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07
306화 대결(2)
맥 존스가 끌고 나온 병력은 거신병기 4기와 광신도 1명.
참호를 건설하고 안에 보병 4명을 집어넣은 이신은 기동포탑 1기를 생산했을 무렵이었다.
위험을 감지한 이신은 건설로봇 4기를 참호 주변에 대기시켜놓았다.
‘광신도를 총알받이로 던지면서 공격 들어올 수도 있다.’
예전에 맥 존스가 잘 하던 플레이였다.
광신도를 던져서 참호 속에서 공격하는 보병들의 총알을 몸으로 받게 한다.
그 틈에 거신병기들이 같이 들어가서 뒤에 있는 기동포탑을 일점사로 잡아내는 전술 말이다.
초반에 첫 생산된 기동포탑이 잡혀버리면 신족에게 페이스를 빼앗기게 된다.
게다가 맥 존스는 기동포탑 1기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건설로봇들까지 다수 잡아낼 정도로 저돌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였다.
사거리 업그레이드가 된 거신병기들이 먼 거리에서 참호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펑! 펑펑! 펑!
참호 속에 들어간 보병의 사거리로 닿지 않는 아슬아슬한 거리.
인류 측은 기동포탑의 포격모드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수밖에 없었다.
이신은 건설로봇들로 하여금 타격 받고 있는 참호를 수리했다.
긴장감이 흘렀다.
언제 맥 존스가 광신도를 던지며 달려들지 몰랐다.
마침내 맥 존스가 본색을 드러냈다.
-투타타타타!
광신도가 앞장서서 달려든다.
거신병기들도 뒤따라 달려든다.
이신은 재빨리 거신병기들의 타깃인 기동포탑을 뒤로 뺐다.
그런데 맥 존스는 기동포탑을 노린 게 아니었다.
참호를 수리하던 건설로봇을 계속 일점사하여서 1기씩 터뜨리는 것이었다.
1기, 2기, 3기…….
총알받이였던 광신도가 죽자 거신병기들은 뒤로 물러나면서, 무빙 샷으로 또 1기를 터뜨렸다.
“오, 좋다!”
“피해 꽤 줬는데?”
밴쿠버SCC 측 선수들이 맥 존스의 플레이에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신의 귀신같은 플레이가 펼쳐졌다.
포격모드 개발이 완료됐다는 안내음이 뜨자마자, 이신은 기동포탑을 포격모드로 전환시켰다.
동시에, 참호 안에 있던 보병들을 꺼내 거신병기들을 쫓아가 공격했다.
-퍼어엉!
기동포탑의 포격과 보병 4명의 사격에 거신병기 1기가 죽었다.
기동포탑의 포격 사거리 밖으로 물러나기 직전에 벌어진 간발의 차의 일격이었다.
“우와! 하나 잡아서 만회했어.”
“이렇게 되면 성과가 애매한데?”
“저 틈에 어떻게 저런 판단을 하지?”
이번에는 모두가 감탄한다.
맥 존스의 강력한 푸시(Push)는 판단의 문제일 뿐, 누구나 흉내는 낼 수 있는 플레이였다.
하지만 거신병기 하나를 잡아내 피해를 만회한 이신의 플레이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감각적인 성질의 것이었다.
포격모드 개발 완료 타이밍에 참호에서 보병들을 꺼내 순간적으로 반격을 하다니?
결과적으로 건설로봇 4기를 잃은 대신 광신도 1명, 거신병기 1기를 잡았으니 큰 차이가 없는 결과였다.
‘확실히 변했군.’
싸움을 지켜본 존 패트릭 코치가 생각했다.
방금 전의 전투는 맥 존슨의 태도가 애매했다.
노릴 거면 확실하게 치고 들어가서 기동포탑을 노려야 했다.
들어가다 말고 포기하고 건설로봇을 노렸으니 성과도 미미해진 것이다.
‘보다 안정성을 고려하는 게 나쁜 건 아니야. 자칫 잘못하면 더 많은 거신병기를 잃을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저게 본래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안정적인 플레이를 지향하던 선수였다면 별문제 없다.
하지만 예전의 맥 존슨은 저런 상황에서 저렇게 머뭇거리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렇게 한 차례의 공방이 끝난 뒤에는 다시 국면이 순탄하게 흘러갔다.
양측은 서로 자신이 생각한 전략에 맞게 테크 트리를 올리며 운영에 힘썼다.
그렇게 잠잠하게 흘러가나 싶었다.
맥 존스가 2번째 확장 기지를 가져가려고 움직일 때, 이변이 발생했다.
6시 섬에 2번째 확장 기지를 구축하려고 했던 맥 존스.
그러기 위해 수송기를 생산하고 신도를 태워서 섬으로 날려 보냈다.
하지만 수송기가 섬에 이르기도 전에,
‘응?!’
맥 존스는 깜짝 놀랐다.
스텔스 전투기 1기가 떡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확장을 하려고 움직이는 타이밍에 맞춰서, 이신은 스텔스 전투기를 뽑아 보내놓은 것이다.
6시 섬으로 향하는 해상에서 마주친 수송기와 스텔스 전투기.
스텔스 전투기가 공격했다.
‘큭!’
다급히 U턴!
스텔스 전투기가 도주하는 수송기를 쫓아오며 계속 미사일을 발사했다.
‘안 돼, 제발! 조금만 더!’
하지만 결국,
-퍼어엉!
수송기는 아군 진영에 이르기 전에 격추당하고 말았다.
“와아!”
“저기다가 전투기를 대기시켜놨네.”
“꼼꼼한데.”
지켜보던 선수들과 코치들이 감탄했다.
불의의 기습으로 맥 존스는 2번째 확장이 늦춰지고, 수송기까지 잃는 피해를 받았다.
하는 수 없이 섬 지역은 포기하고 2번째 확장 위치를 9시 지역으로 바꿨다.
이는 이신의 의도대로였다.
항공수송선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공격할 수 없는 까다로운 6시 섬이 아닌, 다른 지역에 확장을 하게끔 강요한다.
그러면 맥 존스의 모든 진영이 지상군으로 타격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일단 6시 섬을 주지 않는다는 첫 번째 전략적 목표는 달성되었다.
“웬만해서는 공격 받지 않는 섬에서 안정적으로 자원 캐는 게 신족의 가장 흔한 패턴이었는데 그걸 차단시켰어.”
차이가 말했다.
옆에서 존이 물었다.
“그냥 확장 늦게 가져가게 견제한 건가? 아니면 의도가 따로 있는 건지 모르겠네.”
“맥 존스가 스텔스 전투기 때문에 겁먹어서 좀처럼 섬을 가져갈 생각을 못하게 됐잖아.”
차이가 설명했다.
“섬 확장 기지에서 안전하게 자원이 유입되면, 신족이 항공모함을 생산하는 빌드 오더를 자주 선보이곤 해. 저 맵이 지리상 항공모함 쓰기가 좋거든.”
언덕이나 바다 등 지상유닛의 이동을 제한된 지형일수록 항공모함 같은 비행유닛이 활약하기 좋다.
지상유닛이 쫓아올 수 없는 곳으로 피신하면서 치고 빠지기로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
다만 항공모함은 신족의 최종 테크 트리에 있는 가장 강력한 유닛. 때문에 그만큼 1척을 생산하는 데만도 엄청난 자원이 요구된다.
풍부한 자원 공급이 없으면 항공모함을 쓰기가 힘들다.
“아, 섬이 없으니까 선생님의 고속전차에 견제 받아서 자원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구나.”
“그렇지. 그러니까 맥 존스도 항공모함보다는 지상군에 더 집중할 거야.”
지상군 대 지상군의 대결.
그렇게 판이 짜이면, 이신이 자신의 특기 중 하나인 고속전차를 쓰기가 좋아진다.
빠른 기동성, 지뢰, 값싼 생산 단가.
만약 맥 존스가 항공모함을 생산한다면 이에 맞서 기계보병을 뽑아야 하지만, 지상군 싸움이 된다면 고속전차가 100% 활약하게 되는 것이다.
“자, 봐봐. 이제 시작된다.”
차이가 이신의 개인 화면을 가리켰다.
확장 기지 건설을 위해 9시 지역으로 신도를 보낸 맥 존스.
그런데 그때, 맵을 빠르게 가로지르는 2기의 유닛이 있었다.
바로 고속전차.
이신의 고속전차 견제 플레이가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린 것이다.
-펑!
-으악!
고속전차 2기는 9시로 향하던 신도를 깔끔하게 사살해 버렸다.
맥 존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확장 시도가 또다시 커트 당한 것이다.
확장 타이밍은 한 번 늦춰질 때마다 자원 손해가 발생한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끊겼으니 피해가 크게 누적된 셈이었다.
맥 존스는 이를 악물었다.
이번에는 신도와 함께 다수의 거신병기도 대동시켰다.
길목에 지뢰가 있을지 모르므로 정찰기도 딸려 보냈다.
하지만,
-퍼엉!
-으악!
또다시 신도가 죽어 버렸다.
고속전차들이 추가로 달려와서 위아래 양방향으로 덮친 것이다.
거신병기들과 싸우지는 않고, 신도만 쏙 빼먹듯이 사살해 버리고는 썰물처럼 빠졌다.
3번째 커트!
“와아!”
“아, 너무 안 좋은데.”
“카이저의 페이스에 말려들었어.”
“나 저렇게 계속 카이저에게 털리다가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GG 친 경기 많이 봤어…….”
그러는 동안 이신은 이미 2번째 확장 기지를 잘 구축하고 있었다.
신족이 인류보다 확장이 늦다.
이건 신족이 아주 불리해졌다는 뜻이었다.
맥 존스는 속이 끓어오르는 것을 꾹 참았다.
‘침착해야지. 천천히 따라잡자.’
일단은 병력들을 전진 배치해서 고속전차가 침투해올 수 있는 경로를 원천봉쇄했다.
그러면서 신도를 다시 9시로 보냈다.
하지만 맥 존스는 몰랐다.
방금 전에 3번째로 커트 당했을 때, 고속전차들이 모두 도망친 게 아니라는 사실을.
9시의 으슥한 구석에 몰래 숨겨놨던 고속전차 1기가 다시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9시에 나타난 신도를 그대로 덮쳤다.
-펑!
한 대.
-퍼엉!
-으악!
두 대.
4번째 커트.
“……?!?!”
맥 존스의 멘탈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더 이상 감탄사가 나오지 않았다.
밴쿠버SCC 측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이신의 고속전차 견제에 심하게 확장을 방해받은 맥 존스의 정신적인 충격이 얼마나 클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잘 참고 어떻게든 견뎌야 하는데.”
“9시 확장하고 섬도 가져가면 해볼 만해져.”
“스텔스 전투기 때문에 지금 섬은 가져갈 엄두를 못 내고 있잖아.”
“또, 또 간다!”
한 무리의 고속전차가 맵을 시계 방향으로 크게 돌며 맥 존스의 진영으로 접근했다.
그러나 9시로 향하는 길목은 이미 당할 대로 당한 맥 존스가 거신병기들을 세워놓아 지키고 있었다.
고속전차들은 그냥 물러서지 않고, 지뢰를 매설하고 치고 빠지며 거신병기들을 자극했다.
맥 존스는 거신병기들을 침착하게 컨트롤했다.
매설한 지뢰를 즉시 일점사해 제거하고 고속전차를 하나둘 격파했다. 기본적으로 정면 대결로는 고속전차가 거신병기를 이기지 못한다.
하지만 자꾸만 치고 빠치며 싸움을 거는 이유는 간단했다.
맥 존스의 이목을 돌려놓기 위함이었다.
그러고 있는 틈에, 항공수송선 1척이 유유히 날아와 맥 존스의 본진에 침투한 것이다.
항공수송선에서 고속전차 4기가 내렸다!
“와!”
“또!”
“카이저가 발동 걸렸어!”
고속전차 4기는 가파른 스피드로 달려와 본진에서 자원 채집을 하던 신도들을 테러했다.
신도들은 줄줄이 대피.
고속전차들은 지뢰를 여기저기 매설하며 본진을 휘젓고 다녔다.
그나마 맥 존스는 신속하게 병력을 동원해 테러를 진압했다.
하지만 또 다른 고속전차들이 다른 경로로 파고들어, 9시로 향하고 있었다.
그 길목을 막고 있는 신족의 병력이 있었지만, 무시하고 강행 돌파했다.
4기 중에 2기가 격파 당했지만, 나머지 2기는 간당간당한 체력을 유지한 채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그 2기는 9시로 쏜살같이 향했다.
‘안 돼!’
맥 존스는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신도가 2번째 확장 기지를 짓기 위해 9시에 거의 다다른 때였다.
이번에도 커트 당하면 5번째!
이러면 정말 아무것도 못 해보고 지게 된다. 확장을 방해받아서 졌다는, 머저리 같은 패배를 당한다.
고속전차 2기가 신도에게 거의 다다랐다.
-파앗!
-퍼엉!
-으악!
세 가지 효과음이 거의 일시에 울려 퍼졌다.
신도는 고속전차들에게 공격받아 죽었다.
하지만 가까스로 그 전에 9시 지역에 대신전을 소환하는 데 성공했다.
신족은 건물을 소환하는 방식으로 짓기 때문에 이대로 놔둬도 건물이 저절로 완성된다.
“아!”
“저건……!”
그런데 다들 안타까워한다.
왜냐하면 너무 다급했던 나머지 대신전 위치가 어긋났기 때문이다.
자원과 최대한 가까이 지어야 자원 수급이 원활해지는데, 실수로 한 칸 더 멀리 지은 것.
그 사실을 알아챈 맥 존스는 살아도 산 얼굴이 아니었다.
멘탈이 완전히 붕괴된 듯 넋이 나가 있었다.
게임을 지켜보는 이번 대결의 주선자 존 패트릭 코치도 당황했다.
‘이, 이게 아닌데.’
맥 존스가 충격 받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다.
그 충격이란 게, 플레이하는 시간이 지옥 같게 느껴지는 멘탈 붕괴를 뜻하는 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