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56
255화 초대(2)
나폴레옹에게 찾아가는 일은 아주 간단했다. 그레모리가 텔레포트로 데려다줬으니 말이다.
“데리러 올게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그 말을 남기고 그레모리는 먼저 떠났다.
“대단한 궁전이군요.”
질 드 레가 경탄한 얼굴로 말했다.
나폴레옹의 궁전은 실로 거대했다. 그리고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이신은 나폴레옹의 궁전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베르사유 궁전이군요. 그분답습니다.”
마르몽이 웃으며 말했다.
그랬다.
나폴레옹의 궁전은 그 유명한 베르사유 궁전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똑같았다.
그때, 궁전에서 일단의 무리가 나와 이신 일행을 맞이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의 계약자 이신 님이십니까?”
“저희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따라오십시오.”
궁전에서 일하는 하인들로 보이는 이들은 당연히도 모두 악마였다.
하나같이 하급 악마에 준하는 마력이 느껴지는 터라 이신은 내심 감탄했다. 이 정도면 정말 웬만한 악마군주를 능가하는 성세였다.
‘나긴 난사람이군.’
식민지의 하급 관리 집안에서 태어나 자력으로 황제가 되더니, 마계에서조차도 이러한 위치에 올랐다.
원채 타고난 기량이 대단하다고밖에 볼 수가 없었다.
“정말 그대로군요.”
생전의 기억이 있는 마르몽은 궁전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를 둘러보며 말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곳은, 본래 베르사유 궁전이었다면 왕실 예배당이 있어야 할 장소였다.
왕실 예배당과 구조는 똑같았지만, 나폴레옹의 조각상이 장식된 것이 달랐다.
계속 안내를 받아 마침내 나폴레옹 일행이 있는 곳에 당도했다.
2층 전체를 차지하는 거울의 방.
너비 10.4미터, 길이 73미터, 높이 13미터.
좌우 벽면에는 창문이 17개씩 있었다.
한쪽의 17개 창문들은 바깥의 아름다운 정원이 내려다보였고, 반대편의 17개 창문들은 대형 거울로 장식된 것이었다.
왕족의 결혼식이나 외국 사진의 접견 등을 행하는 가장 중요한 의식장이었던 거울의 방이 똑같이 구현된 것이었다.
예전에 파리에서 열렸던 월드 SC 그랑프리에 출전했을 때 베르사유 궁전을 관광한 적이 있었던 이신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신기해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천장의 벽화였다.
천장에 그려진 수많은 벽화는 모두 나폴레옹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었다.
궁병, 헬하운드, 투석기, 기사, 드워프 총수, 엘프 스나이퍼 등등이 그려진 걸 보니 나폴레옹이 승리한 서열전을 그린 모양이었다.
“어서 와라.”
그곳에 있던 서양의 젊은 미남자가 인사를 건넸다. 일전에도 한 번 보았던 얼굴이었다.
젊은 시절의 모습을 한 나폴레옹 말이다.
“반갑습니다.”
“초대에 응해줘서 고맙다.”
나폴레옹이 자연스러운 하대로 이신을 맞이했다.
그 뒤에는 다섯 명의 사도들이 보였다.
나폴레옹의 시선이 이신을 향하다가 그 뒤에 있는 사도들로 향했다. 그중 가장 왼편에 있던 마르몽에게서 머문다.
“이런.”
마르몽이 이곳에 있다는 것은 하급 악마가 되어 마계의 일원이 되었다는 뜻.
이신의 권속이 되지 않으면 이곳에 있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송구합니다, 폐하.”
마르몽이 고개 숙여 사죄했다.
나폴레옹은 피식 웃고는 고개를 저었다.
“됐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래도 뛰어난 새 주인을 만났으니 덜 아깝구나.”
“감사합니다.”
그것으로 나폴레옹은 마르몽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렸다.
그는 이신을 바라보며 물었다.
“내 궁전에 온 소감이 어떤가?”
“놀랐습니다.”
“그래? 어떤 점에서?”
“생전에는 베르사유 궁전에 머물지 않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베르사유 궁전은 귀족들의 사치의 온상이었으니 프랑스 혁명으로 일어선 내가 거기에 머물 수가 없었지. 하지만 이 궁전은 나의 힘으로 만든 것이니 자랑스럽지 않은가.”
나폴레옹은 싱긋 웃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사실 궁전을 짓자니 이것밖에 안 떠오르더군. 내가 이런 쪽에서는 생각보다 창의성이 빈곤한 모양이야.”
술과 식사와 함께 담소가 이어졌다.
나폴레옹이나 이신이나 서로의 사도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내 사도들에 대해서는 마르몽에게 이야기를 들은 바 있을 테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호오, 그래? 그럼 서로 한 사람씩 소개하도록 해볼까?”
나폴레옹은 우선 가장 가까이 있는 사내를 가리켰다.
“니콜라 우디노일세. 나의 둘도 없는 충신이지.”
“척탄병단?”
나폴레옹에 대한 책을 많이 섭렵했던 이신은 그 이름을 듣자마자 무심코 물었다.
이에 니콜라 우디노의 얼굴에 만족스러워하는 기색이 어렸다.
평민 출신인 니콜라 우디노는 우둔하지만 매우 용맹한 사나이로, 몸을 아끼지 않고 싸워서 34차례의 부상을 당했을 정도였다.
나폴레옹은 그를 두고 프랑스 최고의 전공 영웅이라고 칭찬했다.
특히나 그가 이끄는 척탄병 부대는 우디노의 척탄병들이라 불리며 전 유럽에 위명을 떨쳤다고 한다.
이번에는 이신의 차례.
이신은 가장 먼저 사도로 삼았던 콜럼버스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콜럼버스입니다.”
“하하! 신대륙을 발견한? 재미있군. 그자는 병과가 무엇이냐?”
나폴레옹은 크게 웃었다.
“노예입니다.”
“정찰에 쓰는 모양이군.”
병과를 듣자마자 나폴레옹은 콜럼버스의 용도를 알아차렸다.
“현명한 선택이다. 적어도 사도 5인 중 1명은 정찰 역할에 배치해야 하거든.”
“당연한 일입니다. 승부는 정찰에서 이미 50% 이상 판가름이 납니다.”
이신도 지당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역시 승승장구를 한다더니 전술에 조예가 깊군. 그대 같은 자가 아직 55위에 있다니 요즘은 하위 서열의 계약자들 수준도 많이 높아진 모양이다.”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하, 그렇군. 아직 성에 차는 상대를 만나보지 못했다는 뜻이로군. 내가 듣기로 그대는 계약자가 되고부터 지금까지 14연승을 거두었다고 들었다.”
“중간에 한 번 패배한 게 있습니다.”
“멧돼지에게?”
“예.”
나폴레옹의 사도들 사이에서 나직한 웃음소리가 나왔다. 멧돼지는 당연히 조아생 뮈라를 뜻했다.
“그러고 보니 그대의 다음 상대도 비슷한 부류의 상대더군?”
“예.”
현재 그레모리의 서열은 55위.
바로 위인 54위는 악마군주 아미였으며, 그의 계약자는 바로 항우였다.
특별한 변동이 없는 한 이신의 다음 상대가 될 공산이 높았다.
“자네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조아생 뮈라 같은 부류의 상대에게 약한 면이 있는 모양이군. 그렇다면 항우는 만만한 적수가 아닐 거야.”
“항우에 대해 아시는 게 있습니까?”
이신이 물었다.
항우에 대한 역사적 상식을 묻는 게 아니라, 당연히 계약자 항우에 대해 묻는 것이었다.
나폴레옹은 고개를 저었다.
“내 상대가 될 정도로 올라온 적이 없었으니 자세한 것은 알 턱이 있나. 그저 지금 계약자들 사이에서 자네가 화제가 되고 있듯이, 예전에는 항우의 상승세에 주목을 했었지.”
전략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성격의 결함이나 모자람이 많았던 항우.
하지만 단 3만 군세로 휘몰아쳐 56만 대군을 박살 낸 팽성대전은 항우의 군사 지휘력과 무력이 초인적인 수준이었음을 증명했다.
계약자로서의 항우는 그런 면이 크게 작용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항우도 아주 멍청이가 아니라면 유능한 참모를 곁에 두어 자신의 단점을 보완케 했을 테니 말일세.”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있겠군요.”
생전의 항우에게는 범증이라는 책략가가 있었다.
범증의 말만 잘 들었어도 항우가 유방을 꺾고 천하통일을 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모두의 중론이었다.
이미 살아생전에 실패를 경험했던 항우였다.
마계에 있으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 후세의 평가도 들어봤을 터였다.
그때처럼 지금 역시 참모를 찾아서 사도로서 곁에 두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단순한 개인의 용맹이라면 이쪽도 맞설 만한 인물이 있습니다. 경계해야 할 건 그보다 군 지휘력과 악마로서의 능력이겠죠.”
“호오, 항우에게 맞설 만한 무장이 있다고? 내가 보기에 저 이상한 병기를 든 자를 말한 것 같군.”
나폴레옹은 혼천절을 든 이존효를 가리켰다.
“정확합니다. 이존효라는 인물입니다.”
“재미있겠군. 이존효, 그대의 일생을 한 번 내게 들려다오.”
이존효는 이신을 쳐다봤다.
이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자신감 있게 자신의 생애를 이야기해주었다.
그렇게 서로의 사도들을 소개하고 살아생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다 그렇듯 이 자리에 모인 이들 또한 많은 굴곡이 있었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발견한 인재를 모은 이신과 달리, 나폴레옹의 휘하에 있는 5사도는 한 명만 빼고 다 살아생전의 부하들이었다.
니콜라 우디노, 니콜라 장드듀 술트, 앙드레 마세나, 장 마티유 필리베르 세뤼리에 등.
아마도 살아생전의 부하들로 진영을 구축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익숙하고 능력을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한 듯했다.
그런데 이신을 제외한 모두가 술을 마셔서 술기운이 무르익었을 즈음, 나폴레옹이 슬며시 운을 띄웠다.
“이신.”
“예.”
“그대는 궁금하지 않으냐?”
“무엇이 말입니까?”
나폴레옹은 미소를 지었다.
“서열 1위 악마군주의 계약자는 과연 얼마나 실력이 뛰어날까? 설마 내가 질까?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느냔 말이다.”
“……!”
나폴레옹의 말 그대로였다.
이신은 나폴레옹의 실력이 궁금했다.
전쟁 실력이야 역사 공부를 조금만 해도 알 수 있지만, 서열전 실력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지 않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신은 자신이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악마군주 급의 마력에 사도들도 보나마나 다들 중·상급 악마 수준일 터.
그 차이 때문에 지는 일은 있어도, 실력에서 밀릴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신 역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는 절대자의 지위를 누린 장본인이었으니 말이다.
나폴레옹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그대가 원한다면 유희 삼아 한 번은 궁금증을 풀어줄 수가 있는데 말이야.”
“모의전입니까?”
“그렇다. 생각이 있나?”
“물론입니다.”
나폴레옹은 곧바로 대답하는 이신을 보며 웃었다.
“알기 쉬운 자로군.”
“……?”
“모의전 얘기가 나오니까 눈빛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지 않으냐.”
그러면서 크게 웃음을 터뜨리는 나폴레옹.
이신도 히죽 웃었다.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당장 붙어보지요.”
“하하! 좋다. 다만 아직 서로 격차가 존재하니 사도는 소환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 동의하느냐?”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이신은 나폴레옹의 실력을 겪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계약자님!”
궁전으로 악마 하나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뭐냐?”
눈살을 찌푸리는 나폴레옹.
악마는 다급히 소리쳤다.
“지금 즉시 오시라는 악마군주 아가레스 주인님의 명이십니다!”
“서열전이냐?”
“예! 바알이 지치지 않고 또다시 도전을 해왔습니다!”
“그렇다고 하는군.”
나폴레옹이 어깨를 으쓱하며 겸연쩍게 웃었다.
이신의 표정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