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51
351화 강철(1)
질 드 레와 콜럼버스가 번갈아가며 드워프로 이신의 모의전 상대가 되어주었다.
일전에 프랜시스 드레이크와의 서열전에 대비하면서 드워프를 실컷 해봤기 때문에, 두 사람의 실력은 그럭저럭 연습은 될 만했다.
특히 질 드 레는 사도 직책을 내려놓고서 더욱 의무감이 들었는지 갖가지 방식으로 이신을 긴장하게 만들어주었다.
콜럼버스는 다른 것은 부족하나, 폭격기 편대를 잘 운용해 공중전 연습 상대로 제격이었다.
‘중요한 건 역시 공중전이지.’
이신은 그리핀을 최대한 빨리 소환하는 빌드 오더를 만들었다.
그리핀 편대는 잠시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이곳저곳 움직이며 야금야금 피해를 줬다.
일하던 드워프 광부를 처치하기도 하고, 드워프 총수도 U턴 샷으로 한 방에 사살하기도 했다.
쉬쉬쉭!
“크윽!”
드워프 총수는 총 한 번 쏴보기도 전에 즉사하고 말았다.
석궁병과 드워프 총수의 사정거리는 동일했다.
하지만 그리핀 편대가 먼저 순발력 있게 쏘고 빠져버리니 반격할 타이밍을 잃고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것이었다.
그것이 U턴 샷의 요체였다.
‘계속 움직여. 5초에 1명씩 꾸준히 죽여 나간다.’
“옛, 주군!”
로흐샨은 신이 나서 대답했다.
마치 말 타고 활 쏘는 데 능했던 북방 유목민족들이 중국을 일방적으로 약탈하고 괴롭혔던 것과 같았다.
드워프들은 기본적으로 걸음걸이가 느리니 그것보다 훨씬 기동성에서 압도적이었다.
단 1초도 쉬지 않고 움직이며 부지런히 피해를 입히니, 그 데미지는 야금야금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그리핀 편대의 숫자도 차츰 늘어났다.
숫자가 늘수록 U턴 샷의 파괴력도 더 세졌다.
물론 로흐샨의 유도 사격 능력은 5인까지밖에 포함되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석궁병들도 U턴 샷 훈련을 꾸준히 했기 때문에 그럭저럭 훌륭한 위력이 나왔다.
석궁병을 2명씩 태운 그리핀들이 줄지어 U턴을 하는 광경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볼트도 줄줄이 쏘아져서 타깃을 단번에 사살!
끊임없이 피해를 입혀서 상대의 성장을 억제하는 한편, 이신 자신은 운영으로 테크 트리를 올리고 병력을 모았다.
그 같은 이신의 전략에 질 드 레와 콜럼버스는 당해내지 못했다.
“그리핀 편대를 당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다리 짧은 드워프 총수들도 폭격기도 죄다 느려 터져서 속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습죠!”
질 드 레와 콜럼버스가 한마디씩 했다.
“다른 의견은 없나?”
이신이 묻자 생각이 없는 콜럼버스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지만, 질 드 레는 여러 가지 의견을 냈다.
“테크 트리에 집중하셔서 그리핀을 빨리 소환하는 체제를 쓰셨는데, 그 동안 초반의 디펜스에 문제가 있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디펜스를 느슨히 하고 테크 트리에 집중한 건 드워프의 이동속도를 고려했을 때 공격 오더라도 그때 가서 대비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3대 3의 상황에서는 변수가 더 많기 때문에 위험할 것 같습니다.”
“그건 일리 있는 말이야.”
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폭격기를 쓰지 않았을 때입니다.”
“폭격기를 배제하고 초반부터 곧장 지상군으로 공세를 펼 수도 있다는 뜻이군.”
“예, 한 번 주군의 그리핀 편대에게 시달리고 나면 그런 생각도 하게 될 겁니다. 공중에서 대결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결국 카이저와 공중전은 하지 말라는 e스포츠의 격언이 계약자들 사이에서도 생긴다는 것!
이신은 그 의견 또한 일리가 있다고 여겼다.
드워프는 기본적으로 체력이 우수해서 그리핀 편대로 견제를 넣어도, 대공 방어만 신경 쓰면 잘 버틸 수 있다.
‘그때는 나도 인류 대 인류전처럼 일단은 지상군에 신경 썼다가 중반이 되었을 때 판을 흔들 카드로 그리핀 편대를 쓰는 방법이 있지.’
그런데 그때, 사도가 된 로흐샨이 조심스럽게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도 의견을 좀 드려도 될까요?”
“얼마든지.”
U턴 샷을 지휘하는 로흐샨이니 그의 의견도 중요했다.
“그리핀 편대를 기민하게 다루시는 것을 보고 감탄을 거듭했는데, 한 가지 주군께서 독특한 강박을 갖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강박?”
“아슬아슬하게 걸친 사정거리를 반드시 지킨다는 강박입니다.”
“그리핀을 절대 잃어서는 안 되는 체제니까.”
“예, 대체로 저도 이에 십분 공감합니다만, 사정거리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상대측 폭격기의 뒤를 잡았을 때입니다.”
그 말에 이신은 비로소 로흐샨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깨달았다.
“놈들이 방향 전환을 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립니다. 뒤를 잡았으면 보다 적극적으로 공격하고 빠져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기동성에서 우리가 우위에 있으니 뒤를 잡는 상황을 더 많이 만들 수도 있고 말이지요.”
“그 말이 옳다. 내가 그걸 미처 생각지 못했군.”
이신은 순순히 로흐샨의 지적을 인정했다.
그것은 이신이 프로게이머이기 때문에 생긴 편견이었다.
바로 방향전환!
게임인 스페이스 크래프트에서는 방향 전환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서열전은 게임이 아닌 현실.
방향 전환에 더 시간이 소모되며, 그동안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찬스가 된다.
전투기들 간의 실제 공중전에서도 상대에게 뒤를 잡히는 건 매우 위험한 일 아닌가.
“그리고 언덕 아래에 착륙해서 매복한다던지, 더 많은 전술을 시도해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맞는 말이군.”
비행 유닛이 언덕 아래에 숨는다는 것도 게임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했던 이신이 떠올리지 못한 발상.
“잘 말해주었다.”
이신은 날카로운 지적을 한 로흐샨을 칭찬했다.
로흐샨은 칭찬을 받자 기분이 몹시 좋아졌다.
이래나 저래나 지금은 사도이며 권속까지 되었으니 로흐샨의 충성심을 의심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이신은 사도들에게 말했다.
“지금 나온 의견들을 모두 반영하여서 다시 모의전을 해보자.”
“옛!”
그리고 다시 모의전이 펼쳐졌다.
* * *
이신은 열심히 연습했던 그리핀 편대의 전투 능력을 나폴레옹과 오자서에게 선보였다.
모의전 연습 상대는 나폴레옹의 사도 중 한 사람인 니콜라 우디노.
전 유럽에 용맹을 떨친 원수(元帥)였던 니콜라 우디노가 나폴레옹의 사도들 중에서 드워프를 맡고 있다고 했다.
“내 사도들은 다들 하나씩 잘 다루는 종족이 있지. 서열전에 대비하여 모의전을 하기가 좋도록 말이다.”
“축제에서 가장 활약을 한 분의 실력을 보고 싶군요.”
니콜라 우디노는 이신을 보며 눈을 빛냈다. 투지로 타오르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신은 니콜라 우디노의 취향에 맞는 화끈한 싸움을 보여주지 않았다.
철저하게 치사하고 약삭빠른 공격 방식!
끊임없이 교란을 펼치며 야금야금 데미지를 누적시키는 그리핀 편대의 활약은 빛이 났다.
여기저기 공격을 받자 정신이 없던 니콜라 우디노는 모든 군세를 이끌고 총공세를 펼쳤다.
e스포츠에서 쓰이는 용어로 ‘발끈 러시’였다.
하지만 그리핀 편대가 후방에서부터 덮쳐서 폭격기의 숫자를 크게 줄였다.
대포+드워프+폭격기로 구성된 니콜라 우디노의 조합 비율이 깨져 버린 것이다.
드워프 도끼병은 파워풀한 근접전 전투력을 자랑했지만, 지대공 공격은 불가능했다.
대포도 마찬가지.
이신의 그리핀 편대가 일거에 덮치자 폭격기들이 모두 당해 버렸고, 그러자 나머지 대포와 드워프 도끼병은 속수무책이었다.
그럼에도 후퇴보다는 돌격을 택한 니콜라 우디노.
그리핀 편대에게 맞아가면서 싸우는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 그전에 방어선을 뚫고 이신을 끝장내면 되니까.
하지만 이신은 니콜라 우디노의 폭격기가 전멸한 순간, 방어선에 심시티를 마구 지어서 디펜스를 강화한 뒤였다.
계속 버텨가면서 그리핀 편대로 공격하니, 니콜라 우디노의 병력은 결국 방어선을 뚫지 못하고 전멸당했다.
“제길! 정말 바보 같이 당해 버렸습니다!”
모의전을 마친 니콜라 우디노는 분통을 터뜨렸다.
이신의 스텔스 전투기에게 시달렸던 프로게이머들도 대게 반응이 저랬다.
“그러게 도끼병보다 총수를 택했으면 나앗을 게 아니냐.”
나폴레옹이 핀잔을 주었으나 니콜라 우디노는 고개를 저었다.
“드워프 총수 따위로 어느 세월에 방어선을 돌파합니까? 그건 제 철학에 맞지 않습니다!”
“자네에게도 철학이 있다니, 그동안 세월이 많이 변하긴 했군.”
농담을 건네는 나폴레옹.
니콜라 우디노는 씩씩거리며 이신에게 한 판 더 하자고 제의했다.
이신은 쾌히 받아들였다.
그렇게 모의전을 두 차례나 더 했지만 모두 이신의 완승이었다.
이신의 전략은 두 가지였다.
첫째, 초반부터 빠르게 테크 트리를 올려서 그리핀을 소환해 일찍부터 견제를 펼치는 전략.
둘째, 평범하게 지상군 위주로 운영하다가, 디펜스 라인이 갖춰지면 그리핀 편대를 소환해 적을 흔드는 전략.
3번을 내리 지자 니콜라 우디노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더 했다가는 제가 혈압 때문에 죽을 것 같습니다. 완패로군요.”
“재미있었습니다.”
이신은 예의상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니콜라 우디노는 그 말에 오히려 발끈하는 게 아닌가.
“재미있으셨겠지! 그렇게 그리핀 편대로 날 약 올렸으니까! 제발 부탁인데, 1천 마력 줄 테니 한 대만 때리면 안 되겠습니까?”
“안 됩니다.”
잘라 말하는 이신.
나폴레옹은 그저 폭소를 터뜨리며 즐거워할 뿐이었다.
어쨌든 드워프를 상대로 한 이신의 그리핀 전략은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었다.
“그리핀을 저렇게 쓸 줄은 몰랐네. 자네가 말했던 한 보폭의 사정거리 차이란 이걸 염두에 두고 노렸던 게로군?”
“그렇습니다.”
오자서가 감탄을 했다.
나폴레옹도 감탄하기는 마찬가지.
“다른 종족을 상대로도 쓸 수 있는 전술일 것 같군. 아무튼 그대의 그리핀 전술을 주요 전략 수단으로 채택하겠다.”
나폴레옹의 말이 이어졌다.
“니콜라 우디노가 당했던 것처럼, 폭격기 조합만 깨뜨리고 제공권을 쥐고 나면 주도권은 우리에게로 넘어오는 셈이니까.”
제공권을 장악하면 계속 그리핀 편대가 활개 치며 상대를 괴롭힐 수도 있고, 열기구를 활용해서 마법사나 드롭 작전을 쓸 수도 있었다.
또한 장점이 한 가지 더 있었는데, 그건 바로 정찰이었다.
그리핀 편대가 끊임없이 드나들며 상대측의 진영 내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사흘이 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결전 당일이 되었다.
72악마군주의 축제!
제 13 전장 그레이어스에 악마군주들과 계약자들이 여섯씩 모였다.
“드디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와 실력을 겨뤄보는군요.”
2차 세계 대전의 명장 발터 모델이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나폴레옹은 기꺼이 손을 맞잡아 악수하며 화답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네. 살아생전에 미친놈을 상관으로 만나 고생 꽤나 했다지?”
미친놈이란 히틀러를 뜻했다.
“아직도 지옥에서 뒹굴고 있는 미치광이죠.”
발터 모델이 씁쓸히 말했다.
한편, 이신은 발터 모델을 위시한 상대측의 계약자들을 살펴보았다.
프랜시스 드레이크가 보였고, 또 한 명의 계약자가 보였다.
그런데 그 계약자의 얼굴이 낯이 익었다.
‘……!’
이신은 놀라움을 느꼈다.
콧수염을 가진 위엄 넘치는 노익장.
책에서 사전으로 꽤나 많이 본 얼굴이었다.
발터 모델은 활약에 비해 대중에게 잘 안 알려졌으나, 저 노익장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안다.
‘저 사람도 계약자로 있었다니!’
나폴레옹과 함께 19세기의 유럽 역사를 주도했다고 평가되는 그런 희대의 거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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