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40
340화 영원(寧遠)(2)
[72악마군주의 축제 두 번째 서열전이 사흘 뒤에 시작됩니다.] [두 번째 서열전 상대는 악마군주 이포스, 말파스, 오리아스님입니다.]어느 날 통보된 안내 음성이었다.
“악마군주 이포스라니… 굉장히 의외네요.”
“어째서 의외입니까?”
“이포스는 얼마 전에 서열 16위로 올라섰어요. 지명권을 가진 악마군주들 중 최하위죠.”
“실력을 단순히 서열만으로 가늠할 수는 없습니다. 컨디션이나 상대와의 상성에 따라 승률은 오르내릴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상위로 올라갈수록 악마군주들의 서열전은 한두 차례로 승부가 갈리지 않으니 실력이 많은 영향을 주잖아요?”
“그도 그렇긴 합니다.”
서열전의 최대 배팅 마력은 5만.
마력 총량이 수백만에 이르는 최상위 악마군주들의 서열전은 십여 차례에서 길게는 수십 차례에 걸쳐 싸워야 하는 무지막지한 대결이 된다.
한두 판은 운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고 하지만, 수십 차례가 되면 명백한 실력 싸움이 된다.
그러니 그레모리의 말대로 서열 16위라면 실력이 16번째라고 해도 아예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그런 이포스 측이 첫 번째 싸움을 이겼다고 하니 의외라는 뜻이었다.
“팀을 잘 짰군요.”
이신이 내린 결론이었다.
기본적으로 본인의 실력도 있으며, 팀플레이에 대한 이해도 좋을 것이다.
“이포스의 계약자가 누구입니까?”
“이름은 원숭환이고, 주로 고르는 종족은 드워프라고 들었어요.”
“원숭환?”
이신의 눈이 크게 떠졌다.
어느 정도 유명 인물일 거라고 예상은 했다.
그렇지만 역시나 세계사에 유명한 명장이 한둘이 아니므로, 원숭환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영원대첩의 원숭환이라니. 상당한 인물이었군.’
원숭환.
중국에서는 삼국지연의의 제갈량에 비유된다.
한국으로 치면 이순신 같은 존재였다.
누르하치의 16만 군세를 맞아 영원성에서 이틀 만에 격파한 영원대첩이 유명했다.
이에 크게 좌절한 누르하치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대업을 이어받은 아들 홍타이지 또한 원숭환에게 격파당했는데, 금주성과 영원성에서 잇달아 후금을 패퇴시킨 그 승전을 영금대첩이라 부른다.
청 태조 누르하치와 실질적인 청의 건국자인 태종 홍타이지가 한 번도 그의 방어선을 돌파하지 못했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생각보다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원숭환은 그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어떤 스타일일지 짐작이 가는군.’
포르투갈에서 전래된 홍이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수성(守城)을 벌였으며, 국면을 파악하는 전략적 능력도 뛰어났다.
누르하치를 꺾은 뒤, 원숭환은 5년 안에 요동을 평정할 수 있다고 장담한 바 있었다.
왜냐하면 명나라와의 교역이 중단된 탓에 후금의 경제적인 상황이 크게 악화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요서 방어선만 잘 지키면 후금은 알아서 와해될 것이라고 원숭환은 생각했다.
원숭환을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은 홍타이지는 요서 방어선을 크게 우회하여 만리장성을 넘는 전략을 썼다.
그 우회로는 너무나 멀어 보급이 불가능했지만, 홍타이지는 대대적인 약탈로 보급을 충당함은 물론 악화된 경제 사정까지 한번에 만회하려는 계획이었던 것이다.
원숭환도 이를 알고 있었기에 잘 방비할 것을 수차례 경고했지만, 무능한 명나라 조정은 이를 흘려듣다가 크게 당하고 말았다.
북경까지 위험해지자 원숭환이 군대를 끌고 급히 달려와 싸워야 했을 정도였다.
치진 군대를 이끌고 수차례 전투를 치러 북경을 지킨 원숭환의 활약은 역시나 대단했지만, 홍타이지는 이미 목적을 달성한 뒤였다.
뿐만 아니라 홍타이지는 대대적인 반간계를 벌였다.
가장 큰 걸림돌인 원숭환을 역적으로 모함해 없애려 했다.
후금을 방문했던 조선 사신조차 알아챌 정도로 유치한 반간계였으나, 간신이 들끓고 약탈로 몸살을 앓은 명나라는 그 반간계에 넘어갔다.
명 황실은 물론 백성들까지도 모든 원흉이 원숭환이라며 비난.
악전고투로 북경을 지킨 원숭환은 그대로 사형에 처해졌다.
원숭환의 죽음을 신호탄으로 명나라는 내우외환으로 자멸.
홍타이지는 명나라를 멸망시키고 청나라를 건국한다.
황제, 신하, 백성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명나라의 멸망이었다.
“원숭환을 아시나요?”
“예, 어떤 스타일을 가진 전략가인지도 대충 예상됩니다.”
드워프의 가장 무서운 무기는 바로 대포.
휴먼의 투석기와 사거리는 비슷하지만 파괴력은 훨씬 강하다.
또한 이동성도 일일이 분해·조립을 해야 하는 투석기보다 유리했다.
그만큼 연사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도 있긴 하나, 그 대포 탓에 드워프는 장기전에 있어 휴먼의 천적이었다.
초반은 마물, 중반은 오크와 엘프, 후반은 드워프가 강력한 것이다.
휴먼은 그중 어디에도 포함 안 되니 가장 약한 종족이라 오해받아도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이신은 그런 휴먼을 택했다.
휴먼에게는 취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가 상당히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상대팀의 리더가 방어전의 귀재인 원숭환이라면, 이신은 그런 디펜스를 내부로부터 붕괴시키는 견제 플레이의 달인이었다.
이를테면 요서 방어선을 우회하여 약탈전을 벌이는 홍타이지 같은 전략가인 것이다.
‘재미있겠군.’
병자호란의 주범인 홍타이지를 그리 좋아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 * *
“하트셉수트.”
“예?”
“악마군주 말파스의 계약자다.”
악마군주 말파스는 현재 서열 39위였다.
그 계약자가 이집트의 유명한 여성 파라오인 하트셉수트인 모양이었다.
하트셉수트는 고대 이집트의 전성기를 가져온 위대한 여성 통치자였다.
집권 초기에는 직접 원정을 지휘할 정도로 적극적이었으며, 그녀의 통치 시기처럼 이집트가 평화로웠던 시절이 없었다고 한다.
뒤를 이은 파라오 투트모세 3세는 그녀가 물려준 기반을 바탕으로 왕성한 정복활동을 벌여 이집트 사상 최대의 영토를 이룩했다.
“원숭환과 하트셉수트라. 훌륭한 콤비군.”
“하트셉수트의 종족이 뭡니까?”
이신이 물었다.
“휴먼이다, 실력도 제법이었지.”
“잘 아시는군요?”
이신이 의아해져서 물었다.
서열 1위인 나폴레옹이 39위밖에 안 되는 그녀와 만날 일이 없지 않은가.
나폴레옹이 답했다.
“내가 지명을 고려했던 계약자들 중 하나였네. 모의전으로 실력을 테스트해보기도 했는데, 꽤 괜찮았어.”
“드워프와 휴먼의 조합이라면, 상당히 방어적이겠군요.”
원채 방어에 특화된 원숭환의 기질과 하트셉수트의 종족인 휴먼의 특성상 디펜스 라인이 굉장히 탄탄할 거라는 예상이 어렵지 않게 들었다.
그때 오자서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거기에 남은 하나, 오리아스의 계약자는 동탁이오. 동탁은 오크의 기마 전력을 잘 다루니, 빠른 기동성으로 방어선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할 거요.”
동탁은 이신도 겨뤄봐서 비교적 잘 알고 있었다.
직접 빙의해서 말 타고 활 쏘며 싸우기도 했고, 상대의 병사를 현혹시켜 자기편으로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야기를 모두 종합해본 나폴레옹은 심사숙고를 하기 시작했다.
“일단 싸움이 중반에 이르면 오크의 기마군단이 본격적으로 활약할 테고, 후반에도 드워프와 휴먼이 조합된 저쪽이 더 유리하겠군.”
“그럼 초반에 일찍 승부를 보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소. 오크도 휴먼도 드워프도 마물보다 초반에 병력 소환이 빠르지 않으니, 이쪽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소.”
오자서가 말했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공격 타이밍을 일찍 잡아도 저쪽은 막아낼 방법이 있네.”
“무슨 수로 말이오?”
“하트셉수트의 고유 능력은 건물 짓는 속도를 일시적으로 앞당기는 것일세.”
“허, 그런 능력이라니!”
오자서는 깜짝 놀랐다.
“물론 그만큼 마력 소모도 있긴 하지만, 위급한 순간에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초반에 공격을 받았을 때, 능력을 펼쳐서 화살탑을 일찍 짓는다면 그만큼 방어력이 더 강해지는 것.
‘그래서 원숭환과 하트셉수트가 좋은 콤비라고 한 것이군.’
생각해보니 동탁의 현혹 능력도 유리하게 쓰일 지도 몰랐다.
동탁의 고유 능력은 현혹.
고유 능력을 사용하면 마력이 소모되므로, 소모되는 마력보다 더 값어치 있는 병과가 아니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
하지만 상대의 사도를 현혹한다면?
예를 들어 이신의 콜럼버스를 현혹해버린다면?
그땐 빙의 능력을 가진 또 하나의 사도 마르몽이 소환되기 전에는 치유 능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게다가 블링크와 마비침 등 콜럼버스의 장기가 역으로 되돌아온다.
물론 동탁은 콜럼버스에 대해 아직 모른다.
이신은 동탁과 서열전을 치를 때 치유 능력을 펼치지 않았고, 콜럼버스가 블링크와 마비침을 얻은 건 그 이후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신이 빙의해서 치유 능력을 펼치기 시작하면, 동탁이 그걸 보고 콜럼버스에게 현혹을 사용할 지도 몰랐다.
결국 이신의 치유 능력이 동탁에게 차단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럼 초반에도 우리가 유리할 게 없다는 뜻이다.’
보면 볼수록 원숭환이 팀을 잘 구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면 초반에도 중반에도 후반에도 우리가 유리할 게 없나. 하하, 곤란한데?”
나폴레옹이 웃으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정말로 낙담한 기색 따윈 없었다.
이신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초반을 포기하고 투자하여서 중반에 이르면 우리가 유리해지는 타이밍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저쪽도 초반부터 공세를 펼치지는 않을 테니까.”
나폴레옹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럼 어떤 투자를 해야 한다고 보나?”
오자서가 물었다.
이신이 답했다.
“지상군 화력도 드워프가 있는 저쪽보다 유리할 게 없습니다. 그리핀 같은 비행 전력을 쓴다 해도, 저쪽은 석궁병, 드워프 총수, 오크궁기병 등 대응 수단이 많으니 오히려 우리가 더 리스크가 크지요.”
오자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걸세. 체제를 완벽하게 속인다면야 비행 전력으로 큰 전과를 얻을 수 있을 테지만, 그렇게 쉽게 속아줄 것 같지는 않군.”
“하지만 지상전에 집중시킨 후에 기습적으로 비행 전력을 쓰는 전략은 쓸 수 있겠군. 그건 생각해 봐야겠어.”
그 와중에 쓸 만한 전략을 한 가지 건져낸 나폴레옹이었다.
이신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입니다. 원숭환의 대포보다 더 강한 화력을 낼 수 있는 수단에 투자해야지요.”
“대포보다 더 강한 화력을 가진 수단이라…….”
나폴레옹은 수수께끼를 받은 것처럼 생각에 잠겼다.
지형에 따라 투석기가 더 유리할 때도 있지만, 저쪽도 휴먼이 있기 때문에 투석기+대포라는 황금의 원거리 공격 조합과 정면대응하기 어려웠다.
그때, 나폴레옹이 손가락을 딱 튕기며 말했다.
“그럼 마법사밖에 없지.”
“그렇습니다.”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력한 파이어 스톰으로 일발역전의 변수를 만들어내는 마법사.
그것이 이신이 떠올린 전략의 키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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