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91
290화 결승(2)
2세트, 나락.
나락은 대표적인 신족 맵이다.
때문에 상당수가 2세트에서 이신이 신족을 고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박영호도 마찬가지.
박영호는 이신의 신족에 대비하여 전략을 여러 가지로 짜온 상태였다.
하지만 뜻밖에도 이신이 고른 것은 인류였다.
-의외네요. 사실 이 맵에서 이신 선수가 신족을 고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는데요.
-예, 그렇습니다. 나락은 신족에게 유리한 맵이고 이신 선수는 전에도 결승전에서 신족을 깜짝 카드로 꺼내 들어서 상대 선수를 혼란케 했잖습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안정적으로 인류를 택했습니다.
-아무래도 종족 상성도 있으니까 그냥 인류로 간 게 아닐까 싶네요. 상대가 또 괴물 중의 괴물인 박영호니까요!
하지만 이신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이신은 승부수로 준비해 둔 작전을 실행했다.
보병을 미리 보내 상대측의 하늘군주의 접근을 차단한다.
그리고 일벌레의 정찰 역시 보병으로 쫓아냈다.
일벌레가 앞마당만 보고 빠지는 그때, 건설로봇이 앞마당에 건물을 지었다.
무언가를 짓는 모습만 본 일벌레.
하지만 마우스로 찍어볼 수 없고 잔상(殘像)만 남아 있는 탓에 어떤 건물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시간이나 위치로 보아, 박영호는 이신이 평범하게 병영 2채를 짓고서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가져간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병영입니다! 통제사령부가 아니라 병영이에요!
그랬다.
앞마당에 짓는 건물은 병영이었다. 게다가,
-퍼어엉!
일벌레가 물러나자마자 이신은 건물 짓는 걸 취소시켰다.
-2병영 올인! 지금 이신 선수는 앞마당 확장 기지를 가져가는 것처럼 적을 속이고 병력을 짜내려 합니다! 이건 올인이에요!
확장 기지를 구축할 자원으로 이신은 병력을 생산했다.
병영 2채에서 보병이 쭉쭉 생산됐다.
이어서 군사학교를 짓고, 각성제 개발을 실행했다.
포인트는 지속적인 정찰 차단.
하늘군주가 앞마당을 보지 못하게 접근을 막는 것이 중요했다.
뿐만 아니라, 앞마당 앞에 보병 5명을 세워 놓아서 바퀴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만전을 기했다.
그렇게 용의주도하게 이신의 올인 전략이 차근차근 이루어졌다.
마침내 이신이 출발했다.
맵을 절반쯤 횡단했을 때에야 박영호는 이신의 병력 규모를 확인했다.
보병 10명.
화염방사병 1명.
의무병 1명.
정상적으로는 이 시간에 나올 수 없는 병력 규모였다.
심지어 추가 생산된 화염방사병 2명까지 멀찍이서 뒤따른다.
그제야 박영호는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박영호 선수도 봤습니다!
-그런데 너무 늦게 봤어요! 지금 와서 준비한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박영호 선수 부랴부랴 바퀴를 생산합니다만……!
앞마당에서 일하던 일벌레들이 모두 대피했다.
이신의 병력은 그대로 무혈 입성하여 앞마당을 부수기 시작했다.
도리가 없었다.
앞마당 확장 기지를 지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박영호 선수, GG!!
-와아! 이렇게 2승을 챙기네요! 이신 선수의 놀라운 심리전이었습니다!
“꺄아아아악!”
“와아아아아아!”
팬들은 이신의 2번째 승리에 환호했다.
이신의 플레이를 보는 또 다른 재미!
바로 상대를 멋지게 속이는 심리전이었다.
저 만만찮은 실력자 박영호가 앞마당 페이크에 속아 넘어가서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패배한 것이다.
-정말 제대로 노리고 준비한 전략 같은데요, 이런 필살 전략을 2세트에서 꺼내든 이신 선수의 노련함이 돋보입니다. 벌써 스코어가 2 대 0! 2세트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박영호 선수를 궁지로 몰아넣었거든요.
-만약에 1세트에서 졌다 하더라도, 이 올인 전략으로 반전시키고 상대를 심리적으로 타격을 입게 만든다는 플랜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결승 불패 카이저! 다전제의 황제답습니다.
2-0.
박영호는 삽시간에 궁지에 몰려 버렸다.
한 번만 더 지면 패배하고 마는 벼랑 끝의 상황.
때문에 미리 준비한 전략들 중 위험 부담이 높은 것을 시도할 수 없는, 위축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런 점을 노리고 이신은 필살 전략을 2세트에 배치한 것이었다.
***
“어이구, 저놈은 왜 이렇게 잘한다냐.”
건장한 체격에 그을린 피부를 가진 중년 사내가 속이 타는지 탄식했다.
“저게 사람인지 귀신인지……. 어휴, 우리 영호가 빨리 마음 챙겨야 할 텐데.”
부인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도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얼굴로 무대에서 퇴장하는 박영호의 뒷모습을 안타깝게 쳐다보는 중년 부부.
그들은 말할 필요도 없이, 박영호의 부모였다.
그 어느 때보다도 중대한 도전을 맞이한 아들을 응원하고자 경기장에 온 것이었다.
부부는 스페이스 크래프트를 잘 몰랐다.
하지만 아들의 경기를 인터넷으로 자주 보며 응원했던 탓에 어느 정도 경기를 볼 줄은 알았다.
한 번도 게임을 해본 적 없는 그들이 보기에도, 상대는 너무 강했다.
“이신이 괜히 이신이 아닌가 봐. 저놈이 게임 하나로 100억을 넘게 벌었다면서?”
“아이고, 국민스타고 뭐고 우리는 영호 응원해야지 그런 소릴 뭐 하러 해요?”
“잘하긴 잘하잖아, 이 사람아.”
부인의 핀잔에 박영호의 아버지는 입맛을 다셨다.
‘힘내라, 영호야!’
부부는 늘 아들에게 미안했다.
가난해서 고생만 잔뜩 시켰는데, 아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프로게이머가 되어 성공했다.
그러고는 당연하다는 듯이 집안 빚을 청산하고, 집을 지하 단칸방에서 아파트로 이사했다.
택시 기사였던 아버지는 이제 부인과 함께 아들이 차려준 노래방을 운영한다.
해준 것도 없었는데, 성공해서 집안을 일으키고 효도한 아들이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웠다.
저기에 전 세계가 존경하는 대스타가 있지만, 부부의 눈에는 자기 아들이 더 멋져 보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잘 알았다.
승리를 향한 아들의 집념과 지독한 승부욕을 말이다.
2-0으로 연패한 지금 아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도 말이다.
“그래도 우리 영호가 아직 포기하지는 않았어.”
“물론이죠, 누구 아들인데요.”
상대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프로게이머.
이기려면 그런 적에게서 3번이나 연거푸 승리를 따내야 한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부부는 끝까지 아들을 응원하기로 했다.
이기건 지건 젖 먹던 힘까지 다하여 처절하게 싸우는 아들의 모습을 끝까지 볼 생각이었다.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제 드디어 운명의 3세트가 시작됩니다!
-박영호 선수로서는 패배냐, 아니면 역전의 시작이냐의 기로에 놓여 있는 3세트! 아이러니컬하게도 맵의 이름은 단두대입니다, 단두대!
-하하, 어감이 박영호 선수에게는 참 듣기 안 좋겠네요. 하지만 이름과 달리 이 단두대 맵은 지금까지의 전적상 괴물이 약간 우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앞선 2패를 잊고 역전을 노리기에 딱 좋은 맵입니다.
-문제는 이신 선수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겁니다. 2 대 0으로 상당히 앞서 있는 상황이라 깜짝 도박수도 둘 수 있거든요.
-예, 종잡을 수 없기로는 또 이신 선수가 대표적이죠. 4강에서 진철환 선수에게 그랬던 것처럼 치즈 러시를 시도할 수도 있고, 아예 종족을 신족이나 괴물을 고를지도 몰라요!
-박영호 선수의 머리가 다소 복잡해지겠는데요.
대형화면에 게임을 치를 준비가 완료된 이신이 잡혔다.
저 잘생긴 얼굴이 비춰질 때마다, 어김없이 여성 팬들의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런데 문득 이신이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왜 웃는 것일까?
그저 웃는 얼굴도 멋있다며 좋아하는 여성들을 뒤로 한 채, 팬들은 의아해했다.
이유는 곧 게임 대기 화면을 보고 알게 되었다.
[Kaiser : 랜덤] [Runner : 괴물] [맵 : 단두대]-랜덤?!
-아직 종족을 안 고른 게 아닙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인류였는데 다시 랜덤으로 바꿨어요!
-와, 정말 게임 시작 전에 종족을 선택하는 것으로까지 박영호 선수를 철저히 괴롭히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요!
-지금까지 이신 선수가 랜덤을 고른 것은 딱 한 번이었습니다. 바로 프로리그에서 오성준 선수를 상대할 때였죠. 그 오성준 선수는 바로 박영호 선수와 한솥밥을 먹는 JKT 소속의 선배입니다!
-2세트에서 심리전에 된통 당하는 바람에 멘탈이 상한 박영호 선수인데요, 이걸로 또 이신 선수가 도발을 하고 있지만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침착하게 대응해야 3 대 0 완패를 모면할 수 있습니다!
-승리를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는 승부사 이신! 이게 결승전입니다. 이게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를 뽑는 싸움입니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절대 이길 수 없죠!
“아이고, 저놈!”
박영호의 아버지가 가슴을 치며 이를 갈았다.
자기 아들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이신이 밉살맞기 그지없었다.
“영호야, 제발 힘내라!”
어머니는 간절히 기도를 한다. 부부에게 이신은 그보다 더 미울 수 없는 악역이었다.
카운트다운이 이루어지고, 마침내 게임이 시작되었다.
“와아아아아아아!!”
관객들이 환호했다.
이신의 종족이 마침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이건 정말… 승리의 여신이 이신 선수를 편애하는 건가요?
-이신 선수가 가장 잘하는 종족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랬다.
이신의 종족은 인류였다.
본래 3세트를 대비해 사전에 준비했던 종족도 인류.
하지만 상황이 너무나 유리하자 즉흥적으로 종족을 랜덤으로 바꿔 버렸다. 심리전의 일환이었다.
평소에 많이 연습했던 맵이라, 어떤 종족이 나오든 플레이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인류가 나왔다.
이신으로서는 랜덤으로 박영호의 멘탈을 흔들고는, 원래 준비했던 플레이를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신의 위치는 7시.
박영호는 11시였다.
이신은 여기서 다시 한 번 심리전을 걸었다.
병영을 짓지 않고 곧장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구축하는, 이른바 ‘생 더블’이었다.
적의 공격에 무방비한 극초반만 무사히 넘기면 대단히 부유하게 싸울 수 있는 빌드 오더였다.
-병영 없이 바로 앞마당!
-이신 선수가 또 다시 심리의 허를 찌릅니다. 박영호 선수는 아직 이신 선수의 종족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초반에 과감한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위축되거든요. 그걸 감안해서 생 더블로 부유한 출발을 합니다!
다행히 박영호에게 완전히 안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이신은 대각선 방향인 1시부터 정찰했다.
그에 비해 박영호는 곧바로 7시로 정찰을 보내서 이신의 진영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신이 배 째라는 식으로 무방비하고 부유한 출발을 했다는 것도 알았다.
박영호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이신은 재빨리 심시티를 구축해 앞마당으로 들어서는 통로를 틀어막으려 했다.
하지만 박영호의 일벌레가 찝쩍거리며 심시티를 못하게 방해했다.
건설로봇 또 한 기가 그런 일벌레를 공격했다.
일벌레는 필사적이었다.
빙빙 돌면서 계속 심시티를 방해했다.
그러면서 박영호의 진영에서는 수정관이 지어지고, 바퀴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2021년 전반기 개인리그 결승전 3세트.
훗날 ‘광속의 이신, 철벽의 박영호’라는 타이틀로, 역대 최고의 명경기로 칭송받는 혈전의 개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