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4
33화 지옥의 죄수들(2)
“자, 나를 따라라 새끼들아!”
로빈 후드가 앞장서며 궁병들에게 소리쳤다.
다른 궁병들은 그게 아니꼬워서 한마디씩 궁시렁거렸다.
“저 새끼 왜 저렇게 나대?”
“눈꼴시군.”
“계약자님께 우릴 지휘하란 명령을 받았나봐.”
“젠장, 부럽다.”
“나도 빨리 활약해서 계약자님의 눈에 들어야겠어.”
20명의 궁병은 로빈 후드의 뒤를 따라 제 2 전장 블루레인의 중앙 지역으로 향했다.
“지원이 왔다!”
“이제 싸울 수 있는 건가?”
마물들의 공세에 밀려 후퇴하던 기사들이 환호했다.
하지만 그때 이신의 명령이 모두에게 떨어졌다.
‘계속 후퇴.’
기사들은 얼굴이 팍 일그러진 채 다시 부리나케 달아나기 시작했다.
“등신들. 우리가 들고 있는 조잡한 활 안 보이냐? 무기 업그레이드가 안 끝났잖아.”
궁병들과 함께 후퇴하면서 로빈 후드가 중얼거렸다.
계속 후퇴를 거듭하면서, 해일처럼 밀려드는 마물 떼는 전진 배치된 투석기도 하나둘 파괴시켰다.
투석기는 공병이 직접 분해·조립을 해야 하는 것이라 이동이 매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때문에 물량과 스피드에서 앞서는 마물을 상대로는 장단점이 매우 뚜렷하게 드러난다.
턱 밑까지 전진 배치돼 숨통을 옥죄던 투석기를 걷어내자, 마물들은 기세가 올랐다.
카사노바는 계속 추가적으로 소환된 마물을 보내며 공격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마물들의 역공도 중앙 지역까지였다.
거기까지 후퇴했을 때, 궁병들의 활이 석궁으로 바뀐 것이다!
길이 좁아지는 협곡. 사방의 언덕에 투석기가 포진된 지역. 휴먼이 마물의 물량 공세를 방어하기에 매우 유리한 지형이었다.
“오오! 대단하잖아!”
로빈 후드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했다.
중앙 지역까지 후퇴했을 때, 무기 업그레이드가 완료되도록 계약자가 타이밍을 정확하게 계산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싸움이 치열해졌다.
콰앙! 쾅!
투석기가 쏜 바위가 마물들을 공격했다.
마물은 값싸고 빠른 헬하운드가 앞장서서 돌파를 시도했다.
날아드는 바위가 떨어지는 순간, 헬하운드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피하는 날렵함을 보였다.
투석기의 천적은 헬하운드.
헬하운드는 값싸서 얼마든지 소환할 수 있고, 매우 빨라서 움직이기 어려운 투석기를 상대할 때 매우 강했다.
하지만 그것은 투석기를 받쳐주는 병력이 없을 때의 이야기였다.
“이때다!”
“가자!”
이신의 명령을 받은 기사들이 말을 타고 달려 나가 헬하운드들을 정리했다.
투석기의 공격을 피하느라 대열이 흐트러진 헬하운드들은 기사들의 공격을 감당하지 못했다.
기사들은 많은 마력과 광물을 들여 소환된 이들답게 강력함을 보이며 헬하운드들을 처치해 나갔다.
기사들의 대열 틈사이로 빠져나간 헬하운드들도 석궁병들의 사격에 남김없이 정리됐다.
헬하운드들이 앞에서 희생되는 동안, 독포자꽃이 밀려와 독포자를 일제히 뿌렸다.
사방에 퍼뜨려진 독포자가 안개처럼 일대를 가득 매웠다.
넓은 평지에서 벌어진 싸움이었다면 독포자 안개에 휩싸여 전멸을 면치 못했으리라.
하지만 지형적으로도 휴먼의 압도적인 우위.
콰아앙! 쿠웅!
“끼엑!”
“끼에엑!”
독포자꽃들이 힘을 발휘하려는 순간, 투석기가 바위를 쏴서 응전한 것.
전면에서 싸우던 기사들 역시 독포자 안개를 피해 물러났다.
각 병과의 장단점을 서로 잘 보완해주는 더없이 조화로운 전투였다.
그리고…….
***
‘슬슬 끝낼 때가 됐군.’
이신은 이제 여유 만만이었다.
얼핏 보면 카사노바가 맹렬하게 반격하는 추세.
하지만 이신의 입장에서는 카사노바가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고갈되어가는 마력을 쥐어짜서 마련한 병력을 꼬라박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애당초 이 전장에서 마물을 택하다니,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제2전장 블루레인은 지형이 복잡해서 길목도 이리저리 굽이치듯이 꼬여 있었다.
건물이나 병력을 숨겨놓는 깜짝 전략을 쓰기 좋으나, 보다 큰 관점에서 보면 휴먼이 방어선을 구축하기 딱 좋은 지형이었다.
‘생각이 알량하군. 이게 한계야.’
이신은 처음부터 카사노바의 성향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깊이가 없는 알량함.
마물은 오히려 확 트인 평지에서 엄청난 병력으로 휴먼을 압도해야 한다.
하지만 카사노바는 그런 정면승부를 택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작은 것을 얻으려다 본질적인 것을 잃어버렸다.
이대로 계속 무난하게 시간만 끌어도 승리는 확실했다.
하지만 이신은 보다 적극적으로 상대의 숨통을 끊어놓기로 했다.
[마탑에서 마법사가 소환되었습니다.] [마탑에서 마법사가 소환되었습니다.] [마탑에서 마법사가 소환되었습니다.]마법사 셋이 소환되었다.
이신은 턱짓했다.
“가라.”
“예!”
3인의 마법사가 전장으로 향하였다.
현재 중앙 지역은 격전이 치러지고 있었다.
마물들은 투석기와 석궁병들이 차례로 기사의 뒤를 받쳐주는 탄탄한 방어라인을 돌파하지 못했다.
반면, 휴먼 또한 지키기만 할 뿐 역공을 시도하지는 못했다.
투석기를 움직이기 힘든 게 첫 번째 이유였다. 공병이 다시 분해하고 옮기고 또 조립하고, 너무 번거로웠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다량의 엔트들.
엔트는 튼튼한데다가 나뭇가지를 뻗어서 다수의 적을 한꺼번에 공격하는 강력한 마물이었다.
엔트들도 투석기의 사정거리 안으로 접근하지 못했지만, 기사와 석궁병들도 함부로 엔트들에게 접근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독포자꽃과 헬하운드도 공격을 했다가 엔트들이 있는 곳까지 물러서기를 반복했다.
카사노바도 엔트가 답이라고 생각했는지 독포자꽃을 닥치는 대로 엔트로 진화시키는 중이었다.
엔트들로 방어라인을 형성해 시간을 벌고, 그 틈에 마력석 채집장을 건설해 장기전을 도모할 생각인 듯했다.
하지만 마법사들의 등장은 엎치락뒤치락하며 교착된 판세를 뒤흔들어 놓았다.
“파이어 스톰!”
“파이어 스톰!”
화르르륵!
“끼에에엑……!”
“끄히에에에엑!”
이신은 마지막까지 카사노바의 희망에 비수를 꽂았다.
튼튼한 엔트들의 천적은 바로 화염을 일으키는 마법사들이었던 것이다.
잇따른 파이어 스톰으로 엔트들의 라인이 무너져 버렸다.
‘가라.’
이신의 마지막 명령이었다.
기사들이 ‘돌격’을 펼쳤다. 로빈 후드가 이끄는 석궁병들이 그 뒤를 쫓았다.
마법사들은 계속해서 에너지가 찰 때마다 파이어 스톰을 쓰며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노도처럼 카사노바의 1시 본진을 향해 밀고 올라가는 휴먼의 병력!
이제 승패는 누가 봐도 명백했다.
그럼에도 이신은 계속 꾸준히 병력을 소환해 충원시키며 철저하게 싸움에 임했다.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제2전장 블루레인이 이신의 병력으로 삽시간에 뒤덮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