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14
313화 이적(1)
[SC코퍼레이션, 오늘 밤 신규 업데이트 실행] [SC의 업데이트의 골자는?] [새 업데이트, 이제 빌드 오더 유출 안 된다]3R 플레이오프 결승전을 앞두고서 업데이트가 이루어졌다.
아직 스페이스 크래프트의 리마스터는 개발 중이었지만, 인터페이스는 계속 주기적으로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이번 업데이트는 상당히 중요했다.
바로 리플레이 저장 방식을 손본 것.
핵심은 리플레이를 재생해도 상대의 시점은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
오직 자신의 시점만 저장되기 때문에, 리플레이를 보더라도 상대가 어떤 빌드 오더로 전략을 펼쳤는지는 알 수 없다.
오직 정찰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통해 유추해야 할 뿐이었다.
각국 e스포츠 협회도 환영하는 눈치였고, 일반 게이머들도 대체로 이를 반겼다.
그동안 이 리플레이 방식 때문에 색다른 빌드 오더나 전략의 개발이 정체되어 왔다.
아무리 색다른 전략을 개발해도, 리플레이를 통해 상대도 낱낱이 그 전략을 배우고 따라할 수 있기 때문에 삽시간에 유출되곤 했다.
그렇게 되니 결국은 다들 비슷한 빌드 오더와 전략만 사용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리플레이가 저장돼도 상대방의 시점은 볼 수 없으므로, 구체적인 빌드 오더의 과정은 알 수 없다.
이것이 암시하는 바는 간단했다.
“전략 팀의 중요성이 아주 커졌네.”
최환열이 업데이트 내용을 확인하며 말했다.
“상대가 사용한 전략을 연구하고 대응 전략을 짜는 전략연구팀이 프로 팀의 필수가 되었어. 휴, 우리 일거리가 늘었네.”
올도어SCC의 전략 팀장 박진수가 거들었다.
“미리 전략 팀을 만들어놓길 잘했군.”
이신의 중얼거림에 최환열과 박진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씩 했다.
“그러게, 정말 잘했다.”
“진작 전략 팀을 도입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부랴부랴 전략연구 팀 만든다고 허둥대고 있었겠지.”
리플레이로 볼 수 없으니, 이제 상대가 어떤 전략을 어떻게 썼는지 알려면 전략 팀이 분석을 해야 했다.
그런데 전략 팀이 없는 다른 프로 팀들은 그걸 못 한다!
전문 연구 인력 없이 코치진이나 선수들이 알아서 해야 하는데, 그런 주먹구구 방식으로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결국 뒤처지게 되고 약체가 되고 만다.
“이제 얼마나 많은 전략을 알고 있느냐가 강팀의 기준 중 하나가 되겠군.”
최환열의 말에 박진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팀의 전략연구원이나 선수를 빼내서 빌드 오더를 알아내는 수법도 생기겠지.”
그런데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이신이 문득 피식 웃었다.
“왜 웃어?”
박진수가 물었다.
이신은 웃으며 말했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뭐가?”
“이렇게 되면 각 팀마다 자기들만의 전략이 생길 거 아냐. 그건 즉 팀마다 플레이 스타일도 달라진다는 뜻이지.”
“듣고 보니 그렇겠네?”
“와, 그럼 프로 지망생 애들도 플레이 스타일을 보고 자기가 원하는 팀을 고를 수 있는 것 아냐? 이거 정말로 재미있겠는데?”
최환열이 감탄했다.
이제 전략이 리플레이를 통해 외부로 전파되지 않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팀마다의 개성이 뚜렷해질 터.
“공식 경기에서 일부로 정찰을 더 집중적으로 해서 상대의 전략에 대해 알아내려는 시도도 생기겠지.”
이신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한 팀이 엄청난 승률을 자랑하는 엄청난 전략을 개발했다고 쳐보자.
다른 팀들은 어떻게든 그 전략을 알아내고 흉내 내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략을 구현하는 구체적인 빌드 오더를 알지 못하면 흉내 내도 위력이 반감된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몇 초 차이가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
“그럼 경기를 중계하는 옵서버를 통해 빌드 오더가 노출되는 것도 문제 삼는 팀이 생기겠는데?”
박진수의 지적에 최환열은 기가 찬다는 표정이 되었다.
“정말 그렇겠네. 그렇다고 중계를 안 할 수도 없고, 되게 난감하겠네.”
이에 박진수가 말했다.
“결국 빌드 오더는 리플레이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유출은 된다는 소리지. 앞으로도 서로 더 빨리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될 거야.”
이신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박진수.”
“응?”
“일단 당장 알고 있는 모든 빌드 오더를 다 정리하는 작업부터 해.”
“아, 그래. 그래야지.”
“나도 팀을 떠나기 전에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전략전술패턴을 리플레이로 남겨줄 테니까.”
긴 세월 세계 최강자로 있었던 이신.
그런 이신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빌드 오더나 세부적인 전략·전술은 매우 방대했다.
거기에 심시티부터 컨트롤 노하우까지…….
이신은 떠나기 전에 올도어SCC에 값진 보물을 남겨주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박진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신아, 그 리플레이 파일은 나한테 줘. 절대 다른 선수들에게는 주지 말고.”
“아, 하기야 이제는 리플레이 파일의 관리도 신경을 써야겠군.”
이제는 핵심 전략이 담긴 리플레이 파일이 선수들을 통해 외부에 유출되기라도 하면 큰 문제였다.
“뭐, 이런 얘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은 경기 준비나 하자.”
최환열은 그렇게 이야기를 중단시켰다.
***
3R 플레이오프 결승전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지수민 부사장이 문득 이신을 호출했다.
[지수민 단장 : 오늘 출근하시면 부사장실을 먼저 들러주세요.]평소의 그녀였다면 직접 연습실에 찾아와 미주알고주알 용건을 털어놨을 터.
그런데 이번에는 자신의 부사장실로 이신을 조용히 불렀다.
‘이적 이야기군.’
그날 이신은 출근하자마자 부사장실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경기 준비는 잘되고 계시고요?”
지수민이 활짝 웃으며 환대한다.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마지막 경기,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꼭 이기겠습니다.”
지수민은 뭐가 그리 좋은지 밝은 표정으로 이신을 빤히 바라본다.
“왜 그렇게 쳐다봅니까?”
“좋아서요.”
그녀의 말에 이신은 피식 웃었다.
그녀 역시 웃으며 말했다.
“신 님이 있으셔서 정말 제 인생이 즐거웠어요. 광팬이 되어서 쫓아다니고, 사업도 성공하고. 그래서 감사해요.”
“저도 단장님이 있어서 제 삶이 보다 더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신교의 교주가 되어서 팬들을 관리해주고, 롤스로이스 팬텀과 기사 정상범을 붙여준 것도 그녀였다.
e스포츠 사업으로 이신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기도 했고, 직접 팀을 만들고 이끄는 경험도 하게 해주었다.
프로게이머로서 가장 고마운 은인을 꼽으라면 첫째는 최환열, 둘째가 그녀였다.
“얼마 전에 중국에 다녀왔어요.”
지수민 부사장이 문득 말했다.
이신은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SC스타즈입니까?”
“아시네요?”
눈이 동그래진 지수민.
“아는 사람을 통해 들었습니다. 그쪽에서는 제 영입을 100% 확신하고 있다더군요. 아마 단장님께 따로 빅딜이 제시되지 않았을까 예상했습니다.”
이신은 굳이 박영호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럼 얘기가 더 쉽네요. SC스타즈는 어떠신가요?”
“괜찮은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이나 더 끌리는 나라는 없으시고요?”
“없습니다.”
이신은 미국이나 유럽에 대한 로망 같은 건 없었다.
월드 SC 그랑프리에서 동서양을 안 가리고 다 때려 눕혔던 이신으로서는 어느 나라나 다 거기서 거기라고 여겼다.
오히려 훨씬 시장이 크고 무서운 성장세를 가진 중국이 유망하다고 봤다.
요즘은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도 중국 팀이 더 좋았고 말이다.
“다행이네요. 그럼 저도 사업권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사업권?”
“중국 e스포츠 프로리그의 스트리밍 사업에 대하여 협력 제의가 들어왔어요.”
이신은 눈을 크게 떴다.
“중국의 막대한 e스포츠팬들이 이용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개발에 말이죠. 이쪽 분야에서 우리 올도어의 최근 실적이 아주 좋았기 때문에 협력 제의를 한다고는 하는데…….”
“잘됐군요.”
“그런데 그 제의를 받은 날에 문자 메시지가 오더라고요.”
“……?”
지수민은 의아해하는 이신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문자메시지 한 통을 보여주었다.
[리쟈 : 선물은 잘 받으셨습니까?]‘이거였나.’
리쟈의 이름을 보고 이신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현재 장양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 있는 리쟈는 장양의 가문에 깊은 관여를 하고 있는 거물이었다.
리쟈가 그런 문자를 보냈다면, 올도어가 협력 업체로 선택되도록 장린투자그룹이 힘을 썼다는 뜻.
즉, 대가로 이신을 SC스타즈에 내놓으라는 거래의 의미였다.
장린투자그룹은 SC스타즈 후원뿐만이 아니라, 중국 e스포츠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왔다.
이는 장양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지만, 장린 회장도 나름대로 e스포츠의 가능성을 보지 않았다면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을 터였다.
그런 의미로 이신을 데려오기 위해 제안한 이번 빅딜은 그쪽에서도 절대 손해가 아니었다.
뛰어난 스트리밍 기술력과 VOD 수익 모델을 가진 올도어와 협력하여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위대한 프로게이머 이신을 데려옴으로서 세계 e스포츠의 중심이 중국으로 옮겨가는 상징적인 의미까지 손에 넣는다.
중국이나 올도어나 서로 득을 보는 거래였다.
물론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았다.
“이적료와 연봉은 어떻습니까?”
이신이 물어보았다.
돈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프로로서 이보다 중요한 건 없다. 자신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는 중요시 여기는 이신이었다.
“둘 다 e스포츠 사상 최고액을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럼 됐습니다. SC스타즈로 가겠습니다.”
“알겠어요. SC스타즈랑 일을 추진하겠어요.”
그렇게 이야기가 끝났다.
“그럼 이만.”
이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데 문득, 지수민이 떠나려는 그를 불렀다.
“신 님.”
“예?”
이신이 돌아보았다.
지수민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점점 가까이.
그리고 돌연 그의 품에 안겼다. 강하게 그를 껴안고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이신은 흠칫 놀랐지만, 이윽고 피식 웃었다.
“그동안 너무너무 감사했어요.”
“저도 감사했습니다.”
“아뇨, 제가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모르실 거예요. 신 님은 저의 천사였어요.”
“신입니다. 천사가 아니라.”
이신의 썰렁한 농담에 지수민은 쿡쿡 웃었다.
선수와 팬으로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왔던 두 사람은 그렇게 마지막 작별을 나눴다.
이신의 SC스타즈행이 결정된 순간이었다.
시일이 흘렀다.
프로리그 3라운드 플레이오프 결승전은 올도어SCC의 극적인 승리로 돌아갔다.
이번에도 상승된 기량을 뽐낼 생각이었는지 선봉으로 출격한 존.
하지만 쌍성전자의 선봉은 최영준이었다.
아무리 신족전의 기량이 올랐다지만, 광기신족을 꺾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 후 올도어SCC가 내민 차봉 카드는 놀랍게도 한태화였다.
1.5군과 2군을 넘나드는 깜짝 카드 한태화.
기습적인 필살 전략에 능하나 운영에 아쉬움이 있었던 한태화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태화는 계속 올인을 할 것처럼 최영준을 속이며 운영을 계속했다.
중반까지도 한태화는 계속 최영준을 몰아붙이며 발전된 장기전 역량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최영준이 필사의 각오로 크게 한 판 승부를 벌였고, 맵 센터에서 벌어진 대회전에서 패하였다.
극적인 역전!
최영준은 이후로 특유의 물량을 쏟아내며 판을 뒤집어 버렸다.
한태화는 박수를 받으며 내려왔지만, 명승부의 재물이 된 패배의 고통은 어쩔 수 없었는지 분한 표정이었다.
중견은 주디였다.
주디는 최영준을 상대할 만한 그릇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들 올도어SCC의 인선(人選)에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주디는 놀랍게도 그녀답지 않은 센터 2병영 치즈 러시로 최영준을 때려잡았다.
하지만 곧 쌍성전자의 차봉 신지호에 의해 주디는 제압당했다.
신지호는 쌍성전자의 더블 에이스답게 올도어SCC의 부장 장양까지 격파해 기세를 올렸다.
스코어 4-1의 위기 상황.
게다가 3종족 모두 출전해야 한다는 규정상, 이제 올도어SCC는 무조건 신족 플레이어를 대장에 내야 했다.
대장으로 이신이 나서자 경기장이 쩌렁쩌렁한 함성으로 뒤덮였다.
상대는 아직 넷이나 남은 상황.
신족 외에 다른 종족으로 플레이할 수 없는 제한까지 걸린 이신.
그날, 이신은 4킬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