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61
361화 이신의 오더(2)
알렉산드로스가 보여준 판단력은 실로 놀라웠다.
이신이 설계한 동시타격으로 조아생 뮈라와 항우가 타격받았을 때, 유리했던 국면이 흔들렸다.
항우는 나폴레옹이 열기구를 활용해 계속 괴롭힌 까닭에 정신이 없었고, 조아생 뮈라는 이신과 오자서의 합동 공세로 위기에 처했다.
마룡이 소환되었을 때, 나폴레옹도 곧 있으면 투석기가 제작 완료되는 상황.
알렉산드로스에게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첫째, 봉쇄진을 타격할 나폴레옹의 투석기를 먼저 없앨 것인가.
둘째, 위기에 처한 조아생 뮈라를 구할 것인가.
셋째, 비행 전력에 무방비한 오자서를 칠 것인가.
알렉산드로스는 즉시 셋째를 선택했다.
나폴레옹이 투석기로 바위를 쏘기 시작해도, 봉쇄진을 뚫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 여유 시간 안에 오자서를 쳐서 없애기로 작정한 것이다.
조아생 뮈라는 포기하기로 했다.
알렉산드로스는 조아생 뮈라에게 최대한 저항해 적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힐 것을 주문했고, 곧장 12시로 날아가 오자서를 격파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봉쇄진을 지키기 위해 6시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봉쇄진이 무너지면 나폴레옹의 앞마당에 구축된 자신의 마력석 채집장까지 덩달아 위험해지므로, 알렉산드로스로서는 그곳을 반드시 지켜야 했다.
‘곧 갑니다.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적의 화염진을 부수십시오.’
이신이 오더를 내렸다.
‘알았다.’
나폴레옹은 고개를 끄덕였다.
‘항우의 군세도 곧 출현할 걸세. 지금쯤이면 오크창기병을 어느 정도 확보했겠군.’
‘오크궁기병일 겁니다.’
오자서의 의견에 이신이 단언했다.
‘아, 열기구에 시달린 탓에 오크궁기병부터 준비했나?’
‘예. 거기에 제가 마법사를 확보한 걸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마법사를 저격하기 위해 오크궁기병을 우선 준비했겠죠.’
초반에 압박을 위하여 오크 전사를 소환하는 데 주력하느라 기마군단 확보가 늦어진 항우였다.
나폴레옹의 기습 드롭에 피해를 받아 지체된 것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지금쯤 오크궁기병이 꽤 있을 터.
그런데 아직까지 오크궁기병이 눈에 띄지 않는 이유는…….
‘주변을 각별히 살펴 주십시오. 항우가 우리를 칠 겁니다.’
‘마법사를 저격할 속셈이군. 역시 저들도 6시에서 결판이 난다는 것을 아는 거야.’
오자서는 나직이 알렉산드로스의 전략가적 기질에 감탄했다.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똑똑히 알고 움직인다.
그리고 그걸 이미 알고 있는 이신까지!
서로의 심중을 예측하는 두뇌 싸움이 정말로 치열했다.
‘콜럼버스, 준비해라.’
“옛!”
함께 움직이고 있는 콜럼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콜럼버스에게는 이미 이신이 따로 지령을 내려둔 상태였다.
이제 한순간이었다.
순간의 전투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확실한 전력 우위를 가진 알렉산드로스와 항우.
이에 대해 이신은 투석기와 마법사라는 비대칭 전력으로 승부를 보려 했다.
마법사의 파이어 스톰이 제대로 적중하면 승리는 확실했다.
일합(一合) 싸움!
긴장감이 최고로 고조된 순간이었다.
‘남서쪽에 적 출현! 항우일세!’
오자서가 급히 소리쳤다.
과연 오자서랄까.
얼마 안 되는 헬하운드를 사방에 흩뿌려서 아군의 진로를 감시했고, 적 출현을 재빨리 감지한 것!
남서쪽 방면에서 항우의 오크궁기병 부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오크전사들은 6시로 보내고, 기병만 끌고 온 모양이었다.
그런데 오크궁기병 부대의 선두에 덩치 큰 백마를 탄 위풍당당한 오크창기병 1기가 있었다.
‘항우로군.’
오자서가 중얼거렸다.
‘그렇군요.’
이신도 긴장했다.
항우의 무위는 이미 지난번의 서열전에서 충분히 겪어본 바 있었다.
특히 사역마로 소환한 오추마를 타고 날뛰던 항우는 혼자서도 전쟁 판도를 뒤엎을 수 있을 정도였다.
‘헬하운드를 적의 배후로 돌리십시오.’
‘알겠네.’
정찰을 위해 흩뿌려졌던 헬하운드들이 항우의 뒤에 모이기 시작했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이놈들, 잘 걸렸다!”
오크창기병에 빙의한 항우가 고함을 내질렀다.
항우도 무섭지만 뒤따라오는 오크궁기병들을 더 경계해야 했다.
시선은 항우가 끌지만, 진짜는 오크궁기병들이 마법사를 저격하는 것. 알렉산드로스로부터 분명 그렇게 오더를 받았을 터였다.
“전투 준비!”
이존효가 소리쳤다.
장창병과 방패병이 이존효의 지시에 따라 도열했다.
뿐만 아니라 로흐샨이 지휘하는 석궁병들도 싸울 태세를 갖췄다.
그들은 투석기와 마법사를 보호하기 위해 소환한 호위부대였다.
마침내 거리가 가까워진 순간이었다.
‘지금!’
“옛!”
이신이 소리친 순간, 콜럼버스가 재빨리 움직였다.
[계약자 이신의 사도 하급 악마 콜럼버스가 능력 블링크를 사용합니다.] [10미터 범위 내에서 순간이동을 합니다.]파앗!
블링크로 사라진 콜럼버스가 항우 병력의 코앞에 나타났다.
콜럼버스가 마비침을 마구 쏘았다.
퓨퓨퓨퓨퓻!
그야말로 전광석화!
삽시간에 항우와 뒤따르는 오크궁기병 4명에게 마비침을 쏘았다.
“이놈!”
푸학!
“크억!”
마비침을 순간적으로 창으로 튕겨낸 항우는 콜럼버스를 단숨에 베어 죽였다.
하지만 마비침에 오크궁기병들이 잠시 움직임이 멎는 바람에 뒤따르는 이들과 함께 뒤엉켜 혼란을 빚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이었다.
“파이어 스톰!”
화르르르르르르륵!!
뒤엉킨 오크궁기병들 무리 한복판에 마법사의 파이어 스톰이 정통으로 꽂혔다.
“취이이익!”
“취이익!”
오크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삽시간에 오크궁기병들이 몰살을 당한 것이다.
“큭, 제기랄! 일단 물러선다!”
불길 속에서 재빨리 빠져나와 살아남은 항우가 등을 돌렸다.
남은 오크궁기병들도 다급히 말머리를 돌려 후퇴했다.
하지만 배후에 자리 잡은 오자서가 순순히 물러나게 놔두지 않았다.
‘어딜 가시나!’
헬하운드들이 사방에서 에워싸듯이 달라붙었다.
“이 귀찮은 것들이!”
항우의 창이 춤을 추며 헬하운드 2마리를 단숨에 베어 넘겼다.
하지만 오자서의 헬하운드는 오크궁기병들의 발목을 멋지게 붙들었다.
그리고 마법사의 두 번째 파이어 스톰이 펼쳐졌다.
“파이어 스톰-!”
화르르르르륵!
2연발!
두 번째 파이어 스톰조차 제대로 꽂혀들자 남은 오크궁기병들마저도 불길 속에서 타 죽어버렸다.
선두에서 돌파한 덕에 홀로 불길 밖으로 빠져나온 항우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참혹한 결과를 바라보았다.
‘성공이야!’
오자서가 기뻐서 소리쳤다.
이신도 주먹을 불끈 쥐었다.
콜럼버스, 오자서의 잔존 병력을 활용한 파이어 스톰 전술이 대성공을 거두었다.
항우가 애써 모은 오크궁기병을 몰살시킨 것이다.
이 순간을 위하여 콜럼버스에게 블링크 후 마비침 5연발을 연습시켰었다. 그런 이신의 준비성이 결실을 거뒀다.
‘이제 끝내러 갑니다!’
이신의 군세와 몇 마리 남지 않은 오자서의 헬하운드가 6시로 진격했다.
상황은 완전히 역전!
항우가 기마 전력을 잃은 탓에 알렉산드로스 측의 남은 병력은 마룡들과 오크 전사가 전부였다.
이어진 전투는 수순대로였다.
헬하운드를 소환하여서 마룡과 함께 난전을 펼친 알렉산드로스의 활약은 빛을 바랬다.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 길길이 날뛴 항우의 가공할 무위도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았다.
앞뒤에서 나폴레옹과 이신의 투석기가 배치되어서 바위를 마구 날릴 때, 승부는 이미 결판이 난 것이었다.
[악마군주 바알의 계약자 알렉산드로스 메가스님이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아미의 계약자 항우님이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아가레스, 그레모리, 안드로말리우스님의 승리입니다.]“좋았어!”
나폴레옹이 이신을 얼싸안고 승리에 기뻐했다.
대단한 승리였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엄청난 대결!
알렉산드로스가 실력 발휘를 제대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둔 뜻깊은 역전승이었다.
1-0.
5판 3선승제 대결의 첫 싸움에서 1승을 쟁취한 것이었다.
상대측은 역시나 분위기가 침통했다.
큰 실책을 저질러 오크궁기병을 전부 잃은 항우는 시근덕거렸다.
먼저 멸망당할 때까지 분전했던 조아생 뮈라도 허탈한 표정.
그러나 알렉산드로스만은 냉정을 유지한 채, 그저 가만히 이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신도 그 시선을 알아차리고는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그때, 알렉산드로스가 다가와 입을 열었다.
“나폴레옹의 스타일이 아닌데.”
“무엇이 말입니까?”
이신은 내심 흠칫했으나 모르는 척 물었다.
“그 상황에서는 마력석 채집장을 가져가고 투석기로 방어선을 구축하면서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게 나폴레옹의 방식이야.”
알렉산드로스가 계속 말했다.
“그런데 도리어 열기구로 침투 작전을 벌이며, 빠른 템포로 공격적인 운영을 펼쳤다.”
그리고 그것이 알렉산드로스의 패인이 되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나폴레옹을 압박하면서 자신들이 유리한 중반을 기다린다는 전략 컨셉이었다.
그런데 도리어 오더를 잡은 이신이 거세게 공세를 퍼부어 판을 흔든 것이다.
알렉산드로스와 나폴레옹의 평소 성향이 정반대로 나타난 결과.
“중간부터 네가 오더를 내렸군. 그렇지?”
알렉산드로스는 그 사실까지 꿰뚫어보았다.
열기구를 활용한 절묘한 기습을 비롯하여서 마법사 활용까지, 이번 역전승의 주역은 이신이었다.
“바로 맞췄다.”
그렇게 대답한 사람은 이신이 아니었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나폴레옹은 씨익 웃으며 이신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자네는 나를 너무 잘 알더군. 그래서 중간에 오더를 바꿨어.”
“역시 그랬군.”
알렉산드로스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신을 노려보았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은 네 녀석이로군.”
“…….”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그렇게 의미심장한 경고를 남기고 알렉산드로스는 휙 등을 돌렸다.
“자존심이 상당히 강한 친구야.”
나폴레옹이 말했다.
“하지만 빈말은 하지 않아. 다음 판은 정말로 그대를 중점적으로 노릴 테니 주의하는 게 좋다.”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방금처럼 다음 대결도 잘 부탁한다.”
“예?”
이신이 놀라 물었다.
나폴레옹은 웃으며 말했다.
“아까 말하지 않았나. 저 친구는 나를 너무 잘 알아. 이번 대결은 나보다 자네가 저 친구를 이기기에 더 적합한 지휘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네.”
그것은 이번 축제 최후의 대결에서 이신에게 쭉 오더를 맡기겠다는 뜻이었다.
“나도 동의하네.”
오자서도 나폴레옹의 뜻을 거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기회였다.
나폴레옹과 오자서.
이 위대한 영웅들을 이끌고 자신의 뜻대로 지휘를 할 수 있다니!
꼭 오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막판에 기회가 찾아올 줄은 몰랐다.
“알겠습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신은 겸양 따위는 없이 곧장 받아들였다.
[72악마군주의 축제를 시작합니다.] [악마군주 아가레스, 그레모리, 안드로말리우스님 대 악마군주 바알, 아미, 벨리알님의 서열전입니다.]그렇게 두 번째 대결이 시작되었다.
1-0의 상황.
다전제 대결에서 아직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는 이신이 오더 권한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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