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13
312화 플레이오프(3)
3R 플레이오프 2차전 역시 빅 매치였다.
쌍성전자 대 JKT.
작년에 마지막까지 프로리그 우승을 다퉜던 두 라이벌 팀의 대결!
박영호는 선봉으로 나서서 쌍성전자의 선봉 박화성을 무참히 박살냈다.
하지만 그 선봉은 일단 간을 보기 위한 버린 패.
쌍성전자는 차봉으로 박영호의 맞춤 카드인 신지호를 투입했다.
인류와 괴물의 상성.
그리고 인류의 장점을 가장 잘 발휘하여 그 상성을 극대화할 줄 아는 것이 신지호였다.
작년 중순, JKT에 대항할 카드로 영입한 신지호는 이번에도 연봉 값을 톡톡히 했다.
본진과 앞마당이 송두리째 날아갔음에도, 확장 기지에 새로운 본진을 틀고 주저앉아 버텼다.
심시티로 바리케이드를 겹겹이 두르고 필사적으로 버티는 신지호는 무시무시했다.
엄청난 속도로 흑안개를 펼치며 몰아치는 박영호의 군세였지만, 뚫고 또 뚫어도 신지호는 아슬아슬하게 버텼다.
그렇게 장장 1시간.
결국 맵의 자원이 전부 고갈되어 더 이상 병력 생산을 할 수 없게 되자, 박영호는 그만 웃고 말았다.
맵의 8할 가량을 잠식한 박영호의 어마어마한 기세.
그런데 밀리고 밀린 끝에 한쪽 구석에 틀어박힌 신지호가 이기게 되었으니 어찌 우습지 않겠는가?
분통을 터뜨리며 화낼 법도 했지만, 박영호는 대신 웃는 것으로 자신의 패배를 받아들였다.
격찬이 쏟아졌다.
이신이 변칙과 기교에 능하다면, 두 사람은 인류의 정석과 괴물의 정석을 극한까지 보여준 명경기였다.
특히나 극악이라 불릴 만한 인류의 중후반 방어선을 몇 번이고 돌파한 박영호의 괴력은 경이로웠다.
-정말 박영호 선수의 경기력은 최고였거든요? 근데 그걸 끈질기게 버텨낸 신지호 선수도 대단합니다!
-예, 저는 정말 방금 박영호 선수가 진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완벽했는데요! 정말 종족 상성밖에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정말 설명할 길이 없습니까?”
옆에서 누군가가 물었다.
이신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마지막 순간에 방심해서 여유를 부렸습니다.”
이신은 박영호에게 받은 티켓으로 경기를 관람하러 온 상태였다. 그러다가 옆자리의 남자는 우연히 만났고 말이다.
“여유?”
“신지호의 본진이 파괴당했을 때, 더 몰아붙이지 않고 시간을 줬습니다.”
박영호는 일단 승기를 잡자 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병력을 수습하고 재생산하며 시간을 내줬다.
신지호에게는 더 이상 여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
하지만 신지호는 분산된 병력을 수습하고 건물을 띄워 옮기는 대 이주를 완료했다. 신지호의 버티기를 너무 얕봤다고 할 수 있었다.
“역시 저와 같은 생각을 했군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남자는 바로 SC스타즈의 왕춘 감독이었다.
VIP좌석이 한정되어 있는 탓인지,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서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에 앉게 되었다.
그냥 알은체만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왕춘 감독은 놀라우리만치 적극적이었다.
이신의 옆자리 사람에게 양해를 구해 서로 자리를 바꿔서 곁에 온 것!
그리고는 이렇듯 경기를 관전하며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모양새가 되었다.
주변에서는 이신이 왕춘 감독과 능숙한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자 놀란 눈으로 쳐다보곤 했다.
“박영호 카드가 벌써 깨졌으니 JKT가 고민이 많겠군요. 진철환을 낼 수도 없을 테고.”
진철환도 알고 있는 걸 보니 왕춘 감독은 한국 e스포츠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듯했다.
인류의 정점인 신지호를 상대로 괴물을 내는 것은 무모한 도박이었다. 이미 최고의 괴물인 박영호도 지지 않았는가.
“오성준.”
이신이 가만히 한 마디 했다.
“오성준을? 그는 올드 플레이어인 데다가 괴물입니다.”
“보시면 압니다.”
잠시 후, JKT 측에서 차봉이 나왔다.
-JKT의 차봉은, 예! 오성준 선수입니다!
“와아아아아!”
“오성준 파이팅!”
JKT 팬들이 소리쳐 응원했다.
한때 한국을 휩쓸었던 레전드 오성준은 세월이 지난 아직도 팬층이 두터웠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왕춘 감독은 놀라서 물었다. 이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변칙과 올인에 능한 오성준이 그나마 신지호를 꺾을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진철환은 최영준에 대비해서 아껴두어야 하는 카드고요.”
“음, 그래도 레전드니까 믿을 만한 구석이 있다는 것입니까?”
“JKT 라인업의 특징입니다. 곤란한 순간에 여러 번 오성준이 나섰죠.”
2세트가 시작되었다.
올인 플레이를 즐겨 하는 오성준이 상대인 만큼, 신지호는 더 신중하게 정찰을 했다.
오성준은 그런 신지호의 정찰을 계속 꼼꼼하게 커트하며 체제 보안을 유지했다.
“저건 촉수충을 먼저 뽑는 빌드 오더군요.”
일명 선 촉수충 빌드.
쐐기충으로 먼저 상대를 견제해주는 일반적인 빌드 오더와 달리, 촉수충을 먼저 생산하여서 인류를 강하게 압박하는 체제였다.
오성준의 전성기 시절에는 많이 쓰였지만, 이제는 사장된 전략이기도 했다.
“저건 이제 쓰이지 않는 빌드 오더인데요.”
“그럴수록 더 허를 찌르기 쉽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역시나 오성준은 심리전을 걸고서 허를 찔러 일격에 승리할 생각이었다.
이신이 계속 말했다.
“중요한 건 신지호가 쐐기충인 줄 알고 대공 방어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선 촉수충 빌드가 사장된 이유는 간단했다.
상대가 쐐기충을 안 쓰니, 쐐기충에 대비해 대공 방어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남는 여유 자원을 테크 트리나 확장에 쓸 수 있으므로 괴물보다 더 부유해진다.
이는 오성준의 전성기가 저물고 최환열이라는 인류 레전드가 떠오른 왕권 교체와도 연관이 깊었다.
촉수충은 땅속에 숨어 촉수를 뻗어서 지상군을 공격한다.
본래 게임 디자인대로라면 촉수충은 보병의 천적이어야 했다.
하지만 최환열은 보병 컨트롤의 귀재였다.
촉수를 피해 보병들을 삽시간에 좌우로 펼쳐 반포위 및 사살해버린다.
최환열이 그러한 보병 컨트롤을 보급했고, 결국은 촉수충만으로는 인류 병영 체제를 막아낼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쐐기충.
쐐기충 부대를 하나로 뭉쳐서 컨트롤하는 스킬이 보급되면서, 이것이 괴물의 정석이 되었다.
오성준은 거기서 다시 역발상을 한 것이다.
“괜찮은 시도군.”
이신이 나직이 평했다.
“그렇습니까? 위험도가 너무 높은 시도 같은데요.”
“신지호는 방어 위주의 안전한 플레이를 좋아합니다. 때문에 속이기가 더 쉽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오성준에게 속아 넘어간 신지호는 본진과 앞마당 곳곳에 대공포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쐐기충에 대비한 철저한 대공 방어 태세였다.
쓸데없이 방어에 돈을 쓴 것도 피해.
그런데 더 큰 피해는 그 뒤에 나타났다.
오성준이 다수의 쐐기충과 바퀴 떼를 몰고 과감하게 신지호의 앞마당을 들이친 것.
바퀴 떼가 달려가 총알받이가 되었고, 뒤따라온 촉수충들이 땅속에 숨어 들어갔다. 이윽고,
-촤아아악! 촤아악!
-으아악!
-으악!
꽃이 피듯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촉수에 의해 보병들이 유혈을 흘리며 죽어나갔다.
신지호의 얼굴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일단 침착하게 앞마당 통제사령부 건물을 들어올리고, 모든 유닛을 본진 안으로 대피시켰다.
그리고 본진 언덕에 기동포탑을 배치해 앞마당을 점령한 괴물들에게 포격을 가했다.
기동포탑의 숫자가 어느 정도 모이고, 전술위성이 생산된 뒤에야 간신히 앞마당을 수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앞마당 확장 기지에서 자원을 채집하지 못한 자원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사이, 확장 기지를 가져가고 테크 트리를 올린 오성준은 이미 맵을 절반 이상 장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엄청난 물량 공세를 쏟아내며 신지호의 진영을 끊임없이 두들겼다.
사력을 다해 막아내는 신지호의 디펜스는 명불허전.
하지만 갈수록 처절해졌다.
그 와중에 몰래 확장 기지를 가져갈 생각까지 하는 신지호의 집념은 대단했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결국,
-신지호 선수, GG!
-오성준 선수가 신지호 선수를 강판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오성준 선수는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 거예요!
-그렇습니다! 신지호와 최영준이라는 쌍두마차가 가장 두려웠을 텐데, 박영호 선수도 없는 마당에 오성준 선수가 그중 하나를 치워냈으니 JKT가 다시 희망의 불씨를 살렸습니다!
스코어 2-1로 JKT가 다시 리드하기 시작했다.
오성준은 그 뒤에 출전한 쌍성전자의 중견까지 잡아내면서 2킬을 달성했다.
하지만 그날 경기는 3-5로 끝났다.
쌍성전자의 승리.
부장으로 출전한 최영준이 오성준을 비롯하여 JKT의 남은 4인을 전부 해치워버린 것이었다.
프로리그의 왕자답게, 광기신족 최영준은 4킬이라는 엄청난 활약으로 쌍성전자의 승리를 이끌었다.
“재미있는 경기였군요. 끝까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신족의 천적인 괴물이 잔뜩 포진한 JKT.
그런 JKT를 상대로 홀로 4킬을 올려 팀을 위기에서 구원한 최영준.
박력 넘치는 물량 공세는 그야말로 예술의 경기.
끝없이 몰려와 깡패처럼 상대 진영을 두들기는 광신도들의 폭력에 모두가 열광했다.
“좀 더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군요. 이적 시즌이 오기 전에 둘이 따로 만나는 모습을 보이면 좋지 않으니까요.”
왕춘 감독이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신은 쓴웃음을 지었다.
짐짓 아쉬워하고 영입을 하고 싶어서 애가 탄다는 태도.
하지만 저런 간절한 태도와 달리, 이미 SC스타즈는 이신 영입을 100% 확신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e스포츠에도 관심이 많고 직접 직관까지 온 것을 보면 열정은 확실한 것 같군.’
이신이 본 왕춘 감독은 게임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게임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기를 즐거워하는 인상을 받았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그럼 다음에 또 뵙지요.”
왕춘 감독은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먼저 자리를 떴다.
하지만 그날 경기장의 대형화면에는 이미 나란히 관람을 하고 있는 이신과 왕춘 감독의 모습이 나왔고, 이는 인터넷뉴스 e스포츠 부문에도 소개되었다.
그것은 네티즌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왕 감독이 또;;;
-왕 감독의 이신 스토킹ㅋㅋㅋㅋㅋ
-왕춘 감독 “난 사실 이신교 광신도” 파문 ―
-ㅎㄷㄷ정말 작심하고 이신한테 매달린다.
-이러다 정말 중국 갈 듯.
-무조건 SC스타즈 간다. 그 팀 스폰서가 장양 아빠다 바보들아ㅉㅉ
-그리고 장양 아빠는 이신한테 집 한 채를 선물로 준 적 있지ㄷㄷㄷ
-왕 감독 집념 쩐다ㅋㅋ 오지게 이신 스토킹 중ㅋㅋㅋ
네티즌은 왕춘 감독이 이신을 스토킹 한다며 농담을 했다.
사실 왕춘 감독은 또 다른 영입 대상인 박영호의 경기력을 확인하러 왔을 뿐이지만 말이다.
겸사겸사 다른 한국 선수들의 경기도 보고 싶었던 모양인데, 현장에서 직접 보기를 즐기는 타입 같았다.
그렇듯 적극적으로 이신의 마음을 사려는 왕춘 감독의 행보에 해외의 다른 팀들도 긴장감을 느꼈는지, 더욱 줄기차게 올도어SCC에 연락을 해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신은 연습실에 돌아와 쌍성전자와의 플레이오프 결승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