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21
321화 지명(1)
초반을 미래에 투자했던 이신은 마침내 고급 병력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기사단과 투석기.
휴먼이 낼 수 있는 최강의 지상군 조합!
병영 병력 위주인 나폴레옹이나 헬하운드에 힘을 준 오자서나 그런 이신의 고급 병력에 맞설 힘이 부족했다.
차근차근 진군하며 투석기의 사거리에 맞춰 전선을 구성하는 이신.
나폴레옹과 오자서는 정공법 대신 교란 작전을 어지럽게 펼치며 맞서보았지만, 차근차근 전장을 장악해나가는 이신의 행보를 막을 수 없었다.
‘질 드 레.’
‘예, 주군.’
‘나폴레옹은 그리핀을 소환할 것이다. 지상전 위주인 내 전력의 카운터를 치는 것이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
‘독포자꽃으로 체제를 전환하겠습니다.’
질 드 레는 오른팔답게 즉각 말뜻을 알아들었다.
이미 병영 병력 위주인 나폴레옹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리핀을 소환하여서 석궁병을 그 위에 태우고 다니는 그리핀 위주의 전력이었다.
기사단이나 투석기나 지대공 공격이 불가능한 점을 노리는 수다.
하지만 이신은 이런 나폴레옹의 선택을 훤히 들여다보았다.
‘선택할 길이 그거밖에 없으니까.’
질 드 레는 독포자꽃을 소환해 지대공을 맡았다.
한편, 나폴레옹이 체제 전환을 하는 동안 누구보다도 열심히 움직인 사람은 바로 오자서였다.
오자서는 헬하운드를 계속 쓸 수밖에 없었다.
테크 트리도 올리지 못한 채 헬하운드만 가지고 두 사람을 상대로 어떻게든 시간을 벌었다.
헬하운드의 이동속도를 이용하여서 기습 전법을 펼치는 오자서의 노력은 눈물겨운 것이었다.
적어도 아군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자신의 역할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오자서의 희생으로 체제 전환에 성공한 나폴레옹은 그리핀 편대를 발 빠르게 움직여 파상공세를 펼쳤다.
질 드 레가 독포자꽃을 요소요소에 배치해 꼼꼼한 지대공 방어를 자랑했다면, 나폴레옹은 그 역점을 찾아내 어떻게든 파고들어 피해를 입히는 솜씨를 뽐냈다.
하지만 끝내 승리를 향한 헤게모니를 쥔 쪽은 이신이었다.
이신은 최대 인구수까지 병력이 모이자 대대적인 진군을 개시했다.
나폴레옹은 오자서와 합작을 펼쳐 놀라운 저항을 보였다.
지리적인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두 사람의 기습 전술에 이신은 즐거움을 느꼈다.
하지만 점차 퍼즐이 맞아 떨어져가듯, 이신은 고지를 하나하나 공략해나갔다.
결국,
[악마군주 아가레스의 계약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안드로말리우스의 계약자 오운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의 계약자 이신님과 권속 질 드 레의 승리입니다.] [모의전이므로 마력과 서열의 변동은 없습니다.]“휴, 졌군.”
모의전 종료 후.
나폴레옹은 간만에 진땀을 흘렸다는 듯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이신은 평소답지 않게 겸양의 말을 했다.
나폴레옹이 그런 그를 빤히 보며 물었다.
“정말 운이 좋았나?”
“사실 노렸던 대로였습니다. 오히려 제 예상보다 훨씬 힘들게 이겨서 놀랐습니다.”
그제야 본색을 드러내는 이신의 말에 나폴레옹은 껄껄 웃었다.
“아, 역시 일대일이 아니니 평소와 느낌이 다르더군. 자네의 노림수를 예상하지 못했어.”
팀플레이가 처음인 건 나폴레옹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나폴레옹과 오자서가 함께 질 드 레를 쳤을 때, 이신의 노림수를 예측하지 못했다.
이신은 두 사람이 질 드 레를 가장 먼저 노릴 거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질 드 레가 공격 받는 순간, 자신의 치유 능력으로 도왔다.
그 전투에서 나폴레옹 측은 져버렸고, 사실 거기서 승부는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오히려 그때부터 나폴레옹과 오자서는 자신들의 눈부신 역량을 보여주었다.
설마 그렇게까지 두 사람이 버틸 줄은 미처 몰랐던 이신이었다.
상대가 이신이 아니었더라면 역전도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이거 간만에 지고 나니 기분이 무척 찜찜한데.”
나폴레옹이 짐짓 장난스럽게 투덜거렸다. 이에 이신이 답했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상대해드리겠습니다.”
“자신만만하군. 오운, 그대 생각은 어떤가?”
“얼마든지 환영이오.”
오자서는 기꺼이 승낙했다.
그로부터 2대 2 대결을 몇 번이고 치르며 그들은 친목을 도모했다.
승리와 패배를 반복했다. 나폴레옹도 오자서도 역량을 온전히 다 발휘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신 측의 불리함을 감안하여서 사도들을 소환하지 않은 것.
그렇다 보니 이신 측도 딱히 밀릴 이유가 없어서 승리와 패배를 서로 반복하였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모의전을 치르니, 팀플레이의 특성에 대해서 보다 잘 알게 되었다.
“이거 원하는 전략을 펼칠 수 있도록 타이밍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군. 여럿이다 보니 변수가 너무 많아.”
나폴레옹이 감상을 내놓았다.
오자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싸움이 굉장히 빠르고 일찍 승부가 나게 되더이다. 3대 3이라면 이보다 훨씬 더 심할 터…….”
“결국 우리 세 사람의 호흡이 그만큼 더 중요하다는 뜻이지.”
“우리 셋이라고 하셨소?”
오자서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폴레옹은 씨익 웃었다.
“그렇다네, 우리 셋.”
오자서도 따라 웃고는 그에게 고개 속여 감사를 표했다.
오자서가 나폴레옹의 팀에 합류하기로 한 순간이었다.
“물론 이는 그대들이 다른 자의 지명을 받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지.”
현재까지 축제에 참가한 악마군주는 47명.
고민 중인 몇 명이 더 참가한다 해도, 3의 배수인 48명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되면 최상위 서열의 악마군주 16명이 각기 지명을 시작한다.
지명권을 가진 그 16인 중에 나폴레옹 외에도 이신과 오자서를 노리는 계약자는 있을 수 있었다.
아직 두 사람이 하위 서열에 있어서 별로 주목을 못 받고 있지만, 그들의 최근 상승세를 감안하여서 높이 평가하는 이도 있을지 몰랐다.
“일단 첫 지명권은 이신 그대에게 쓸 걸세. 그리고 그 외에 15인이 차례대로 지명하고서 또다시 내 차례가 온다면, 그때는 오운 그대를 지명하겠네.”
“감사하오. 계획대로 한 편이 되길 기원하겠소.”
소기의 목적을 이룬 오자서는 기쁜 마음으로 돌아갔다.
나폴레옹도 곧 다시 만나기를 고대하며 떠났다.
그로부터 얼마 후…….
[72악마군주의 축제에 참가할 악마군주의 명단이 확정되었습니다.] [총 49인의 악마군주가 참가를 희망했고, 그중 최하위 서열의 악마군주 발라크의 참가가 취소되었습니다.] [총 240만 마력이 배팅되었습니다. 72악마군주 축제의 최종 승자 3인은 각각 80만 마력을 획득하게 됩니다.]안내 음성이 전 마계에 울려 퍼졌다.
“드디어 축제가 시작되네요.”
그레모리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240만 마력이라는 어마어마한 배팅이 걸린 축제!
최종 승자가 되면 80만 마력을 거머쥔다!
“80만 마력을 얻게 되면 총 132만 9천! 그 정도면 서열 28위 정도까지 오를 수 있는 수준이에요. 다들 참가 배팅으로 5만씩 잃었으니 더 높은 서열로 오를 지도 모르고요.”
“28위 정도라……. 생각보다 낮은 서열이군요.”
“무슨 말씀이세요? 28위라고요!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위치인데요.”
“10위권에 가까이 진입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신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그가 노리는 위치는 바로 나폴레옹이 있는 1위 자리였다.
그레모리는 그런 그를 보며 호호 웃었다.
끝이 없는 이신의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불가사의할 정도였다.
* * *
-기분이 좋아 보이는군.
마른 체격을 가진 현자가 말을 건넸다.
수수한 옷차림을 한 맑은 눈빛의 현자.
그러나 그가 앉아 있는 자리는 바로 거대한 악어의 등 위였다.
흉흉한 눈빛을 내뿜으며 야성적인 이빨을 드러내는 거대한 악어는 신화 속의 마물과도 같았다.
그 존재감은 이 현자가 명백히 악마임을, 그것도 악마들의 수좌에 있는 존재임을 알려주었다.
현자는 바로 악마군주 아가레스.
72악마군주의 서열 1위에 있는, 정점의 존재였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부동의 서열 1위였던 악마군주 바알을 물리친 일등공신, 계약자 나폴레옹이 있었다.
“즐거운 일을 하고 왔으니까요.”
-무엇이 그리도 즐거웠던가.
“다른 계약자들과 겨뤄보았습니다. 2대 2였는데 이게 그동안 지겹도록 해왔던 일대일과는 색다른 맛이 있더군요.”
-그레모리와 안드로말리우스의 계약자들 말이냐.
“알고 계시는군요.”
-이런 시기에 네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을 도리가 있겠느냐.
“하하, 그건 그렇습니다.”
-어떻더냐?
“안드로말리우스의 계약자 오운은 꽤 쓸 만한 실력자로, 지명을 할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그레모리의 계약자는?
“그는…….”
나폴레옹은 잠시 고민했다.
이내 입을 열었다.
“언젠가는 결국 그를 도전자로 맞이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 정도였던가?
악마군주 아가레스의 눈빛이 변했다.
“예, 그 정도였습니다.”
정순한 현자의 탈을 쓴 악마의 안광이 묘한 이채를 띤다.
-그렇다면 그레모리를 지명하는 것을 좀 더 재고해봐야 하는 게 아니냐.
“어째서입니까?”
-강력한 적수가 될 소지가 있다면, 그들을 우리가 키워주는 것이 손해로 작용하지 않느냐.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그의 실력이 너무나 좋습니다. 일단은 축제에서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도 그렇다만…….
“게다가 차후에 경쟁자가 될 상대를 미리부터 견제하는 것은 불명예스러운 일입니다.”
-불명예라.
아가레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딱히 내가 신경 쓰는 가치는 아니다만,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따르도록 하지. 다만 조건이 있다.
“말씀하십시오.”
-그 누가 상대든 절대로 지지 말 것.
나폴레옹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제가 실망시켜드렸던 적이 있던가요?”
-없지. 없고말고.
그리고 잠시 후,
[72악마군주의 축제를 시작합니다.] [먼저 서열 1위 악마군주 아가레스님의 지명이 있겠습니다. 아가레스님, 같은 편을 한 명 지명해주십시오.]아가레스는 나폴레옹을 빤히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레모리를 지명한다.”
[서열 1위 악마군주 아가레스님께서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을 지명하셨습니다.] [악마군주 아가레스님과 그레모리님이 한 편이 되셨습니다.] [다음은 서열 2위 악마군주 바알님의 지명이 있겠습니다. 바알님…….]그렇게 지명이 시작되었다.
72악마군주의 서열 질서에 큰 개벽이 올 수 있는 일대 축제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전 마계가 숨을 죽인 채 최상위 서열의 열여섯 악마군주들의 지명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 * *
“그레모리라고?”
황금관을 쓴 거대한 파리처럼 생긴 흉측한 외모의 악마가 의문을 토했다.
서열 2위 악마군주 바알.
오랫동안 부동의 1위였다가 최근에 2위로 내려앉은 바알은 누구보다도 악마군주 아가레스의 동향에 예민한 존재였다.
“첫 지명으로 서열 49위밖에 되지 않는 그레모리라니? 대체 아가레스 녀석은 무슨 꿍꿍인지 모르겠군.”
자신이 지명을 할 차례였지만, 바알은 쉬이 결정을 못하고 망설였다.
그때였다.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바알의 눈앞에 있는 눈부신 미모의 미청년이 말했다.
바알은 그제야 짙은 갈색 머리칼을 가진 미청년에게 눈을 돌렸다.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지 않으냐?”
그러자 미청년이 말했다.
“신경 써봐야 소용이 없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우리의 계획을 실현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끄응, 하는 수 없나.”
결국 바알은 지명을 했다.
한편, 미청년은 생각에 잠겼다.
‘이번 축제는 절호의 찬스다.’
나폴레옹과 그는 앙숙이었다.
서열 1위와 2위였으니 당연했다.
실력은 엇비슷하여 어느 쪽이 위라고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은 명백한 나폴레옹의 우세.
무엇보다 도전자의 입장이라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나폴레옹은 언제나 자신이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유리한 전장을 고르니, 같은 실력이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번 축제를 계기로 1위를 탈환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너의 유리함은 사라지는 것이다, 나폴레옹!’
미청년의 눈빛에 투지가 불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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