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62
261화 변화(2)
-오늘 SC코퍼레이션에서 공약했던 1차 업데이트가 실행됩니다. 어떤 점이 달라졌습니까, 정승태 해설위원님?
-예, 달라진 점은 일단 게임을 실행하자마자 알 수 있습니다. 처음에 주어진 생산유닛 4기가 자동으로 농토로 붙어서 자원 채집을 시작하죠. 뿐만 아니라 랠리 포인트를 자원 쪽에 해놓으면 추가 생산되는 생산 유닛들도 자동으로 자원 채집을 하게 됩니다.
-손이 가는 일이 한결 줄어들었다고 봐야 하겠네요.
-예, 사실 프로게이머들이야 이 정도 잔손질은 문제도 아니지만, 일반 게이머들에게는 플레이가 보다 간편해져서 게임성이 올랐다고 봐야겠죠.
-그것 말고도 또 다른 변화가 있죠?
-예, 동일한 건물을 더블 클릭으로 다수 지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유닛 생산과 랠리 포인트 지정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전투가 벌어진 순간에도 컨트롤하면서 유닛 생산도 용이하게 할 수 있게 된 거군요?
-예,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미가 큰 것은 바로 한 번에 지정할 수 있는 유닛 숫자가 무한으로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채집, 생산, 전투 세 방면에서 모두 인터페이스의 개선이 이루어진 셈인데, 이게 e스포츠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 같습니까?
-단순 중노동에 해당되는 요소들이 크게 개선되면서 선수들의 피지컬 부담이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평균 2, 3년에 불과한 프로게이머의 수명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까 하고 긍정적으로 보고 싶습니다.
8강전 3경기, 차이 대 주디의 경기를 불과 하루 남겨놓고 벌어진 일이었다.
경기를 앞두고 생긴 업데이트.
이 탓에 두 사람은 혼란을 겪을 법도 했지만, 다행히 이신의 조치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놀랍게도 이신은 코렛 사장에게 직접 연락, 업데이트된 게임을 미리 다운 받아 두 사람에게 제공한 것이다.
덕분에 주디와 차이는 업데이트되기 며칠 전부터 이미 개선된 게임으로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이럴 땐 인맥이 편하군.’
일전에 코렛 사장의 초대에 응해서 친분을 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이신이었다.
함께 연습을 하면서 주디의 실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체감되었다.
업데이트의 영향일까?
아니면 4강 진출이라는 프로게이머로서 빛나는 커리어를 따낼 절호의 찬스를 앞뒀기 때문일까.
주디는 평소와 달리 공격적인 플레이를 자주 보였다.
항공수송선을 다수 활용한 대규모 드롭으로 이신의 확장 기지를 습격.
하지만 그 순간, 이신은 확장 기지를 버리고 그대로 전 병력으로 진격을 감행했다.
주디의 전력이 빠진 틈을 타, 방어선을 돌파해 버리고 그대로 본진을 점령했다.
확장 기지보다 더 중요한 건 병력 생산이 이루어지는 본진!
그야말로 한순간의 판단으로 결착이 나버린 일합(一合) 싸움이었다.
돌이킬 수가 없게 되자, 주디 역시 그 길로 이신의 본진을 쳤다.
하지만 이신은 끈질긴 디펜스로 주디의 진격을 지연시켰다.
그러고는 주디의 본진을 초토화시킨 후, 확장 기지를 하나하나 부숴놓았다.
서로의 진영을 파괴하는 섬멸전.
하지만 승패는 이미 정해진 지 오래였다.
“적극적으로 공격한 건 좋았어.”
게임을 승리로 장식한 후에 이신이 가르침을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금 같은 공격을 당했을 때, 대응하는 패턴은 두 가지야. 일반적으로는 병력을 보내 방어를 할 테고, 초일류는 나처럼 역공해서 승리를 따낼 줄도 알지.”
이신의 말이 이어졌다.
“차이는 내가 본 가장 결단력이 강한 상대야. 넌 방금과 같은 식으로 리스크가 있는 승부수를 띄워서는 안 돼. 차이는 반드시 그 리스크를 공략할 거야.”
“네…….”
“하지만 역설적으로 네가 유독 차이를 상대로 가장 승률이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어. 좀처럼 먼저 승부를 보지 않는 방어형. 그러면서도 빈틈도 없는 신지호 같은 타입이 차이의 천적이 되는 셈이지.”
“그럼 방어만 해야 하나요?”
“그건 차이를 이기기 위한 기본이야.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승리할 수 없어.”
“그럼요?”
“방금과 같은 공격을 했을 때, 항공수송선 2척 규모만 투입했다면 어땠을까?”
“네?”
“기동포탑 2기에 고속전차 4기. 딱 그 정도만 써서 적당히 괴롭히기만 했다면? 그럼 역공보다는 결국 방어하기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겠지?”
“네.”
“딱 그 정도가 좋아. 리스크가 적은 소소한 견제만 해. 이득을 볼 수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아. 차이의 정신력을 갈아먹으면 그걸로 충분해.”
이신이 말을 이었다.
“가장 피로를 느낄 때는 상대의 악의를 느낄 때야. 날 괴롭히려 한다. 그런 소소한 악의들. 그걸 느끼게 해. 꾸준히, 꾸준히. 그렇게 한 세트당 1시간 이상의 장기전을 계속 치르면 10대 중반짜리 꼬맹이의 멘탈이 과연 견딜 수 있을까?”
“…….”
악마처럼 속삭이는 이신의 말에 주디는 오한을 느꼈다.
하지만 이신이 속삭이는 악마의 지혜는 주디의 뇌리에 각인되고 있었다.
***
[쌍성전자 전략 팀 전격 발족, 하영훈 감독 “선진 프로 팀 만들겠다.” 포부 밝혀] [쌍성전자에 이어 JKT도 전략팀 구성 ‘이신 효과?’] [올도어SCC 따라 전략 팀을 만들기 시작한 프로 팀들] [한국 e스포츠 협회 “이신이 e스포츠의 선진화 이끌어”]업데이트와 함께 한국 e스포츠에 변화가 불어 닥치기 시작했다.
이신이 해외 프로팀들을 본받아 처음 도입한 전략팀을 국내의 다른 팀들도 구성하기 시작한 것.
이는 이신이 사비를 들여서 처음 시도했던 전략팀이 효과를 거두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정식으로 올도어SCC에 전략 팀이 채택되면서, 다른 팀들 또한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략팀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둘째의 문제였다.
일단 전략 팀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로도 올도어SCC는 한국 최고의 선진적인 프로 팀이라는 이미지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은 프로 팀들을 주먹구구식의 집단으로 보이게 만드는 현상!
이 탓에 가장 먼저 움직인 팀은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쌍성전자였다.
뒤 이어서 라이벌 관계인 JKT도 움직였고, CT와 팀 제미니 등 다른 프로팀 또한 부랴부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로 인하여 긍정적인 현상이 일어났다.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은퇴한 후 진로를 찾지 못하여 방황하던 전 프로게이머들이 고용된 것.
전략팀의 숫자만큼 프로게이머의 은퇴 후 일자리도 늘어나게 되는 것이었다.
이로 인하여 프로게이머라면 누구나 이신에게 고마워하게 되었다.
그리고 경기 당일.
전략팀장 박진수가 차이와 함께 경기장에 들어선 데 이어, 주디와 이신이 롤스로이스 팬텀을 타고 함께 나타났다.
나란히 차에서 내린 e스포츠의 신과 여신!
“꺄아아악!”
“오빠!”
“사인 좀 해주세요!”
팬들이 아우성치며 몰려왔다. 둘이 함께 나란히 등장해서 그런지 팬들의 반응이 더 뜨거웠다.
덕분에 운전사 정상범이 매우 고생했다.
간신히 경기장 안에 들어왔을 때, 복도에서 박진수와 차이가 보였다.
“준비 많이 했어?”
이신의 물음에 차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진수도 질문을 해왔다.
“그쪽은?”
“완벽하게 했어.”
“이거 무섭네. 차이야, 오늘 조심해야겠다.”
“그러게요.”
“엄살떨기는.”
주디도 따라 웃었다.
“가자.”
“네~!”
주디는 이신을 따라 선수 대기실로 향했다.
이윽고,
-같은 팀 같은 스승 하에서 한솥밥을 먹던 두 사람이 한 무대에서 만나 실력을 겨루게 되었습니다.
-먼저 주디 선수입니다. 작년 아마추어리그에서 이신 선수의 눈에 들어 MBS에 입단했고 한 라운드밖에 못 뛰었지만 5승 2패로 선전하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신의 제자로 화제가 되었고 지금은 미모는 물론 실력까지 인정받아 e스포츠의 여신으로 등극했습니다. 이번 전반기 개인리그에서는 8강에 올라 자신의 커리어를 경신한 주디 선수인데요, 이번에도 무사히 이겨서 4강에 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하지만 상대가 정말 만만치 않습니다.
-예! 바로 차이 선수입니다.
대형화면에 경기를 준비 중인 차이의 모습이 잡혔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긴장한 기색 없이 담대한 모습.
태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혼혈로 이국적인 외모로 이신교의 여성 광신도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차이였다.
16강에서는 무려 지난번 준우승자 신지호를 힘겹게 꺾고 올라온 차이.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앳된 얼굴은 우승후보로 점쳐진 선수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자, 2021년 전반기 개인리그 8강 3경기! 1세트 시작합니다!
그렇게 기다려왔던 대결이 시작되었다.
주디는 1병영 더블로 비교적 부유한 출발을 했다.
이에 비해 차이의 빌드는 1기갑 더블.
보다 빨리 지은 기갑 정거장에서 고속전차를 뽑아 빠르게 밖으로 나왔다.
지뢰 개발을 먼저 한 차이는 고속전차 2기로 지뢰를 매설해 맵 장악을 하며 주디의 앞마당까지 당도했다.
하지만 주디의 앞마당은 이미 참호가 지어져 있었다.
방어가 충분히 되어 있는 것을 보고서 차이는 안으로 침투를 시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차이 선수 들어가지 않습니다. 대신 앞마당 앞에 지뢰를 매설하고 돌아가죠.
-예, 차이 선수는 1세트이니만큼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풀어가겠다는 뜻으로 보이는데요. 근데 저 참호 안에 보병이 1명밖에 없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습니다!
-보병을 한 명밖에 안 뽑고 배짱을 부리는 주디 선수! 하하, 정말 배짱이 두둑합니다!
-평소에 주디 선수가 안전하고 탄탄한 운영을 보여 왔잖습니까. 그래서 차이 선수가 참호를 보면 들어오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는 겁니다.
-일꾼이 득시글거리고 테크 트리도 빨리 올라가고 있는 주디 선수. 출발이 정말 좋습니다!
보다 자원상 유리한 출발을 한 주디.
게다가 방어에는 참호 1개와 보병 1명만 투자해 놓고 더더욱 부유하게 운영을 했다.
먼저 진출한 만큼 맵 장악을 하며 전선을 유리하게 긋기 시작한 차이였지만, 주디가 얼마나 부유하게 자원을 쌓아가고 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기갑 정거장을 마구 건설하며 병력을 모은 주디는 마침내 밖으로 치고 나왔다.
돌파를 시도하는 척 밀고 나가 차이를 위협.
그러나 차이가 빠른 대응으로 병력을 밀집시키자, 진군을 중단시켰다.
기동포탑들이 자리 잡고 포격모드로 전환.
맵을 동서로 나누는 방어선을 꾸린 채 확장 기지를 가져가기 시작했다.
-양측 모두 이렇다 할 만한 싸움 없이 덩치를 키우고 있는 가운데, 병력은 이미 양측 모두 한계까지 찼습니다.
-아, 주디 선수가 움직이기 시작하는데요?!
-북쪽으로!
주디의 주력 병력이 북상하기 시작했다.
맵을 시계방향으로 크게 우회하여서 차이의 영토를 침공하겠다는 모션.
이에 따라 차이 또한 병력을 움직여서 북쪽으로 향해야 했다.
하지만 차이가 따라붙고 있다는 것을 레이더로 확인한 주디는 다시 방향을 돌려 남하했다.
주디가 진군할 때마다 쫓아오는 차이.
주디는 계속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하며 차이를 흔들었다.
그러는 동안 3번째 확장 기지를 완성하고 일꾼을 붙였다.
본진과 3개의 확장 기지가 팽팽 돌아가며 엄청난 자원을 주디에게 가져다주었다.
주디는 그대로 대공포를 본진과 확장 기지 곳곳에 때려 박으며 철통같은 대공방어를 구축했다.
기회가 날 때마다 확장을 하며 방어선을 보강하는 주디.
1세트부터 엄청난 장기전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목표는 세트당 한 시간!
이신의 지시에 따라, 5시간 동안 5세트까지 치르겠다는 주디의 무지막지한 각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