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99
298화 참관(2)
나폴레옹의 참관이 결정되고서 이신은 더욱 열심히 서열전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이번 상대는 수학자.
수학적 접근으로 서열전을 연구한 인물이다.
‘최적화된 빌드 오더를 선보이겠지. 운영 능력은 여태껏 상대했던 계약자들 중 최고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성능 인공지능처럼 완벽한 전략·전술을 펼칠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결국 인간이니까.
설령 슈퍼컴퓨터로 운영되는 인공지능이라 하더라도 완벽한 전략을 펼치지는 못한다.
상대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아무리 계산을 잘해도 답을 도출하지 못한다.
이쪽도 그쪽도 피차 서로에 대한 정보가 없다.
한 번 붙어본 상대였다면 그 경험을 통해 맞춤 전략을 준비했을 테지만, 아직 서로를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그때그때 정찰을 통해 알아낸 정보를 통해 맞춰가며 전략을 구사하겠지.’
결국은 이신이나 니콜라 폰타나나 조건은 마찬가지였다.
현실세계의 e스포츠 프로리그였다면 좀 더 쉬웠을 것이다.
프로리그는 오랜 시행착오와 연구를 거치고 공식 경기를 통해 그 결실을 공유하며 완성된 정석 빌드 오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서로 정보가 공유되지 않으니 제각기 다양한 전략과 전술 패턴이 나올 터였다.
‘가만?’
이신은 문득 중요한 사실이 떠올랐다.
‘최적의 빌드 오더?’
아무리 사람마다 스타일이 제각각이라 해도, 수학적으로 최적화된 형태는 분명 존재한다.
이신은 프로게이머로서의 경험이 풍부했기 때문에 금방 서열전에 있어서 최적화된 빌드 오더를 몇 가지 찾아낼 수 있었다.
주 종족인 휴먼은 물론 마물도 마찬가지였다.
싸워야 할 적을 알기 위해 마물 또한 수없이 지휘해 보며 최적화된 패턴을 찾아낸 바 있었다.
‘수학자라면 분명 내가 찾아낸 그 빌드 오더 중 하나를 선택할 거야!’
조아생 뮈라 같은 인물은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런 기분파는 대개 근거 없이 내키는 대로 행동하니까.
하지만 수학자라면?
‘객관적인 기준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예측할 수 있다.’
이신은 깊이 생각을 했다. 상대의 스타일에 대해 최대한 예측해야 했다.
‘학자니까 객관적인 지표에 따라 판단하고 움직일 것이다.’
즉, 되도록 모험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안전 위주의 플레이는 탄탄하고 꼼꼼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생긴다.
‘그러니까 운영으로 최대한 격차를 벌려 승리하려 들겠지.’
5종족 중에 마물을 고른 것도 그런 성향과 맞물린다.
어느 종족보다도 확장이 빠르다는 장점 말이다.
그에 반해 이쪽은 가장 확장이 느린 휴먼.
그 종족의 차이를 반드시 이용할 터.
‘적어도 올인성 플레이는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미끼에 더 잘 걸려든다.’
숫자 계산을 좋아하는 수학자다.
그러니 계산에 딱 맞는 미끼를 던져주면 더 잘 속아 넘어간다.
‘그런 부분을 위주로 노려봐야겠다.’
그렇게 이신은 차근차근 서열전 준비를 해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도전의 날이 밝았다.
“이제 준비됐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악마군주 푸르카스 측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게 연락을 할게요.”
“예.”
이신 일행은 그레모리와 함께 푸르카스의 영토로 텔레포트했다.
도착한 곳은 신전이었다.
고대 그리스 시대를 방불케 하는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신전.
그레모리의 화사한 궁전과 달리 푸르카스의 신전은 싸늘한 분위기가 감도는 듯했다.
신전 앞에 세워진 거대한 푸르카스의 조각상 때문인지도 몰랐다.
[왔나.]신전의 분위기만큼이나 싸늘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세 사람이 그레모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그중 하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조각상과 똑같이 생긴, 말을 탄 노인이었다.
‘저자가 푸르카스로군.’
이신은 악마군주 특유의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한 눈에 푸르카스를 알아보았다.
마력에서 풍겨오는 존재감이 아니더라도, 말을 탄 채 한 손에는 거대한 낫을 들고 있는 게 사람일 리는 없었다.
이신의 시선은 푸르카스의 옆에 있는 두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옮겨졌다.
‘한 명은 타르탈리아고, 또 한 명은 사도?’
타르탈리아의 주 종족은 마물이다.
그런데 인간이 한 명 더 있다니.
만약 저 인간이 사도라면 아마도…….
‘또 다른 수학자인가?’
함께 연구를 할 수학자를 사도로 등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이신은 생각했다.
게다가 항우의 사도였던 이사처럼, 인간이라 할지라도 일시적으로 마물로 변신해서 전장에 소환될 지도 모르는 일.
이곳은 마계라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신은 편견을 갖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두 사람 중 한 명이 걸어 나왔다.
“자네가 이신인가?”
듬성듬성한 수염을 가진 중년인이 물었다.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이 타르탈리아?”
“니콜라 폰타나일세. 이제는 타르탈리아가 아니거든.”
그러면서 씨익 웃는 폰타나.
더 이상 말을 더듬지 않으니 타르탈리아라는 별명은 어울리지 않았다.
“이신입니다.”
“반갑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었다.
이신은 폰타나와 함께 있는 젊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당신의 사도입니까?”
“아, 소개해 줘야겠군. 내 사도이자 권속일세. 이름을 들어봤는지 모르겠군.”
그러자 젊은 남자가 나서서 인사했다.
“로도비코 페라리입니다.”
“카르다노의 제자?”
“오래 전의 일이지요.”
페라리는 쓴웃음을 짓는다.
이신은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학자 두 명이라. 둘이서 수많은 연구를 했겠군.’
그런데 이신은 차라리 그게 다행이라고 여겼다.
만약 군인 같은 다른 직업군의 인물이었다면,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며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시너지가 있었을지도 몰랐다.
둘 다 수학자라니 이신이 생각한 니콜라 폰타나의 약점도 그대로일 터였다.
‘천재 수학자 두 명이 머리를 맞댔으니, 더욱 자신들의 계산을 철석같이 믿겠지.’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데 그때였다.
파앗!
한쪽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나폴레옹이 나타났다.
“제가 늦었군요.”
나폴레옹은 그레모리와 푸르카스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푸르카스가 말했다.
“올 사람이 전부 왔으니 슬슬 시작하지.”
“그러지. 전장과 배팅할 마력을 택해라.”
그레모리도 기꺼이 동의한다.
푸르카스는 폰타나와 미리 상의해서 결정한 조건을 제시했다.
“제3 전장 리벤을 선택하겠으며, 마력은 2만을 배팅한다. 그리고 여기서 제안하고 싶은 조건이 한 가지 더 있다.”
“뭐지?”
“3번을 싸워서 먼저 2번을 이긴 쪽의 승리로 하는 건 어떠냐?”
결국 3판 2선승제의 다전제 승부를 제안한 것이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카이저?”
그레모리가 이신을 돌아보며 물었다.
이신은 잠시 고민했다.
그레모리의 마력량은 42만 9천.
그리고 듣기로 푸르카스의 마력량은 45만 1천이라고 했다.
이 정도 차이면 사실 1만 마력만 배팅된 승부라도 그레모리가 이길 시 서열이 바뀐다.
배팅한 마력 1만 외에도 이신이 소원으로 마력을 요구하면 또 총 마력량의 1%를 떼어줘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레모리의 마력량이 푸르카스를 역전하게 되는 것.
결국 단판승부밖에 선택지가 없는데, 푸르카스 측은 여러 번 싸우길 원했다.
여러 번 싸워야 이신에 대해 파악할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패배한 후에 푸르카스가 곧바로 다시 도전해 오면 되지만, 그들로서는 전장을 선택할 수 없는 도전자의 입장에 서기가 싫겠지.’
변수를 최대한 줄이고 싶어 하는 수학자들에게, 전장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상대에게 있다는 것은 퍽 골치 아픈 일일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신은 이윽고 판단을 내리고는 그레모리에게 귓속말로 이야기했다.
고개를 끄덕인 그레모리는 푸르카스에게 말했다.
“여러 번 싸우기를 원한다면, 네가 졌을 때 곧바로 다시 내게 도전하면 그만이다. 상대의 9할 이상의 마력만 갖추고 있으면 언제든 도전할 자격이 있으니까.”
“…….”
푸르카스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레모리는 씨익 웃었다.
“그런데도 이런 제안을 한다는 것은, 도전자라는 불리한 입장에 서는 게 꺼려지기 때문이겠지? 우리는 12가지 전장 중 어디서 싸워야 할지 몰라 모두 철저히 준비했지만, 그쪽은 그러지 않았다는 뜻이야.”
“…….”
사실이므로 푸르카스는 할 말이 없었다.
“결국 네 제안은 불리함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싶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쪽도 두 가지 조건이 있다.”
“…말해봐라.”
푸르카스는 불만 가득한 어조로 대꾸했다.
그레모리는 이신에게 귀띔 받은 조건을 내세웠다.
“첫째, 전장은 바꾸지 말 것.”
“그건 좋다.”
“둘째, 마력은 5만을 배팅할 것.”
그 말에 푸르카스와 폰타나 일당은 물론 참관자인 나폴레옹도 놀랐다.
그렇게 되면, 승자에게 선물하겠다고 나폴레옹이 약속한 마력 5만까지 더해 무려 10만 마력이 걸린 큰 판이 되는 것이다.
“욕심이 과하구나, 그레모리.”
푸르카스가 불만을 드러냈다.
그레모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싫으면 그냥 원칙대로 평범한 승부를 하면 그만이지. 우리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너희가 멋대로 자기 좋을 대로 하는 게 싫을 뿐.”
푸르카스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눈빛이 더더욱 싸늘해졌다.
최대치 배팅이라는 제안은 그레모리와 이신의 자신감이 허세가 아니라는 증거였다.
그러다 보니 이대로 물러나면 푸르카스 측은 자신감이 부족한 것으로 보이게 된다.
나폴레옹이 참관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푸르카스는 폰타나와 상의했다.
무슨 상의를 했는지, 이윽고 푸르카스가 말했다.
“그 조건을 모두 수용하는 대신에 우리도 한 가지 조건을 더 걸지.”
“마치 우리가 양보를 받았다는 듯이 말하는군.”
그레모리가 불쾌감을 드러냈다.
푸르카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느 쪽이든 자신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 제안은 참관자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즐겁게 해주기 위한 일이기도 하다.”
나폴레옹은 재미있다는 듯이 빙긋이 웃었다.
“어디 말해보아라.”
“간단하다. 5번 싸워 3번을 먼저 이기는 쪽의 승리로 하자.”
“뭣?”
“마력이 총 10만이나 배팅되는 큰 판인데, 그 정도는 해야 참관자도 큰 관람료를 낸 보람이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폰타나 측은 많이 싸울수록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레모리가 어떡해야 좋으냐는 표정으로 또 돌아본다.
나폴레옹도 흥미 가득한 표정으로 이신의 반응을 지켜본다.
두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이신은 피식 웃었다.
“하죠. 많이 싸울수록 유리한 건 저쪽이 아닙니다.”
그 말에 폰타나와 페라리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는다.
“그럼 이제 결정이 된 거군요?”
나폴레옹이 양측에 물었다.
푸르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이쪽도.”
제3 전장 리벤.
걸린 마력은 무려 10만.
푸르카스 진영의 천재 수학자들과 다전제 승부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이신의 대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