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72
271화 책사(1)
“항우의 종족은 역시나 오크로군요.”
질 드 레가 말했다.
이존효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오크가 좋죠. 기본적인 완력과 체력이 좋고 기병 전력이 막강하니까요.”
“휴먼도 기사가 있는데 왜 굳이 오크일까? 살아생전에 그만큼 날고 긴 작자면 마계에서도 같은 인간으로 구성된 군대를 지휘하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콜럼버스가 제기한 의문이었다.
서영도 일리가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르몽이 입을 열어 그 의문에 답했다.
“인간이 싫겠지.”
모두가 마르몽을 바라보았다.
마르몽이 설명했다.
“용맹하고 싸웠다 하면 활약하고 그런데 멍청하고. 그런 인간의 기본적인 공통점은 결국 망했다는 거야. 살면서 힘으로 안 되는 게 없어서 머리를 쓸 필요를 못 느끼니까. 조아생 뮈라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지.”
“오, 듣고 보니 그러네. 어이, 이존효! 저 말이 사실이야?”
“왜 나한테 묻나!”
“아무리 봐도 자네 얘기 같잖아, 안 그래?”
“다시 지옥에 보내줄까?!”
콜럼버스의 장난스런 질문에 이존효가 벌컥 화를 냈다.
천하제일의 무력을 지녔으나 제 성질에 못 이겨 반란을 일으켰다가 망한 이존효도 마르몽이 말한 실패 케이스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었다.
꾹꾹 화를 삭인 이존효는 이신에게 말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생전에 전쟁 뛰다 보면 약해빠진 것들 때문에 답답했던 기억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항우도 마찬가지였을 테고 인간관계도 안하무인이었으니, 차라리 오크가 다루기 좋다고 느꼈을 겁니다.”
“솔직히 기사는 강력하긴 하지만 기동성에서는 오크창기병이나 오크궁기병보다 떨어집니다. 오크들은 옛날 북방 오랑캐들이 연상될 정도로 날래잖습니까.”
서영도 거들었다.
권속 사도들의 이야기를 전부 들어본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본적인 전술 형태는 조아생 뮈라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군.”
“제가 볼 때, 오크에게 오크창기병과 오크궁기병의 조합보다 더 좋은 병과 구성은 없어 보였습니다.”
질 드 레가 결론을 내렸다.
결국 기병대 위주의 공격적인 기동전이라는 형태는 오크를 고른 이상 나타날 수밖에 없는 특징이었다.
“결국 또 상대가 공격이고 우리는 방어하는 형태인가.”
콜럼버스가 중얼거렸다.
“주군의 치유 능력 덕분에 초반 공세도 시도할 수는 있게 됐지만, 상대 종족이 오크라면 얘기가 다르지. 기동력이 압도적인 적을 상대로 야전(野戰)을 벌이는 건 미친 짓이지.”
질 드 레가 계속 말했다.
“이쪽은 프랑스 기사단을 괴멸시킨 흑태자 에드워드와 같은 전략으로 승부를 내야 합니다. 항우도 성질이 폭급하기로는 둘째가면 서러워할 작자이니, 분명 제풀에 먼저 무모한 공격을 감행해 오는 순간이 있을 겁니다. 그때 반격을 하는 형태로…….”
그때, 이존효가 도중에 말을 끊었다.
“잠깐만, 그건 항우에게 참모가 없을 때의 이야기가 아닐까?”
“…듣고 보니 그럴 수 있겠군.”
질 드 레도 수긍했다.
결국 실패해서 천하를 놓친 항우.
유능한 재사였던 범증의 말을 듣지 않아 그렇게 몰락한 항우이니 뭔가 교훈을 얻지 않았을까?
“내가 항우랑 비슷한 부류의 인간임은 인정하지. 나라면 똑똑한 사람을 사도로 삼아서 사전에 철저히 전략을 짜겠어. 내가 어리석다는 건 죽음으로 충분히 깨달았으니까.”
이존효가 그리 말하니 더욱 설득력이 있었다.
‘나폴레옹도 그 부분을 지적한 적 있었지.’
이신도 인정했다.
현재 항우의 곁에는 전략가가 있을 것이다.
참모로 삼아 곁에 둔 사도는 오크가 아닌 인간일 가능성이 높았다.
기본적으로 오크는 체력적으로 우월한 대신 머리는 더욱 멍청하니까.
서열전에서는 소환해서 쓸 수 없다 하더라도, 사전에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만 해도 5명밖에 얻을 수 없는 사도 중 하나로서의 가치는 충분했다.
“주군, 그렇다면 항우 곁에 있는 참모가 누군지를 먼저 밝혀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서영이 물었다.
이신도 이에 동의했다.
“그렇군. 일단 정보를 알아봐야겠어.”
72악마군주의 계약자들 중 가장 신참인 이신은 소식통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다.
‘수소문을 해봐야겠군.’
이신은 늘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인 조아생 뮈라와 오자서를 떠올렸다.
일단 두 사람에게 기별을 넣었다.
가장 먼저 만난 건 조아생 뮈라.
그다지 기대는 안 했지만, 역시나 조아생 뮈라는 항우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이야, 한 번 붙고 싶었던 작자이긴 했는데 말이지. 아쉽게도 그럴 기회가 없더라고. 당연히 아는 것도 없지, 뭐.”
“그런가. 알겠다.”
이신은 조아생 뮈라가 쓸모없음을 알고 곧바로 작별을 고하려 했다.
“어허, 이 친구야!”
그러자 조아생 뮈라가 이신을 붙잡았다.
“네 친구 아냐.”
“그래그래, 이 친구야. 그렇다고 그냥 가면 섭섭하지.”
“안 섭섭하다.”
“에헤이, 그러지 말고 들어봐. 모의전 연습 상대가 필요하지 않아?”
그 말에 이신은 떠나려던 발걸음을 멈췄다.
확실히 항우와의 일전에 대비할 모의전 상대로 조아생 뮈라만 한 사람이 없었다.
동양에서 싸움 잘하는 남자로 항우가 있다면, 서양에는 조아생 뮈라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활약상에서는 항우보다 뒤처지지만, 조아생 뮈라도 나름대로는 나폴레옹의 휘하에서 판이 큰 전쟁에서 활약한 남자였다.
‘연습 상대로는 확실히 제격이군.’
이신이 물었다.
“네 다음 상대가 로베스피에르인가?”
“오, 눈치 빠른데. 맞아, 그 녀석한테 도전을 받게 될 것 같거든.”
상대가 로베스피에르 같은 휴먼이라면 그 연습 상대로 이신만한 계약자도 없는 것이었다.
이신은 로베스피에르와 겨뤄보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좋다. 서로 이익이니 거절할 이유가 없군.”
그렇게 조아생 뮈라와 모의전 약속을 하고는 이번에는 오자서에게 기별을 넣었다.
“아는 바는 없지만 어느 정도 추측은 가능하지.”
“어떻게 말입니까?”
“일단 항우라는 자의 됨됨이를 보지. 성격이 난폭하고 안하무인이며 당연히 아랫사람의 간언도 귀 담아 듣지 않지.”
“그랬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이나마 천하를 쥐었다니 실로 놀라운 초인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사람은 필시 인재를 알아볼 줄도 모르네.”
오자서는 피식 웃으며 옛날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손무를 천거했을 때도, 그 친구는 자기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서 병법서를 써서 진상하고 궁녀를 훈련시켜 보이는 등 별짓을 다 해야 했지.”
그때 손무가 쓴 병법서가 바로 나폴레옹도 즐겨 읽었다던 손자병법.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도 그렇고, 그 손자병법이 사실은 취업용 포트폴리오였던 것이다.
“아무튼 간에 인재를 알아볼 줄도 모르는 항우일세. 심지어 타인의 말을 귀 기울일 줄도 모르는 독불장군이 참모로 삼아서 믿고 따라야 할 정도라면 어떻겠는가?”
그 질문에 이신은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독불장군에 안하무인.
그런 부류의 인물은 대개 인종차별적인 성향도 가진다.
한족(漢族)이 타민족을 오랑캐라서 업신여겼듯이 항우도 그런 성향을 가졌을 터.
“적어도 서양 사람은 아니겠군요.”
“북방 유목 민족이나 자네와 같은 조선 출신도 아닐 걸세. 듣자하니 항우는 초나라 명문가 출신의 군벌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항우의 부친은 항연이라는 장수로 전국시대 초나라 최후의 명장이라 불린 인물이었다.
대대로 초나라 장수로 지낸 명문가라 항우는 그 자부심이 남달랐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천하를 제패했을 정도로 패도지세를 보였던 인물이라면 웬만한 인물로는 성에도 안 차고 우습게 여기겠군. 이존욱 그놈처럼 말이지.”
오대십국시대에 후당을 건국하며 일시적으로 천하를 통일했던 이존욱.
그는 그런 자신의 생전의 활약을 내세우며 오자서를 우습게 여겼다. 그 탓에 오자서가 앙심을 품고 있다가 보복을 했고 말이다.
이신은 오자서의 말에 동의했다.
“아마 안 좋은 성격은 다 가지고 있을 겁니다.”
항우의 인격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인자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도 있어 남자답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군주로서는 의심이 많고 옹졸하여 한신이 ‘필부의 용맹, 아녀자의 인정’이라 평하기도 했다.
개인의 용맹과 미녀와의 로맨스 등으로 항우를 낭만시하는 시각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6차례나 대학살을 일으킨 항우를 사이코패스로 보는 학자가 적지 않았다.
“듣자하니 양민을 수차례나 학살했다는데, 그게 사실이면 정말 미친놈일세.”
“그때 이미 계약자로 선택받아서 악마군주의 사주를 받고 학살을 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럴 수도 있겠지. 아무튼 간에 그런 자가 참모로 삼아서 신뢰해야 할 정도면, 첫째로 자기가 명성을 들어봤던 사람이어야 하고, 둘째로 같은 민족이어야 하네.”
그러면서 오자서는 웃으며 설명을 계속 이어나갔다.
“또한 셋째로 전쟁과 관련된 인물이어야 하네. 항우는 무식쟁이 군인이니 정치보다는 전쟁 쪽에서 실적이 있는 인물만을 인정할 테니까.”
“넷째로 죽어서 지옥에 떨어졌을 위인이어야겠군요.”
“바로 그러네. 게다가 그런 자는 옛 고사에 어두울 걸세. 옛 일을 돌아보며 교훈을 배우는 일에 충실했다면 그런 인간이 될 수가 없으니까. 그러니 아마도 너무 옛날보다는 자기가 살던 시대에서 귀 따갑게 명성을 들어보았을 사람일 가능성이 높겠군.”
설명을 모두 마치고 오자서는 씨익 웃어 보였다.
“어떤가? 이 정도면 대충 항우의 참모가 어떤 사람일지 대략 성향은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신은 청산유수 같은 오자서의 추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렇게 많은 요소를 염두에 두고 추론을 할 수 있다니.
실로 명성에 걸맞은 오자서의 혜안이었다.
“어찌 되었건 항우와의 서열전도 아마도 한 차례로 끝나지 않을 걸세.”
“서열전을 여러 번 치러야 할 거라고요?”
“그렇네.”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
물론 최근에는 최소한의 마력 배팅으로 서열전을 여러 번 치르는 방식의 대결을 선호하긴 했다.
특히나 처음 만난 상대라면 일단 한 번 싸워봐서 지더라도 상대에 대해 파악하는 일을 중시 여기기도 했다.
상대가 어떤 인물인지 모르는데 큰 배팅을 하고 단판승부를 벌일 가능성은 낮았다.
악마군주들은 자기 마력을 굉장히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도박을 하려 들지 않으니까.
“참모를 두지 않았는가. 하지만 항우의 종족은 오크인데 참모는 인간이니 서열전에 직접 끼지는 못하지. 이게 무슨 뜻일 것 같나?”
“싸움은 항우 본인의 몫입니다.”
“절반만 맞았네.”
그리 말하며 오자서는 정답을 일러주었다.
“한 번도 붙어보지 못한 상대와 첫 대결을 치른다면, 경우에 따라 참모가 준비한 전략이 무용지물이 될 수가 있지. 하지만 여러 차례 싸운다면, 한 번 싸울 때마다 이를 유심히 지켜보았던 참모가 전략을 수정하거나 할 수 있지 않은가. 항우가 참모를 써먹으려면 그런 형태가 되어야 할 걸세.”
“아!”
그제야 이신은 오자서의 말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와의 면담은 여러 가지로 성과가 컸고, 이신은 오자서의 지혜를 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