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55
254화 초대(1)
“제가 이번 대결을 제대로 본 거라면 이번에는 조금 위험한 순간도 있었죠?”
그레모리가 물어왔다.
안대를 벗은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방어는 계산상 완벽했는데 그걸 뚫고 들어올 줄은 몰랐습니다.”
“올리버 크롬웰의 능력을 몰랐기 때문이죠.”
“예, 계산에 약간의 오차를 불러일으키는 변수가 있을 거라는 건 각오했지만 말입니다.”
건물을 더 빨리 부수는 능력이라니.
크롬웰의 고유 능력은 오늘처럼 이용하기에 따라 승패를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뻔했다.
‘치유 능력이 있으니 웬만한 변수는 허용 범위 내라고 생각했는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군.’
오랜만에 진땀 뺀 서열전이었다.
조아생 뮈라의 말도 안 되는 싸움 실력 때문에 당한 1패 이후로 처음으로 당황했다.
“그래도 결국은 이겼잖아요. 정말 대단한 역전이었어요.”
“상대가 미숙한 측면도 있었던 덕분인데, 보다 상위의 계약자였다면 제가 졌을지도 모르지요.”
“걱정하지 마세요. 상위에서는 서열 변동이 좀처럼 없으니까요.”
“……?”
“배팅할 수 있는 마력량은 정해져 있는데 상위로 갈수록 서열간의 마력 차이는 커지잖아요.”
“그래서?”
“같은 상대와 계속 겨루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죠. 상위 서열에서는 이미 서로의 고유 능력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오늘 같은 변수는 없을 거예요. 서로 순수한 실력을 겨룰 수밖에 없죠.”
“그건 다행이군요.”
계산 범위 밖의 변수를 싫어하는 이신으로서는 다행인 일이었다.
아무튼 마력이 생겼으니 사도들에게 투자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나머지 두 사도, 서영과 마르몽을 권속으로 삼고 하급 악마로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생각해 보니 상위 서열로 가면 사도들까지 중급·상급 악마인 경우도 있을 수 있겠군.’
격(格)이 오를수록 능력도 더 진화될 테니까 말이다.
무기가 하나라도 더 많아야 하는 서열전에 있어서 사도들의 능력 진화는 꼭 필요한 일이었다.
당장 하급 악마가 된 콜럼버스만 하더라도 블링크로 인하여 큰 활약을 하지 않았던가.
중급, 상급이 되면 얼마나 더 쓸모가 많아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당장은 이신도 이제 막 중급 악마가 된 터라 그럴 여력까지는 없지만 말이다.
이신은 서영과 마르몽을 소환하여서 그레모리의 도움을 받아 권속으로 삼는 의식을 치렀다.
[권속의 계약이 성립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계약이 효력을 발휘합니다.] [계약에 따라, 사도 서영이 계약자 이신 님의 권속이 됩니다.] [계약에 따라, 사도 오귀스트 마르몽이 계약자 이신 님의 권속이 됩니다.] [계약에 따라, 계약자 이신 님의 마력 1,000이 사도 서영에게 전달됩니다.] [계약에 따라, 계약자 이신 님의 마력 1,000이 사도 오귀스트 마르몽에게 전달됩니다.] [사도 서영이 하급 악마가 되었습니다.] [사도 오귀스트 마르몽이 하급 악마가 되었습니다.]“감사합니다, 주군!”
“영원히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서영과 오귀스트 마르몽이 감격하여 소리쳤다.
이신은 사도 명단을 통해 두 사람의 변동 내역을 살펴보았다.
[오귀스트 마르몽(휴먼, 공병)무기: 사브르(공격력 +5%)
방어구: 가죽갑옷(방어력 +5%)
능력: 빙의, 명중률(원거리 무기의 명중률이 100%가 됩니다)] [서영(휴먼, 기사)
무기: 장창(공격력 +5%)
방어구: 명광개(明光鎧)(방어력 +7%)
능력: 사기(아군을 각종 혼란에서 회복시키고 사기를 크게 상승시킵니다.)]
역시나 두 사람의 능력은 바뀌어 있었다.
마르몽의 경우 빙의 능력은 그대로였지만, 명중률이라는 새로운 능력이 생겼다.
‘나쁘지 않군.’
투석기는 현대의 화기와 달리 오차가 심해서 오발이 많이 나는 병기였다.
마르몽의 투석기 명중률이 100%가 된다면 이는 아주 유용한 일이었다.
투석기가 한두 대밖에 없는 초중반의 전투라면 투석기 한 대가 쏘는 바위 하나하나의 명중률에 얼마나 일희일비한단 말인가?
앞으로 기대가 많이 되는 능력이었다.
‘내가 중급 악마가 되면서 치유 능력이 광역 치유로 바뀌었다.’
주변의 모든 아군의 체력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진화된 이신의 고유 능력.
그렇다면 마르몽 역시 중급 악마가 되면 저 명중률 100%가 주변 아군 모두에게 적용되는 쪽으로 진화될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마르몽의 주변에 모인 투석기가 모두 명중률 100%가 된다면?
투석기뿐만 아니라 근처에서 호위하는 석궁병들 또한 함께 적용이 될 터!
한편, 서영의 능력은 기존의 ‘평정심’이 ‘사기’로 바뀌어 있었다.
각종 정신적 혼란에서 회복시키는 점은 동일하지만, 아군의 사기를 진작시켜 준다는 점이 달랐다.
‘이건 그냥저냥 무난하군.’
동탁처럼 상대의 정신에 간섭하는 능력에 대한 방어책은 될 테니 충분히 가치가 있긴 했다.
“드디어 다섯 사도가 모두 하급 악마가 되었네요. 축하드려요.”
그레모리는 이신의 권속이 된 사도 5인을 쭉 둘러보더니 웃음을 지었다.
“이 많은 식구가 모두 같이 살려면 이제 카이저의 영지는 너무 좁겠네요.”
“충분할 것 같긴 합니다만.”
이신의 영지인 오두막은 현실 세계의 집과 비슷한 넓이라 6명이서도 사는 데 문제는 없었다.
물론 쾌적하다고 보기는 힘들었지만 말이다.
군복무를 경험했던 이신이로서는 시커먼 사내들과 부대끼고 사는 게 영 탐탁지 않았다.
“중급 악마도 되시고 했으니까 제가 그에 합당한 영지를 드릴게요.”
“지금도 이미 충분히 신세를 졌다고 생각됩니다만.”
“호호, 부담 갖지 마세요. 계약자의 영지는 악마군주가 챙겨주는 게 보통이에요. 카이저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제게 가져다주었고요.”
상위 서열에서는 악마군주와 계약자 간에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게 정상적인 경우였다.
충분히 실력이 검증된 계약자에게는 그만한 대가를 주며 의욕을 올려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만큼 좋은 성적이 꾸준히 유지되는 것이다.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후훗, 기대하세요.”
그레모리는 먼저 궁전으로 돌아갔고, 이신은 사도들과 함께 모의전을 했다.
마르몽과 서영의 능력을 테스트해 보기 위함이었다.
상대는 늘 그랬듯이 질 드 레.
확실히 실력이 좋아진 질 드 레는 방금 사투를 치렀던 올리버 크롬웰보다도 운영이 뛰어났다.
‘e스포츠로 치자면 유진영 같은 스타일이군.’
뚜렷한 특이점은 없지만 공수 밸런스가 적절하고 원칙적이고 침착했다.
헬하운드와 엔트와 쐐기충의 조합으로 이신의 진격을 막아내는 질 드 레.
이신은 적당한 지점에서 진격을 멈추고, 자리를 잡아 투석기를 조립했다.
조금씩 영역을 넓히는 이신과 이를 막아내며 시간을 버는 질 드 레 간의 싸움.
그런데 한창 모의전이 재미있어지고 있을 때였다.
-카이저.
문득 뇌리로 그레모리의 음성이 들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신은 지휘를 계속하며 물었다.
-지금 돌아오셔야겠어요.
‘무슨 일입니까?’
이신이 다시 물었다.
-카이저에게 초대장이 와 있었어요.
‘…초대?’
결국 이신은 모의전을 중단하고 그레모리의 궁전으로 돌아와야 했다. 권속이 된 서영과 마르몽을 포함한 5인의 사도도 함께였다.
사도들을 영지로 보내놓고 그레모리를 찾아갔을 때, 그녀는 초대장을 건네주었다.
“받으세요.”
“제게 온 게 맞습니까?”
“네.”
초대장을 열어보니 안에는 이상한 문자가 나열되어 있었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괴이한 문자였는데, 읽는 순간 몸속에 잠잠히 있던 마력이 꿈틀거렸다.
그리고서는 놀랍게도 그 이상한 문자가 나열된 글이 읽혀지는 것이었다.
[재능 많은 동양의 계약자에게.그동안 잘 지냈는지 모르겠군.
바쁜 일이 끝나고 여유가 생기니 문득 자네가 떠올랐네.
괜찮다면 자네를 나의 영지로 초대하고 싶은데 꼭 응해주길 바라네.
언젠가는 서로 겨루어야 하는 입장이 될 지도 모르지만(언젠가는 그리 될 수 있다고 믿네), 승부를 떠나 자네 같은 재능 넘치는 젊은이와는 좋은 인연을 갖고 싶네.
권속으로 삼은 사도들이 있다면 그들도 함께 데리고 오면 더 좋겠군.
이곳에 있는 자들 중에서 살아생전에 재미없는 인생을 산 사람은 없으니 말일세. 서로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으니 생각만으로도 재미있을 것 같군.
참, 일전에 내가 했던 제안은 잘 생각해보았는가?
지금쯤 결론을 내렸으리라 생각되는데 그 대답도 들려주었으면 좋겠군.
물론 이번 초대는 그 제안과는 상관없네. 나도 이미 반쯤은 포기했으니 말일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이신은 초대장을 보낸 장본인이 누군지를 알고 깜짝 놀랐다.
서열 1위!
72악마군주 중 최고의 위세를 자랑하는 아가레스의 계약자.
저 대단한 나폴레옹이 이신에게 친히 초대장을 보낸 것이었다.
“나폴레옹이 초대장을 보내다니, 카이저의 능력을 알아본 것이 틀림없어요. 그는 뛰어난 사람이면 피아를 가리지 않고 호의를 보인다고 들었어요.”
그레모리가 다소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나폴레옹은 살아생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대단했다.
현재 그레모리의 서열은 55위.
무려 서열 1위에 있는 악마군주 아가레스의 계약자 나폴레옹이 이신에게 호감을 보였다는 것은 반길 만한 일이었다.
“초대라…….”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는 행위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신이었지만, 상대가 나폴레옹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열 1위의 계약자는 과연 얼마나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을까?
일전에 보았던 그의 사도들은 어떤 인물들일까?
많은 궁금증이 있었던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꺼림칙한 것이 있었다.
“혹시 나폴레옹의 영지도 악마군주 아가레스의 궁전 안에 있는 건 아니겠지요?”
이신이 걱정하는 것은 나폴레옹의 초대를 받고 찾아갔다가 악마군주 아가레스와 맞닥뜨리게 되는 일이었다.
오늘 겨뤘던 악마군주 알로세스는 불타오르는 눈동자를 지니고 있어 마주치는 사람을 실명케 한다고 한다.
그렇게 무서운 악마군주들이다. 하물며 서열 1위의 아가레스라면 어떻겠는가?
“염려하실 것 없어요. 나폴레옹은 웬만한 악마군주들보다 많은 마력을 가진 자라 영지도 상당히 드넓습니다. 당연히 카이저의 오두막처럼 악마군주 아가레스의 궁전 안에 있지는 않겠죠?”
“그럼 다행이군요.”
이신은 나폴레옹을 만나보기로 했다.
사도들도 데려가기로 했는데 다만 한 사람, 오귀스트 마르몽에게는 따로 의향을 물어봐야 했다.
마르몽은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겠습니다.”
“괜찮겠어?”
“여러 가지로 은혜를 입었으니 인사도 드려야겠습니다.”
“불편하진 않고?”
“마음이 넓은 분입니다. 제가 주군의 사도가 된 점에 대해서는 이제 마음에 두고 있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저도 제 입장에서는 찾아온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이라 살아생전의 배신과는 성격이 다른 문제입니다.”
살아생전에 자신을 장교로서 키워주다시피 해주었던 나폴레옹을 배신했던 오귀스트 마르몽.
하지만 나폴레옹은 마르몽을 용서한다고 유서에 남긴 바가 있었다.
“그럼 같이 가지.”
그렇게 이신과 사도들은 나폴레옹을 찾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