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50
249화 크롬웰(2)
궁전을 방문하니 그레모리가 활짝 웃으며 반겨주었다.
“어서 오세요. 시장하시죠?”
“예.”
별로 배가 고프지는 않지만 막 일어난 참이라 아침 식사를 해야 하긴 했다.
“다들 들었지?”
“예!”
그레모리의 물음에 모든 시녀들이 합창하듯이 대답했다.
이윽고 시녀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겉보기엔 평범한 시녀 같아도 모두가 하급 이상의 악마들.
배우 빠른 속도로 득시글거리며 오가는데도 서로 동선이 엉켜 부딪치거나 하지 않고 일사불란했다.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만찬(晩餐)이 마법처럼 삽시간에 차려졌다.
기다란 직사각형의 식탁에 온갖 요리가 한가득!
그레모리와 이신이 식탁의 양쪽 끝에 마주보고 앉았다.
대부분의 음식이 팔을 뻗어도 닿지 않을 정도로 식탁은 길었다.
지나치게 성대하고 화려한 것이 과연 악마들의 만찬다웠다.
“식사하고 모의전을 하러 가실 거죠?”
“예.”
“호호, 맛있게 드시고 힘내주세요.”
그렇게 식사가 시작되었다.
원하는 요리를 먹기 위해 팔을 길게 뻗거나 자리에서 일어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시녀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요리를 척척 가져다준다. 심지어 먹기 좋게 썰어 이신의 입에 넣어준다.
이신은 간간히 음료를 마시는 것 외에는 손 하나 까딱할 필요가 없었다.
매우 이상한 식사였지만, 마계에서 그레모리와 만찬을 즐긴 게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이신은 익숙하게 식사를 마쳤다.
사실 귀찮은 걸 싫어하는 그의 취향에 딱 맞아떨어지는 식사 방식이기도 했다.
식사가 끝나자 시녀 한 명이 화이트 와인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
이신은 고개를 저었다.
“술 안 해.”
“네? 정말 맛있는 와인인데…….”
시녀가 자기 일처럼 아쉬워한다.
이를 본 그레모리가 말했다.
“그러지 말고 한 잔만 해보세요.”
“술기운은 연습에 방해됩니다.”
“방해되기는커녕 도움이 될걸요?”
“……?”
그게 말이 되냐는 듯이 쳐다보는 이신.
“저를 믿어주세요.”
그레모리는 다시 한 번 손짓으로 마실 것을 권했다.
이신은 수확의 날에 악마들의 퇴폐와 광기의 축제에 휘말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경계했다.
하지만 그레모리가 그를 속여 함정에 빠뜨릴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이신은 순순히 잔을 입에 가져다 댔다.
입가에 가져간 순간 달콤한 포도향이 기분 좋게 매료시켰다.
이신은 마시려다 말고 본능적으로 향을 즐겼다.
“좋죠?”
“그렇군요.”
“후훗, 마시면 더 좋을 거예요.”
아주 조금 입에 흘려 넣었다.
청량하고 달콤한 맛이 입안에서 퍼졌다.
그와 동시에 묘하게 따스한 에너지가 혀를 중심으로 점차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듯한 오묘하고도 환희적인 감각에 이신은 눈을 감고 즐겼다.
식도를 넘길 때 느꼈던 술기운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대신 몸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어때요?”
“좋군요.”
이신은 순순히 인정했다.
한 모금만 마셨는데도 컨디션이 회복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한 잔을 다 마신 이신은 그레모리에게 물었다.
“이런 와인이라면 마실 만할 것 같은데, 귀한 와인입니까?”
“호호, 얼마든지 드릴 수 있어요. 서열전 끝나고 돌아가실 때 몇 병 챙겨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승리로 보답해 주세요.”
“물론입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니 질 드 레, 이존효, 콜럼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럼 전장으로 보내드릴게요. 어떤 전장에서 모의전을 하고 싶으신가요?”
“제12 전장 레틴으로 부탁드립니다.”
“알겠어요. 그럼 오늘 하루도 수고해 주세요.”
파앗!
그레모리의 능력에 의하여 이신 일행이 제12 전장 레틴으로 텔레포트되어 사라졌다.
이신 일행이 떠나고 나자, 곁에 있던 한 시녀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얼마나 귀한 와인을 하사받은 것인지 알까요?”
“후훗, 모르니까 사양 없이 받지 않았겠니.”
“계약자님이 그레모리 님의 정성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현실 세계로 돌아갈 때 몇 병 받기로 약속한 화이트 와인은 바로 그레모리의 권능이 가미된 술이었다.
치유의 힘이 약간 깃들어서 몸이 회복되는 효과가 맛을 더 상쾌하게 살려주는 역할을 하는 절묘한 와인이었다.
“모르지는 않을 거란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나에게 승리를 가져다주겠지.”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와인처럼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
모의전에 앞서 이신은 우선 다섯 사도의 목록부터 확인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휴먼, 노예)무기 : 없음
방어구 : 가죽 부츠(이동속도 +5%)
능력 : 빙의, 블링크] [질 드 레(휴먼, 기사)
무기 : 롱 소드(공격속도 +5%)
방어구 : 칠흑갑주(방어력 +5%, 이동속도 +2%)
능력 : 지휘] [이존효(휴먼, 창병)
무기 : 혼천절(공격력 +7%)
방어구 : 용린갑(방어력 +5%)
능력 : 광기] [오귀스트 마르몽(휴먼, 공병)
무기 : 없음
방어구 : 가죽갑옷(방어력 +5%)
능력 : 빙의] [서영(휴먼, 기사)
무기 : 장창(공격력 +5%)
방어구 : 명광개(明光鎧)(방어력 +7%)
능력 : 평정심]
‘콜럼버스와 마르몽에게 무기를 부여하기만 하면 장비와 능력을 전부 부여한 게 되는군.’
노예인 콜럼버스나 공병인 마르몽에게는 사실 무기가 별로 필요 없었다.
정찰을 해야 하는 콜럼버스는 적을 만나면 도망치는 게 최선이었다.
마르몽은 투석기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직접 무기를 들고 싸울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르겠군.’
있어서 나쁠 건 없었다.
예를 들어 콜럼버스가 정찰 도중에 상대방의 정찰과 마주친다면?
같은 생산유닛끼리의 일대일이라면 무기를 든 쪽이 더 유리한 게 자명했다.
이동속도도 부츠를 신어 5% 상승한 콜럼버스가 더 빠르므로, 상대의 정찰을 죽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게임 시작부터 상대의 일꾼 하나를 죽일 수 있으면 이득이지.’
마르몽에게도 무기가 의외로 유용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마르몽이 조종하고 있는 투석기에 헬하운드 1마리가 붙으면 어떨까?
주변에 호위해 주는 병력도 없는 상황이라면 매우 곤란해진다. 고작해야 헬하운드 1마리 때문에 비싼 투석기는 물론 사도인 마르몽까지 죽게 되는 바보 같은 사태가 벌어진다.
하지만 그때 마르몽에게 무기가 있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면?
헬하운드와 일대일로 이길 수 있는 정도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아군이 도우러 올 때까지 시간을 끌거나 투석기를 포기하고 도망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마력: 11,061/11,061]마력에 꽤 여유가 있었다.
중급 악마의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서 유지해야 할 1만을 제외하고도 1,061마력의 여유가 된다.
이신은 심사숙고 끝에 결정을 내렸다.
‘콜럼버스와 마르몽에게 무기를 부여한다.’
[무기가 임의로 부여되며 600마력이 소모됩니다. 부여하시겠습니까?]‘부여한다.’
그러자 사도 명단 메시지에 변화가 생겼다.
[콜럼버스(휴먼, 노예)무기 : 마비침(적을 1초간 마비, 총 5발)]
‘마비침?’
고작 1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위급한 순간에는 그 1초도 생각보다 길었다.
5발까지 사용 가능하니 도합 5초!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나름대로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을 듯했다.
[오귀스트 마르몽(휴먼, 공병)무기 : 사브르(공격력 +5%)]
마르몽에게 부여된 무기는 무난했다. 그 당시에 기병대나 장교가 휴대했던 검 사브르가 주어진 것이다.
‘이 정도면 무난하군.’
마르몽이야 딱 기대했던 정도였지만, 콜럼버스는 정말 의외였다.
저번에도 블링크로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도 묘한 무기를 받은 것이다.
고작 1초 마비에 5회까지밖에 사용할 수 없지만, 이신은 이걸 어떻게 유용하게 쓸지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질 드 레와 모의전을 시작했다.
질 드 레가 지휘하는 마물은 이신이 지금껏 만났던 어떤 계약자보다도 뛰어났다.
이신에게 단련되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연습 상대로는 차고 넘치는군.’
질 드 레를 어떤 전장에서든 무난하게 이길 정도가 되면, 올리버 크롬웰과의 서열전도 문제없으리라 확신했다.
‘일단의 콜럼버스의 활용에 주안점을 둬야겠군.’
이신은 콜럼버스가 블링크로 건너뛸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냈다.
상대가 예상 못 한 방향에서 침투해 결정적인 첩보를 얻어내기 위함이었다.
콜럼버스는 중요한 재원이라 정찰 갔다가 죽게 해서는 안 되지만, 상대의 체제를 완전히 파악할 수 있는 엄청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희생시킬 만했다.
거기에 5회까지 쓸 수 있는 마비침을 잘 활용하면 무사히 살아 탈출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가만?’
그러다가 문득 이신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콜럼버스의 무기인 마비침!
적을 마비시키는 효과는 고작 1초.
하지만 초반의 소수 병력끼리의 싸움이라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찰나의 순간에 생사를 좌우하는 싸움에서 1초간 마비된다는 것은 엄청난 페널티이기 때문이다.
‘이걸 잘 활용할 수 있는 초반 올인 전략도 괜찮겠군.’
휴먼이 초반에 약하다는 편견에 허를 찌를 수 있기 때문에 의외로 효과가 좋을지도 모른다.
실험이 계속해서 성공을 거두었고, 이신은 질 드 레와의 대결에서 압도적인 승수를 쌓아나갔다.
이신에게서 많이 배운 덕에 실력적으로 많이 따라잡았다고 생각했던 질 드 레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어야 했다.
“주군의 기량은 끝이 없으신 것 같습니다. 도저히 이길 수가 없습니다.”
초반 올인 전략에 계속해서 당한 질 드 레의 토로였다.
“같은 전략을 쓸 테니 한 번 막아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이신은 자신의 전략을 공개한 채로 계속 모의전을 했다.
이신의 전략을 알고 있으니, 질 드 레는 그 맞춤 전략으로 맞대응을 하였다.
그러자 당연히도 승률은 어느 정도 팽팽해졌는데, 이신은 질 때마다 계속해서 전략을 다듬어 나갔다.
예상컨대 이번 서열전 역시 한 판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레모리의 총 마력량은 34만 9천.
악마군주 알로세스는 381,200마력이라고 들었다.
양측의 격차가 32,200마력이니, 상대가 1만 마력씩 배팅을 한다면 2번을 내리 이겨야 결판이 난다.
중간에 한 번 패배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므로, 적어도 한 전장당 3가지 이상의 전략을 구상해야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그동안 질 드 레와 숱하게 겨루면서 만든 전략이 많기 때문에, 준비에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준비는 잘되어 가시나요?”
늘 그랬듯 하루 종일 모의전에 매달렸다가 돌아왔을 때, 그레모리가 물었다.
“예, 내일은 도전을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카이저가 한참 준비에 매진하는 동안 이쪽 서열에 약간의 변동이 있었어요.”
“어떤 변동입니까?”
“악마군주 아미가 최근에 서열전에서 패하여서 54위로 내려앉았다고 하네요.”
“아미?”
“네, 악마군주 아미에게는 꽤나 강력한 계약자가 있는데, 그 때문에 알로세스도 고민이 많은 모양이에요.”
현재 55위인 악마군주 알로세스.
아래로는 상승세인 그레모리가 있고, 위로도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강력한 계약자를 보유한 악마군주 아미가 있으니 중간에 끼어서 난처해진 것이다.
“그 계약자의 이름이 누굽니까?”
이신은 그 강력하기로 소문이 났다는 계약자의 이름이 궁금했다.
72인의 계약자 가운데 비범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데, 그 가운데서도 소문이 날 정도라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 올리버 크롬웰을 이긴다면 그다음 상대가 될 것이 자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