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12
311화 플레이오프(2)
“SC스타즈가 널?”
-응, 그 사람들 형이랑 결승전 할 때도 경기장에 직관하러 왔었잖아.
“그랬지.”
-그때 내 경기력 보고 감탄했대나 어쨌대나. 3-1로 쳐발렸는데 무슨…….
“그래서?”
-그래서는. 내 연봉도 JKT에 줄 이적료도 엄청나게 불렀어. 그 연봉 얘기 듣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그 인간들 미쳤나봐. 내미는 돈다발 규모가 완전 자비가 없어.
SC스타즈가 자신을 노린다는 것은 아주 잘 알고 있는 이신이었다.
그런데 박영호까지 노리다니.
이신과 박영호를 모두 품겠다는 엄청난 스케일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세계 최강팀을 노리고 있군.’
그저 이신의 세계적인 인지도 덕을 보겠다는 알량한 상술로 끝나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신의 인지도로 세계적인 위상을 얻음은 물론이고, 박영호까지 영입하여서 그 위상에 걸맞은 팀 전력까지 손에 넣겠다는 엄청난 의도였다.
-형, 나 어떡하지?
“뭘 어떡해?”
-나 말이지, 이제 집안 사정도 다 해결됐고 이대로 쭉 선수 생활 꾸준히 하면 은퇴하고서 평생 먹고 사는 데 지장 없을 정도는 벌 수 있겠다 싶었어.
은퇴 후에 평생 먹고 사는 데 지장 없을 정도라니.
물론 그것도 대단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박영호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실력과 커리어를 가진 초일류 선수였다.
그런 선수의 말치고는 참 소박한 것이었다.
아직 미국·중국·유럽 같은 빅 리그에 비하면 턱없이 규모가 작은 한국 e스포츠 시장의 현실이기도 했다.
-근데 그쪽에서 제시한 연봉을 받을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져. 그땐 먹고 사는 정도가 아니라 평생 떵떵거리며 살 수 있어.
“그렇겠지.”
-물론 해외 진출했다가 실패한 사례는 많이 봤고, 팀에도 미안해서 망설여지고 있기는 한데…….
이신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가고 싶으면 가.”
-진짜?
“프로가 돈 보고 가야지.”
-형은 해외 진출 안 했잖아. 형이 계속 남아야 우리나라 e스포츠가 발전하니까 그런 의무감에…….
“난 그냥 귀찮아서 안 갔어.”
-에이, 말이야 그래도 형은 정말 위대한…….
“개소리 하지 말고. 나 하나 없다고 발전 못하면 그냥 망하라 그래.”
-…….
“너도 마찬가지야. JKT가 너 하나 없다고 망할 팀이면 그냥 망하라 그래.”
박영호는 침묵했다.
이신이 계속 말했다.
“가는 쪽도 안 가는 쪽도 다 장단점이 있어. 돈은 SC스타즈가 더 많이 박겠지만, 우리나라도 시장이나 선수 수입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응, 그건 그래.
“그러니까 네 선택에 달렸어. 어느 쪽을 선택하든 손해날 건 없고, 도의적으로 잘못된 것도 없는 거야.”
-알았어, 고마워.
“그럼 끊는다.”
-아니, 잠깐만.
“또 왜?”
-형은?
“나 뭐?”
-형은 SC스타즈로 안 갈 거야?
“몰라. 팀에 도움이 많이 되는 쪽으로 결정할 거야.”
-형도 SC스타즈로 같이 갔으면 좋겠어.
“그건 또 왜?”
-같이 한솥밥 먹으면 좋잖아. 말도 안 통하는 곳에 혼자 가봐야 외로울 텐데. 만약 형이 그 팀 간다면 나도 가려고. 아니면 나도 안 갈래.
이신은 이게 또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네 선택을 왜 나한테 떠넘겨?”
-몰라, 아무튼 끊을게.
그러고서 박영호는 또다시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었다.
그리고 잠시 후, 문자 한 통이 왔다.
[그런데 그쪽에서는 형도 올 거라고 100% 확신하는 눈치더라.]박영호로부터 들은 깜짝 소식 때문에 이신은 많은 생각이 들었다.
SC스타즈.
이 팀의 지대한 관심을 받게 되고서 여러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SC스타즈의 스폰서는 바로 장린투자그룹.
장양의 아버지 장린 회장이 경영하는 투자회사였다.
정재계에 모두 힘이 넘치는 스폰서가 뒤에 있으니, SC스타즈는 최상의 조건 속에서 강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중국에 온다면 당신은 정말로 신이 될 거요. 훨씬 더 큰 시장에서 훨씬 더 많은 군중의 열광을 받으며 훨씬 더 좋은 여건 속에서. 그걸 굳이 피해야 할 이유가 있소?”
장린 회장의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어쩌면 이번 일에 장린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이신은 어디로 진출을 하든지 올도어SCC에 최대한 이득이 되는 쪽을 택하고 싶었다.
팀에 대한 의리.
무엇보다도 물심양면으로 애써준 지수민 부사장에 대한 보답의 측면이 컸다.
만약 장린 회장이 나선 일이라면, 분명히 그것이 가능할 터였다.
‘날 노리는 팀이 한두 개가 아닌데도 100% 확신하고 있다면, 장린 회장이 손을 썼다고 봐도 이상한 일이 아니지.’
손을 쓴다고 해봤자 장린 회장으로서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니까.
하지만 박영호까지 영입하려 하는 건 정말 의외였다.
박영호와 중국에서 한솥밥을 먹는다?
시끄럽고 유쾌한 박영호를 떠올리자 이신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건 그것대로 흥미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3R 플레이오프 1차전, 올도어SCC 대 MBS.
예고와 달리 이신의 원맨쇼는 펼쳐지지 않았다.
이미 상의했던 대로 최환열은 이신 대신, 최근에 가장 큰 성장을 한 선수를 선봉에 내세웠다.
바로 존이었다.
1세트 상대는 MBS 주전 라인업의 한 축을 이루는 신족 플레이어 정다울.
존과 정다울은 구면이었다.
신족에 약한 인류 대 인류에 약한 신족이라는 희한한 대결 양상이었지만, 그때의 승자는 존이었다.
하지만 정다울의 표정은 도리어 여유가 있어 보였다.
사실 이신과의 일전을 각오하고 나왔는데 막상 상대가 존이니 안심한 것이었다.
존은 신족에 약하다고 정평이 나 있었으니 말이다.
‘예전의 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복수를 해주마.’
정다울은 굳은 각오와 함께 게임에 임했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고 보니, 존도 예전의 존이 아니었다.
자신감이 넘쳤다.
과감하게 1기갑 1항공 빌드를 펼쳐 고속전차와 항공수송선을 일찍 생산했다.
그리고는 항공수송선에 고속전차를 태워 견제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맵 전역에 부지런히 지뢰를 깔고, 날카롭게 침입해 신도 테러를 했다.
그 같은 테러가 계속되면서, 적지만 피해가 야금야금 누적됐다.
-존 선수 정말 날카롭습니다. 오늘 고속전차가 아주 살아있어요!
-예, 이신 선수를 연상케 하는 활발한 고속전차 플레이입니다.
-정다울 선수도 대응이 꽤 침착한데요.
-그렇습니다! 신도 테러를 당한 피해가 누적되고 있지만, 보다 부유한 체제로 가고 있기 때문에 사실 상황은 비슷하거든요. 그걸 알기 때문에 허둥대지 않고 침착한 겁니다.
고속전차 견제에 대한 대응은 예전에 이신과 같은 팀에 있으면서 충분히 단련된 정다울이었다.
때문에 존의 화려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굳건했고, 오히려 점점 침투해올 빈틈을 없애나갔다.
그런데 다음 순간, 존은 기동포탑을 견제에 쓰기 시작했다.
기동포탑의 긴 사거리를 이용하여서 사과를 돌려 깎듯이 시계방향으로 넘나들며 정다울의 진영을 두들겼다.
진압하기 위해 신족 병력이 달려오면 같이 동반한 고속전차가 지뢰를 깔아 저지하고는 다시 항공수송선에 태워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 같은 교묘한 견제를 계속 하면서 야금야금 데미지를 쌓았다.
그러자 정다울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어느새 불리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결국 정다울은 참지 못하고 먼저 총공세를 펼쳤다.
이를 기다리고 있었던 존.
완벽한 인류의 디펜스 라인이 물 밀 듯이 밀려오는 신족의 병력을 말끔하게 녹여버렸다.
정다울은 GG를 선언했다.
-와, 이게 정말 존 선수인가요? 말도 못하게 굉장한 견제 플레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저도 꽤 오랫동안 중계를 했습니다만, 2년 전에 봤던 이신 선수의 플레이와 아주 똑같았습니다!
경기장이 뜨거운 환호성으로 찼다.
처음에는 선봉에 이신이 안 나오자 실망한 기색이었지만, 존의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플레이에 다시 흥이 오른 것이다.
이어지는 2세트 상대는 ‘수면제’ 김영표였다.
지루한 인류 대 인류전을 예상하고서 관객들은 사색이 되었다.
하지만,
-빠릅니다!
-센터 2기갑 고속전차 올인 플레이! 완벽하게 먹혀들었죠!
이는 일종의 도박성 올인 플레이였다.
인구수 9 때 병영과 광산을 짓고, 광산이 완성될 즈음에 맵 중앙으로 건설로봇을 보낸다.
병영이 완성되면 또 건설로봇을 맵 중앙에 더 보낸다.
그 건설로봇 2기로 맵 중앙에 기갑정거장을 짓는다.
그러면 비정상적으로 빠른 타이밍에 고속전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그때쯤 상대는 아직 기갑정거장도 채 완성하지 못했다.
그 같은 전략으로 존은 김영표를 고속전차로 털어버리기 시작했다.
사전에 눈치 채지 못한 이상,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는 승부였다.
-김영표 선수 GG!
-존 선수의 완벽한 변신! 약하다고 평가됐던 신족전과 인류전을 모두 이기고 2킬을 올립니다!
무려 이신을 이기려고 준비했던 MBS의 선봉과 차봉을 연파한 존.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존은 그 뒤로도 신족과 인류를 연달아 이기며 4킬을 했다.
오늘 존은 완전히 사고를 친 셈이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MBS에서 출전시킨 선수는 바로 최찬영이었다.
존이 가장 잘 하는 괴물전이었다.
“올킬! 올킬! 올킬!”
관객들이 올킬을 연호했다.
이신의 올킬 축제여야 했던 경기가 존의 독무대가 된 상황.
사실 올도어SCC 벤치에서 지켜보는 이신과 최환열도 놀란 상황이었다.
“4킬까지 갈 줄은 몰랐는데.”
“그러게, 쟤 저러다 올킬 하겠다.”
중계진도 흥분했다.
-존 선수가 오늘 신족과 인류만 상대하면서 4킬을 달성했습니다!
-어찌 보면 이신 선수의 스타일을 직접 물려받은 유일한 후계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차이 선수도 주디 선수도 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잖습니까? 장양 선수는 아예 종족도 다르고요. 이신 선수와 흡사한 견제 위주의 스타일을 구사하는 제자는 존 선수가 유일해요!
-사실 이신의 진짜 후계자는 존 선수였다 하는 뭐 그런 스토리가 되나요?
-하하하.
스코어 4-0.
MBS로서는 한숨이 나올 만한 상황이었다.
이신도 아니고 존에게 4킬.
홀로 남은 최찬영은 존 이외에도 이신, 차이, 장양, 사나다 료, 유진영, 주디 등이 모두 대기 중인 적을 감당해야 했다.
***
그날 경기는 5-1로 종료되었다.
존은 어이없게도 올킬을 코앞에 두고 최찬영의 깜짝 4일벌레 러시에 당해 허망하게 패했다.
하지만 4킬도 충분히 대활약.
존은 웃으며 돌아올 수 있었고, 경기는 팬들의 성원 때문에 차봉으로 나선 이신에 의해 마무리되었다.
이신은 공중전의 왕자인 로켓 프리깃으로 기가 막힌 터닝 샷 컨트롤을 펼쳐 최찬영의 쐐기충 부대를 녹여버렸다.
자폭하려고 날아드는 폭탄충 떼도 계단식으로 배치된 로켓 프리깃들의 순차적인 터닝 샷으로 모조리 녹여버려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경기 종료 후, 오늘의 MVP로 선정된 존이 인터뷰를 가졌다.
-선봉으로 출전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원래 선봉은 이신 선수가 선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특훈의 성과를 증명하기 위해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아, 그랬군요. 특훈이라니, 정말로 그 성과를 잘 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경기를 많이 보고 싶으셨을 텐데, 제가 너무 잘해서 죄송합니다.”
존의 농담 섞인 말에 이병철 캐스터도 농담으로 응수했다.
-어휴, 별말씀을요. 원래 살다보면 실망도 하고 그러는 거죠.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날, 존은 e스포츠 관련 커뮤니티에 끊임없이 오르내렸다.
이신을 쏙 빼닮은 스타일리시한 플레이가 팬들에게 인상 깊게 각인된 것이다.
그로 인해 이신의 진짜 후계자라는 이미지까지 생겼으니, 존에게도 올도어SCC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한편, 그날의 경기는 SC스타즈의 왕춘 감독도 관람했고, 박영호 역시 팀의 선배 오성준과 함께 경기장에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