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98
297화 참관(1)
“계산상으로는 역시 초반이 가장 우리에게 유리합니다.”
“아무리 봐도 그렇지. 그런데 그 정도는 모든 계약자가 다 알고 있는 상식이란 말이야.”
타르탈리아, 즉 악마군주 푸르카스의 계약자 니콜라 폰타나는 고심하며 말을 이었다.
“문제는 그런 마물 종족을 다루는 계약자들을 이신이 숫하게 꺾어왔다는 사실이다. 그 마물 계약자들이 결코 바보들이 아닌데…….”
“자코모 카사노바는 바보가 맞지만, 이존욱이나 사나다 마사유키는 제법 실력자 아니겠습니까?”
“그리고리 라스푸틴도 졌다니 이 정도면 초심자의 행운도 넘었다는 뜻이야.”
막 나타난 계약자가 반짝 활약하는 경우가 있긴 했다.
오히려 초보자이기 때문에 생소한 스타일의 전략을 구사하며 상대를 당황하게 한다.
하지만 그런 상대는 라스푸틴을 이기기 힘들다.
악마군주 안드라스의 계약자 라스푸틴은 흉조(凶兆)를 감지하는 능력을 가졌다.
상대의 공격을 미리 감지하고 대비할 수 있는 라스푸틴을 이기려면 그걸 정공법으로 깰 수 있는 아주 확실한 실력이 필요하다.
“어쨌든 이신이 초반에 약하다는 휴먼의 약점을 극복했음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니까 많은 마물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겠죠.”
“어떻게 이겼느냐가 중요한데. 역시 초반은 방어를 충실히 갖춰놓고 장기전을 바라보는 건가?”
“초반에 방어를 갖출수록 마력이 투자되어서 그만큼 발전이 느려집니다. 그걸 감안하고 이신의 악마로서의 능력까지 변수에 넣어서 계산하면 최적의 공격 타이밍이 나올 듯합니다.”
“한 번 해보지.”
고개를 끄덕인 타르탈리아는 서열전 준비를 돕는 자신의 조수에게 지시했다.
“모의전을 해보자. 네가 휴먼을 맡아봐라, 페라리.”
“예, 주군.”
조수의 정체는 바로 로도비코 페라리.
타르탈리아의 3차 방정식 해법을 사기 쳐서 가로챈 지롤라모 카르다노의 수제자였다.
타르탈리아를 나락으로 빠뜨리는 데 앞장섰던 그 페라리가 이제는 그의 사도가 되어 있었다.
아니, 그냥 사도가 아니었다.
그동안의 공적을 인정받은 페라리는 마력을 부여 받아 하급 악마로 승격되었고, 타르탈리아의 권속으로서 충성을 다하고 있었다.
살아생전의 관계를 생각하면 아이러니컬한 일이었지만, 사실 페라리가 타르탈리아의 휘하에 들어간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날 도와줄 인물을 생각해 보니 이 녀석밖에 생각 안 났지.’
다섯 종족의 서열전은 타르탈리아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경우의 수가 있었다.
가장 완벽한 전략이란 것이 없었다.
그 전략의 카운터가 되는 다른 전략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으며, 그렇게 끝없는 가위바위보였다.
수학적 분석과 경험이 충분히 쌓여야 승률이 올라간다.
수학적 분석이나 경험이나 도와줄 수 있는 상대가 있어야 했고, 그때 타르탈리아가 떠올린 조력자는 두 사람이었다.
지롤라모 카르다노.
로도비코 페라리.
하나같이 원수들이었지만, 타르탈리아는 자신이 아는 천재수학자로 그 둘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들의 재능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서열전이나 모의전 등에서 특정한 인물을 소환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있었다.
얼굴과 이름을 알 것.
지옥에 있는 인물일 것.
타르탈리아는 가장 먼저 카르다노의 소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카르다노는 지옥에 없었다.
좋은 인품을 가진 작자는 결코 아니었으나, 장티푸스 발견이나 천식·탈장 수술법 고안 등의 의학적 업적이 후세에 크게 기여되었기에 죄업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쓸모가 많은 인간인데 아쉽구나.’
자신에게 사기 친 작자가 지옥행을 모면했다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복수도 했고, 더 이상 과거의 일에 연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타르탈리아는 깨끗이 단념했다.
‘그렇다면 페라리다.’
다음에 노린 인물은 페라리.
수학자로서의 실력은 스승 카르다노까지 한참 뛰어넘은 페라리였다.
4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까지 발견했으니 오죽하겠는가.
역시나, 페라리는 지옥에 있었다.
술과 도박에 빠져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질을 하던 녀석이니 지옥행을 모면했을 리가 없었다.
‘이놈도 참 불쌍하구나.’
그렇게 막 살다가 여동생에게 독살당한 비참한 최후는 타르탈리아의 복수 탓도 있었다.
하지만 애당초 올곧은 인성을 가진 녀석도 아니었기에 타르탈리아는 그 점에 대해 별달리 미안한 마음이 없었다.
어쨌거나 자기 재능이 비하면 비참한 최후였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해서, 타르탈리아는 페라리를 사도로 삼았다.
지옥에서 건져진 페라리는 그야말로 타르탈리아에게 인정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왔다.
자신의 운명이 누구에게 달렸는지 잘 알기 때문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페라리의 합류하자 탄탄대로였다.
최소의 시간, 최대의 병력!
그 명제를 향하여 두 사람은 미친 듯이 연구에 매진했다.
“계속 방어에 마력을 쓰게 만들면서 발전력을 약화시켜야 합니다.”
모의전을 계속 치러본 결과, 페라리가 결론을 내렸다.
“초반에 승부를 보기 위해 공격을 시도하면 우리도 실패 시 위험해진다는 단점이 있지.”
“예, 최대한 안전하게 승리를 따내려면 상대가 계속 방어를 하며 웅크리고 있게 하면서, 우리는 발전을 해나가서 격차를 벌리는 것입니다.”
“그게 일반적인 휴먼과 마물의 대결 양상이다. 그런데 계속 이겼다면 이신이 초반을 넘기면서 그 격차를 줄였다는 뜻이다. 그건 아마도…….”
“기습이겠지요. 적은 병력으로 소규모의 군사작전을 지속적으로 펼쳐 피해를 입히는 방법을 썼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때쯤 지상군에서는 이쪽이 우위일 텐데, 그렇다면 그리핀이나 열기구로군.”
“예.”
“하늘을 통해 적이 침입해 오지 못하게 차단한다면 되겠군.”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전략은 그냥 뭉뚱그려진 방향성만이 아니었다.
커다란 종이에 구체적인 숫자와 시간이 나열하며 아주 상세하게 짜이고 있었다.
흡사 암호문처럼 숫자가 나열된 종이.
그들에게는 그 숫자들이 치열한 전쟁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폰타나.]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음성.
바로 악마군주 푸르카스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타르탈리아가 물었다.
[지금 즉시 궁전으로 와라.]‘무슨 일이라도?’
[손님이 왔다.]***
‘손님 말입니까?’
질 드 레와 모의전을 펼치던 이신은 도중에 그레모리의 연락을 받고 의아해했다.
[네, 아주 중요한 손님이에요. 일단 와보세요.]무슨 일인지 이신은 의아함을 느꼈다.
평소에 이신이 서열전 준비에 열중하고 있을 때는 일절 방해하지 않는 그레모리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일단 돌아오라고 통보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레모리의 도움을 받아 전장에서 마계로 텔레포트한 이신.
궁전에 들어섰을 때, 그레모리와 함께 있는 사람을 보고 놀랐다.
“나폴레옹?”
“하하, 잘 지냈나?”
작은 키에 단단한 체격을 가진 미남자.
나폴레옹은 유쾌하게 웃으며 반가움을 표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내 선물은 어떻던가?”
“반지는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마계에서는 그다지 쓰임새가 없는 물건인데 다행이군. 역시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써먹을 데가 많겠지.”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그레모리 님께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찾아왔지.”
이에 그레모리도 말했다.
“그 부탁에 대해서는 카이저의 동의도 필요할 것 같아서 불렀어요.”
“어떤 부탁입니까?”
나폴레옹이 답했다.
“이번 서열전에 참관을 하고 싶다.”
“참관이라면…….”
“그레모리 님과 푸르카스 님의 서열전, 즉 그대와 니콜라 폰타나의 대결을 보고 싶다는 뜻이다.”
이신은 의문을 느꼈다.
악마군주들의 서열전은 제3자가 구경할 수 없는 것이었다.
서열전에서 계약자들의 전략과 성향 등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
이렇듯 참관을 하고 싶다고 부탁하는 것은 사실 금기적인 일이라고 알고 있는 이신이었다.
정작 의문인 것은 나폴레옹이 그런 암묵적인 금기를 깨고서 이런 부탁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아무리 이신이 승승장구하는 계약자라고 해도, 어디 서열 1위의 나폴레옹만 하겠는가?
“참관을 하셔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그대의 실력을 점검해 보고 싶어서다.”
“더 이해가 안 갑니다만.”
나폴레옹은 아직 서열 53위에 있는 이신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위치였다.
차후 위협이 될 수 있는 경쟁자를 만났다 하더라도 이렇게 노골적인 태도로 나올 인물도 아니었다.
“아직 함부로 발설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사실 조만간 이 마계에서 큰 축제가 벌어질 것이다.”
“축제?”
“마신께서 직접 벌이신 축제인데 더는 이야기해 줄 수 없다. 어쨌든 이 축제와 관련해서 나는 그대의 실력을 점검해 봐야 할 필요가 생겼어.”
나폴레옹이 계속 말했다.
“참고로 악마군주 푸르카스 님과 니콜라 폰타나 측에는 이미 허락을 받았지.”
그럼 이신과 그레모리만 허락하면 나폴레옹의 참관이 성사되는 것이다.
‘마신이 벌이는 축제…… 그것 때문에 내 실력을 점검해보려 한다?’
무슨 축제인지는 몰라도 서열전과 관련이 있음은 분명했다.
마치 e스포츠의 올스타전처럼 말이다.
‘나폴레옹이 내 실력을 보려 한다면, 팀을 짜서 치르는 대결일 가능성이 있겠군.’
프로 팀의 경기처럼 한 명씩 출전하는 방식일 수도 있고, 아니면 2:2, 3:3, 4:4 같은 팀플레이일 수도 있었다.
게다가 마신이 직접 벌이는 큰 축제라니…….
모르긴 몰라도 우승 상금처럼 엄청난 대가가 걸려 있을 터!
[어떠세요? 저는 찬성이에요.]그레모리가 텔레파시로 찬성의 뜻을 전해왔다.
그녀도 나폴레옹이 언급한 축제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을 한 모양이었다.
아마도 모든 악마가 탐내는 엄청난 마력이 주어진 축제일 터!
그렇다면 나폴레옹에게 최대한 협조하는 게 옳았다.
나폴레옹은 현재 마계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진 계약자이니 말이다.
그때, 나폴레옹이 덧붙였다.
“물론 공짜로 부탁을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악마군주 푸르카스 님 측에도 했던 제안인데…….”
나폴레옹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양측 중 승리하는 쪽에게 5만 마력을 선물하겠습니다.”
“5만?”
깜짝 놀란 이신.
5만 마력이라니, 지나치게 통이 크지 않은가.
그레모리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보나파르트, 당신이 웬만한 악마군주 못잖은 마력을 가졌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 하여도 5만 마력은 지나친 게 아닌가요?”
그레모리의 물음에 나폴레옹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로서도 쉽게 내놓을 수 없는 마력량입니다. 하지만 아가레스 님에게는 그렇지 않지요.”
“아……!”
그레모리가 나직이 감탄했다.
서열 1위의 악마군주 아가레스!
승자에게 선물하겠다는 5만은 나폴레옹이 아니라 아가레스에게서 나온 마력인 모양이었다.
이신은 그레모리와 눈빛을 교환했다.
이신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레모리는 결국 나폴레옹의 제안을 수락했다.
“받아들이죠.”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중하게 화답하는 나폴레옹.
추가로 5만!
이번 서열전은 갑자기 판이 커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