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01
300화 계산(2)
시간이 많지 않았다.
방심한 니콜라 폰타나가 가장 약하고 이신이 가장 강할 수 있는 타이밍은 정해져 있었다.
‘전원 진격.’
대장간에서 무기 개발이 80% 가량 완성됐을 때, 이신은 진격을 감행했다.
궁병 다수.
방패병과 장창병도 일부 포함.
앞마당을 늦추면서까지 모은 다수 병력은 니콜라 폰타나의 1시 진영을 향해 돌격했다.
그 상황에서도 이신의 치밀함이 빛을 발했다.
‘이존효, 후속 병력을 끌고 은밀히 우회해라. 너희의 존재는 최대한 들키지 않게 해야 한다.’
“예, 주군!”
궁병 8명만 앞장세워서 보란 듯이 진군.
나머지 궁병과 창병·방패병 등은 은밀히 반시계 방향으로 우회했다.
니콜라 폰타나에게는 마지막까지 병영 1채에서 소환된 규모의 궁병만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신의 속임수는 니콜라 폰타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방어에 매달려야 정상이건만 공격이라고?’
휴먼은 초반에 약했다.
하물며 이신은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비교적 일찍 가져간 탓에 방어력이 미약했다.
화살탑을 더 짓고 방비를 튼튼하게 해야 정상이 아닌가?
궁병 8명 정도로 공격을 시도해서 뭘 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마 내가 아무 방비도 안 되어 있어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건가?’
니콜라 폰타나는 정찰과 감시를 위해 추가 생산한 헬하운드 2마리 외에는 병력도 방어시설도 전혀 없었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상대가 진격해 오는 것을 보면, 그때 방어를 구축해도 된다.
‘위협을 가해서 내가 방어에 돈을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군.’
니콜라 폰타나는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그는 즉시 본진과 앞마당의 마법진에서 헬하운드 12마리를 소환했다.
그 외에 방어 시설은 짓지 않았다.
상대는 궁병밖에 없으니 헬하운드만 있어도 넉넉하게 막아내고 역으로 압박도 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헬하운드 12마리가 소환 완료되자, 그중 6마리를 우회시켰다.
앞뒤로 덮쳐서 이신의 병력을 요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적을 발견했습니다!]은밀히 우회시켰던 헬하운드들이 중간에 전혀 생각지 못했던 적들과 마주쳐버렸다.
바로 이신이 은밀히 우회시켰던 궁병·방패병·창병 무리였다.
‘이게 무슨?!’
계산상 지금 있을 수 없는 병력 규모였다.
게다가 방패병과 창병까지 있다니?
이 정도 숫자면…….
‘이놈이 날 속였구나!’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한 게 아니라면, 이 정도 규모의 병력이 나올 수 있다.
니콜라 폰타나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정밀하게 숫자를 계산한다.
시간과 병력에 들어간 마력 소비를 총괄 계산한 결과,
‘곧 무기 개발이 완료되겠구나!’
그런 사실까지 알아차린 니콜라 폰타나.
무기 개발이 이루어지면 궁병이 석궁병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창병은 장창병이 된다. 방패병의 방패도 더 크고 튼튼해진다.
그때부터 휴먼의 병력은 더 이상 약하지 않게 된다.
‘지금밖에 없다! 놈들의 병력이 양분되어 있을 때 한쪽을 격파하자!’
그 순간에 내릴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계산과 판단이었다.
니콜라 폰타나는 궁병 8명만 모여 있는 쪽을 노리기로 했다.
헬하운드 12마리가 궁병들에게 달려드는 상황. 하지만 각개격파를 당하게 놔둘 이신이 아니었다.
아직 무기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으니 싸우면 손해다.
…라고 상대는 생각하고 방심하고 있으리라.
하지만 그때 이신은 니콜라 폰타나의 헬하운드들이 둘로 나뉘어 있다는 점을 포착했다.
‘좌우로 싸먹는다.’
궁병 부대와 우회하던 이존효의 부대가 헬하운드 6마리를 좌우에서 덮쳤다.
오히려 니콜라 폰타나가 먼저 각개격파를 당한 셈이었다.
궁병들이 화살을 쐈다.
이존효가 창병들과 함께 진격해 헬하운드들을 공격했다.
“커헝!”
“컹!”
무기 개발 전이라 아직 약한 궁병들이었지만, 그럼에도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세례에 헬하운드들은 속절없이 죽어 나갔다.
뒤늦게 다른 헬하운드들이 싸움에 합류했지만,
[대장간에서 무기 개발이 완료되었습니다.]궁병들이 일제히 석궁병으로 진화, 창병은 장창병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그 광경을 본 니콜라 폰타나는 안타까워하며 싸움을 멈추고 헬하운드들을 후퇴시켰다.
‘늦었구나!’
위급한 순간에도 계산을 통해 가장 승산이 높은 판단을 내린 니콜라 폰타나였지만, 애석하게도 순간 판단력은 이신이 한 수 위였다.
무기 개발이 되기 전에 싸움을 열어서 오히려 역으로 각개격파를 하는 센스!
그것은 비슷한 상황을 숫하게 겪어본 프로게이머이기에 내릴 수 있는 결단이었다.
이신의 군대가 니콜라 폰타나의 앞마당에 당도했다.
모조리 파괴하며 본진까지 짓밟기 시작하자,
[악마군주 푸르카스 님의 계약자 니콜라 폰타나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의 승리입니다.] [앞으로 2회 더 승리하실 경우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께서 서열전에서 승리하시게 됩니다.]니콜라 폰타나의 얼굴에 낭패의 기색이 역력했다.
“훌륭했네.”
나폴레옹이 박수를 치며 이신을 칭찬했다.
“별것 아니었습니다.”
“볼 줄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 있겠지.”
나폴레옹은 첫판에서 이신이 부린 수준 높은 솜씨를 전부 알아보았다.
니콜라 폰타나의 계산을 속일 수 있는 정교한 미끼를 던져주었다.
던진 미끼가 계산과 조금이라도 오차가 있었더라면 니콜라 폰타나를 속일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진격할 때조차도 일부 병력을 은밀히 우회 시동시켜서 끝까지 본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단한 치밀함이었다.
무기 개발이 곧 완성된다는 걸 눈치채고 그 전에 각개격파를 노린 니콜라 폰타나의 판단도 좋았다. 훌륭한 계산과 예측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역으로 각개격파를 해버린 전투에서 이신의 순발력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숨기는 데 성공했다.’
승리를 따내면서도, 이신은 니콜라 폰타나에게 지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보여준 것이라고는 콜럼버스의 블링크 정도?
물론 니콜라 폰타나도 악마로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않았지만,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수 싸움에서 졌다는 것이 큰 타격이었다.
[바로 시작하지.]악마군주 푸르카스가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충격을 추스를 시간이 더 필요하지는 않나?”
그레모리가 놀리듯이 물었다.
[필요 없다!]“그럼 시작하지.”
그렇게 두 번째 판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이신이 1시, 니콜라 폰타나는 11시 위치에서 시작했다.
‘첫 판은 원하는 대로 승리했다.’
심리전으로 승리.
다전제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싸움을 승리하여서 1-0으로 리드할 수 있게 되었다.
스코어를 리드하고 있어야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이신이 수많은 경험을 통해 체득한 이 사실을 니콜라 폰타나는 모른다.
기세 싸움이라는 개념이 없다.
그냥 1패는 1패일 뿐, 첫 싸움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결국 3승만 하면 이긴다는 마인드다.
그런 수학자의 객관적인 관점은 약점이 될 수도 장점이 될 수도 있었다.
패배에 동요하지 않고 여전히 흔들림 없는 자기 스타일을 유지할 수도 있고, 아니면 자기도 모르게 이미 기 싸움에서 압도된 채 끌려 다니는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아무튼 내 치유 능력을 보여주지 않고 1승을 따낸 게 컸어.’
그렇다면 이제는 니콜라 폰타나가 아직 이신의 치유 능력을 모른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승리를 얻어내야 한다.
이신의 치유 능력이 극적으로 발휘되어 승리의 결정적인 요소가 되는 전략.
그렇게 스코어를 2-0으로 만들면, 승리는 식은 죽 먹기.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남은 세 판 중에 1승 정도는 할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대결에서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이신은 서서히 다전제 대결의 시나리오를 구축해 나가고 있었다.
이번 두 번째 판에서 어떤 전략을 쓸 지는 이미 확정한 지 오래였다.
연습도 많이 했다.
질 드 레와 수십 번씩 모의전을 거듭해가며 완성도를 높였다.
이제 그것을 써먹을 차례였다.
***
극초반.
싸움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였다.
별안간 이신의 진영에서 노예 한 명이 밖으로 나갔다.
-정찰을 벌써?
푸르카스가 불길함이 섞인 의문을 표했다.
나폴레옹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타이밍도 너무 이를뿐더러, 저 노예는 정찰을 담당하는 사도가 아닙니다.”
그랬다.
정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빨랐다.
노예는 전장의 중앙 지역까지 나왔다.
이윽고,
“호오?”
나폴레옹의 입에서 흥미롭다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노예가 병영을 건설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기 진영도 아니고 전장의 중앙 한복판에서 말이다.
“아, 저걸 쓰시는구나.”
그레모리는 이신이 무엇을 하는지 대충 짐작했다.
그동안 치러왔던 서열전에서 이신은 종종 저런 과감한 초반 필살 전략을 시도하곤 했다.
실패하면 극히 불리해지지만, 성공하면 아주 쉽게 이긴다.
즉, 치즈러시였다.
“초반 기습 전략인 듯한데, 너무 무모하지 않습니까?”
나폴레옹이 물었다.
이런 이른 시간대에 휴먼은 매우 약하다.
노예도 궁병도 약하기 때문에 저런 극초반의 승부수는 승산이 없었다.
“카이저에게는 그렇지 않아요.”
그레모리가 답했다.
나폴레옹은 고개를 끄덕였다.
“초반에 약해지는 휴먼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고유 능력이 그에게 있다는 것이군요.”
역시나 단숨에 알아맞히는 나폴레옹. 그레모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호, 맞아요.”
반면,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는 둘과 다르게 푸르카스는 속이 썩어가고 있었다.
‘알아차려라, 제발!’
니콜라 폰타나 역시 클로 1마리를 내보내 정찰을 했다.
정찰 운은 좋았다.
클로가 한 번에 이신이 위치한 1시로 향하는 것.
전장의 중앙에 건설 중인 병영은 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어차피 놈의 본진이 텅 비어 있는 것을 보면 대번에 파악할 수 있겠지.’
그런데 그때였다.
이신의 본진에서 또다시 병영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본진 출입구에 노예를 한 명 세워두어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러면서 콜럼버스가 정찰을 개시한 상황.
초반임에도 마력석을 채집하지 않는 노예가 아주 많았다.
극히 가난한 출발.
이는 전략이 성공하지 못하면 반드시 패배한다는 의미였다.
…그만큼 이신이 공격 타이밍을 아주 빠르게 잡고 있다는 뜻이었다.
정찰을 온 클로는 본진 출입구를 가로 막고 있는 노예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다만 본진 출입구 근처에서 병영을 짓는 모습을 확인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하하하! 정말 대단하군.”
나폴레옹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궁병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본진에서도, 전장 중앙에 앞서 건설한 병영에서도 궁병을 소환했다.
그러면서 이신 역시 11시 지역에서 니콜라 폰타나의 위치를 확인했다.
마침내 이신이 진격을 개시했다.
본진에서 출발한 이신의 병력은 궁병 1명에 노예 6명이 전부였다.
근처에서 서성거리며 염탐하던 클로가 그것을 발견했다.
니콜라 폰타나는 당황할 터였다.
왜 약한 휴먼 주제에 저것밖에 안 되는 병력으로 공격에 나서는 걸까, 하고 말이다.
전장 중앙에 궁병이 2명 더 있다는 사실을 모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