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49
349화 새로운 사도(2)
질 드 레와 모의전을 시작했다.
목적은 전략 연구가 아니라, 궁병 중에서 새로운 사도를 뽑는 것이었다.
이신은 일단 재빨리 테크 트리를 올리면서 콜럼버스, 이존효, 서영, 마르몽 등 사도들을 소환했다.
그리고 한자리에 불러놓고 명했다.
“지금부터 궁병들만 소환할 것이다. 너희는 궁병들을 모아놓고 활솜씨가 좋은 이들을 추리는 작업을 하도록.”
“어떤 방식으로 활솜씨를 겨루게 할까요?”
서영이 물었다.
이신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일단은 4단계로 테스트를 생각했는데, 난 궁술에 대해 잘 모르니 너희의 의견이 궁금하군.”
이신은 자신이 생각한 4단계 테스트를 설명해 주었다.
1단계: 움직이지 않는 타깃을 맞춘다.
가장 기본적인 활솜씨 테스트였다.
2단계: 빠르게 달리는 헬하운드를 맞춘다.
움직이는 타깃을 맞추는 능력뿐만이 아니라, 헬하운드가 달려드는 상황에서도 침착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테스트하는 것이었다.
3단계: 석궁병으로 업그레이드한 뒤에 위의 두 과정을 테스트한다.
활이 아닌 석궁으로도 동일한 실력을 낼 수 있는지 알기 위함이었다.
4단계: 그리핀을 타고 비행하는 상태에서 달리는 헬하운드를 맞춘다.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사도를 뽑는 궁극적인 목표였다.
그리핀을 타고 빠르게 비행할 때 활솜씨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 초반이 지나 중반에 접어들어서 쓸모가 없어지니 사도로 임명할 가치가 없다고 봐야 했다.
나름대로 고민하고서 치밀하게 구상한 테스트 단계였다.
이존효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합당합니다. 그만하면 충분히 실력자를 뽑을 수 있을 겁니다.”
“상당히 엄격하군요. 저걸 모두 통과하는 인재가 나올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오귀스트 마르몽이 우려를 제기했다.
하지만 서영이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질 드 레 공의 빈자리를 대체할 사도를 뽑는 일입니다. 그 정도가 되지 않으면 주군을 모실 자격이 없지요.”
“그렇고말고. 내가 활을 잡아도 저 정도는 모두 통과할 수 있어. 그것도 못하면 되나?”
이존효가 큰 소리를 쳤다.
살아생전에 용맹으로 적수를 찾기 힘들었던 이존효였기에 허풍으로 들리지 않았다.
“저야 시키는 대로 합죠.”
무예에 대해 전혀 모르는 콜럼버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동의했다.
사도들이 모두 동의하니 이신은 구상했던 대로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럼 시작해라.”
이윽고 20채나 되는 병영에서 궁병들이 줄줄이 소환되기 시작했다.
앞마당은 물론 다른 지역에도 마력석 채집장을 마구 구축했기 때문에, 값싼 궁병쯤은 얼마든지 소환할 수 있는 마력 공급이 이루어졌다.
사도들은 각자 병영을 5채씩 맡았다.
자기가 맡은 병영에서 궁병이 소환될 때마다 불러놓고 테스트를 시작했다.
“자자, 너희들은 이쪽으로!”
“바쁘니까 빨리빨리 움직여라!”
사도들이 각기 바삐 움직이며 궁병들을 통솔했다.
궁병은 끊임없이 쏟아졌다.
더 이상 병력을 소환할 수 없을 정도가 되자, 본격적으로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촤촤?!
사방에서 들리는 화살 소리!
1단계 테스트가 끝나자 이번에는 약속했던 대로 질 드 레가 헬하운드 군단을 보내주었다.
한바탕 전투가 벌어졌다.
눈앞에서 헬하운드 떼가 이리저리 요란하게 움직일 때마다 궁병들이 일제히 화살을 날렸다.
아직 석궁병으로 업그레이드된 게 아니어서 헬하운드의 피해가 크지 않았다.
“서영입니다! 2단계 과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저 이존효도 끝났습니다!”
“콜럼버스입니다. 이쪽도 완료입죠!”
“마르몽입니다. 완료입니다!”
사도들이 보고를 해오자, 비로소 이신은 대장간에서 무기 개발을 지시했다.
무기 개발이 완료되자, 동시에 모든 궁병들이 석궁병으로 진화했다.
3단계 테스트의 시작이었다.
“역시 가장 두각을 보이는 건 로빈 후드라는 녀석이군요.”
이존효가 말했다.
로빈 후드가 이존효가 지휘하는 무리 안에 있는 모양이었다.
이존효의 말에 따르면 활솜씨는 물론 헬하운드를 눈앞에 두고도 배짱이 있으며, 석궁은 활보다 더 잘 다룬다고 했다.
이신은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로빈 후드밖에 없나?’
이름 있는 인물도 아니고 그저 도적 두목 출신인 까닭에 성에 안 차는 면도 있었다.
욕심일 수도 있지만, 현재 이신 휘하의 사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충분히 그런 욕심을 부릴 법도 했다.
잔 다르크와 함께 백년전쟁을 승리로 이끈 질 드 레.
당대 무쌍의 맹장이었던 이존효.
동탁 휘하의 명장이었던 서영.
나폴레옹의 휘하 원수 중 하나이자 배신자였던 오귀스트 마르몽.
신항로를 개척한 콜럼버스까지.
하나같이 명성 높고 인지도 있는 인물이니,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을 사도로 쓰기에는 영 탐탁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래도 이름난 인물이 더 실력에 신뢰가 간다는 이신의 입장이었다.
‘그래도 영 인재가 없으면 로빈 후드라도 뽑아야 하나?’
작전상 발터 모델에 대항하려면 궁병 병과의 사도가 필요하긴 했다.
‘하긴, 사도로 뽑았다고 계속 쓰라는 법도 없지. 마력이 아깝긴 하지만 일단은 생각을 해둬야겠군.’
그런데 바로 그때, 마르몽에게서 보고가 들어왔다.
“주군, 3단계 테스트가 끝났는데 희한한 놈이 하나 나타났습니다.”
“희한한 놈?”
“굉장히 뚱뚱한 녀석인데 몸집에 안 어울리게 굉장히 민첩하고 활솜씨도 기가 막힙니다.”
“이름은 들어봤나?”
“로흐샨이라고 들었습니다. 소그드와 돌궐? 그쪽 출신이라고 하더군요.”
소그드(Sogd)는 중앙아시아에서 동서교역에 종사한 이란계 민족.
돌궐(突厥)은 6세기 중엽부터 몽골고원을 중심으로 세력을 떨치던 투르크계 유목민족으로, 몽골에서 쫓겨나 서진(西進)한 서돌궐은 오늘날 터키로 이어진다.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라 아쉽군.’
틈날 때마다 두껍기 이를 데 없는 역사인명사전을 읽고 암기한 이신이었지만, 로흐샨이라는 이름은 듣도 보도 못했다.
하지만 유목민족은 대체로 활을 잘 쏘고 말도 잘 타니 내심 기대가 되기도 했다.
“테스트에서 탈락한 석궁병들은 중앙 지역으로 진격시켜라.”
4단계 테스트를 진행하려면 그리핀을 소환해야 했다.
때문에 꽉 찬 인구수를 비우기 위하여 탈락한 석궁병들을 싸움에 보내 소모하려는 의도였다.
한마디로 죽으라고 내보내는 비정한 결단.
하지만 어차피 전장에 소환된 이상, 죽더라도 싸워서 공을 세워야 죄를 감면받기 때문에 석궁병들로서도 손해가 아니었다.
3단계까지의 테스트에서 탈락한 석궁병들이 줄줄이 중앙 지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중앙에 나오자마자 삼면(三面)에서 덮치는 헬하운드 군단에 포위돼 섬멸당했다.
이를 보고 이신은 피식 웃었다.
‘질 드 레의 실력이 더 성장했군.’
이신의 컨트롤 기법을 보고 무언가 느낀 게 있었던 모양이었다.
컨트롤 기법처럼 치밀하지는 못했지만, 엄청난 숫자의 헬하운드가 일사불란하게 단번에 덮친 것이 인상적이었다.
석궁병들이 몰살당하고서 인구수에 여유가 생기자, 이신은 비로소 그리핀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그리핀 목장에서 그리핀이 소환되었습니다.] [그리핀 목장에서 ‘조종’ 기술 개발이 완료되었습니다.]12채나 되는 그리핀 목장에서 그리핀들이 대량으로 소환되었다.
사도들이 각자 석궁병들을 그리핀에 태워 테스트를 시작했다.
4단계 테스트는 이신이 특별히 상세히 주문한 대로 이루어졌다.
‘아슬아슬한 사정거리에서 볼트를 쏘고 바로 U턴하여 후퇴하는 동작을 테스트시켜라.’
그랬다.
이신이 발터 모델 팀과의 일전에서 써먹으려 하는 것은 터닝 샷 컨트롤이었다.
마계 서열전에서도 터닝 샷을 실현시킬 수 있다면!
그렇다면 앞으로 훨씬 많은 서열전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3단계까지 통과한 석궁병은 몇 없었는데, 특히나 무예에 능해 기준이 엄격한 서영과 이존효의 경우는 통과한 석궁병이 서너 명씩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네 사도가 한자리에 모여서 함께 4단계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신도 그 자리에서 함께 참관했다.
테스트에 임하는 석궁병들 중 이신의 눈길을 끈 것은 엄청난 거구의 석궁병이었다.
얼마나 몸집이 큰지 남들의 2배는 족히 될 듯싶었다.
“저 자가 마르몽이 말한 로흐샨인가?”
이신이 물었다.
마르몽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제가 통솔했던 석궁병들 중에서는 단연 솜씨가 돋보였는데, 이존효나 서영이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리 말하니 실력을 한 번 보고 싶군.”
“내 눈에 차는 사람이 있기나 할지 모르겠는데.”
서영과 이존효가 각각 말했다.
그때였다.
로흐샨이라는 뚱뚱한 석궁병이 문득 사도들에게로 다가왔다.
“서영 장군님이십니까?”
“내가 서영이다.”
서영이 가볍게 대꾸했다.
로흐샨은 호들갑을 떨며 고개를 조아렸다.
“세상에! 말로만 듣던 서영 장군님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날 아나?”
“살아 있었을 때 삼국지를 즐겨 읽었습니다. 저는 서영 장군님이 가장 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대중이 아는 삼국지는 나관중이 창작한 것으로, 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라 한다.
세계에 널리 알려진 그 창작 삼국지는 서영을 잠깐 등장하는 엑스트라 취급을 한다.
서영의 활약상이 그대로 반영된 책은 진수(陳壽)가 쓴 삼국지 정사로, 손견과 조조를 격파한 활약이 그대로 나온다.
이신은 문득 로흐샨이 중국에서 활동한 이민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 이름이 정말 로흐샨이냐?”
이신이 물었다.
로흐샨은 고개를 조아렸다.
“물론입니다! 어찌 계약자님 앞에서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한자로 표기된 이름은 따로 없고?”
이신이 다시 물었다.
그러자 로흐샨은 어쩐 일인지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왜 말을 못해!”
이존효가 버럭 호통 쳤다.
로흐샨은 그제야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한 가지 계약자님께 감히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 혹시 제 살아생전에 지었던 죄가 사도를 뽑는 데 영향이 있는 것인지요?”
“상관 안 한다.”
이신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지옥에서 소환된 죄인들 중 제대로 된 사람은 없으니까.”
그 말에 사도들이 단체로 움찔했다.
로흐샨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로흐샨은 어린 시절의 이름입니다. 흔히 불렸던 이름은 안녹산입니다.”
“뭐라고!”
이존효가 깜짝 놀라서 버럭 소리쳤다.
이신도 놀라기는 마찬가지.
‘안녹산이라니.’
혹시나 싶어서 물어보았다.
“대연황제를 자칭한 그 안녹산이 맞나?”
“그렇습니다.”
이신은 기가 찼다.
‘난을 일으켜 당나라를 쇠퇴의 길로 가게 만든 그 안녹산이라니.’
안녹산은 당 현종이 양귀비에게 빠져 실정을 하던 때 난을 일으킨 장군이었다.
아첨을 매우 잘했던 안녹산은 현종과 양귀비의 총애를 받다가, 재상 양충국과 권력 다툼 끝에 난을 일으켜 연의 황제를 자칭했다.
‘그러고 보니 안녹산이 궁술에 능해 스스로도 자랑을 많이 했다는 내용을 책에서 읽은 것 같군.’
어찌 되었건 안녹산이 4단계 테스트도 통과해 이신의 사도가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알 일이었다.
한편에서는 그런 안녹산을 노려보며 투지를 불태우는 로빈 후드도 있었으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