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29
329화 니노(2)
긴장이 풀린 니노는 비로소 평소의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약간 손해를 봤지만 사소한 피해라 사실상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를 알려주기라도 하듯, 이신은 서서히 견제 플레이의 서막을 올렸다.
보병 2명과 건설로봇 1기가 앞마당을 구축하려는 니노의 진영을 급습했다.
병영을 짓고서 곧장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펴느라 테크 트리가 느리게 올라가는 상황.
거기에 인류 대 인류전에서 보병이 잘 안 쓰이기 때문에 무방비 상태인 점을 노린 찌르기였다.
-퍼엉!
날카로운 찌르기에 귀신같은 이신의 사냥 본능이 합쳐져, 어김없이 건설로봇 1기가 터졌다.
하지만 곧 니노도 보병을 뒤늦게 생산하여서 건설로봇들과 함께 반격했다.
-퍼엉!
-으악!
이신은 물러서며 계속 사격을 가해 건설로봇 1기를 더 처치했다.
무빙을 당기면서 퇴각하는 순간까지도 계속 집요하게 괴롭히는 이신.
그런데 그때였다.
“와아아아!”
큰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신 측에서 보병 2명이 추가로 합류한 것이다.
보병 숫자가 늘어나자 이신은 다시 공세로 전환했다.
-카이저! 보병을 더 뽑아서 힘을 줬어요!
-니노로서는 그냥 건설로봇 한두 기 잡으려는 간단한 견제겠지 싶었을 겁니다! 근데 그 허를 찔러서 힘을 줬습니다.
-다행히 앞마당에 참호를 건설 중이었네요. 곧 완성되겠는데요?
결국 니노는 앞마당에 참호를 완공시켜서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성공이라고 부를 수도 없을 정도로 피해를 입은 뒤였다.
-빌드 오더는 유리하게 시작한 니노였습니다만 피해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이러면 오히려 득은 없고 테크 트리만 느려진 셈이죠.
-상대가 카이저인데 니노가 디펜스에 안일한 면이 있었어요. 이러면 니노는 계속 카이저에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기갑 병력을 먼저 모아서 치고 나간 쪽은 카이저였다.
테크 트리도 자원도 열세인 니노는 상대적으로 웅크린 채로 디펜스에 열중할 수밖에 없었다.
-카이저, 강하게 압박합니다!
-두 번째 확장 기지를 안 주고 말려 죽이겠다는 의도죠!
기갑정거장에서 쑥쑥 뽑아낸 병력으로 전방위적인 압박을 시작한 이신.
초반에 거둔 이득이야 시간이 흐르면 미미해진다.
인류 대 인류전은 특히나 장기전이 되기 십상이라, 이신은 자신이 유리할 때 신속하게 압박 라인을 구성하며 주도권을 굳힌 것이다.
5시 지역에 완전히 갇혀버린 니노.
본진과 앞마당에서만 자원을 먹는 니노에 비해, 이신은 추가로 2번째 확장 기지를 가져가 자원 우위를 점하려 하고 있었다.
-니노는 자원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어서 저 압박을 뚫어야 합니다! 카이저가 2번째 확장 기지를 돌리면서 그 자원으로 병력을 뽑기 시작하면 그땐 답이 없어요!
-와우, 그런데 압박하고 있는 카이저의 기동포탑 배치를 보세요. 저걸 뚫으라고요?
-하하, 아무튼 안 뚫으면 안 되잖아요.
e스포츠의 수준은 매년 꾸준히 성장한다. 빌드 오더, 전략, 전술, 컨트롤 기법 등은 매년 진화하기 때문이다.
이 진화에 맞춰 프로게이머들도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만다. 물가가 오르면 같은 금액이라도 돈의 가치가 떨어지듯이 말이다.
수년 전, 충격적으로 등장한 이신은 지금도 여전히 최강자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것은 이신도 예전보다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피지컬, 멀티태스킹 등 예전보다 떨어진 부분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만큼 변화를 꾀하고 발전해나갔기에 2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최고일 수 있는 것이었다.
그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기동포탑의 배치였다.
선두에 배치된 1선.
그리고 2선은 그 1선을 중심에 두고 학익진을 펼친 모양새였다.
1선을 뚫기 위해 달려든 적군이 정면과 좌우에서 쏟아지는 포격에 맞아 쓰러지는 양상이 된다.
계단식 배치에서 보다 발전된 포진이라 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니노가 항공수송선을 활용한 드롭이나 몰래 확장을 시도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고자 맵 곳곳에 지뢰를 매설해 시야를 밝혀 놓았다.
맵 전역에 시야를 밝혀 놓은 이신의 철두철미한 플레이에 해설진은 연신 감탄했다.
-빈틈이 전혀 없습니다, 카이저! 이 맵에서 카이저가 볼 수 없는 곳은 니노 선수의 본진인 5시밖에 없어요!
-그마저도 레이더를 써서 가끔 들여다보죠. 와우, 니노가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거죠?
-스텔스 전투기로 흔들어보는 건 어떨까 생각이 들긴 하는데요, 니노는 생각이 다른 것 같네요. 그대로 지상군으로 뚫기를 시도할 듯합니다!
니노는 강력한 압박 라인을 돌파하기 위하여 두 가지를 준비했다.
전술위성 2기.
그리고 항공수송선 1척.
이신이 펼쳐 놓은 압박 라인의 구성을 모두 레이더로 확인한 뒤에 준비한 수단이었다.
-전술위성? 디펜시브 실드를 활용해서 뚫을 요량인가 본데요?
-그러고 보니 카이저가 자주 썼던 돌파 수법이 있죠?
-지뢰에 디펜시브 실드를 걸어서 뚫는 플레이 말씀이시죠? 그건 카이저 외에는 실전에서 쓴 사례가 없습니다.
마침내 니노가 압박 라인을 향해 뛰어들었다.
니노의 기동포탑들이 접근하여서 압박 라인의 1선과 포격전을 벌였다.
그러면서 1척의 항공수송선이 움직였다.
-저 안에 뭐가 타고 있나요?
항공수송선이 이신의 1선 기동포탑들의 머리 위로 건설로봇을 1기씩 떨구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신족이 수송기에 태운 광신도를 1기씩 떨어뜨려서 인류의 포격망을 뚫는 것과 유사했다.
건설로봇이 떨궈질 때마다, 2선의 기동포탑들이 반응하여 포격했다.
포격의 확산 데미지에 휘말려 1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달려든 니노의 고속전차들이 아군의 지원 포격을 등에 업고서 1선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오오오오!!”
“뚫는다!”
“아직이야!”
관중들의 환호로 경기장이 서서히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건설로봇을 드롭하는 플레이로 압박 라인 1선을 돌파하는 데 성공한 니노.
-대단히 창의적인 플레이입니다, 니노. 하지만 아직 압박 라인을 다 뚫지 못했어요.
-카이저도 재빨리 대처합니다.
이신은 급히 2선의 기동포탑 몇 기를 빼내 뒤로 옮겨서 3선을 구축했다.
게다가 같이 데려온 건설로봇 몇 기가 2선에 대공포를 설치했다.
사실 이신은 니노의 항공수송선을 발견했을 때 이미 대공포를 짓고 있었다.
다만 니노도 그걸 알아차리고서는 대공포가 완성되기 전에 먼저 달려들었고 말이다.
니노의 돌파 타이밍이 예술적으로 작용한 한 방이었다.
하지만 이신도 압박 라인이 완전히 돌파당하기 전에 대처를 해놓은 상황.
니노는 기세 좋게 다시 2선을 향해 달려들었다.
항공수송선이 대공포가 있는 압박 라인 2선을 향해 그대로 날아들었다.
-파아앗!
전술위성이 항공수송선에 디펜시브 실드를 걸어주었다.
항공수송선은 대공포의 대공 화력에 얻어맞아가면서도, 2선의 좌익에 유닛들을 드롭했다.
이번에 드롭한 유닛은 기계보병들이었다.
-파아앗!
-파아앗!
또 다른 전술위성이 날아와 드롭된 기계보병들에게 디펜시브 실드 2방을 걸어주고 대공포에 맞아 장렬히 산화했다.
디펜시브 실드로 보호된 기계보병들이 2선의 좌익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는 사이 니노의 전 병력이 그대로 들이쳤다.
-와우! 니노 정말 나이스 플레이였습니다!
-대승! 압박 라인이 붕괴되고 있어요!
총력전 끝에 이신이 압박을 거두고 퇴각하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창의적인 전술에 휘말려 승기를 굳힐 수 있는 중요한 전투에서 대패해버린 것.
그나마 퇴각하면서 3선을 그대로 남겨놓아서 추격을 지연시킨 이신의 판단력도 좋았다.
니노의 추격을 차단한 3선도 곧 퇴각했다.
2번째 확장 기지가 완성되고 풍부한 자원을 공급 받기 시작한 이신.
하지만 대패의 여파로 잠시 병력의 공백이 생겼다.
조금 후면 사라질 수 있는 이 병력상의 우위를 니노는 확실하게 활용해야 했다.
니노가 거세게 진군했다.
인류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빠른 진격!
가장 먼저 노린 것은 바로 12시에 위치한 이신의 2번째 확장 기지!
자원이 쌩쌩하게 남아도는 새로운 확장 기지를 쳐부수면 이신은 삽시간에 궁지에 몰린다.
이신도 그걸 알고 있었다.
‘이거였나.’
전 세계의 관계자들이 주목한 니노의 재능을 체감할 수 있었다.
예상을 벗어나는 독특한 전술.
전략적으로 불리하다 해도, 전투에서 크게 이기면 승부가 뒤집힌다.
자국에서 무패우승을 한 니노의 강력한 무기는 바로 이거였다.
‘도리어 내가 놀라고 말았군.’
쓴웃음을 짓는 이신.
하지만 물론 승부를 포기한 건 아니었다.
궁지에 몰린 순간, 이신의 두뇌가 팽팽하게 돌아갔다.
‘주도권은 내준다. 대신 12시를 지켜야 해.’
이신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병력을 끌어 모아 11시 본진 지역과 12시 확장 기지 방면을 모두 커버하는 방어선을 구축했다.
맵 장악 주도권을 전부 내주고, 최소한의 지역만 지키기로 한 것이다.
쾌 진격을 했던 니노도 이신의 타협을 받아들였다.
전 맵의 7할을 차지하는 유리한 라인을 구축하고, 문어발처럼 확장 기지를 여기 저기 구축하기 시작했다.
역공을 나섰을 때 이미 2번째 확장 기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던 니노.
방어선을 긋고서 국면이 고착되자, 추가로 무려 2곳이나 더 가져갔다.
이제 상황은 완벽하게 니노의 페이스였다.
병력이 모이자 이신이 다시 치고 나왔다.
-퍼퍼퍼퍼펑―!
전 병력이 단숨에 치고 나와서 라인의 한 축을 치자, 니노는 아차 하는 순간에 살짝 밀려 버렸다.
곧장 대처해서 위기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지만, 11시 지역을 이신에게 내주고 말았다.
간신히 11시 지역을 얻어낸 이신.
맵 전체로 봤을 때, 북쪽의 11시·12시·1시는 이신이 차지했고 나머지 전 지역은 니노가 장악한 상황이 되었다.
싸움은 장기전이 되었다.
니노는 유리한 구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3시와 9시를 대공포로 도배해버렸다.
이는 이신이 상황을 역전할 카드가 항공수송선을 활용한 대규모 드롭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 판단은 옳았다.
한 번 구축된 라인을 지상군으로 돌파하기란 극히 힘들었다.
니노의 병력에는 지대공 화력이 좋은 기계보병까지 다수 구성되어 있어서, 스텔스 전투기 같은 공중유닛을 활용해 흔드는 플레이도 원천봉쇄했다.
-카이저가 많이 불리합니다. 물론 아직 자원 공급원이 남아 있으니 괜찮아 보이지만, 지금 먹은 자원은 대규모 전투 한 번 벌어지고 병력을 재생산하면 다 소모되어 버리거든요!
-니노가 압박 라인을 돌파했듯이, 카이저도 국면을 타개할 한 방이 필요해요!
그 말대로였다.
이신은 크게 불리해져버린 상황을 뒤집을 전략을 구상하고 있었다.
‘역시 본진 점령밖에 없다.’
정면 돌파는 무리였다.
똑같이 싸우면 자원상 유리한 니노가 물량 회전에서 압도적이다.
그렇다면 아예 병력을 더 뽑지 못하게 본진을 쳐부숴서 병력 생산 건물과 테크 트리를 전부 박살내야 한다.
다만 본진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이 너무나 험난하다.
할 수 있을까?
‘해내야지.’
이신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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