 병력을 빼게 만든 뒤에 지상돌파! 거기에 12시를 공략하고 적군의 길목을 차단하는 치밀성까지! 자신이 세계 최강의 괴물 플레이어라는 걸 보여줍니다!
존의 GG가 나왔다.
“아자!”
박영호는 부스에서 뛰쳐나와 양팔을 번쩍 들며 좋아했다.
관객들은 마땅히 승자에게 환호를 보냈다.
압승.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