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59
258화 광기신족(2)
최영준은 낙심한 얼굴로 선수 대기실로 돌아왔다.
“영준아, 너답지 않게 졌다.”
하영훈 감독이 토닥거리며 말했다. 최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 말려서 이신이 원하는 싸움을 했어요.”
아슬아슬한 공중전은 이신의 특기 분야.
이신과 기꺼이 공중전을 하는 선수는 아무도 없을 정도였다.
최영준 역시 이신이 쐐기충을 생산하려는 걸 알고 사략기를 계속 뽑아 제공권을 지키려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신이 폭탄충을 대거 뽑아 맞불을 놓는 바람에 공중전이 되어 버렸고, 최영준은 이신과 컨트롤 싸움에서 패배해버렸다.
“첫판부터 괴물이라니. 그것도 그렇게 잘할 줄은… 1세트는 우리가 당한 것 같다.”
“무섭네요.”
“그게 이신이야. 스코어를 리드하기 시작했으니 이제부터는 더 무서워질 거야.”
스코어 리드의 중요성을 알고 1세트부터 승부를 건 이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제 마음껏 준비해 온 자신의 전략을 시도해 올 터였다.
“일단 멘탈 잡고 다음 세트에서 1 대 1 만들자.”
“네.”
“잘 들어. 이신이 괴물도 잘한다지만, 어떤 맵에서든 널 이길 정도는 아니야. 그렇다고 신족을 골라서 너랑 동족전을 하겠다고 해오지도 않겠지.”
“네.”
괴물은 종족 상성상 신족의 천적이니 고른다지만, 같은 신족을 골라 최영준과 붙는다는 것은 이신으로서 결코 이득이 아니었다.
“결국 인류야. 스코어 리드라는 소기의 목적도 달성했으니까 이제 인류로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해올 거야.”
“네, 연습했던 대로만 할게요.”
하영훈 감독은 최영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힘내. 비록 상대가 이신이지만, 너도 최영준이다.”
“…….”
“최영준이 얼마나 대단한 놈인지 보여줘.”
“네!”
최영준은 다시 결전을 치르러 선수대기실을 나섰다.
2세트.
최영준의 위치는 11시.
그리고 인류를 택한 이신은 5시였다.
최영준은…….
-생 더블! 최영준 선수가 정말 과감합니다!
최영준은 시작부터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구축했다.
참회실이 없기 때문에 초반에 방어가 매우 불안할 수 있는 출발이었다.
다만 무사히 넘기고 나면 상대적으로 매우 큰 자원 우위를 갖게 되지만 말이다.
-1-0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 최영준 선수가 정말 강수를 둡니다. 마침 서로 위치도 대각선 방향. 일단 위치는 최영준 선수에게 웃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이신입니다. 생 더블 하고 있는 걸 보면 절대로 가만 안 놔둘 거거든요.
앞마당의 대신전이 완성되고 신도들이 붙어서 자원 채집이 시작될 즈음,
-이신 선수가 봤습니다.
1시로 갔다가 다시 11시로 정찰을 온 이신의 건설로봇이 최영준의 진영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에 완성된 앞마당의 확장 기지가 쌩쌩 잘 돌아가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봤죠. 이신 선수가 가만 둘까요? 그냥 신족 선수가 생 더블을 해도 기분 나쁜데, 최영준이 생 더블을 했습니다. 가만 놔두면 이후에 폭발할 물량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가만 안 놔두겠죠. 치즈 러시를 가장 안 당하면서 치즈 러시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 이신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정찰을 온 건설로봇은 그 광경을 보자마자 대신전 옆에 참호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하하, 정말 반사적으로 참호를 짓죠.
-거의 본능이죠. 저렇게 판단이 빠른 선수는 처음 봤습니다. 가만 안 놔둔다는 공격 의식이 정말 투철합니다.
-이신 선수의 본진에서도 보병 1명과 건설로봇 4기가 출발했습니다.
-최영준 선수도 맞서죠.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이걸 막아야 최영준 선수가 계획했던 전략을 펼칠 수 있는 거예요.
최영준도 신도들을 대거 동원하여 방어에 나섰다.
홀로 외로이 적진에서 참호를 건설하던 건설로봇.
신도들이 둘러싸서 죽이려 하자, 재빨리 건설을 중단하고 후퇴.
그러나 곧바로 날렵하게 U턴해서 신도들을 따돌린 후, 다시 돌아와 참호를 건설했다.
“와아아아!”
“무빙 쩐다!”
“이신! 이신!”
아슬아슬한 싸움이었다.
참호가 어떻게든 건설되지 않게 막아야 하는 최영준.
반면 어떻게든 참호를 완성시켜서 보병을 집어넣어야 하는 이신.
계속 절묘한 무빙으로 건설로봇을 움직이며, 한 칸씩 한 칸씩 야금야금 참호를 완공시켜나갔다.
이어서 줄줄이 도착하는 보병 1명과 건설로봇 4기.
-저 보병을 잡아야죠!
-참호 건설도 방해해야 하는데, 건설로봇이 저렇게 많이 왔으니 이신 선수의 컨트롤 실력을 감안하면 못 막을 겁니다. 다만 안에 보병이 못 들어가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신도들의 앞길을 막는 건설로봇들의 블로킹은 절묘하기 이를 데 없었다.
-투타타타타!
-으악!
“와아아아!”
보병의 기관총 난사에 신도 하나가 죽었다.
건설로봇들이 계속 맞붙어서 신도들을 밀어내고, 보병이 조금씩 완성된 참호를 향해 다가갔다.
바로 그때였다.
-광신도가 나왔습니다!
광신도가 양손에 긴 칼날로 무장한 채 똑바로 보병에게 달려왔다.
보병은 즉각 후퇴.
건설로봇 2기가 광신도의 앞길을 막았다.
칼날로 얻어맞자 건설로봇이 도망치고, 다른 건설로봇이 붙어서 수리.
그 사이에 보병은 계속 물러서며 사격.
이신 측에서도 추가 생산된 보병이 더 합류했다.
-정말 치열합니다!
-저러는 와중에도 양 선수 모두 본진에서는 테크 트리가 올라가고 있죠. 정말 무서운 멀티태스킹입니다.
-프로게이머니까요.
그때 엎치락뒤치락하던 싸움이 고속전차의 출현으로 깨졌다.
원거리 공격이 불가능한 광신도와 신도는 모두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결국 참호에 보병 2기가 들어갔다.
최영준 측에서도 거신 병기가 생산이 완료되었지만, 이미 참호 안에 들어간 보병들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강제로 참호를 부수려고 시도해 봐야 건설로봇들이 일제히 붙어 수리를 할 테니 소용없는 짓이었다.
-투타타타타타!
참호 안에서 총을 쏘는 보병들의 공격이 대신전에 꽂혀 들어갔다.
대신전은 아주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 지뢰 업그레이드를 먼저 했네요, 이신 선수.
-고속 전차들이 참호 주변에 지뢰를 매설하기 시작합니다. 저러면 이제 거신병기의 사거리 업그레이드가 완료된다 해도 걷어내기는 틀렸죠.
-빠르게 가져갔던 앞마당 확장 기지는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치즈 러시는 성공.
완공된 참호 안에 보병들이 들어가 상대의 대신전을 공격한다.
앞에 지뢰를 깔아 달려들지 못하게 했다.
이쯤 되자 치즈 러시에 동원되었던 건설로봇들이 다시 되돌아갔다.
-최영준 선수 달려들 생각은 못합니다.
-네, 저건 답이 없습니다. 대신전은 포기할 수밖에 없고, 그 이후 상황을 조심해야죠. 무엇보다도 이신 선수의 고속전차가 지뢰를 다 매설한 뒤에도 계속 얼씬거리고 있단 말입니다. 잘 지켜서고 있지 않으면 오히려 고속전차들이 파고들려 들지도 모릅니다.
그때, 최영준의 모습이 대형 화면에 잡혔다.
-침착하네요, 최영준 선수.
-예, 생 더블은 응징당했지만 아직 진 게 아니니까요.
해설진의 말대로 최영준은 침착했다.
앞마당의 대신전은 이제 무너지기 직전.
하지만 최영준은 계속해서 신도를 생산했다.
일꾼의 숫자만 많으면 나중에 다시 확장 기지를 수복했을 때 곧바로 붙여서 자원 채집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
본진은 물론이고, 공격 받는 대신전에서도 계속 신도가 생산되었다.
그러면서 거신병기의 숫자도 차츰 늘어났다.
-퍼어어어엉!
대신전이 마침내 무너져 버렸다.
이신은 미련이 없었다. 참호에서 보병들을 모두 빼내 고속전차와 함께 철수했다.
그제야 거신병기들도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전진하며 지뢰를 제거해 나갔다.
가까이 다가가 지뢰가 땅 위로 솟으면, 그 순간 일점사해서 없애버리는 식의 컨트롤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지뢰에 휘말려 거신병기들이 크게 손상된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철수한 줄 알았던 고속전차들이 다시 나타났다.
스피드 업그레이드가 되어서 더 빨라진 모습으로 말이다.
-내가 간 줄 알았지!
-철수하는 건 페이크! 본진으로 파고들기를 시도합니다!
정확하게 거신병기들이 다음 지뢰를 일점사하여 제거하는 타이밍이었다.
스피드 업그레이드가 된 고속전차 3기는 그대로 거신병기들의 아주 작은 틈바구니 사이를 미꾸라지처럼 통과!
그대로 본진으로 침투했다.
-본진 난입!
-아, 정말 집요합니다, 이신 선수! 누가 저 작은 틈바구니를 통과하려 듭니까? 저런 선수는 이신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1㎝도 안 되는 틈새로 침투당해서 신 앞에 무릎 꿇은 선수들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난입한 고속전차들은 빠르게 진압되었다.
참회실에서 새롭게 생산된 거신병기들이 막아낸 것.
그 와중에도 이신은 필살의 컨트롤로 신도 3기를 사냥했지만 말이다.
-잘 막아냈습니다.
-이신 선수한테 본진 난입을 당했는데 신도 피해가 3명밖에 없는 건 정말 잘 막은 거죠.
-와, 근데 본진에 신도 숫자 보십시오. 정말 많습니다.
-예, 최영준 선수가 정말 잘한 게 뭐냐면 말이죠, 지금까지 일꾼을 계속 꾸준히 뽑았다는 겁니다. 다시 확장 기지를 수복했을 때 바로 일꾼 다수를 붙여서 자원을 캐면 앞마당 날아간 피해도 어느 정도 선에서 수습이 되거든요.
참호를 부수고 모든 지뢰를 걷어낸 최영준.
이어지는 그의 선택은 놀라웠다.
앞마당은 물론 9시까지, 확장 기지 2개를 동시에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확장 2개를 동시에 시도하는 최영준 선수! 앞마당만 복구해서는 견적이 안 나온다는 건가요?
-예! 일꾼 숫자를 보면 확장 기지 2개가 추가돼도 바로 투입해서 활성화시킬 수 있는 숫자입니다. 피해 복구를 넘어서 이신 선수보다 자원에서 앞서려면 이래야 한다고 견적을 낸 거예요!
결국 최영준은 앞마당과 9시에 신도들을 투입했다.
팔팔하게 활성화된 2개의 확장 기지!
최영준은 불리한 형세 속에서도 계속 일꾼 숫자를 조절하여서 견적을 맞추고 있었다.
현재 일꾼 숫자는 본진, 앞마당, 9시에서 자원 채집 활동을 하기에 부족함도 과함도 없는 딱 알맞은 숫자!
최영준의 무서운 자원 최적화 능력이 여기서 발휘된 것이었다.
그렇게 모여드는 자원이 고스란히 병력 생산으로 이어졌다.
물론 이신이라고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신도 확장 기지를 계속 지어 나가며 맵의 절반을 잠식해 들어갔다.
일단 형세는 유리하니 그대로 맵을 동서로 나눠서 장기전을 치르겠다는 의지였다.
맵을 동서로 갈라버리는 형세.
그러면서도 고속전차들이 계속 다니며 최영준이 추가로 확장 기지를 가져가지 못하게 지뢰를 매설해 방해했다.
-맵이 점점 이신 선수의 지뢰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기동포탑들이 자리 잡은 배치도 정말 예술이죠. 저러면 신족이 정말 병력 끌고 나가기 싫어지죠.
-맵 장악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일부 지역만 빼고 전부 지뢰로 이신 선수의 시야가 밝혀져 있습니다.
최영준을 광기신족이라고 불리게 만든 물량.
이신은 보다 많은 자원과 철저한 지뢰 매설로 최영준의 물량을 압살할 생각이었다.
폭풍전야.
초인적인 자원 최적화로 피해 수습을 단행한 최영준이 슬슬 송곳니를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