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6
25화 도전(1)
출근 둘째 날.
언제나처럼 걸어서 MBS 방송국에 당도했을 때, 수많은 인파가 이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신 선수!”
“첫날 출근은 어땠습니까?”
“손목의 상태는 괜찮으셨습니까?”
일단 모여든 기자들.
다행히 질문하는 기자 수는 적었고, 그저 출근하는 이신의 사진을 찍는 카메라맨이 다수였다.
공식 인터뷰로 충분히 많은 질문에 답변한 까닭에 달리 캐도 나올 게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꺄악! 오빠!”
“이신 오빠!”
“형, 사인 좀 해주세요!”
“대박, 너무 잘생겼어!”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대거나 수첩과 펜을 들이미는 팬들은 이신을 곤란하게 했다.
무시하고 지나가고 싶었는데 하도 길을 막아대고 있어 지나갈 수가 없었다.
대뜸 달라붙어 허락도 없이 셀카를 찍는 작자들도 있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얼굴 표정이 하나도 변하지 않으니, 과연 신의 멘탈이라 칭할 만했다.
때마침 연습실로 출근하는 MBS팀 선수들이 그 광경을 목격했다.
시장 통 같은 상황을 본 선수들이 한마디씩 했다.
“아, 부럽다…….”
“나도 관심 받고 싶어.”
“한 명이라도 인터뷰 해달라고 요청했으면 좋겠어.”
“새꺄, 넌 인터뷰 해달라고 기자한테 졸라야 해.”
“씨발, 저게 코치야, 연예인이야.”
선수들은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이신에게 질투와 선망을 느껴야 했다.
그날 오후, 실시간 뉴스 e스포츠 부문이 이신의 기사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이신 3일째 실시간 검색어 1위] [이신, 첫날 팀 1군 박신과 연습 게임. ‘손목 회복 순조로워’] [신의 귀환에 뜨거운 네티즌 반응] [이신의 복귀, 한국 e스포츠에 새 활력을 불어넣나] [이신, 선수 복귀 초읽기? ‘아직 시기상조’] [(칼럼)월드 SC 그랑프리에 기록된 한국의 신화]e스포츠에 다시 등장한 이신은 그만큼 화제를 모으고 있었다.
마침 월드 SC 그랑프리가 진행 중인 시기라 3년간 세계 정상에 섰던 이신이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이었다.
스페이스 크래프트 관련 커뮤니티는 벌써부터 선수 복귀한 이신과 현 3강을 비교하며 누가 최고인지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감히 너희가 우상을 섬기고 있느냐?! 누구를 신과 비교하느냐?
-이단자 황병철은 언론이 억지로 갖다 붙인 라이벌로 늘 이신에게 죽을 쑨 놈. 그리고 전반기 우승자 박영호도 이신 상대로 역대전적 1승 6패. 그리고 최영준은 그런 박영호에게 진 놈. ㅇㅋ?
-윗분 말씀이 웃기네. 작년까지의 박영호와 올해 각성해서 최강자가 된 박영호가 똑같다고 보시나요? 박영호 현재 경기력은 전성기 이신과 비교해도 됨.
-이신이 가장 위대한 선수였다는 건 인정하지만 다 지난 일이죠. 작년과 비교해도 그동안 선수들 실력이 상향됐고요.
-25세, 아직 젊긴 한데 프로게이머로 치면 환갑…….
-전성기 누릴 나이도 지났고 심각한 부상 후유증도 있는데 이제 다시 복귀한데도 개인리그 우승은 불가능하죠.
-인생은 이신이 이겼다. ㅇㅈ?
-ㅇㅈ
-키와 얼굴은 누가 승자인지 알겠다.
-태어나니까 외모로 이겨 있었다.
-통장 잔고가 이미 이겨 있다.
-셋을 다 합쳐도 재산은 이신을 능가 못함 ㅎㄷㄷ
-오빠♡ 우승 못해도 괜찮아요. 져도 괜찮아요. 잘생겼으니까 됐어요. TV에 얼굴만 자주 내비치세요. ♡
-그냥 우리 신님 프로게이머 관두고 연예인 하셨으면 좋겠다, 히히 ♡
-무리한 도전 같은 예능에 출연하시면 개꿀일 듯!
-아 놔, 미친년들아 오빠들이 신성한 토론 중인데 끼어들지 마라.
-위에 웃긴다. 방구석 폐인 주제에. 이신 오빠의 0.1%라도 닮아보렴.
-전부 아가리 묵념! 내가 깔끔하게 정리한다. (최영준의 공격력) + (박영호의 방어력) + (황병철의 판단력) = 이신
-이제 월드 SC 그랑프리 개인전 출전한 3강들이 메달 하나 못 따고 돌아오면 이신교도들 외엔 전부 침묵하겠지…….
-신지호: 잠깐, 나는 왜 안 껴주는데??
-ㅋㅋㅋㅋ 신지호 ㅋㅋㅋ
-박신: 나도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짭신! ㅋㅋ
-짭신 ㅋㅋ 키는 안 졌다!
“큭큭큭…….”
“뭘 그렇게 재미있게 보십니까?”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헉,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모니터를 보며 낄낄대던 박상혁 단장은 화들짝 놀라 Alt와 F4를 연타했다.
“부르셨습니까?”
이신이 물었다.
“예, 이신 코치. 다름이 아니라 요즘 방송국에서 자꾸만 요청이 들어와서 그런데…….”
“싫습니다.”
“……아직 말도 안 꺼냈는데요?”
상처받은 얼굴이 된 박상혁 단장.
이신이 말했다.
“방송 출연 제의 아닙니까.”
이미 수많은 PD에게 제안을 받은 이신이었다.
“예, 맞긴 합니다만 이렇게 주목을 받고 있으실 때, 간단한 토크쇼 같은 데 출연하시면 본인은 물론 우리 팀의 인지도에도 도움이 되실…….”
“싫습니다.”
자비가 없는 칼 거절.
방금 받은 상처가 더 벌어져 출혈이 나오는 격! 그러나 박상혁 단장은 힘을 내어 계속 설득했다.
“내키지 않으시다면 게임 관련 프로에 출연하셔도 되고요. 특히 월드 SC 그랑프리 기간이라 특집 방송도 많이 하고, 무엇보다 이신 코치의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는 PD도…….”
“안 됩니다.”
“우, 우리 팀을 위해 좀 안 되겠습니까?”
“예, 안 되겠습니다.”
박상혁 단장은 울 것 같은 얼굴로 물었다.
“안 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건가요?”
“방송 출연에 딱히 거부감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습니다.”
“시기요?”
“제가 방송에 출연하면 과연 무슨 질문을 받을까요? 범인에 대해 집히는 건 있느냐, 손목은 잘 낫고 있느냐, 안타깝다, 다시 재기하려는 노력이 훌륭하다. 뻔한 신파극입니다.”
“…….”
“팬들이 제게 관심이과 궁금증이 많다는 건 알지만, 지금은 그 궁금증을 풀어줄 때가 아닙니다. 계속 궁금하게 만들어서 관심이 MBS팀에 모이도록 놔둬야지요.”
“아…… 그렇게 깊으신 생각을.”
비로소 이신의 깊은 속내를 알게 된 박상혁 단장은 감격했다.
“거기까지 우리를 배려하신 건 줄도 모르고 제가 성급했던 것 같군요. 팀을 위한 마음이 정말 감동적입니다!”
“아셨으면 됐습니다.”
이신은 단장실을 나서며 덧붙였다.
“그리고 사실 귀찮습니다.”
“…….”
벅차오르던 감동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린 박상혁 단장이었다.
그런 그를 놔두고 사무실을 나서며 이신은 생각했다.
‘불필요한 이미지 소모는 필요 없어.’
방송은커녕 당분간은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고 잠자코 지낼 생각이었다.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는, 권좌에 오르는 순간으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